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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인터뷰, 횟수·주제·정책 왜 다른가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인터뷰, 횟수·주제·정책 왜 다른가
박영선 ‘정책·공약’ 37%, 안철수 ‘경선·단일화’ 58%
논란 비껴가기, 질문 없는 받아쓰기, 소수정당 배제
선거 시기 언론의 후보자 인터뷰는 공약과 자질을 검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후보자에 대한 시민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언론이 선거 시기 유권자에게 올바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선 다양한 후보자를 인터뷰해야 하고, 공약과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유의미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언론은 후보자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있을까요?
2021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미디어감시연대는 2월 22일부터 3월 10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2개 경제일간지(매일경제, 한국경제), 지상파 3사 및 종편 4사 저녁종합뉴스에 등장한 후보자 인터뷰 보도에 나타난 언론의 질문내용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박영선 후보 12회 최다, ‘경선·단일화’ 집중
8개 신문과 7개 방송 저녁종합뉴스는 해당 기간 모두 30건의 후보자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인터뷰 대상으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2회로 가장 많았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9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5회,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 1회, 금태섭 무소속 예비후보, 오신환 국민의힘 예비후보 1회 순이었습니다.
30건의 인터뷰 보도에는 총 201개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먼저 주제별로 나눠봤습니다. 기준은 경선·단일화, 정책·공약, 후보자 논란·부정적 평가, 선거전략·당선가능성, 전임시장 평가, 정치현안으로 분류했고, 그 밖은 기타로 구분했습니다. 분석 결과, 경선·단일화 주제가 56개로 가장 많았고, 정책·공약 52개, 정치현안 29개, 선거전략·당선가능성 20개, 후보자 논란·부정적 평가 9개, 전임시장 평가 5개 순이었습니다. 기타는 30개였습니다.
전반적으로 경선·단일화와 정책·공약에 질문이 집중된 가운데 정치현안이 29개로 다수를 차지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의미와 향후 행보를 서울시장 후보자에게 묻는 질문이 다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인터뷰 보도 질문 주제 분석(2/22~3/10)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영선은 ‘정책·공약’, 안철수는 ‘경선·단일화’
각 후보별로 집중된 질문의 주제도 살펴봤습니다. 인터뷰 횟수가 각각 1회였던 금태섭, 오신환 예비후보와 2회였던 나경원 예비후보는 표본 부족으로 제외했습니다. 가장 많은 인터뷰를 진행한 박영선 후보는 총 91개, 오세훈 후보는 53개, 안철수 후보는 38개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후보자별로 질문 주제의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박영선 후보는 ‘정책·공약’ 비중이 높았습니다. 정책·공약 질문의 경우 전체 후보자 분석에서는 26% 수준이었지만 박영선 후보에게 던져진 질문에서는 37%를 차지했습니다. 다른 후보에 비해 박영선 후보 정책에 언론의 관심이 쏠린 결과입니다. 물론 JTBC <‘세 번째 도전 끝 본선 진출’ 민주당 박영선 후보>(3월 1일)처럼 정책 관련 질문이 없었는데도 박 후보가 모든 답변을 정책 중심으로 하는 등 후보자의 적극적인 태도가 언론으로부터 정책 질문을 유도했다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오세훈 후보는 ‘경선·단일화’ 비중이 전체 평균에 비해 다소 높았습니다. ‘후보자 논란·부정적 평가’ 역시 전체 평균에 비해 높았습니다. 경선 과정에서 나경원 예비후보와의 비교, 경선 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등이 질문의 주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전체 질문 분석과 크게 달랐는데, ‘경선·단일화’ 비중이 58%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대부분 질문이 오세훈 후보와의 단일화를 언급한 결과입니다. 시민 입장에서 안철수 후보 인터뷰 보도를 접한다면, 정책과 비전보다는 단일화 이야기 정보만 제공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 박영선, 오세훈, 안철수 후보 인터뷰 보도 질문 주제 분석(2/22~3/10) ©민주언론시민연합
후보자별 질문에서 안철수 후보의 경우 ‘후보자 논란·부정적 평가’ 질문이 1개뿐이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해당기간 안철수 후보의 성소수자 혐오발언이 크게 논란이 됐지만, 언론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유일한 질문조차 MBC <“후보 경쟁력으로 야권 단일후보 뽑아야”>(3월 1일)에서 나온 “안철수 후보는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을 오가면서 후보단일화를 계속 시도해왔는데, 그래서 대체 안 후보의 정체성이 뭐냐,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로 성소수자 혐오발언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에 대한 질문이 쏠린 사이 그의 성소수자 혐오발언은 보도에서 사라졌습니다.
정책 질문 ‘부동산’ 절반 넘게 쏠려
정책·공약 질문의 분야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에 집중됐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전체 52개 질문 중 부동산 정책 관련 질문은 27개로 절반이 넘었습니다. 이어 민생 6개, 복지 3개, 여성·소수자 1개, 일자리 1개 순이었고, 분야가 정해지지 않거나 복수 정책을 질문한 중복이 10개, 그밖에 기타가 4개였습니다.
인터뷰는 후보자의 정책과 시정운영 방향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이므로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다양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1천 만 명 넘는 유권자가 있는 만큼 부동산 정책뿐 아니라 다양한 시각을 대변하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후보자에 대한 정책·공약 질문이 부동산에 편중됐다는 사실은 시민들의 높은 부동산 관심도가 반영된 결과이지만, 다양한 시민 의제가 부동산 이슈로 가려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인터뷰 보도 질문 주제 분석(2/22~3/10) ©민주언론시민연합
매경·한경, 질문 없는 ‘받아쓰기’ 인터뷰
후보자를 향한 언론의 질문 수준이 높을수록 선거 수준도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번 분석에서는 질문을 하지 않는 인터뷰가 등장했습니다. 매일경제 <박영선 “빈곤·육아 플랫폼 만들어 서울시민 삶의 질 높일 것”>(2월 23일 채종원 기자)은 인터뷰를 했다고 적었지만, 박영선 후보의 말을 사실상 ‘받아쓰기’한 수준입니다. “서울시와 산하기관이 출자해 5000억 원 규모의 서울시 모태펀드를 조성”, “도심 집중 대신 다핵분산도시를 만들고” 등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정책이 나열됐지만, 이를 검증하고 반박하는 질문은 아예 없었습니다.
한국경제 <나경원 후보 “해제된 정비구역 모두 복원…재건축·재개발 정상화”>(2월 25일 전형진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경제는 “나 전 의원은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에 대한 공약도 여럿 마련했다”며 나 예비후보가 내놓은 “재산세 50% 감면”,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인하 공약”을 구체적으로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세제 개편은 시장 권한이 아니다”고 덧붙였을 뿐, 공약을 검증하기 위해 나 후보에게 질문한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2021 서울·부산시장보궐선거미디어연대는 3월 10일 발표한 <정책검증 사라진 언론보도로 ‘인물선거’ 막을 수 없다>(3월 10일)에서 “시민들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보도를 접했을 때 10건 중 6건은 정책과 공약을 접할 수조차 없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후보자 정책을 직접 묻고 따질 수 있는 인터뷰에서 ‘질문 없는 인터뷰 기사’가 나온 것은 선거 때마다 지적된 ‘정책보도 실종’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소수정당 후보는 인터뷰에서도 배제
이번 분석에서 소수정당 후보자 인터뷰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한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경향신문과 한 차례 인터뷰했을 뿐 예비후보로 등록한 국가혁명당, 미래당, 민생당, 여성의당, 진보당 등 원외정당 후보는 아예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원내정당인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의 인터뷰 역시 등장하지 않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하지는 않았으나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인터뷰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외 정치인은 언론을 통해 정책 등을 알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언론의 후보자 검증은 소수정당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소수정당도 거대정당과 공정한 언론보도에 대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하고, 유권자도 소수정당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습니다. 선거마다 소수정당을 외면하고 거대정당 후보를 중심으로 보도해온 언론 관행은 기성정치 이해만 반영하고 새로운 후보와 소수정당의 선거진출 기회를 배제해왔습니다. 시민들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도 다양한 후보들이 언론 보도에서 다뤄져야 할 것입니다.
정책검증 결과 인터뷰 질문에 연결한 SBS
정책검증 보도를 인터뷰로 연결한 사례도 나왔습니다. SBS는 후보자 인터뷰에 앞서 <21분 콤팩트 도시vs도로 위 아파트, 현실성은?>(2월 16일), <‘부동산 정책’ 비판 한목소리…공약 현실성은 의문>(2월 18일), <1억 보조금vs주택 36만 호…나경원 토론 3연승>(2월 23일) 등을 통해 거대정당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증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박영선 “21분 도시 서울”…안철수 “이기는 후보>(3월 1일), <오세훈 “안철수와 단일화 방식, 빠른 시일 내 마련”>(3월 4일)에서 박영선, 안철수, 오세훈 후보에게 정책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공약 실현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했습니다. 다만, 부동산 정책에 치중하여 다양한 시민의 의견과 관심을 담아내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SBS 사례처럼 후보자 정책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후보자 입장을 확인하는 선거보도기본에 충실한 인터뷰는 더 이상 찾기 힘들었습니다. 선거 승리를 위한 단일화 등 정치권 의제 외에 시민의 관점에서 필요한 의제를 적극 질문하는 언론이 늘어나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1년 2월 22일~3월 1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기본소득당의 이의제기로 본문 중 ‘소수정당 후보는 인터뷰에서도 배제’ 내용에 신지혜 후보를 추가했고, 진보당의 당명을 ‘민중당’으로 오기하여 3월 16일 오후 3시에 수정했습니다.
[2021미디어감시연대_포털모니터] 여론조사 받아쓰기, 취재없는 속보경쟁]
☞ https://www.ccdm.or.kr/xe/vote/301950
2021미디어감시연대_서울시장보궐선거모니터_02(수정)
※ 문의 :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모니터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