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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현금 지급’으로 위안부 역사 지우는 정부, 침묵으로 거드는 지상파(2016.8.26)
등록 2016.09.1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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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8/25)의 나쁜 보도
․ 나쁜 보도 1 Ⅰ‘현금 지급’으로 지워지는 위안부의 진실, 덩달아 외면한 방송사들
KBS와 연합뉴스TV의 ‘무보도’, MBC <단신/“생존자 1억 원‧유족엔 2천만 원 지급”>(21번째, 김지훈 기자, https://bit.ly/2bnDISl), SBS <“생존자 1억‧사망자 2천만원”…“안 받겠다”>(24번째, 양만희 기자, https://bit.ly/2bF5r6O)


24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10억엔 거출을 각의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2·28 합의 이행 노력, 화해·치유재단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양국의 신뢰가 강화·확산되는 분위기를 여러 측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며 반색했다. 이로써 한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12‧28합의가 집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바로 다음날인 25일, 한국 정부 주도로 설립된 ‘화해‧치유 재단’(이하 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5명을 대상으로 생존자에게는 1억 원, 사망자 유족에게는 2천만 원 범위 안에서 현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한일 양국의 위안부 합의 이행은 역사적 진실과 피해자 입장을 완전히 거스른 채로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10억 엔을 출연하면서 배상금이 아닌 인도적 성격의 ‘국제기관 거출금’으로 명명했다. 24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자금의 지출이 완료되면 일본의 책무는 수행한 것이 된다”고 강조해 10억엔 거출로 일본의 역사적 책임이 불가역적으로 끝났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생존 피해자 십여 명은 재단의 지원 사업을 거부했다. 김복동 할머니의 경우 “일본의 위로금 지급에 합의한 것은 피해자를 팔아넘긴 것밖에 안 된다”라며 한일 합의 자체를 비판했다.

 

더 황당한 것은 일본 측이 거출과 동시에 소녀상 철거를 압박하고, 우리 정부가 협상의 여지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 관방장관은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비’(소녀상) 철거 여부에 대한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의 노력을 포함해 일·한 합의의 착실한 실시를 요구해갈 것”이라고 말해 소녀상 철거를 압박했다. 우리 외교부도 25일 “소녀상 문제는 국내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 정부로서도 그런 민감성을 충분히 감안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12‧28 합의 당시 “민간에서 세운 것이라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던 입장을 바꿨다.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는 강제 위안부 당사자 할머니들과 국민의 동의도 없이 이뤄졌다. 반인륜적 전쟁범죄의 가해국가와 피해국가의 위정자들이 자신들만의 ‘합의’로 역사를 지우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안을 국민에게 알리고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할 방송사들은 이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10억 엔 거출을 결정하고 한일 외교장관이 합의 이행을 다시 결의한 24일, 그리고 재단이 그 10억 엔의 사업 계획을 밝힌 25일, KBS와 연합뉴스TV는 단 1건의 보도도 내지 않았다. 이런 내용조차 저녁종합뉴스에서 보도하지 않는 보도국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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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중에서 MBC와 SBS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MBC는 단신 1건으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현금 지급 결정과 할머니들의 거부를 짤막하게 전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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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도 부실하기 그지없다. SBS는 <“생존자 1억‧사망자 2천만원”…“안 받겠다”>(8/25)에서 보도의 절반을 정부 측의 현금지급 방식을 길게 설명하는 데 할애하더니 기시다 일본 외무상의 “자금 출연이 완료되면, 한일 합의에 근거한 일본 측의 책무는 다 하는 것이 됩니다”라는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 이어 기자는 “이제 한국 정부가 소녀상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라고 말했다. 보도는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대한 역사적 배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소녀상 이전을 밀어붙이는 일본 정부와 그러한 일본에 사실상 수긍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단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았다. 심지어 피해자 할머니들이나 정대협, 나눔의 집의 입장은 인터뷰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정대협과 나눔의집은 현금 지급은 위안부 역사를 기억하긴커녕 지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합의에 반대해온 할머니들은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라는 한 마디 언급으로 갈음했을 뿐이다. 

 

KBS의 침묵, MBC의 단신 처리, SBS의 지나치게 무비판적인 보도는 종편 방송사보다 더 형편없는 수준이다. TV조선 <1억 원 지급…일 소녀상 거론>(8/25, 24번째, 유아름 기자, https://bit.ly/2bTpOKA)은 “10억 엔이 배상금인지는 여전히 불분명” “피해 할머니들은 현금 지급에 반발하며 아베 신조 총리의 직접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논란” 등, 비록 한 마디씩 언급에 불과하지만 위안부 합의 이행이 지니는 결점을 짚어주었다.

 

채널A <정부 “위안부 생존자에 1억 원 지급”>(8/25, 23번째, 김종석 기자, goo.gl/mPWDKo)도 지상파보다는 낫다. 기자는 “하지만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부 피해자들은 돈을 받지 않겠다는 등 합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고, 일본 우익들의 소녀상 이전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어서 이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됩니다”라고 전했고, “억울하게 나이 어릴 때 끌려가서 고생하고 돌아왔는데, 위로금 몇 푼 준다고 용서가 되겠습니까. 우리는 용서할 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김복동 할머니 발언 모습을 보여주었다.


MBN도 <위안부 생존자에 현금 1억원 지급>(8/25, 8번째, 김문영 기자, https://bit.ly/2bLsla5)에서 김주하 앵커가 현금 지급 계획을 말하며 “하지만, 정말 할머니들이 원하는 건 따로 있죠”라고 일축했고, 기자가 “일본 정부로부터의 '배상'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소녀상 철거 압박>(9번째, 오지예 기자, https://bit.ly/2bEdhZL)에서는 일본의 10억엔 거출 결정을 소녀상 철거 요구를 위한 “다른 꿍꿍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에 그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던 JTBC는 이번에도 앞장섰다. JTBC는 4건의 보도 중 3건을 일본의 배상 책임 인정 여부와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에 할애했다. 특히 위안부 합의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송기호 변호사를 인터뷰한 <10억엔으로 ‘현금 지급’…문제는 없나?>(8/25, 11번째, 송기호 변호사, https://bit.ly/2bkxmcv)는 핵심 쟁점들을 모두 짚었다. 송 변호사는 “이번에 각의가 예비비에서 거출한다라고 결정을 했기 때문에 배상한다고 결정한 게 아니거든요. 일본에서 거출이라는 것은 어떤 상호부조를 위해서 금전이나 물품을 내는 것”이라며 일본이 10억엔을 출연하면서 애초에 ‘배상금’ 성격을 부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손석희 앵커가 “우리는 사실상 배상이다,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그런 상황이 돼 버렸는데”라고 묻자 “일본법상 배상금이 아님이 명백한데도 이 돈을 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결국은 배상금이 아니라는 일본의 입장에 동의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게 일본이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그런 입장에 결국은 한국이 동의하는 식으로 정리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이 돈의 성격이 명백하게 배상금이라는 것을 한국 정부가 일본이 인정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 나쁜 보도 2 Ⅰ 통진당 악용한 ‘종북몰이’, 지치지도 않는 TV조선
TV조선 <‘통진당 해산’ 비판 토론회>(16번째, 김경화 기자, https://bit.ly/2bUczId)
TV조선이 박주민 더민주 의원의 토론회 행보 하나를 ‘종북’으로 매도하면서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 ‘종북’ 낙인을 찍었다. 
TV조선은 25일 16번째 보도 시작 전에 아예 <판 포커스/장외‧종북 논란 자초한 더민주>라는 자막을 큼지막하게 화면에 띄웠다. 이어진 3건의 보도 모두 ‘더민주 강경파에 의한 분열’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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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첫 보도인 TV조선 <‘통진당 해산’ 비판 토론회>는 더민주 박주민 의원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을 비판하는 내용의 토론회를 열어 논란”이라며 보도 시작부터 ‘종북’ 공세를 펼쳤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어제 국회에서 '내란음모사건 3년, 한국사회에 무엇을 남겼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는데 “'통진당 재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민중연합당 김창한·손솔 대표 등이 참석하면서 '통진당 살리기' 아니냐”는 것이다.

 

기자는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의 “통진당 해산 이후 진보진영에 큰 공백이 생겼다”(한상희 건국대 교수), “더민주는 생존을 위해 무기력하게 대응했다”(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라는 발언을 소개하며 “통진당 세력의 편을 들었”다고 평했다. 두 전문가의 발언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저런 수준의 발언이 왜 통진당 세력을 편을 드는 지는 설명도 하지 않았다. TV조선의 편협함은 “'종북 세력'과 애써 멀어지고 있는데, 굳이 통진당 사건을 우리가 나서 상기시킬 이유가 있느냐”라는 익명의 더민주 의원 발언을 덧붙인 부분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사실상 박주민 의원을 고립시키려는 의도이다.

 

이 보도는 토론회 전체 내용 중 극히 일부를 싹둑 잘라 토론회 참석자 모두를 ‘종북’으로 매도하는 전형적인 왜곡 수법을 차용한 것이다. 24일 열린 토론회 ‘내란음모사건 3년, 한국 사회에 무엇을 남겼나’는 통진당 해산을 비판한 토론회가 아니었다. 토론회는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 이후 노조에 대한 탄압, 집회에 대한 탄압, 사드 배치 반대 국민에 대한 ‘외부세력 프레임’ 등 박근혜 정부의 극심해진 민주주의 침탈을 진단하는 자리였다.

 

TV조선이 통진당 편을 든다며 문제 삼은 한상희 건국대 교수의 “통진당 해산 이후 진보진영에 큰 공백이 생겼다”는 발언은 그러한 전체 맥락 중 나온 사례였다. 한 교수는 “내란음모 사건은 우리 사회의 정치공간을 가장 협애한 지점으로 몰아넣는, 새로운 형태의 탈정치화전략”, “내란음모 사건과 그 연장선상에 있는 통합진보당의 강제해산, 그리고 그 이후 하나의 대세가 되어버린 정치·사회분야의 급격한 우경화 현상은 이런 배제전략의 결과”라고 분석하면서 야권 및 진보 진영이 정부의 이러한 술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사드 배치 반대 여론에 대한 ‘외부세력론’ 공세를 들어 “촛불집회, 민중총궐기 등 수많은 집회들까지 '외부세력'의 개입 하에 이뤄진, '빨갱이'나 ‘종북좌파’의 조종에 휩쓸린 절대악으로 규정되게 한다”고 분석했다.

TV조선이 비판한 김동춘 교수 역시 같은 맥락에서 더민주를 비판한 것이다. 또한 이런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통진당 해산 이후 진보진영에 큰 공백이 생겼다”는 발언을 어떻게 “통진당 세력의 편을 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TV조선의 이분법적 사고가 놀라울 뿐이다. 한상희 교수가 성토한 박근혜 정부의 ‘탈정치화 전략’ 및 국민에 대한 ‘배제의 전략’에서 최전선에 서있는 TV조선이, 혹여 ‘제 발 저린 것’은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TV조선이 이러한 ‘종북몰이’ 보도에서 늘 악용하고 있는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 경우, 정작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과 TV조선과 같은 언론의 ‘통진당 종북 프레임’이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공안몰이’로 꼽힐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법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이 사건을 ‘내란음모’로 규정하며 민주주의 원칙들을 모두 짓밟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인정한 내란선동 및 찬양‧고무 등 국가보안법 조항조차도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 ‘다른 목소리’를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는 TV조선의 행태가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까지 야당 의원을 ‘종북’으로 모는 수준에 이르렀다.
 
․ 나쁜 보도 3 Ⅰ 북한 SLBM 발사에 한반도를 ‘미-소 냉전기’로 되돌린 KBS
KBS <“은밀하게 잠행”…미-소 ‘물밑 전쟁’ 치열>(6번째, 우한솔‧장덕수‧김희용 기자, https://bit.ly/2bnet2T)
24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 했던 북한이 하루 만에 발사 성공을 선전했다. 조선중앙TV는 발사 장면을 공개하면서 “성공 중의 성공”이라고 자평한 김정은 위원장의 반응을 전했다. 사실상 성공에 가까운 SLBM 발사에 힘입은 북한은 SLBM을 다량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 건조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사드를 무력화 시키는 탄도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사드와 같은 군비 경쟁으로는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비핵화-평화협정 동시 추진’과 같은 대북정책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렇게 한반도에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북한 간부들의 ‘탈북’을 장려했고 국민들을 향해서는 ‘내부 분열과 혼란’을 책동하지 말라 다그쳤다. 이런 정국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전달해야 할 방송사들은 대통령이 조성하려는 ‘공안정국’을 확대 재생산하는 모양새다. 


24일 북한의 SLBM 발사 당일에도 방송사들은 SLBM이 괌까지 타격할 수 있다며 그 위험성에만 몰두할 뿐, 대안 제시에 침묵했다. 25일에도 북한이 발사 성공을 선전하자 KBS‧채널A‧MBN이 4건, YTN‧연합뉴스TV 3.5건, MBC‧SBS‧TV조선이 3건을 보도하며 비중 있게 다뤘지만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는 태도만 두드러졌다. 특히 이날 방송사들은 SLBM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MBC는 지항 기뢰, SBS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채널A는 수중 킬체인 및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사들이 사실상 한반도 평화 대신 군비경쟁을 종용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중 가장 호전적 태도를 보인 것은 이번에도 KBS다. KBS는 북한과 관련된 모든 소식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대결 구도를 확대하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KBS <“은밀하게 잠행”…미-소 ‘물밑 전쟁’ 치열>에서 황상무, 김민정 두 앵커는 “지난 세기 강대국들은, 세계 대전을 치르며 보이지 않는 무기 잠수함의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체제대결이 극심했던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 두 강대국은 보이지 않는 전쟁, 잠수함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습니다”라는 말로 보도를 시작했다. 앞선 3건의 보도에서 북한이 SLBM 시험 발사에 성공하여 핵무기 탑재 잠수함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고 전하더니 이 보도에서 대뜸 한반도 상황을 ‘미-소 냉전’ 시대의 ‘잠수함 전쟁’으로 비유한 것이다. 이는 국민을 ‘전쟁 공포’로 몰아넣는 ‘공안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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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가 시작되면 화면에는 영화 ‘붉은 10월호’의 한 장면이 나온다. 기자는 “물속에서 쾌속 항진을 해도 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 소련의 최신예 핵추진 잠수함” “갑자기 사라진 이 잠수함을 먼저 찾기 위한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의 치열한 경쟁을 그린 가상의 영화”라며 영화를 소개했다. 이어서 “잠수함 발사 미사일은 요격이 거의 불가능해 미국과 소련은 냉전의 정점에서 서로 상대방의 잠수함 전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미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소련 영해까지 침투시켜 핵미사일 장착 잠수함들을 일일이 추적했습니다. 이를 위해 항구 근처에서 수개월간 잠행하며 잠수함별로 고유의 음향 특성을 녹취하기도 했습니다”라며 냉전 시대 미-소 간 잠수함 경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심지어 “잠수함을 둘러싼 긴장은 종종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고, “냉전은 끝났지만, 핵잠수함을 이용한 물밑 전쟁은 지금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북한 SLBM 문제를 냉전의 ‘핵잠수함 물밑 전쟁’과 동일시했다.

 

다음 리포트를 넘겨받은 김희용 기자는 타사와 마찬가지로 ‘핵추진 잠수함 배치’를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꼽았고 장덕수 기자는 “우리 군 전략의 핵심은 '킬 체인'” “해상 초계기와 대잠 헬기를 이용한 '공중 작전'” “추적에 실패한 상태에서 SLBM이 기습 발사되면 사드와 패트리엇 등으로 지상에서 요격” 등 우리 군의 다층적 SLBM 대응 체계를 소개했다.

 

북한이 잠수함 탄도 미사일에 사실상 성공에 근접했으므로, 우리 군의 대응을 점검하는 보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전 세계가 항시적 전쟁 위협에 시달려야 했던 ‘미-소 냉전기’의 ‘잠수함 전쟁’에 비유한 것은 국민의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한 지나친 과장이다. 특히 KBS가 지난 7월 11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 이후, 중국의 반발과 ‘한중일 대 북중러’의 ‘신 냉전구도’를 뉴스해설에서 언급했다는 이유로 김진수 해설위원을 좌천시켰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 의도를 납득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국가들과의 긴장 고조를 외면한 채 미국의 뜻에 따라 배치한 사드에는 아무런 외교적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반응해온 KBS가, 사드에 대응한 북한의 SLBM은 ‘미-소 냉전’을 야기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중 잣대’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 한반도 상황을 ‘미-소 냉전기’로 묘사하면서도 그러한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킬 대안적 대북정책에는 완전히 무관심하다는 사실 역시 황당할 따름이다.

 

물론 이날 타사들도 북한 SLBM의 위력과 우리의 군사적 대응에만 몰두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특히 YTN은 <北, SLBM 발사 …김정은 "성공 중의 성공">(27번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에서 문성묵 센터장의 발언을 빌려 SLBM으로 사드 배치를 정당화했다. 문 센터장은 “북한의 이런 SLBM 발사는 사드배치의 중요성과 긴요성을 더 확대해 주는 것” “북한의 SLBM 위협이 높아질수록 사드의 배치 필요성은 그만큼 또 강화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더니 “북한 김정은를 향해서 피켓을 들고 김정은 물러나라고 저렇게 반대하는 국민들도 잘 보기가 어렵고요. 그런데 사드가 대한민국에 배치돼서 우리 안보를 강화시켜주는 데 대해서는 동의한다,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동네에 오는 건 안 되라고 하는 부분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국민을 다그치기까지 했다. 이날 ‘미-소 냉전’까지 동원한 KBS <“은밀하게 잠행”…미-소 ‘물밑 전쟁’ 치열>도 사드에 대해서는 “지상 요격 체계는 레이더의 탐지 방향이 한정돼 한계가 있습니다”라고 평한 것과 대조적이다.
 
* 모니터 대상 : 9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1,2부), 연합뉴스TV <뉴스20>) *YTN은 홈페이지 사정상 관련 보도 URL 링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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