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추미애 불기소 처분’ 비판에 5‧18 댓글 악용한 조선일보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기념재단과 함께 5·18민주화운동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왔습니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관련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인 ‘북한군 침투설’을 방송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보수언론에서 5·18정신을 훼손하는 보도를 반복해왔기 때문입니다. 2018년 ‘5·18가짜뉴스신고센터’를 만들어 온라인상 5·18정신을 왜곡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 발표를 시작한 민언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신심의 민원을 접수하였습니다. 언론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광주항쟁의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2020년에도 성실하게 모니터를 진행하겠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9월 한 달간 5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6개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 유일하게 조선일보에서 5‧18에 대한 부적절한 보도가 나타났습니다. 조선일보는 7월 20일 사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뜬금없이 여당이 추진 중인 ‘5·18 역사왜곡처벌법’을 꺼내들어 “신세 망치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라는 협박”이라고 단정 지은 바 있는데요. 9월에도 똑같은 행태를 보였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추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 불기소 처분을 내린 데 대한 야당 등의 반발을 전하며 뜬금없이 5‧18을 꺼내든 겁니다.
추미애 장관 불기소에 5‧18 관련 댓글 인용
9월 28일, 추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는 추 장관과 아들 서 씨, 추 장관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보좌관, 추 장관 아들 휴가를 승인한 중령 등 관계자 모두를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6월, 추 장관 아들 서 씨가 5~14일 1차 병가를 받아 무릎수술을 받은 뒤 통증이 지속돼 15~23일 2차 병가를 받은 데 이어, 추가로 24~27일 개인 휴가를 쓰는 과정에서 군 관계자의 승인과 구두 통보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고, 추 장관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군무이탈방조, 근무기피목적위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불기소 처분했는데요.
검찰은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아들 서 씨가 소속된 부대 지원 장교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좌관 휴대전화에서 발견했지만, “장관이 청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뚜렷한 정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등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보좌관과 아들 휴가와 관련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발견됐는데도 검찰이 ‘직접 관여 정황’으로 판단하지 않아 불기소 처분을 내린 데 대해 ‘추 장관 입맛에 맞는 수사결과’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 5‧18 허위조작정보로 오인할 수 있는 댓글까지 전한 조선일보(9/30)
9월 30일, 조선일보는 <“검찰을 개로 만들어” “권력이 정의” 쏟아진 분노>(이민석‧안영 기자)에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추미애 면죄부’로 규정한 뒤, “서울동부지검(지검장 김관정) 수사결과를 전한 네이버 뉴스 코너에는 검찰과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며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시민 반응 일부를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직접 한 게 아니면 괜찮다는 검찰 논리라면 5·18 전두환 발포 명령도 무죄냐’는 글도 있었다”며 뜬금없이 5‧18을 꺼내들었습니다.
추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을 보도하며 온라인상 게시글과 댓글을 그대로 전하는 건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성향 일간지가 보여 온 행태 중 하나입니다. 출처는 ‘온라인’, ‘관련 기사의 댓글과 각종 커뮤니티’로 정말 취재를 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게시글과 댓글의 출처를 명확히 밝힌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온라인상 떠도는 글을 그대로 소개하는 게 언론의 본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두환이 직접 발포 명령 내리지 않았다고 오인케 할 가능성
백번 양보해 조선일보가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시민 반응을 전하기 위해 댓글을 소개했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합니다. “직접 한 게 아니면 괜찮다는 검찰 논리라면 5·18 전두환 발포 명령도 무죄냐”는 댓글은 ‘직접 관여하지 않아 추 장관이 무죄라면, 직접 발포 명령 안 했다는 전두환 씨도 무죄인가’라고 되묻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추 장관 불기소 처분에 대한 반발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전두환 씨가 직접 발포 명령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사족처럼 붙은 댓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5‧18에 대해 왜곡된 진실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1997년 4월 17일 전 씨에게 ‘내란목적살인죄’로 유죄확정 판결을 내려 발포 명령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물었습니다. 판결문에는 “시위대에 대한 사격을 전제하지 아니하고는 수행할 수 없는 성질의 것”, “작전 범위 내에서는 사람을 살해하여도 좋다는 발포 명령이 들어 있었음이 분명”이라고 명시돼 있죠. 대법원이 전 씨에게 분명하게 발포 책임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발포 명령자로 특정하지 못한 것은 전 씨가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발포를 지시했는지 구체적으로 입증할 직접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육군참모총장 지시사항 자료철」, 「1980년 정기군사보고」, 「신군부 시국수습방안」 등에 직접 증거가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자료는 은폐되거나 실종돼 찾을 수 없는 상황이죠. 법원은 실종돼 찾을 수 없는 자료 대신 「제5공화국 전사(前史)」를 바탕으로 전 씨에게 발포의 포괄적 책임을 물었습니다. 해당 문건은 1980년 5월 21일 새벽 4시 30분 전 씨를 비롯해 주요 군 지휘부가 참석한 회의상황을 담고 있는데 “계엄군의 자위권 행사 문제는 그 회의에서 자동적으로 결정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당시 보안사령관 전 씨가 시위대에 대한 발포를 포함하여 최종 의사결정을 내렸음을 알 수 있는 자료입니다.
언론이 퍼 나른 ‘일각의 주장’, 5‧18 허위조작정보로 둔갑
조선일보는 추 장관 아들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한 시민 반응을 전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동안 언론이 가볍게 퍼 나른 일각의 주장이 5.18 허위조작정보로 몸집을 키워나가는 상황은 수없이 발생해왔습니다. 조선일보 기사를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5‧18 관련 억지주장을 그대로 내보낸 TV조선(2013/5/13)
2013년 방송된 TV조선 시사대담 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5월 13일)를 대표적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한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 탈북자 임천용 씨는 ‘5‧18은 북한군 600명이 침투해 벌인 전쟁’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극우 인사 일부에 의해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로만 존재하던 ‘5‧18 북한군 개입설’이 버젓이 종합편성채널 전파를 타게 된 것입니다. 이후 ‘허위조작정보’임이 분명한 ‘5‧18 북한군 개입설’은 마치 진상규명이 필요한 사안인 것처럼 몸집이 커졌고, 급기야 2019년 2월 8일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5‧18 북한군 개입설’이 등장해 5‧18 유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에 이르렀습니다.
조선일보는 5‧18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을 다루면서도 부적절하게 5‧18을 언급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5‧18민주화운동은 어느 사안에서나 함부로 언급해도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5‧18민주화운동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 걸음 앞서 나가게 했지만, 그 뒤에는 부당한 권력에 저항한 많은 이들의 희생이 따른 ‘민주화운동’입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진상규명을 하기 위한 보도는 활발히 이뤄져야 하지만, 조선일보처럼 자기주장을 펴기 위해 5‧18을 악용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9월 1~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지면)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아침&매일경제>(평일)<뉴스와이드>(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