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종편 “좋아하는 술도 아니니 뜨뜻미지근” ‘주류’식 청와대 회동 평가법
등록 2022.04.04 08:55
조회 532

3월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 만찬 회동이 열렸습니다. 대선 이후 19일 만에 성사돼 2시간 36분간 이뤄졌는데요. 그동안 대통령과 당선자 간 회동 중 가장 늦은 회동이지만 가장 긴 시간 이뤄진 회동으로 평가받습니다. 3월 16일 예정된 오찬 회동이 ‘의제 조율’ 과정에서 취소된 만큼, 이번 회동은 정해진 의제 없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자가 추진 중인 집무실 용산 이전을 비롯해 북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코로나19 민생지원 등 산적한 현안이 많았기에 집무실 이전, 안보, 민생 등이 주요 의제로 예측됐습니다. 회동 성사 소식이 알려진 후 회동이 끝난 지금까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신문지면, 종편 시사대담프로그램에서 관련 소식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TV조선 ‘52분’ 방송, 채널A 메뉴 나열만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회동 당일인 3월 28일부터 회동 이튿날인 3월 29일까지 종편4사 시사대담프로그램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를 살펴봤습니다.

 

구분

JTBC

TV조선

채널A

MBN

‘청와대 회동’ 방송시간

24분

52분

35분

46분

만찬메뉴 보도

O

O

O

O

의미 설명

O

O

X

O

△ 종편4사 시사대담 ‘청와대 회동’ 방송시간 및 ‘만찬메뉴 및 의미’ 보도여부(3/28~3/29) ⓒ민주언론시민연합

(※ 시간은 31초부터 1분으로 올림하여 계산했으며, 비율은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계산)

 

청와대 회동 관련 대담을 가장 많이 전한 것은 TV조선입니다. 52분간 대담했고, 다음으로 MBN 46분, 채널A 35분, JTBC 24분순입니다. 만찬메뉴는 종편4사 모두 언급했지만, 채널A는 메뉴 의미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만찬 ‘주류’ 예측 집중한 채널A

보고서2_1_채널A_1.jpg

△ 만찬 테이블 ‘주류 예측’에 집중한 채널A(3/28)

 

채널A <뉴스TOP10>(3월 28일)은 회동에 앞서 만찬 테이블에 오를 ‘주류 예측’에 집중했습니다. 진행자 김종석 기자가 “아직 주류가 공개되진 않았죠?”라고 질문을 던졌지만,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회동배경과 현안을 논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김종석 기자는 이른바 ‘주류 질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김종석 기자 : 글쎄요. 뭐, 사실은 뭐, 요즘 보통 만나면 술 없다고 회동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뭐, 이거는 선택의 문제일 텐데… 이현종 위원님, 제가 왜, 왜 주류 얘기… 회동 테이블에 어떤 술이 올라갈까 질문을 드렸었냐면, 문 대통령은 좀 소주를 좋아하는 걸로 알려져 있고, 윤 당선인은 뭐, 고량주나 혹은 소맥을 좋아하는 걸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게, 두 사람의 접점이 그럼 뭐냐, 왜냐하면 이게 지금까지 사사건건 하나도 협의가 안 됐기 때문에, 그래서 주류를 좀 여쭤본 거거든요?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 뭐, 포도주는 아닐 것 같고요. (웃음)

 

김민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뭐, 식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웃음)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 그러니까 이제 보면, 두 사람이 (주종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보통 우리가 (주류 2개 이상을) 잘 섞지 않습니까. (웃음)

 

진행자 김종석 기자 : 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 (서로 주종이) 다르면 이제 좀 섞어서 도수를 낮추는데, 제가 알기로 아마 문재인 대통령은 좀 소주를 좋아하시는 것 같고, 또 윤석열 당선인은 이제 주로 백주 종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마 이제 청와대에서 준비를 할 때 특히 뭐, 당선인의 성향을 좀 고려하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진행자 김종석 기자 : 그만큼 주류까지 관심을 받을 정도로, 어떤 또 교집합을 찾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김종석 기자는 “문 대통령은 소주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윤 당선인은 고량주나 혹은 소맥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대통령과 당선자가) 지금까지 사사건건 하나도 협의가 안 됐기 때문에 주류를 여쭤본 것”이라며 질문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끈질긴 주류 질문에 이현종 논설위원은 “포도주는 아닐 것”, “청와대에서 준비를 할 때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고, 김민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도 “식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회동 관련 대담에서 ‘주류’가 이렇게 길게 대담할 만큼 중요한지 의문입니다.

 

메뉴 중요하다면서 ‘화합주는 레드와인’ 외에 설명 안 한 채널A

보고서2_2_채널A_2.jpg

△ 만찬메뉴 중요하다면서도 의미 설명 안 한 채널A(3/28)

 

회동 영상 일부가 공개되자, 채널A <뉴스TOP10>은 주류를 비롯해 만찬 테이블에 오를 메뉴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정작 메뉴가 갖는 의미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주류와 메뉴 구성을 나열하는 데 그쳤습니다. “어떤 메뉴가 회동 테이블에 올라와 있고, 화합주 하나하나의 의미가 꽤 크다”고 힘주어 말했지만, 의미 설명은 ‘레드와인이 화합주’라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회동 이튿날(3월 29일)에도 관련 설명은 없었습니다.

 

진행자 김종석 기자 : 잠시 저희가, 대통령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오늘 만찬 회동 화면도 잠시 보여드렸었는데… (웃음) 예, 만찬 메뉴가 지금 공개가 됐습니다. 앞서 여기 계신 분들의 예측은, 다 보기 좋게 빗나갔어요.

 

일동 : (웃음)

 

진행자 김종석 기자 : 소주도 아니고 맥주도 아닌, ‘화합주는 레드와인이다’라는 얘기. 해산물 냉채와 잣죽, 한우갈비 등이 지금, 만찬 테이블에 올라가 있고요. 금태구이와 섬초된장국, 제가 뭐, 저녁시간대 이런 메뉴를 말씀드려서 죄송한데, 그만큼 지체되고 정말 늦어졌던 지각회동이기에 어떤 메뉴가 회동 테이블에 올라와 있고, 화합주 하나하나의 의미가 꽤 크기 때문에 저희가 조금 전에 청와대로부터 얘기 나온 얘기, 속보성으로 전해드렸습니다. 약주 한 잔씩 하자는 얘기가 유영민 비서실장 입으로 나왔었는데 ‘화합주는 레드와인이다’ 이렇게 조금 전에 청와대에서 들어온 소식. 아마 내일이면 조금 더 풍성한 얘기로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도운 “술도 거의 안 마셨다는 것”

보고서2_3_TV조선.jpg

△ 주량과 주종 근거로 회동 평가한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3/29)

 

회동 이튿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3월 29일)에서는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대통령과 당선자의 주량과 주종을 가지고 회동을 평가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 : 결과를 놓고 보면은 좀, 뜨뜻미지근한 회동이 아니었나. 그리고 조금 냉정하게 얘기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얘기했던 대로 그냥 덕담하는 자리 아니었나 생각을 합니다. 아, 일단 술도 뭐, 와인 한두 잔 했다는데, 사실 거의 안 마셨다는 거죠? 두 분이 좋아하는 술도 아닙니다. 한 분(문재인 대통령)은 소주 ‧ 막걸리, 한 분(윤석열 당선자)은 뭐, 소주 ‧ 맥주 폭탄주와 고량주를 좋아하는데, 술을 마시려고 했으면 그걸 마셨겠죠? 독대도 하지 않았죠? 그리고 아까 (화면에서) 장제원 비서실장이 발표하기에 ‘의견 차이를 느껴진 부분이 없었다’(고 했는데), 피상적인 얘기만 했단 얘깁니다.

 

이도운 논설위원은 이번 회동을 “결과를 놓고 보면 뜨뜻미지근한 회동”, “냉정하게 얘기하면 그냥 덕담하는 자리”라고 평가했는데요. 근거는 “술도 와인 한두 잔 했다는데, 사실 거의 안 마셨다는 것”, “두 분이 좋아하는 술도 아니다”였습니다. 대통령과 당선자의 주량과 주종을 가지고 회동을 평가한 겁니다.

 

이도운 논설위원이 다음으로 제시한 근거는 “독대도 하지 않았다”였습니다. 그러나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회동에서 양측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이유에 대해 “2대2로 회담해 국민들에게 유의미한 결실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의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이도운 논설위원은 “장제원 비서실장이 발표하기에 ‘의견 차이를 느낀 부분이 없었다’는 건 피상적인 얘기만 했다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피상적인 얘기만 했으니 의견 차이를 느낀 부분이 없다고 한 것’이라는 주장으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의제 중심으로 회동 평가해야

임태희 당선자 특별고문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의 회동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당선자 비서실장 자격으로 동석한 경험이 있는데요. 임태희 고문은 3월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자를 영접하고 당선자 측이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게 한 것은 청와대가 당선자 측을 최대한 예우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가) 당선인에 대해서 최대한 예우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회동을 진행”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종편4사 시사대담프로그램에서 이번 회동에 대한 대담은 상당시간 이뤄졌지만, 대담 중 일부는 시민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만찬 테이블에 오를 주류를 예측하는 데 집중하거나 주류와 주종 등 황당한 근거로 회동을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과 당선자 간 회동을 전하는 종편 시사대담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같이 부차적인 게 아닙니다. 회동 형식과 의제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예측과 평가 중심의 대담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3월 28일~3월 29일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

* 시간은 31초부터 1분으로 올림하여 계산했으며, 비율은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계산했습니다.

 

<끝>

 

monitor_20220404_030.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