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호][5·18광주순례 참가기] "평범한 장소에서 평범한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민주주의를 피부로 느꼈습니다."
등록 2024.07.0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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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하는 임은재 회원

 

회원 임은재

 

“회원님 안녕하세요, 민주언론시민연합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이번 주 토요일에…” 민언련 활동가로부터 광주순례에 함께하자는 전화를 받고 잠시 고민했습니다. 인턴 생활 3개월 차인 저는 요즘 평일에 기운을 다 써버리고 주말에는 늦잠을 잡니다.


작년 지인의 권유로 처음 참가했던 광주순례는 학보사 조판 날과 겹쳤습니다. 꼭 가고 싶은 마음에 마감을 무리하게 앞당기느라 밤을 새운 채 씻지도 못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이듬해 5월에도 광주로 발걸음 하겠다고 굳게 다짐했건만 이건 뭐 작심 3일도 아니고 작심 2일도 아니고 ‘작심 1일’입니다. 최악입니다. 결국 늦잠 대신 광주행 버스를 택했습니다.

 

6시 30분. 이른 집합 시간이었지만 버스는 활기가 넘쳤습니다. 졸리고 피곤했지만 더 나은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시는 회원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후회는 없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민주묘지는 넓었습니다. 전부 둘러보기에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가며 눈앞에 보이는 묘비명들을 읽었습니다. 낯선 이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름 석 자로는 그들이 살아온 세상을 알래야 다 알 수가 없고, 사진 한 장으로는 그날의 공기가 어땠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는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민주묘지 방문을 마치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으로 향하는데 시위를 마친 금남로는 인파로 붐볐습니다. 피켓을 든 사람들이 저마다 깃발 아래 모여 있었고, 그 옆으로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친구와 팔짱 낀 어린 학생들이 지나갔습니다. 일상적인 곳에서 그토록 잔혹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민주주의가 평범한 장소에서 평범한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말은 수없이 들어 봤지만 피부로 느낀 건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총부리 아래 두려움에 떤 적은커녕 누군가에게 맞을 뻔한 적도 없습니다. 무언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서 본 적도 없습니다. 무장한 군인들이 편집국을 꿰차고 앉아 기사를 하나하나 검열하는 일도 2024년 현재로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듭니다.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냐’며 다 끝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월 정신은 영원합니다. 우리는 꾸준한 기억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날자꾸나 민언련 2024년 여름호(통권 227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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