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칼럼_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만 비판하는 언론, ‘위성정당’ 본질부터 지적하라
정연우(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등록 2024.02.29 18:27
조회 1122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흠집내기’ 나선 언론

 

한동훈 국민의미래.jpeg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23일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로 치러진다. 2월 23일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출범했고, 3월 3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소수정당과 시민사회 등이 참여한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이 창당할 예정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는 정당에 대한 지지를 의회 구성에 제대로 반영하자는 것이다. 지역구에서 충분한 의석을 얻기 어려운 작은 정당도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 없이 반영하여 의회 진출의 길이 열릴 수 있게 하자는 뜻이다. 이로써 한국 정치의 오랜 폐해 중 하나인 거대양당의 독식구조도 완화할 수 있다.

 

그런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해치는 시도가 계속된다. 법과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는 최소한의 노력과 의지는커녕 오히려 조롱하고 희화하면서도 당당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조국 씨가 뒷문으로 우회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이 제도"라고 주장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더불어민주당이 반미, 종북, 반대한민국 세력의 숙주가 되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중심이 된 정당일지라도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 되는 것이 왜 뒷문으로 우회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도 논리도 없다. 윤 원내대표는 낡은 색깔론으로 정치혐오를 부추기지만 근거는 빈약하다.

 

이들의 발언에는 국민의 선택과 판단에 대한 부정과 왜곡의 의도가 들어 있다. 그에 대해 언론은 제대로 된 비판조차 못하고 있다. 사실관계조차 의심스런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확산된다. 일부 언론은 그러한 발언 뒤에 숨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흠집 내는 데 힘을 보탠다. 이러한 자극적 표현이 더욱 주목받으며 진위와 맥락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확인이나 검증엔 눈을 감는다.

 

더불어민주당 ‘사기극’으로 비판, 국민의미래 창당은 문제없나?

 

정치개혁공동행동 기자회견.jpeg

▲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진보4당이 1월 30일 개최한 선거제 개혁 촉구 시민 의견 전달 기자회견 ©오마이뉴스

 

곰곰 생각해 보면 허점을 노려 이익을 취하는 세력이 허점이 있다고 하여 제도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도둑이 담장을 낮게 쌓은 집주인을 탓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담장을 넘지 않으면 될 일 아닌가? 애초 국민의힘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했지만, 그것이 꼼수 위성정당을 만드는 행위에 대해 덜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준수해야 할 책임은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하다.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자기 부정인 셈이다.

 

그런데 언론은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양당 중 더불어민주당에 더 거센 화살을 보낸다.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제도 취지에 대한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 보인다.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민의를 반영하여 의정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정책과 노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정치적 논의에 참여할 권리를 갖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이다. 그것을 ‘숙주’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반민주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조선일보는 2월 6일 자 사설에서 “위성정당이 만들어지면 더불어민주당이 낸 후보인데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아니다. 대국민 공개 사기극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하며 “야권 원로와 정의당·기본소득당 등 군소 정당이 한목소리로 범야권 비례 위성정당을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의 통합형 비례대표가 다양한 정치세력의 의회 진출을 통해 민주주의를 확장한다는 대의는 외면하고 나눠먹기하는 것으로 깎아내린 것이다. 시민의 표심을 왜곡하는 거대양당 체제를 완화하고 다양한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은 애써 눈감는다. 다른 대다수 언론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허점을 주로 부각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적대적 양당 정치를 극복하고, 소수정당의 길을 넓히는 정치개혁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한겨레도 “비록 제한적이라도 준연동형 취지에 맞추려면 소수 정당에 대한 ‘통 큰 양보’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언론은 한국 정치의 극단적 대립과 진영싸움으로 합리적 논의나 토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현실을 비판하며 정치혐오를 부추겨왔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그런 현실을 고착화하고 더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비판은 눈에 많이 띄지 않는다. 언론은 정치개혁 방향이 민의의 온전한 반영과 다양한 가치와 정치적 견해가 논의되는 것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공론의 마당을 만들어가야 한다.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을 감시하고 비판해 그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할 책임도 있다. 허점만을 부각해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양당 독식 넘어 다양한 ‘민의’ 담아내야

 

지역구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떨어진 사람을 찍은 표는 ‘사표(死票)’가 되는 구조다. 정당의 지지율이 의원 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거대정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이다. 한국의 양당제가 사회적 불평등, 고용 불평등, 학벌사회, 지역 격차, 기후위기 같은 다양한 의제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었다.

 

민심이 반영되어 정당 지지율에 따라 다양한 정치세력이 국회에 진출해 논의할 수 있다면 실질적 민주주의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법적 미비점은 보완해야겠지만 건전하고 상식적인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활동을 하는 세력이 국민의 지지와 선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동아일보는 2월 6일 자 사설에서 “이젠 국민이 심판할 때다. 또다시 ‘떴다방 선거’에 당하지 않도록 눈부터 부릅떠야 한다”라고 했다. 언론보도가 위성정당의 성격과 정치적 실체를 분명하게 부각하여 국민들이 꼼수에 현혹되지 않게 하기를 기대해 본다.

 

민언련 총선 특별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선거 전후 언론보도와 사회 의제를 짚어보는 총선 특별칼럼을 마련했습니다. 시민이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얻어 현명한 주권자로서 선거에 참여하길 바라며, 두 번째로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의 글을 싣습니다. 해당 칼럼은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