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지역시간대 수도권 후보자 토론회 방송한 KBS 지역국, 지방선거 역행 말라
KBS 지역국이 지역프로그램 편성 시간대에 KBS 본사가 편성한 지방선거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토론회를 방송해 지역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KBS 18개 지역국 중 대전, 원주, 전주, 춘천을 제외한 14개 지역국은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최소 1회 이상 지역과 전혀 관련 없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토론회를 방송했다.
이들 KBS 지역국이 해당 지역 지방선거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서울시장, 경기지사, 인천시장 토론회를 내보낸 것은 전형적인 ‘수도권 바라기’ 사고에 불과하다. 특히 지역프로그램 시간대에 편성한 행태는 지역 공영방송으로서 일말의 책임도 갖지 못한 수준을 넘어 지방선거를 망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토론회 편성에 따르면 KBS 본사는 5월 11일 19시 인천시장 후보자 토론회, 5월 12일 19시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 5월 13일 19시 40분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를 각각 방송했다. 모두 지역 자체 프로그램 편성 시간대다.
하지만 KBS 지역국 대부분은 해당 지역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나 KBS 뉴스7, 기존 시사프로그램 대신 수도권 후보자 토론회를 일제히 방송했다. 포항 지역국은 3일 내내 수도권 후보자 토론회를 방송했다. 대구, 안동, 울산, 포항, 광주, 목포, 순천 지역국은 이틀에 걸쳐 수도권 후보자 토론회를 방송했다. 강릉, 청주, 충주, 창원, 진주, 부산, 제주 지역국도 자체 방송 시간대에 수도권 후보자 토론회를 한 차례 방송했다.
세 차례 모두 지역프로그램을 방송한 곳은 대전, 전주, 춘천 지역국 세 곳에 불과하다. 청주나 충주 지역국은 편성협의를 한 것인지, 당일 저녁시간에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를 방영하고 낮 2시 10분 제천시장 후보자 토론회를 대체 편성했다. 원주 지역국은 수도권 후보자 토론회 없이 지역 후보자 토론회와 본사 프로그램인 ‘걸작다큐’를 재방송했다.
<KBS 본사와 지역국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 편성표>(5.11~5.13)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균형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 지방선거 기간에 KBS 지역국은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대표자를 뽑는 절차로 그 결과는 지역 주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역언론, 특히 지역 공영언론은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인 후보 검증과 함께 지역 현안 및 과제를 공론화하고 이를 유권자에게 알려야 하는 책임이 있다.
경남만 해도 18개 시·군, 도지사, 도교육감 선거를 합치면 무려 20회 방송토론회가 필요하다. 또 지방행정 감시역할을 해야 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까지 뽑아야 하는 지방선거 현실은 어떠한가. 시간과 편성의 제약으로 인해 선거토론회의 절반도 방송이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방송이 지역 현안을 주제로 토론하고 공론화하는 것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지역 후보자 토론회는 외면하면서 수도권 후보자 토론회를 방송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지역 지방선거는 수도권 선거와 아무 관련이 없다. KBS 지역국들이 지역프로그램 시간대에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토론회를 방송한다는 것은 시청률만 노린 무책임한 처사이자 지역 공영방송이 필요 없다고 스스로 증명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KBS 지역국은 지방선거에 역행하지 말라.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대표 지역 공영방송으로서 KBS 지역국의 올바른 역할을 다시 촉구한다.
2022년 5월 16일
2022지방선거보도민언련감시단
전국민언련네트워크(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