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을호][회원인터뷰] MBC 지켜야 마봉춘, 고봉순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답니다 |김재경·윤성구 정책위원, 채영길 정책위원장
등록 2024.09.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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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어요.”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간사로 활동 중인 김재경 정책위원(사진 오른쪽)의 진중한 고백에 모두가 파안대소했다. 그러자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윤성구 정책위원(사진 왼쪽)이 응수했다. “박민 사장 들어오고선 한 번도 휴가를 못 갔어요.”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폭주가 거센 지금, 무도한 탄압에 맞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공영방송 구성원들이다. 민언련 신임 정책위원으로 위촉된 김재경·윤성구 회원 역시 공영방송 사수투쟁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채영길 신임 정책위원장, 김재경·윤성구 정책위원과 함께 정권의 언론탄압 국면에서 민언련 정책위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다.

 

새 정책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데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채영길 정책위원장 2022년 3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이진순 전 대표님과 함께 민언련 공동대표를 맡았고요.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윤성구 정책위원 2010년 영상기자로 KBS에 입사했고, 지금은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BS본부 최초 3년차 사무처장입니다. 보통 2년을 맡는데 힘들다 보니 1년만 하신 분들도 있어요. 올해까지만 사무처장을 하자는 게 목표지만 4년 채우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김재경 정책위원 2007년 취재기자로 MBC에 입사했어요. 현재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를 맡고 있고요. 민실위는 MBC 보도를 감시하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살펴보며 반성하는 기회를 만들어요. 민언련에서 신문방송 모니터링하듯 내부에서 하는 거죠. KBS, MBC, SBS는 물론이고 JTBC까지 챙겨보죠. 

 

‘감시’라는 게 싫은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싫어하진 않는가요?

 

김재경 다들 제가 전화하면 가슴이 철렁한답니다. 방송 기사는 기자가 송고하면 출고권은 부장에게 있거든요. 그래서 민실위는 기자, 부장, 국장 세 명을 비판하게 돼요. 친한 사이거나 노조 동지여도 서두가 “죄송한데”로 시작하면 목소리가 굳곤 하죠. 그래도 건강한 비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윤성구 KBS본부엔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가 있어요. 공방위 산하에 PD, 기자, 라디오 부문별로 간사들이 있고요. 보도나 방송이 이상하다 싶으면 공방위를 열어 사측을 견제해요. 지금은 박민 사장과 경영진이 거부해 열지 못하고 있지만요. KBS도 공방위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하면, 불쾌해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김재경 그렇더라도 우리 스스로 성찰하지 않는다면, ‘언론적폐’들이 와서 이상한 뉴스를 만들 때 그들을 비판할 수 있겠어요? 방송노조 활동에서 공방위, 민실위는 공정방송을 위한 필수활동이죠.

 

투쟁현장에서, 탄압국면에서 만난 민언련

 

민언련과 인연은 어떻게 되는지요? 

 

김재경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며 스터디를 함께한 형의 제안으로 2006년 민언련에서 방송모니터 요원을 했어요. 대학 시절 학생회 활동을 했는데 민언련에 왔더니 학생회 같은 ‘생태계’가 좋았어요. 그때 회원가입을 했죠. 여기서 고백할 게 있는데 회원을 탈퇴한 전력이 있어요. MBC 기자가 돼 출입하는 시민사회단체마다 후원하다 보니 어느 순간 월급의 20%가 기부금으로 나가더라고요. MBC 총파업 당시 월급을 받지 못할 때 탈퇴했어요. 윤석열 정권이란 거악이 들어서고 민실위 간사를 맡으면서 다시 민언련과 만난 거죠. 여러모로 고향에 온 기분입니다(웃음).

 

채영길 조용히 살던 제게 김서중 전 상임공동대표님이 연락을 하셨어요. 독립미디어·독립언론 연구를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고, 나가보니 이진순 전 상임공동대표님도 있었죠. 셋이 많은 분들을 만나고, 새로운 언론미디어 활동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작업을 하다 민언련 정책위원 제안을 받았죠. 2017년으로 기억하는데 박근혜 정권 시절이라 언론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어요. 엄혹한 시기 민언련 활동을 시작했어요.

 

김재경 정책위원장님 보며 ‘시대 지식인’이란 느낌을 받는데요. 참 지식인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닐까(웃음).

 

채영길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어요(일동 폭소).

 

윤성구 KBS 기자로 들어와 보니 어라, 이상한 거예요. 영상기자로서 현장에서 본 것과 뉴스가 나가는 게 너무 달랐으니까요. 2012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는 아예 취재기자가 현장에 오질 않았어요. 시민들이 KBS만 보면 돌팔매질을 할 때죠. 사다리 위에서 촬영하다가 떨어져 카메라와 차량 사이에 끼이면서 귀를 크게 다쳤어요. 현타를 세게 맞고 KBS본부(새노조)에 가입했죠. 그때 KBS본부는 조합원이 500명도 안 됐어요. 그러다 7대 집행부에 들어왔고. 민언련을 자주 만나게 됐어요. 특히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가 일어난 지난 3월 민언련과 함께 시민촛불을 주관하다 보니 회원으로 연이 됐네요.

 

윤석열 정권의 언론탄압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데요. 충격적 사건이라면?

 

윤성구 입사 이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광복절 KBS 뉴스에요. 기가 막히다 못해 공포스럽더라고요. 광복절엔 기획보도가 줄을 이어요. 그런데 KBS 뉴스9는 윤석열 대통령 축사를 톱으로 연달아 보도하고, 반쪽짜리 경축식은 단순공방으로 처리했죠. 그 다음 ‘한강의 기적’ 시리즈를 쭉 내보냈어요. 두쪽 난 광복절 사태를 애써 지우려고 했다 치자고요. 도대체 광복절과 산업화가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KBS 기자협회가 비판했더니 보도국장은 ‘내 주변은 다들 칭찬하는데 왜 난리냐’는 식이에요. KBS가 망가지다 못해 회복 불가능한 건가 싶습니다.

 

김재경 광복절 KBS 뉴스 라인업을 보니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한 ‘기적의 시작’과 연결지어 볼 수밖에 없더라고요. 과거를 지우고, 이승만을 영웅으로 만들고, 보수가 집결하자는 뉴라이트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거예요. ‘기적의 시작’을 광복절 특집으로 편성한 것도 문제지만, 메인뉴스에도 그런 기조가 나온 게 심각한 거죠.

 

윤성구 윤석열 정권이 치졸한 게 KBS 재원을 건드렸어요. ‘밥그릇 싸움’으로 내부를 분열시킨 건데요. 박민 사장이 임명될 때 내부투쟁을 열심히 했음에도 동력을 만들지 못한 이유가 있어요. ‘윤석열과 친하다던데 박민이 들어오면 KBS 재원문제가 복구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한 사람들이 있단 거죠. 생존권으로 KBS 구조를 흔들려는 시도입니다.

 

KBS 친일방송 논란은 큰 충격이었죠. 

 

윤성구 오페라 ‘나비부인’은 6~7월 방영할 예정이었는데, 편성이 밀리다 8월 15일 방송하게 된 거죠. 광복절 편성은 실수였다고 쳐도 KBS 방송시스템이 붕괴된 게 참담해요. 편성본부가 확정하고 편성본부장이 최종결재권을 갖고 있으면, 2주 전 정해진 편성표를 확인했어야죠. 광복절이 얼마나 중요한 날입니까. 특집방송이 줄을 잇는 날인데 편성표를 당연히 봤어야죠. 게다가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를 두고선 본인들이 편성권을 다 갖고 있다, 방송법에 따라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으니 노조와 편성회의도 거부하겠다는 사람들이 기미가요 건은 일선 실수라며 실무자를 책임지게 하겠대요. 얼마나 비겁합니까?

 

가해자가 심판자로 돌아왔다

 

공영방송 ‘악화일로’를 꼽는다면?

 

김재경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귀환이요. 뉴라이트를 작명한 사람이기도 하죠. 이명박 정권 시절 청와대에 있으면서 방송을 탄압한 주역이자 종편 출범의 주역이에요. 검찰의 국정원 MBC 장악 문건 보고서에도 상세하게 나와 있는데, 어떻게 피해갔는지 몰라도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어요. 그런 사람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돌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관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할 때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작심했다고 봤어요. 과거 가해자가 심판자로 나타났으니까요. 이동관이 돌아오며 모든 상황이 벌어진 거죠.

 

이동관, 김홍일, 이진숙 중 최악의 방송통신위원장은?

 

채영길 다 나쁜데, ‘질’이 다른 나쁜 사람들입니다.

 

김재경 이동관은 방송장악 기술자, 김홍일은 법 기술자라고 부르죠. 이진숙은 글쎄요. 빵 기술자?(웃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MBC 출신 언론적폐 중 한 명이지만, 언론장악 판을 기획하고 설계할 능력은 없다고 봐요. 애초 이동관이 설계해둔 것이고, 그가 YTN을 사영화로 내몰고 KBS를 장악했죠. 지금도 어디선가 악랄한 방송장악 기술을 전수하고 있을 지도 모르고요. 제가 뽑은 최악은 이동관입니다.

 

MBC가 탄압 1순위인데 가장 무도한 탄압은?

 

김재경 류희림 체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요. 국정원 MBC 장악 문건 말미에 보면 ‘MBC 민영화 설계’ 방법이 나와 있어요. 벌점을 마구 때려 재허가를 취소하고 자연스럽게 민영화로 넘어가자는 거예요. 올해 연말 MBC DTV, 라디오, DMB 등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심사가 있는데요. 방심위가 심의로 계속 벌점을 주면서 MBC 누적벌점이 100점을 넘었어요. 방심위가 1000점 만점의 재허가 심사점수 중 100점 이상을 벌써 깎아먹은 거죠. 이 상황을 만든 류희림이 누구냐? YTN 재직 시절 본인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 홍보 기사를 써주는 등 YTN을 망친 가해자에요. 그런데 또 심판자로 나타났다? 류희림 씨가 방송을 심사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어요. 민원사주 의혹도 드러났잖아요. 

 

윤성구 지금 방심위에 민원을 많이 넣는 곳으로 보수성향 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있죠. 공언련을 만든 사람이 KBS PD 출신의 최철호 씨거든요. 지난 총선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MBC를 엄청 비난하며 법정제재를 쏟아내더니 지금은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 영전됐어요.

 

방심위 표적심의는 한편으론 웃겼어요. 그래픽 1을 쓴 MBC 기상예보를 문제 삼기도 했는데요.

 

윤성구 선방심위가 그래픽 ‘1’에 최고 법정제재를 내린 것도 코미디지만 KBS 일련의 사태를 보세요.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방송을 못하게 했어요. KBS 기자 노트북에 노란리본 스티커가 붙어있는 게 방송으로 나가니 정치부장이 문제 삼아 모자이크를 했고요. 기상예보에서 ‘1’을 본다고 1번을 뽑나요? 그런데 그들은 ‘좌파가 방송을 장악해 국민을 선동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질 못해요. 극단으로 편항된 사람들이란 방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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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구 정책위원


MBC 연전연승 비결은 

 

이런 탄압에도 MBC는 연전연승 중입니다. 가처분 신청이 모두 인용됐죠? 

 

김재경 방심위가 MBC에 내린 법정제재 중 가처분을 신청한 17건 모두 인용됐어요. 처음엔 법원이 공영방송의 공영성,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회사처럼 인식해 기계적인 해석을 내놓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행정법원 판사님들이 자의반 타의반 MBC 실태를 알게 된 거예요. 방송심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계속 들어오니까 뜻하지 않은 공부를 하게 된 거죠. 시민들의 분노도 큰 역할을 했죠.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는 무혐의로 종결되고, 광복절 0시 공영방송에서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고, 뉴라이트 친일성향 인사들이 역사기관장으로 하나둘 임명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퇴행하는 공영방송 현실을 목도한 거예요.

 

시민들의 힘이 만든 결과로 보는군요.

 

김재경 그렇죠. MBC 투쟁의 역사도 기여했고요. 입사 뒤 파업에 여섯 번 참여했는데요. 짧은 파업부터 120일, 6개월까지 긴 파업도 있었죠. 그런 파업투쟁이 집행정지 가처분 승소의 원동력이 됐어요. 2012년 MBC 공정방송촉구 파업은 대법원에서 합법으로 인정받았고, 현재 방문진법도 MBC 민영화 음모에 맞선 총파업 결의로 개정된 거죠. 이렇게 법·제도가 차곡차곡 쌓였고, 시민들도 MBC 구성원들이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는 걸 보시며 응원해준 덕분입니다.

 

윤성구 대법원의 MBC본부 파업 판결은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뿐만 아니라 ‘공정보도’는 공영방송 구성원들에게 핵심 노동조건이자 가치라는 점을 확인해줬죠. 그런데 박민 KBS 사장은 ‘공정방송’ 조항을 삭제한 단체협약 개정안을 밀어붙이려고 해요. ‘MBC와 KBS는 다르다’며 판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김재경 KBS도 공정방송 투쟁의 역사를 갖고 있어요. 2008년 정연주 사장 강제해임 사태 당시 기존 노조가 정권의 KBS 장악에 침묵하자 기자, PD들이 앞장서 KBS본부 전신인 새노조를 만들었잖아요.

 

윤성구 2008년 200명이 결의해 만든 새노조가 3천 명까지 늘었죠. 지금은 2100명으로 줄었는데, KBS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 있어요. 2018년 뉴스개선TF 등을 만들어 혁신을 위한 많은 논의를 했지만, 다시 백화점식 보도로 돌아갔어요. KBS본부가 어려울 때 상징적 역할을 했던 선배들이 중요한 자리에 올라가서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하지만 지금 KBS 내부는 분명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박민 사장과 경영진도 이걸 알아서 어떻게든 트리거는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웃음).

 

‘장악된’ KBS, 왜 취재조차 안할까 

 

그런데 KBS 분위기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요.

 

윤성구 MBC는 지금 투쟁을 뉴스로 보도하고, 프로그램으로 기록하고 있잖아요. 반면 KBS는 박민 사장이 들어오고선 아예 기록조차 하지 않아요, KBS 사안이든 MBC 사안이든 취재를 안 해요. 2012년, 2017년 파업 때도 최소한 기록은 했단 말이죠. 보도는 못하더라도 KBS 역사이자 영상으로서 자산이니까요. 2023년 7월 수신료 분리고지 추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뉴스가 나가니, 최철호 전 PD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던 공언련은 KBS가 자사 주장만 쏟아냈다며 방심위에 고발하기도 했어요.

 

기록을 지워버리려고 하는군요.

 

윤성구 KBS 내부투쟁이 잘 알려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죠. KBS본부가 9월 2일 방송의날 행사장 앞에서 항의시위 한 걸 보도한 방송사는 MBC뿐이에요.

 

KBS 구성원 200여명이 본관 앞에서 ‘조직개악안’을 규탄하던 모습,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방영을 촉구한 시민촛불도 기억에 남아요.

 

윤성구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방영 촉구 투쟁은 장기간 했는데 시민참여가 크게 되진 못했어요. 무도한 방송장악에 맞서 법률대응도 많이 하고 있는데 거의 졌죠. KBS에 대한 시민 관심도 떨어졌고요. 박민 사장이 들어왔으니 장악됐다고 보는 것 같아요.

 

김재경 조애진 KBS본부 수석부본부장이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누군가는 처벌받고 해고당해야 하는 게 방송노동자의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 그래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으니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외치던 모습이 잊히지 않아요. 울림이 컸거든요. KBS 보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맘에 안들 때 그 분노를 내부투쟁을 응원하는 힘으로 치환했으면 해요. ‘힘내라 MBC’ 콘서트를 찾아주신 시민들을 보니 MBC 구성원들이 받는 힘이 엄청났거든요. 

 

시민 응원을 직접 마주할 때 무엇이 다른가요?

 

김재경 ‘힘내라 MBC’ 콘서트에 젊은 MBC 구성원이 30~40명 왔다고 해봐요. 현장에 참석한 300명 MBC 조합원 중 10% 정도지만, 그들이 돌아가서 동기들에게 전하고 이야기가 퍼지게 돼죠. 그게 다른 거예요. 그래서 더 아쉬운 게 KBS 수신료 분리고지 이슈가 불거졌을 때 KBS 앞에 수천 명이 모였어야 했는데... 언론노조 동지로서, 방송노동자로서, 시민으로서 KBS 침몰을 막지 못한 책임을 느껴요.

 

KBS 장악을 막아내는 투쟁이 왜 중요한가요? 

 

윤성구 윤석열 정권의 KBS 장악 목표는 국민의힘 대선 공약에 명시한 대로 ‘공영방송 축소’로 추정돼요. KBS는 1TV와 2TV 두 채널을 갖고 있는데, 특히 1TV는 이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돈 안 되는’ 공영방송 최후의 보루 같은 프로그램들이 많아요. KBS 재원의 45%를 차지하는 수신료 수입이 줄어들면 뉴스를 제외한 공익 프로그램들은 제작하기 어렵게 되거든요.

 

김재경 같은 공영방송이어도 KBS는 MBC도 못하는, KBS만 할 수 있는 공적 역할이 커요. 양질의 다큐멘터리와 지역프로그램,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방송이 있고요. 장애인 방송도 KBS가 가장 많이 해요. 재난방송도 있고요. 그런데 KBS가 이런 프로그램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요. 대체할 수 있는 방송사도 없고요.

 

윤성구 KBS 보도를 보고 화가 나서 KBS본부까지 전화하는 시민들이 있어요. 그분들께 드리고픈 말은 뉴스가 KBS의 전부는 아니란 거예요. KBS는 MBC, SBS 등 다른 방송사가 전파를 쏠 수 있게 지역별로 주요 산마다 설치된 통신시설을 운영해요. 라디오채널도 7개나 돼요. 한민족방송, 사회통합 공익채널, 국내 유일 클래식음악 채널도 있고요. DMB 서비스, UHD방송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KBS 역할입니다. 독도라이브 방송도 하고 있고요.

 

독도라이브 방송은 처음 들어봐요. KBS가 하는 게 많은데 잘 몰랐어요.

 

윤성구 KBS가 공기(空氣) 같아서 그래요. 있을 땐 잘 모르는데 없어지면 답답해지죠. 그런데 없던 걸 새로 만드는 건 정말 힘들거든요. 그러니 ‘고쳐 써야 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6월 4일(화) 화요 시민선전전에서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김재경 정책위원.JPG

6월 4일(화) 시민선전전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김재경 정책위원

 

취약한 정권의 언론장악 방식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은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어떻게 다른가요?

 

채영길 권력의 특성이 어떻게 다른 지부터 살펴봐야 하는데요. 언론은 권력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에요.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어느 정도 정권을 유지할 기반이 있었죠.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큰소리 친 이명박 정권은 자본에 대한 중산층 지지가, 박근혜 정권은 산업화 세대의 지지가 있었죠. 그러니 공영방송 메시지만 통제해도 권력유지가 가능했단 말이에요. 

 

윤석열 정권의 지지 기반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데요?

 

채영길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지지 기반이 굉장히 취약해요. ‘공정성’을 내세워 대선에서 이겼지만 겨우 0.7%p 차이로 신승했거든요. 이런 상태에서 언론권력을 갖지 못한다면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죠. 그러다보니 ‘검찰 정권’임에도 사법적 방식으로 언론을 통제하지 못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기반에 기대게 되어요. 윤석열 정권을 두고 ‘무도하다’는 표현이 나온 것은 메시지 통제나 지배구조 교체 수준이 아닌 언론권력을 전면 소유해야 되기 때문이죠. 

 

왜 언론 해체 수준까지 시도하는 걸까요?   

 

채영길 또 하나는 전면 소유를 넘어 언론 자체를 아예 해체시킴으로써 권력에 대한 도전을 소멸시키려는 거죠. 그러면 권력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이후 나머지 권력 기반은 어떻게 얻느냐, 자본도 보수도 아니에요. 수구, 더 나아가 친일과 극우가 난립하는 지점이 연결돼 있다고 봐요. 그래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궁금해요. 언론장악 기획 차원으로 들어온 것 같지는 않은데 앞으로 역할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어요. KBS가 기미가요를 트는 게 극우라서가 아니라 생존전략으로 보이고요. 윤석열 정권의 마지막 권력 기반을 보자면, 언론장악에서 중요한 건 민주냐 반민주냐 가치가 아니에요. 극우라고 퉁치지만 생계형, 친일적, 반민족적, 반통일적으로 나아갈 거예요. 

 

윤성구 윤석열 정권은 MBC 민영화도 시도할 것이고, KBS는 분해할 것 같아요. 서울신문 경우를 보면, 공적 재원구조였다가 호반건설로 사영화 되잖아요.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봐요. 힘들게 언론장악하지 않고, 민영화 시켜 총수 수사해버리면 바로 보도가 바뀌거든요.

 

정권이 공영방송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채영길 권력의 목표는 하나예요. 더 큰 권력을 가지는 것.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윤석열 정권은 권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로 보여요. 이명박 정권은 더 큰 권력을 갖는데 손쉬운 방법이 있었어요. 시끄럽게 하는 이들을 잠재우는 거였죠. 나머지는 자본이 해결해주니까요. 윤석열 정권은 달라요. 아무리 언론이 메시지로 정권을 홍보하더라도 시민들이 또 다른 언론을 통해 정보를 얻거든요. 그래서 공영방송이 프로파간다 도구로 전락될 수도 있어요.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권의 목표는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고, 나중엔 더 극단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채영길 정책위원장.JPG

 

채영길 정책위원장

 

공영방송 투쟁과 시민을 잇는 민언련

 

공영방송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다가오네요. 미디어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우선 할 일은?

 

채영길 먼저 MBC를 살리는 게 중요합니다. 단기싸움에 집중할 때죠. 민언련은 공영방송 내부투쟁 동력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되고요. KBS뿐만 아니라 YTN도 내부투쟁이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있고 않잖아요. 언론현장에서 크고 작은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시민들과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작은 빛들을 끌어 모아야 하죠.

 

김재경 전적으로 공감해요. 언론탄압에 맞서면서 그런 생각도 했어요. 윤석열 정권이 방심위, 선방심위, 방통위를 동원해 MBC를 이렇게 핍박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홍보하기 힘들었을 거라고요. 정권이 폭주하니까 시민들이 알아채고 ‘MBC를 지켜야겠구나’ 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언론인들이 시민들에게 공영방송 내부투쟁을 알리는 건 힘들어요. 진보성향 유튜브 채널이 많다고 하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정권을 비판하기 바쁘지 공영방송 상황을 알리는 덴 인색해요. 재미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민언련이 공영방송 노조와 ‘언론아싸’를 시작했잖아요. 

 

김재경 민언련과 공영방송 노조는 시민들에게 공영방송 역할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지금 상황을 잘 알려야 할 의무가 있어요.

 

윤성구 민언련의 가교 역할이 중요해요. 공영방송이 왜 필요한 지 시민 분들과 고민을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대학 다닐 때 공영언론 역할을 고민해본 적이 없어요. 접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없었거든요. 어릴 시절부터 미디어교육을 받았다면 달랐겠죠. 미디어 공공성이 약화되는 지금 민언련이 젊은 세대를 위한 미디어교육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면 좋겠어요. 

 

공영방송을 내 것으로. 우리 것으로


민언련의 중점과제와 정책위원회 역할은?

 

채영길 정세가 달라졌으니 정책위원회 역할도 달라져야겠죠. 민언련이 시민과 공영방송, 언론민주화를 위한 투쟁단위와 연결점을 만드는 데 전략적인 제안을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윤성구 정책위원으로 포부를 밝히자면 KBS본부 투쟁을 좀 더 시민사회에 적극 알리고, 공영방송 내부와 외부를 잇는 다리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싶습니다. 

 

김재경 저는 인생을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올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이 더 노골화되면서 힘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게 민언련 활동가들 영향이에요. 우린 당사자니까 투쟁한다지만, 민언련 활동가들이 정말 열심히 뛰는 거예요. 이런 데 안한다? 책임 방기죠.

 

윤성구 제가 기자가 됐을 때만 해도 KBS, MBC, SBS, OBS 지상파끼리 취재현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했거든요. 진실에 가까워지려는 언론사 간 경쟁이었죠. MBC가 장악되고 KBS가 더 무너진다면 이런 경쟁도 없어질 겁니다. MBC를 지켜야 2012년, 2017년 파업투쟁 당시처럼 우리 곁 마봉춘(MBC), 그 옆의 고봉순(KBS)이 다시 살아날 거라고 믿어요.

 

민언련 회원들에게 바람이 있다면요. 

 

김재경 4.16 세월호 참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어요. 2014년 KBS 보도는 그래도 양반이었죠. MBC는 냅다 강을 건너버렸으니까요. 이번에 MBC가 장악되면 더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어요. 공영방송 주인은 시민이에요. 민언련 회원 분들이 정권의 도둑질을 서로에게 전파하고 알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윤성구 ‘KBS 보도 싫어서 안 보니까 수신료 끊으련다’는 글을 종종 보는데요. 오히려 시청자게시판에 의견 올리고, 더 거세게 항의해주세요.

 

채영길 ‘공영방송을 지키는 투쟁에 함께해주세요’를 넘어 시민들이 ‘공영방송을 내 것으로, 우리 것으로 할 수 있겠구나’ 느낄 수 있게 정책위원회가 그 방안을 찾는 역할부터 하겠습니다.

 

왼쪽부터 김재경·윤성구 정책위원, 채영길 정책위원장.JPG

 

인터뷰 김봄빛나래 참여기획팀 팀장
기록 유지예 활동가
사진 이병국 대의원

 

▼날자꾸나 민언련 2024년 가을호(통권 228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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