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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의 방아쇠 ‘명태균 게이트’, 뉴스타파가 잡아낸 여론조사 조작수법
[2024년 11월 수상자] 선거브로커 명태균의 여론조작 입증한 뉴스타파 이명선 기자
등록 2024.12.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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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는 선거브로커 명태균의 ‘윤석열 1등 여론조사 조작’ 보도로 명태균 게이트 파장을 키웠다.

 

12.3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024년 12월 1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반헌법적 내란으로 윤석열 정권의 실체를 드러내는 방아쇠 역할을 한 사건이 ‘명태균 게이트’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뉴스토마토 최초 보도로 촉발된 ‘명태균 게이트’는 뉴스타파의 ‘윤석열 1등 여론조사 조작’ 보도로 파장이 확산됐다.

 

뉴스타파 이명선 기자에게 ‘명태균 게이트’ 취재의 어려움을 묻자 “뉴스가 날마다 쏟아지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주말은 당연히 없고 잠도 거의 못 잤다. 체력적으로 견딜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언론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는 자부심”에 “워라밸이 깨져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명태균 게이트’는 명확한 물증으로 대통령 윤석열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사실과 명태균의 윤석열 우위 여론조사 조작을 입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4년 11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선정된 사유이기도 하다. 언론의 ‘힘’을 믿고 나아간다는 이명선 기자를 만났다.

 

끈질긴 설득 끝에 성공한 ‘신용한 인터뷰’

쏟아지는 ‘명태균 게이트’ 보도 속에 뉴스타파만의 차별점을 두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이명선 : 차별점을 두기 위한 계획은 없었다. 굴러가는 대로 했다.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봉지욱 기자가 알고 지낸 국민의힘 관계자였다. 소통을 이어오던 어느 날 신 교수에게 연락이 왔다. 평소 외장하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뒤늦게 외장하드를 확인해보니 ‘명태균 보고서’가 있다는 거다. 더군다나 신 교수가 명태균 보고서를 받은 게 대선 당일이란다. 듣자마자 인터뷰하자고 했다. 이렇게 계획 없이 진행된 게 많다.

 

취재원과의 관계가 뉴스타파 보도의 시작이 된 건가.

이명선 : 맞다. 기존에 쌓아온 취재원과의 관계가 보도에 큰 영향을 줬다. 기자와 취재원의 신뢰가 없으면 좋은 보도가 나올 수 없지 않나. 취재원이 본인이 가진 자료가치를 몰라서 도리어 우리가 해석해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신용한 전 교수가 갖고 있던 명태균 보고서가 무슨 의미인지 기자들이 같이 고민하면서 의미를 찾아갔다.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명태균 보고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회의를 진행했다는 건 정치자금법 위반이고, 보고서에 따른 대가를 받지 않았으니 이른바 ‘공천으로 퉁쳤다’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인 거다. 명태균 보고서도 신 교수가 본인 외장하드를 들고 왔기 때문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신용한 전 교수가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나.

이명선 : 아니다. 많이 주저했다. 그 과정에서 신 교수가 기사화되지 않길 원하는 아이템이 보도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가 지인을 통해 윤석열 대선캠프 공약 작성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보도했는데 신 교수 외장하드에서 나온 통화녹취 자료였다. 신 교수는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이러면 다칠 사람이 더 있다’고 했고, 우리가 보도해야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여러 차례 다툼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끈질긴 설득 끝에 인터뷰까지 이르게 됐다.

 

신용한 전 교수 외장하드에서 발견한 더 새로운 사실이 있다면.

이명선 : 윤석열 캠프에서는 TV토론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TV토론에서 어떻게 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자극할 수 있을까, 어떤 발언으로 이재명 후보를 당황하게 할 수 있을까 등 전략을 짰던 것 같다. ‘이재명 트라우마 자극하기’ 이런 식으로 써놨더라. 윤석열 캠프의 전체적인 흐름과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상당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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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선 기자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철규의 뉴스타파 고소는 ‘언론 입틀막’

인터뷰가 나오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이명선 기자를 고소했는데 위축되진 않았나.

이명선 : 봉지욱 기자와 취재도 같이 했고 심지어 인터뷰 영상에는 내가 아니라 봉지욱 기자가 나온다. 봉지욱 기자가 아니고 왜 나를 고소했을까, 이게 첫 번째 감상이었다(웃음). 이철규 의원이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는 소식을 듣고 압수수색 등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난 상관없는데 취재원 등 다른 사람들이 검찰 조사 받고 자료 제공하느라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게 걱정돼 한두 시간 짜증나긴 했지만 그 뒤론 잊고 지낸다. 위축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에 상처는 있었지만 끝까지 취재원을 보호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이철규 의원은 명태균 씨와의 관계를 극구 부인했는데.

이명선 : 돌이켜 생각하면 화도 난다. 이철규 의원은 명태균 씨를 모를 수 없는 자리에 있었다.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었을 법한 자리에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신용한 전 교수 인터뷰에서 본인 이름이 폭로됐단 이유만으로 기자와 언론사 대표를 고소함으로써 본인은 무고하다고 홍보하듯 대응했다. 국회의원은 본인 입장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된다. 고소로 대응하는 건 결국 ‘언론 입막음’이 목적이다. 이철규 의원의 고소가 오히려 시민들이 이철규 의원에 대해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뉴스타파 보도를 외면하는 언론과 뉴스타파 보도에 법적 대응하는 사람, 어떤 게 더 힘든가.

이명선 : 다른 언론이 외면하는 게 더 힘들다. 차라리 법적 대응을 하면 ‘땡큐’다. 법적 대응했다는 기사가 나오면 그에 맞춰 다시 보도가 왔다갔다하기 때문이다. 그 자체는 두렵지 않은데 뉴스타파 보도에 ‘무반응’은 힘이 빠진다.

 

여론조사 조작수법 알아내자마자 “잡았다 요놈!”

명태균의 비공표 여론조사 조작 수법을 알아내는 게 어렵진 않았나.

이명선 : 임선응 기자와 조원일 기자가 애초에 조각난 여론조사 데이터를 갖고 정말 많이 연구했다. 그러다 취재가 진행되면서 미래한국연구소 비공표 여론조사 데이터를 분석하게 됐다.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는 첫 질문부터 마지막 질문까지 응답을 완료한 응답자의 경우 ‘끝(End)’을 뜻하는 ‘e’가 뜬다. 그런데 어떤 조사는 e라고 적힌 응답자가 500명뿐인데 답변이 나와 있는 전체 응답자는 2,000명이나 되는 거다. 즉 1,500명은 임의로 추가된 조작된 응답자인 거다. 임선응 기자와 조원일 기자가 워낙 훈련된 덕에 조작 수법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9건 비공표 여론조사 중 8건의 조작을 확인했다, ‘단독’을 확신하는 순간 어땠나.

이명선 : 임선응 기자, 조원일 기자와 함께 있는 단체 대화방이 있다. 갑자기 임선응 기자가 “잡았다 요놈!”이라고 올리더라. 영문을 몰라 물으니 조작 수법을 알아내 도파민이 끓어오른다며 곧장 분석 결과를 들고 오더라. 그러고는 쭉 브리핑을 시작했다. 나중에 들으니 임선응 기자가 부모님 집에서 아이를 맡기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조작 수법을 알아내자마자 너무 좋아서 소리를 질렀단다(웃음).

 

윤석열 우위 여론조사 조작으로 피해 본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취재는 없었나.

이명선 : 접촉 시도를 했다. 그런데 홍준표 시장이 소셜미디어에 ‘본인은 모든 걸 덮겠다’,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는 잘못됐다’는 취지의 글을 계속 올리더라. 홍 시장이 왜 이렇게까지 대통령 윤석열을 감싸고 돌까. 취재 중이라 밝히긴 어렵지만, 명태균 게이트가 확실히 드러날 때 홍 시장 주변인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덮고 있는 건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

* 뉴스타파는 12월 26일 홍준표 대구시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채기 씨가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보도했다.

 

여의도연구원의 명태균 용역비 3천만 원 지급이 드러났다. 국민의힘과 명태균은 깊은 관계인가.

이명선 : 우린 국민의힘과 명태균 씨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정황이 너무 많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이준석 당시 대표, 새롭게 등장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폰서이자 국민의힘에 깊이 개입된 재력가 김한정 회장, 여의도연구원까지. 국민의힘과 명태균이 깊게 연루된 건 맞다.

 

‘명태균 게이트’ 보도, 쓸데없는 얘기까지 ‘단독’ 붙여

수많은 명태균 게이트 언론보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명선 : 그냥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매우 아쉽다. 방송에서 그나마 취재인력을 많이 투입한 곳은 MBC와 JTBC 정도다. 그런데 JTBC의 경우 명태균 씨 부인 발언에 ‘단독’을 달아 내보내거나 명태균 씨가 구속되기 전 한마디 한 걸 가지고 ‘단독’으로 만났다며 보도한다. 중요하지 않거나 쓸데없는 이야기인데도 단독을 단다. 장사하듯 ‘단독’을 팔고 멘트 하나 가지고 기사를 쓰는 게 적절한 미디어의 방향성일까. 이런 식의 단독이라면 뉴스타파는 갖고 있는 자료만 갖고도 단독을 100개씩 찍어낼 수 있다. 그런데 안 한다. 중요하다고 판단되지도 않고, 저 스스로도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레거시 미디어의 명태균 보도, 아쉬운 점을 더 짚는다면.

이명선 : 레거시 미디어는 저 많은 인력을 갖고도 왜 선배 기자들이 후배 기자들과 공동취재를 안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한편으론 서글프기도 하다. 뉴스타파 선배 기자들은 선배로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취재경력이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어 취재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저연차 기자들은 협소한 문제에 묻혀 ‘단독’이란 이름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인력, 돈, 시스템을 이렇게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괜찮은 명태균 게이트 보도가 있다면.

이명선 : 한겨레 같은 경우 창원산업단지 관련해 굵직한 사실을 많이 보도했고, 윤석열 대선후보 일일 여론조사 비용을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 돈을 받아 대납했다는 것도 먼저 보도하지 않았나. 이런 식으로 거국적으로 취재한 언론사가 많지 않아서 아쉬움을 느낀다.

 

명태균 게이트 기점으로 언론 판도가 바뀌었다고 보는가.

이명선 : 맞다. 뉴스토마토가 9월 5일 보도한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 개입”> 파장이 커지며 ‘명태균 게이트’로 불거졌다. 해당 기사를 기점으로 실제 명태균 씨와 제보자 강혜경 씨 주변인들이 엄청나게 동요했다. 9월 중순까지 상황을 지켜보던 뉴스타파를 비롯한 인터넷언론이 뉴스토마토 보도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때 큰 언론사들은 이만큼 보도가치가 있는 기사를 생산해냈느냐? 아니라고 본다. 강혜경 씨는 레거시 미디어에 찾아가지 않았다. 강혜경 씨가 찾아간 곳은 뉴스타파처럼 작은 언론사였다. 뉴스타파엔 23명 안팎의 기자들이 있지만, 큰 신문과 방송사에는 몇 백 명의 기자들이 있다. 이렇게 차이가 큰데도 강혜경 씨는 레거시 미디어에 가지 않았다. 큰 언론사들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뉴스타파와 뉴스토마토의 ‘명태균 게이트’ 협업 가능할까

레거시 미디어들이 뉴스타파 출처를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명선 : 그런 거면 차라리 다행이다. 요즘 MBC와 JTBC의 잘못된 보도행태를 지적하고 싶다. 앞서 말했던 ‘실제 응답자는 500명뿐인데 전체 응답자를 4배인 2,000명으로 부풀린 조작된 여론조사’ 말이다. 뉴스타파 보도가 계속 확산되니까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관련된 여론조사 데이터를 다 풀었다. 여론조사 조작 수법은 뉴스타파 보도로 이미 공개된 상태다. MBC에서 상식적으로 보도한다면 ‘뉴스타파 보도로 이미 의혹이 제기된 바 MBC가 확인해보니 사실이 맞았다’고 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MBC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이라고 보도하더라. 또 저러는구나 싶었다. 제발 이런 보도행태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뉴스타파에서 주목하는 다른 언론사 보도가 있다면.

이명선 : 뉴스토마토 인터뷰를 보니 박현광 기자가 주목하는 보도로 뉴스타파 <윤석열 캠프 정책총괄 “대선 당일에도 명태균 보고서로 회의했다”>를 꼽았더라. 제가 주목하는 언론사는 뉴스토마토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뭐가 떴나 뉴스토마토부터 본다. 뉴스토마토 11월 6일 <단독/명태균, 당원 지지성향 분석…“경선 조작 의심”> 기사가 기억난다. 당시 뉴스타파는 윤석열 우위 비공개 여론조사 데이터를 갖고 있었지만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응답자별로 번호별로 어떤 지지성향을 갖는 지도 의문이었다. 뉴스토마토는 한발 더 나아가 해당 데이터가 여의도연구원, 심지어 경선조작에 활용된 것 같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이었다면 무리라고 볼 수 있는 추정기사를 쓰지 않았을 거다. 나중에 들으니 지금은 이름 밝히기 어려운 유력 정치인들 발언을 근거로 썼다고 하더라. 뉴스토마토 보도대로 경선조작까지 갔다면 정말 희대의 선거범죄이기 때문에 주목해서 보고 있다.

 

뉴스타파와 뉴스토마토의 협업을 기대해봐도 될까.

이명선 : 뉴스토마토가 명태균 게이트를 최초로 보도했기 때문에 봉지욱 기자와 뉴스토마토 편집국장이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 뉴스토마토와 뉴스타파가 각자 단독하자고 보도하는 건 아니니까 때가 되면 명태균 게이트 보도를 같이 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확실한 건 뉴스토마토와 뉴스타파 두 언론 모두 여의도연구원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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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 ‘명태균 게이트’가 2024년 11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