논평_
언론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 재난보도준칙 성실하게 실천하라
등록 2024.12.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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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희생되고 2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대형 참사인 만큼 피해자와 유가족의 트라우마를 감안한 차분하고도 신중한 언론보도가 중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언론은 4.16 세월호 참사와 10.29 이태원 참사에서 지적된 속보경쟁과 과열된 취재경쟁을 재연하며 자극적 보도, 추측성 보도로 유가족은 물론 시민들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다.

 

YTN‧연합뉴스 구조인원 오보, 지상파3사 폭발장면 반복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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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보경쟁으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구조인원 오보 낸 YTN(왼쪽)과 연합뉴스(오른쪽)

 

YTN은 12월 29일 오전 9시 57분 <속보/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사망 28명>에서 “기장과 승무원 등 6명 구조…부상자 파악 중”이라는 오보를 냈다. 연합뉴스도 오전 10시 58분 <속보/여객기 사고 현재 구조 3명‧사망 28명…추가 사상자 확인 중>에서 구조인원이 3명이라고 오보를 냈다. 전남소방본부는 12월 29일 오후 1시경 브리핑을 열어 “총 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공식 브리핑 이전 속보경쟁이 빚은 오보다.

 

지상파3사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외벽과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을 뉴스특보, 저녁종합뉴스, 유튜브에서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한국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영상기자협회가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취재‧보도 유의사항>에서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참혹한 장면, 이를 테면 폭발장면이 반복 사용되지 않도록 현장 기자들과 영상편집자, 보도 책임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조치를 권고”했음에도 폭발장면은 되풀이됐다. 언론에겐 유가족과 시민보다 화면을 채울 ‘그림’ 하나가 더 중요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탑승객 명단 공개에 추측성 보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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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승객 명단 공개에 섣부른 추측성 보도로 물의 빚은 조선일보(12/29)

 

조선일보는 12월 29일 오후 12시 31분 인터넷판에 <속보/무안공항 폭발 제주항공기 승객 175명 전원 명단>을 실었다. 종이로 출력된 승객 명단을 촬영한 사진 4장으로 여권번호 등 일부만 모자이크 처리한 채 승객 이름, 좌석, 성별 등을 공개한 상태로 올려 희생자 신상이 그대로 노출됐다. 명백하게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다. 조선일보는 문제를 인식했는지 오후 2시경 해당 기사는 삭제했지만 ‘탑승자 명단은 희생자와 다르다’는 궤변에 가까운 해명만 내놨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오후 1시 28분 <“속도 제어 못한 ‘동체 착륙’, 짧은 활주로 등이 사고 키운 듯”>에서 “다소 짧은 무안공항 활주로도 사고에 영향을 줬다”고 단정 지었다. 여객기 사고 조사는 블랙박스 해독 작업 등 최소 6개월에서 최장 3년까지 걸린다. 항공전문가들도 여객기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많은 정보와 증거가 필요하다며 섣부른 추측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해온 만큼 언론도 추측성 보도를 지양해야 마땅하다.

 

유가족들은 기자들의 과열된 취재경쟁에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가족을 잃은 슬픔만으로도 힘겨울 유가족에게 ‘희생자가 비행기를 몇 시에 탔느냐’, ‘참사 소식은 어떻게 알고 왔느냐’와 같이 무례한 질문을 던지고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미는 취재 행태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언론은 ‘보도참사’로 지탄받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하고 성실한 실천을 다짐한 바 있다. 언론은 부디 유가족과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비윤리적 취재 및 보도를 멈추고, 재난보도준칙을 지켜달라.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의 각성과 자중을 거듭 촉구한다.

 

 

2024년 12월 3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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