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검찰은 무차별 통신조회 사과하고, 국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나서라
등록 2024.08.0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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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언론인, 정치인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통신이용자정보(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윤석열 검사 부산저축은행 비리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을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1년째 수사하는 가운데 3천여 명에 대한 무더기 통신조회를 남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번 검찰의 통신조회는 사건과 관계없는 시민까지 포함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검찰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에 오른 언론인이나 야권 인사와 통화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시민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정보를 무더기 조회한 것이다. 뉴스버스의 경우 필진, 전‧현직 기자뿐 아니라 이진동 대표의 가족과 고교동문 상당수가 통신조회 대상이었다.

 

검찰은 수사대상자 통화내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가입자를 조회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통신조회 대상자가 3천여 명에 이르고, 정치인·언론인에 일반 시민까지 그 규모와 범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무차별적 조회이자 정보 수집이다. 언론인의 경우 검찰이 통신조회로 통신이용자정보를 확인하면 취재원 등 기자의 연결망이 노출돼 언론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매우 크다.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올해부터 수사기관은 통신자료를 제공 받은 후 30일 이내 당사자에게 전자적인 방법으로 정보제공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올해 1월 4~5일 양일간 3천 명에 달하는 인사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하고도 7개월이 지난 8월 2일에야 당사자에게 통지했다. 국가 안전보장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 등 사유가 있을 때는 통지를 유예할 수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통신조회가 과연 통지 유예 사안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총선에 영향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일부러 늦게 통지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의 무분별한 통신조회 사실이 드러나며 언론인 사찰, 야당 사찰 등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8월 4~5일 방송뉴스와 지면기사로 이를 보도한 언론은 MBC, YTN,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정도다. 그마저도 YTN과 매일경제는 검찰 입장을 충실히 받아쓰며 보도하지 않느니만 못했다. 해당 사안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KBS, 조선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은 아예 주요 현안을 외면했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명분으로 한 3천여 명에 대한 검찰의 자의적 통신조회는 사생활 등 인격권 침해와 더불어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통신 감시가 일상화된 검찰독재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검찰은 통신조회를 악용한 언론통제와 인권침해를 즉각 사과하고 중단하라. 국회는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검찰의 포괄적이고 무차별적인 통신조회와 통지 유예의 모호성, 자의적 사후통보 등 문제점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통신조회도 법원 통제를 받도록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즉각 나서라.

2024년 8월 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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