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칼럼_
이명박부터 윤석열까지, 공영방송 장악하려는 권력의 공통점
김서중(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민언련 이사)
등록 2024.07.10 14:20
조회 1221

어떤 권력은 언론의 비판·감시·견제 기능을 불편해한다. 이들은 역으로 언론을 장악하고자 한다.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했던 몇몇 정권이 보여온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 당시 한나라당은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보도에 끊임없이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영방송 장악이 이뤄졌다.

 

구체적 모습에서 차이는 있지만 공영방송 장악 방식의 본질은 같다. 경영진을 강제로 교체하고, 이에 저항하는 구성원을 해고하는 등 인사조치하고,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 등의 성격을 바꿔 정권에 유리하도록 변질시키는 것이 방송장악의 본질이다.

 

이명박과 윤석열, 광우병 보도와 바이든-날리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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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8월 12일 뉴스데스크 종료 후 2분간 방송된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과방송  ©MBC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본인의 대선 후보 시절 언론특보였던 구본홍을 보도전문채널 YTN  낙하산 사장으로 앉혔다.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은 불법, 편법을 써서 해임했다. YTN과 KBS 구성원들은 부당한 인사에 저항했고, 경영진은 해고로 대응했다. 이후 전술한 순서의 방송장악 절차를 밟았고, 두 방송사 보도는 정권 편향적 방송을 이어갔다.

 

당시 MBC에는 오랜 앵커 생활을 통해 지명도와 호감도가 높고 보수 성향의 엄기영 사장이 있었다. 정권이 엄 사장을 강제 교체하기는 어려웠고 대신 다양한 압력을 가해 자진 사퇴를 유도했다. 대표적으로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 검역조건 완화를 비판한 MBC <PD수첩>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관련 PD와 작가 4인을 체포 수사했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 이행명령을 내렸고, MBC는 2008년 8월 12일 <MBC뉴스데스크> 종료 후 2분 동안 사과문을 고지했다. 2022년 외교부가 MBC를 대상으로 ‘바이든-날리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보도에 무더기 중징계를 의결하는 지금의 형국과 매우 유사하다.

 

엄기영 전 사장 사퇴 후 MBC에는 김재철 사장이 취임했다. 이후 MBC는 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했다. 김재철 사장은 정권 입맛에 맞는 간부 인사를 강행하고,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을 징계로 탄압했으며, 정권이 불편해하는 진행자를 교체했다. 이어 정권 비판 프로그램을 폐지 축소하고 친정부 홍보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이런 상황은 박근혜 정권 시절 임명된 사장들 체제까지 쭉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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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방송3사 동시파업 사태와 시사점’에 나온 2008년 이후 방송3사 해고, 징계자 현황 ©월간노동리뷰

 

2008년 이후 공영방송 KBS, MBC, YTN 3사에서 징계받은 인원은 223명에 달한다. MBC 대표 프로그램 <PD수첩>이 2011년 한 해에만 경영진 통제로 방영하지 못한 프로그램이 9개에 이르렀다. 기자·PD가 직무과 무관한 분야로 부당 인사 조치되기도 했다. <PD수첩> PD는 MBC가 운영하는 스케이트장의 관리인이 됐다.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는 수년간 방송 출연을 할 수 없었다.

 

‘낙하산’ 박민 체제 KBS, 10년 전 악몽의 재현

 

윤석열 정권은 김의철 전 KBS 사장을 임기 중 해임하고 박민 사장으로 교체했다. 박민 사장은 단체협약에 규정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무시하고 국장 임명을 강행했다. 기자·PD를 수신료국으로 전보시키는 등 구성원 의사에 반하는 인사발령을 냈다. 정권 비판적인 진행자나 출연진은 우파성향 인사로 교체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도 불방시켰다. 10여 년 전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하지만 MBC는 아직 완전히 장악되지 않았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등 이사진 교체를 시도했으나 법원의 집행정지 가처분결정 수용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정권에게 올 8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교체가 중요한 이유다. 현행법상 공영방송 이사진의 구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은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이진숙 후보 지명한 대통령 속내 = 방송장악 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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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 관련 MBC 보도 갈무리 ©MBC

 

7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정부의 방송장악 계획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신의 한수’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진숙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장악된 MBC에서 승승장구하며 보도본부장에 이르렀던 인물이다.

 

세월호 오보 참사 당시 보도책임자였으며, 노동조합 불법사찰 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노동권 침해 공동불법 행위자로 확정했다. 김재철 전 사장 시절 기획홍보본부장에 임명된 이진숙 후보는 정수장학회가 가진 MBC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MBC 민영화의 첫 걸음을 떼려 기획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공영방송 민영화라는 이름의 ‘사영화’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YTN 사영화는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다. MBC 사영화 역시 시도할 것이다. 설사 성사되지 않더라도 사영화 기획으로 MBC를 흔들고 비판의 칼날을 무디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권이 이진숙 후보를 ‘MBC 장악’ 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송 탄압에 앞장서고, 이태원 참사가 공영방송에 의해 부추겨졌다는 기획설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표현에 ‘좋아요’를 누르는 정치적 편견이 가득 찬 인사를 공영방송 이사진을 구성할 책임자로 임명하려 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공영방송을 장악할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진숙 후보 지명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치 후견주의를 해소하려는 방송3법 개정안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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