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칼럼_
‘아부방송’ 박장범, KBS 사장 사퇴만이 답이다최경진(제31기 KBS 시청자위원장·대구가톨릭대 교수)
‘파우치’ 박장범 사장 임명, 국민 정서 역행
▲ 2월 4일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당시 박장범 뉴스9 앵커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 턱을 넘지도 못한 박장범 전 앵커를 결국 KBS 27대 사장으로 임명했다. 후보자로서 자질 미달이 확연하게 드러났고, 특히 말바꿈과 의혹자료 미제출 등 심각한 결격사유가 해소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국민의 정서와 여론을 역행한 처사라며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장범. 과연 그는 공영방송 KBS의 사장 자격을 갖추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그렇지 못하다. 중대한 결격사유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공영방송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과 공익성에 대한 철학과 인식의 부재가 드러났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언론사 수장으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민주시민으로서 부적절한 행태도 적잖이 지적되었고, 무엇보다 권력 비호를 위한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격미달 사유는 차고도 넘치지만 결정적 두 가지만 자세히 짚어보고자 한다.
보도 공정성 훼손? 박장범 앵커 멘트 자체가 모순
▲ 박민 KBS 사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2023년 11월 14일 박장범 뉴스9 앵커의 보도 공정성 훼손 사례 ©KBS
지난해 11월 14일 박장범 당시 앵커는 ‘과거에 불공정 편파보도가 있었다’며 뉴스9에서 박민 사장 이전의 뉴스 4개를 소환했다.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윤지오 인터뷰’(2019), ‘채널A 검언유착 녹취록 보도’(2020), ‘오세훈 서울시장 내곡동 토지보상 보도’(2021),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인용 보도’(2022)이다. 박장범 앵커는 매우 이례적으로 무려 4분 넘는 긴 시간을 들여가며 프레젠테이션하듯 나열했고, 과거 KBS 보도를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단정해 버렸다.
그러나 4개 뉴스에 대해서는 당시 해당 앵커들이 곧바로 해명한 사안이다. 취재·편집 과정 중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실수나 오류는 방송 뉴스에서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완전무결한 보도가 최상이겠으나 오류를 온전히 피하기 어려운 것이 방송 현장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박 앵커의 기준대로라면 정작 자신이 뉴스9 앵커를 맡은 후 지난 1년간 벌어진 많은 불공정 뉴스에 대해선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모르겠다.
박장범 당시 앵커가 진행한 이른바 ‘KBS 불공정 편파보도 사과’ 리포트는 윤석열 정권 KBS 낙하산 1호로 불리는 박민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전격 벌어진 일이다. 박민 사장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을 불식시키고 국면전환을 노린 의도가 다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탈출구가 바로 ‘보도 공정성 훼손’ 리포트였다. 박장범 앵커 리포트 자체가 모순으로 지적받는 이유이다.
대통령 신년대담, 낯 뜨거운 휴먼다큐
▲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방영 후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장범 앵커 하차 청원 ©KBS 누리집
2월 7일 대통령과의 신년대담에서 당시 박장범 앵커는 “파우치... 그 조그마한 백” 발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권력 앞에 머리를 조아린 박장범 앵커의 태도 때문이다. 대담이 방송된 후 KBS 시청자센터 홈페이지에는 “박장범 앵커를 하차시키라”는 청원이 엄청나게 올라왔다. 시청자의 분노가 극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년대담은 마치 <인간극장>처럼 휴먼다큐를 찍는 듯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기자의 기개는커녕 국민 관심사였던 ‘김건희 여사 300만 원짜리 명품백’ 수수 문제에서는 공손하고 무기력하게 넘어갔다며 매섭게 비판받았다. 국민은 파우치 발언이 아부라고 생각하는데 박장범 앵커의 태도는 대통령의 심기 경호만 의식했다는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이 격렬했다. 박장범 앵커는 대통령에게 ‘파우치 건에 대해 사과하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질문했다는데, 정작 실제 방송분에서는 그런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힘으로 삭제 편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박장범 후보는 기억의 오류라며 잘못 말했다고 말을 완전히 바꾸었다. 편집에 용산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터져 나왔다. 게다가 박민 사장이 연임되지 않을 거라는 대통령실 전언도 폭로되었다. 박장범 후보 낙점을 위해 용산이 노골적으로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박장범 사장, 불공정 방송 책임지고 물러나야
박장범 앵커가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담은 사실 ‘정권홍보 방송’ 자체였다. 국민이 아닌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파우치 축소 발언’은 김건희 여사가 처한 곤혹스런 입장에 물타기 했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다. KBS 보도와 시사를 두고 ‘땡윤뉴스’ ‘윤비어천가’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한마디로 지난 1년간 KBS는 공정성 실현에 철저히 실패했고 권력에 아부하는 방송으로 전락했다.
그 핵심에 있는 인사가 하루아침에 공정방송을 하겠다고 나섰다. 방송에 대한 철학의 부재와 인식의 결여가 확연히 드러났는데, 사장이 되었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오죽하면 동료 기자 495명도 극렬하게 반기를 들었겠나. 박장범 사장은 공영방송 KBS를 이끌 자격이 없다. 시청자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사퇴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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