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겨울호][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실태 ④] 언론통제기구로 전락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록 2024.12.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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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실태 ④

 

언론통제기구로 전락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본래 방심위는 9인으로 구성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대통령이 추천하는 3인,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서 추천한 3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한 3인을 위촉하고 위원장을 호선하도록 했다. 5기(2021~2024.7) 위원회까지는 9인의 위원이 위촉된 후에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장을 호선했다. 그러나 현재 6기 위원회(2024년 7월~)는 대통령 추천 3인과 여당 추천 5기 위원 2명이 있는 상황에서 위원장을 선출했다. 5기 위원장을 지낸 류희림 씨가 연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심위지부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공정성 훼손 등을 이유로 줄곧 사퇴를 요구해 왔다. 윤석열 정부 5기 류희림 방심위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쁜 쪽으로 갈 데까지 갔다. 공정성이 생명인 방심위의 존재 근거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을 동원한 민원 사주(청부 민원)의 의혹은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가족과 지인, 혹은 관련 단체 관계자를 동원해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을 넣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3년 9월 4일부터 18일까지 관련 민원이 270여 건이 들어왔는데 이 가운데 최소 127건이 류 위원장의 아들, 동생, 조카, 처제 등으로 의심된다. 민원 내용은 오타까지 똑같은 ‘복붙’이거나 거의 유사했다. 방심위 내 공익신고자는 지난해 12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권익위는 7개월 이상 처리를 미루다 사건을 방심위에 돌려보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특별 감사를 운운하며 제보자 색출을 지시했고 해당 제보자가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두 차례의 압수수색을 벌였다.

9월 25일 참다못한 내부고발자 3명은 이름을 밝히고 공개 투쟁에 나섰다. 지경규 방심위 차장, 탁동삼 방심위 연구위원,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까지 3인은 “우리는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공적기구의 구성원으로서 비리나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하면 신고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억울하다면 민원인을 가장한 가족과 지인들의 뒤에 숨지 말고 나와서 함께 조사를 받으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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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9월 9일(월)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의혹 셀프조사 중단 및 독립조사기구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요구사항을 전달하러 가고 있다.


방심위는 형식적으로는 대통령과 행정부에 속한 기관이 아닌 독립기구이다. 위법 행위를 저지르거나 결격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통령이라도 자의적으로 해촉할 수 없다. 설사 그렇더라도 법률상 30일 이내에 보궐 위원을 위촉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위원장과 위원을 해촉하고, 대통령 직접 추천 몫을 정수를 초과해 위촉하는 동시에 국회의장이 추천한 야권 위원 후보는 계속 위촉하지 않는 등 5기 방심위를 내내 위법적‧편파적으로 구성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만든 ‘가짜뉴스 심의 전담센터’는 구호만 있을 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은 거의 없었다.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가 첫 인터넷 언론사 심의였지만 뉴스타파가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방송사업자가 아닌 뉴스타파를 어떻게 해볼 수가 없자 서울시에 신문법 위반 사항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는 데 그쳤다. 대신 뉴스타파 기사를 인용 보도한 4개 방송사의 6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모두 1억4천만 원이라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이 처분은 모두 법원에 의해 집행정지 된다. 전담센터는 폐지되고 대신 신속심의 제도를 남겼다.

신속심의는 위원장 단독 또는 재적 위원 3분의 1이 찬성하면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 명목상으로는 ‘긴급재난 사항, 중대한 공익 침해, 개인 또는 단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금융시장 등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중대사항’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위원장 단독 또는 위원 3인의 합의로 민원접수 순서에 상관없이 우선 심의하게 되는 셈이다. 류희림 위원장 5기 방심위와 22대 총선 선방심위 신속심의 안건은 총 31건으로, MBC에 대한 신속심의는 이중 23건으로 75%에 해당한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둔 3월 한달 동안 국민의힘이 방심위에 낸 민원은 정당‧단체 민원 중 72.5%(137건)에 달했는데 절반이 넘는 77건은 MBC 보도‧시사프로그램에 집중됐다. 이 기간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정당이 낸 민원은 0건이었다. 특정 정당이 총선을 앞둔 시기에 무더기 민원을 낸 것인데 특정 방송사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과거 심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안건 상정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심의 결과 또한 특정 언론사에 집중되고 과도해진다는 지적이다.

 

방심위의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그 결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중징계로 분류된다. 역대 방심위는 법정 제재가 방송사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수위를 결정할 때 신중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류희림 방심위원장 체제의 방심위는 법정 제재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강도도 이례적으로 높았다.

기자협회보를 인용하면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2023년 9월 취임한 이후 3개월 간 ‘공정성’을 근거로 이뤄진 방송심의는 총 32건으로 2022년 한 해 4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8배 많고, 법정 제재 건수로는 4배 이상 늘었다. 22대 국회의원 선방심위도 역대 최다 및 최고 수위 징계를 기록했다. 선방심위가 내린 법정제재는 30건이고 역대 2건밖에 없던 법정제재 최고 수위인 ‘관계자 징계’가 절반에 가까운 14건에 이른다. 제재 대상을 보면 MBC가 17건으로 가장 많고, CBS가 4건이다.

특정 방송사에 대한 민원과 심의가 집중되고 제재 수위도 높아 표적심의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방심위와 선방심위는 대통령 부부‧여당을 비판하는 보도에 자의적 정치심의를 반복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다룬 SBS 보도에서 김건희 ‘여사’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아 행정지도 권고로 의결했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의 진행자들은 선방심위 징계에 부담을 밝히고 하차했다. 대통령‧여당 비판 보도에 대한 입막음용 심의로 심의행정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았다.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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