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황교안 5·18 폄훼 발언, 조선일보는 “친문의 공격이다”지난 2월 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기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최후 통첩 끝에 종로 출마를 선언하자 언론도 집중 조명했습니다. 특히 ‘빅매치’라는 제목을 달아 이낙연 전 총리와의 대결구도를 부각하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출마 선언 사흘 만인 10일, 황교안 대표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하여튼 무슨 사태”로 칭하며 ‘망언’ 논란을 일으킨 겁니다. 평소 말실수가 잦던 황교안 대표지만, 이번 일은 단순 말실수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제1야당의 대표가 지닌 역사 인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모교인 성균관대를 찾아 인근 음식점 주인과 대화를 하던 황교안 대표는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 그래서 학교가 휴교되고 이랬던 기억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 시민들을 학살하고 민주화를 짓밟았던 역사를 ‘하여튼 무슨 사태’ 수준으로 격하하고, 전두환 신군부가 민주화운동을 ‘폭동’ 수준으로 폄훼하기 위해 썼던 용어인 ‘사태’를 쓴 것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입니다. 황 대표의 출마를 ‘빅매치’로 띄우던 신문들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뤘을까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황교안 대표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을 ‘친문 세력 공격’으로 갈음해버린 조선일보의 ‘프레이밍’이었습니다.
‘역사 인식 논란’을 ‘정치적 행보’와 묶어 축소한 조선일보
조선일보 <친문 “역사무지 황교안, 간신 유승민” 공격>(2/11, 김동하 기자)은 이미 제목에서 황교안 대표를 향한 비판을 ‘친문’의 입장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을 향한 비판까지 한 데 묶은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전날 합당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친문 성향 네티즌들의 공세가 이어졌다”라고 전했습니다.
과연 유승민 의원을 향한 비판과 황교안 대표의 5‧18 관련 발언을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유승민 의원에 가해지는 비판은 보수통합 과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조선일보도 언급했듯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다시 한국당과 합치기로 한 것을 비판”, 즉 ‘개혁보수’를 외치며 자유한국당을 나와놓고 다시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시도하는 데 대한 의문입니다.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역사적 소양,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이를 황교안 대표의 5‧18 발언 논란과 한 데 묶었습니다. 또한 “친문 성향 네티즌들은 이날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에 대해서도 ‘기회주의적 간신 캐릭터의 전형’이라고 공격했다”며 유승민 의원을 향한 지적도 ‘친문의 공격’으로 국한시켰습니다.
△조선일보 <친문 “역사무지 황교안, 간신 유승민” 공격>(2/11)
‘황교안 역사인식 비판’이 ‘친문의 견제’라고?
조선일보가 황교안 대표 논란을 언급한 부분은 더 황당합니다. 조선일보는 “이들은(친문세력은) 황 대표의 전날 서울 종로 현장 방문 영상을 분석해 공격 소재로 삼았다”고 표현했고 이어서 “더불어민주당도 가세했다”며 마치 ‘친문’과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황 대표의 종로 방문을 ‘집중 분석’하여 ‘공격할 거리’를 찾기라도 한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문단 말미에는 느닷없이 “황 대표는 이날 자신의 서초구 잠원동 자택을 팔기로 했다”고 덧붙여 맥락도 없이 황교안 대표의 긍정적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총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 창당 등 작업이 이어지자 위기감을 느낀 친문 진영이 본격적으로 야권 견제에 나선 것 같다는 관측”을 내놓으면서 기사를 마무리 해, ‘황교안 대표 공격은 위기감 느낀 친문의 전략’이라는 프레임을 완성했습니다.
이미 시작된 선거 보도, ‘후보 검증’ 시작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유승민 의원의 정치적 행보와 달리, 황교안 대표의 발언은 단순한 해석의 영역이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입니다. 많은 국민들이 피흘리며 ‘광주사태’를 ‘5·18 민주화운동’으로 바꿨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합의된 사실입니다. 말실수라 하더라도 이를 ‘무슨 사태’쯤으로 치부한다면, 민주주의 사회의 공당 대표가 지녀야 할 자격을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는 다른 정치인의 행보와 묶어 ‘특정 세력의 견제’로 갈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의 보도는 중대한 문제를 축소하면서 황교안 대표를 옹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가 총선 관련 보도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황교안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대표이자 종로에 출마한 총선 후보자입니다. 후보자의 역사 인식, 민주주의적 소양은 ‘검증’의 주요 기준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언론이 황 대표의 발언 논란을 다루고자 한다면 ‘후보 검증’ 차원에서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황 대표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으며 어째서 부적절한지, 또는 조선일보처럼 옹호하고자 한다면 왜 문제가 없는지 성실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아마 조선일보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친문의 견제‧공격’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웠을 겁니다. 이는 후보 검증 보도는커녕 애초에 관점과 의도가 엇나간 부실 보도입니다.
‘잘못 저지른 사람이 도리어 화낸다’ 강력 성토한 경향‧한겨레
조선일보를 제외한 매체에서는 대체로 황 대표를 비판적으로 다뤘습니다. 특히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강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황교안의 부적절한 5·18 발언, 더 부적절한 한국당 해명>(2/12)에서 이렇게 전했습니다.
황 대표가 ‘5·18민주화운동’이라는 말 대신 왜 ‘하여튼 그 무슨 사태’라고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황 대표의 말에서 5·18의 의미에 동의하는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시대의 비극에 공감하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느낌도 없다. …시민들이 합의한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정의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이 공당의 대표라니 당혹스럽다. …그런데 한국당은 “5·18민주화운동과 관계없는 발언을 역사 인식 문제로 왜곡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기 바란다”며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도리어 화를 내는 격이다.
한겨레 역시 <사설/‘5·18’을 “무슨 사태”로 떠올린 황 대표의 역사인식>(2/12)에서 “황교안 대표가 5·18의 역사적 의의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무슨 사태’ 운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황교안 대표가 5·18에 대해 갖는 입장을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함을 전했습니다. 한겨레의 표현을 빌리자면, 조선일보가 5‧18의 역사적 의의를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친문의 공격’ 따위를 운운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2월 11일부터 2월 12일까지, 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의 지면 기사 중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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