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숨막혔던 기억들 I 김진영 교육콘텐츠 팀장
등록 2022.10.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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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8일, 정연주 KBS 사장이 해임됐다. “법인세를 너무 많이 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사유였다. ‘법원의 조정안대로 세금을 냈기 때문’에 해임된 그는 이로부터 4년 후 복직판결을 받았지만, 다시 KBS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2019년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이 무죄가 될 것을 알면서도 기소한 사건이라며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같은 해 10월. YTN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언론특보였던 이를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기자 6명이 해고됐다. 1년 후인 2009년 11월 법원은 해고무효 판결을 내렸지만, 해고자 모두의 복직은 무려 3249일, 9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MBC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 문제를 짚은 <PD수첩>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추천한 방송통신심의위원들에 의해 중징계를 받은 때가 2008년이다. 이후 <뉴스 후>와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폐지되었으며, <PD수첩>에 대한 사전검열 논란이 이어졌고, PD와 작가들이 현행범으로 검찰에 체포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낙하산 김재철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인 조합원 6명이 해고됐고, 87명이 징계를 당했으며 156명이 업무와 관련 없는 곳으로 쫓겨났다. 그것도 주소지와 먼 곳, 이를테면 분당에 사는 사람을 일산 스튜디오로 보내는 식으로 배치했다. 이러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의 노조탄압 행위는 2021년 3월, 법원에서 유죄 확정되었다.

 

‘민영화’ 운운도 빠질 수 없지!

KBS2, MBC 민영화를 핵심으로 한 공영방송 구조개편이 주요 방송정책 의제로 부상한 시기도 이때다. 특히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까지 MBC 민영화론은 쉴 새 없이 제기되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국민’을 위해 MBC를 ‘국민주 형태’로 민영화 하자고 주장했다.

 

공영방송과 공공의 성격을 지닌 방송의 기자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빠지던 이명박 정권 시기, 신문-방송 겸영을 골자로 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로 탄생한 종편은 ‘차별화된’ 특혜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그 결과가 지난 정권 내내 ‘둘로 나뉜 광화문’이었다라고 한다면 터무니없는 비약일까?

 

진실보다 국익?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보도된 후 대통령실은 ‘국익’을 위해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언론사가 국기문란 보도를 자행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국익’이라는 발언에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른 사람 여기 손! 들어보자. “진실보다 국익이 우선”이라는 기함할 만한 발언도, 진달래꽃 밟기 같은 퍼포먼스가 온 국민의 감성을 자극했던 당시 조중동은 황우석 사태를 보수 vs 진보의 진영대결로 몰고 갔다. ‘진보’가 과학자 황우석의 발목을 잡으면서 국익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있으니 ‘진보는 곧 매국노’라는 프레임을 연일 설파했다. 국민적 국론분열로 이어진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은 그나마 언론에서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수습했다는 것과 종결엔 ‘진실보도가 국익’이라는 점을 교훈으로 남겨주었다.

 

이쯤 되면, 너무나 닮지 않았는가? 조중동의 편들기와 감사원 감사, 검찰 기소, 민영화론, 국익 운운까지! 감사원 감사를 통한 방송통신위원와 KBS 흔들기, YTN 민영화론, MBC 표적 공격과 ‘국익’을 해친(?) 방송사를 ‘국민’을 위해 민영화하겠다는 이들.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이들이 말하는 ‘국익’의 정체가 나는 궁금하다. ‘국익’ 속에 자리하는 국민은 진정 우리와 같은 ‘일반 시민’일까?

 

우리는 어떻게 언론을 잃었는가?

보도에 의하면 윤석렬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35번, UN에서 21번의 ‘자유’를 외쳤다고 한다. 이쯤에서 또 궁금해진다. 그가 외쳤던 ‘자유’ 속에 ‘국민’의 자유와 ‘국민’이 원하는 ‘언론의 자유’는 과연 포함되어 있는 것일까? 그저 자신을 위한 선택적 자유 아닐까?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언론’을 먼저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진영 교육콘텐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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