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비판적 언론’ 고발하려 한 집권당…자유한국당 보고도 교훈 없었나
등록 2020.02.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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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여전히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정략적 차원에서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월 29일자 경향신문 칼럼 <정동칼럼/민주당만 빼고>를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및 경향신문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취소한 것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 보도나 시민사회의 비판을 무조건 ‘가짜뉴스’로 지목하거나 고소‧고발로 위축시키려는 구태의연한 악습이, ‘촛불정권’을 자임한 집권 여당에서 반복됐다는 사실이 참담할 따름이다. 우리는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 민주당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차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권 전반의 자성을 촉구한다.

 

‘선거법 위반’? 비판의 목소리 듣기 싫었던 것 아닌가

민주당이 고발하려 했던 칼럼의 주된 내용은 집권 후반기를 맞이한 문재인 정부 및 민주당을 향한 비판이었다. 필자인 임미리 교수는 △조국 사태로 혼란에 빠진 검찰개혁 △촛불민심의 반영보다는 선거 승리와 정권 유지에 매몰된 민주당의 행보 △재벌친화적 행보로 노동운동을 더 어렵게 만든 정부의 태도 등을 지적했다. 이는 “차악을 선택”한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여 유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민주당은 구체적인 비판점들을 배제한 채 ‘민주당만 빼고’라는 하나의 문구를 빌미 삼아 검찰 고발에 나섰다. 다른 당에 투표하라고 권유하는 사전선거운동이니 ‘공직선거법 58조의2(투표참여 권유활동)’ 위반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 조항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투표 참여 독려를 빙자한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취지이다. 애초 고발의 의도가 이렇게 군색하다 보니 민주당이 자신을 향한 비판을 무조건 배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불리한 기사에 고소‧고발 남발했던 자유한국당부터 반성해야

민주당이 이번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서자 반갑다는 듯 비판을 쏟아내는 자유한국당도 자중하고 스스로를 반성해야 한다.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고소‧고발 등 억압적 조치를 남발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원조 격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경우 올해 1월, 자녀 관련 의혹을 제기한 MBC‧뉴스타파 기자들을 모두 고발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자유한국당 미디어특별위원회의 첫 업무는 자유한국당 여성 당원 행사의 ‘엉덩이 춤 논란’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한겨레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것이었다. 8월에는 광화문광장 행사에서 청소년들이 부른 ‘자한당 해체 동요-만화 주제가 메들리’가 명예훼손 및 선거법위반이라며 시민단체를 고소‧고발했다. 12월에는 MBC를 콕 집어 비난하며 자기 당 관련 왜곡보도를 한 언론사에 ‘삼진 아웃제’를 적용해 출입도 못하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가 이틀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촛불정권’이라면 ‘언론관’도 달라야 한다

이른바 ‘보수세력’의 저런 행태를 오랫동안 목도하고, 심지어 비판해왔던 민주당이 어째서 같은 행태를 보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우리 정치권 전반의 ‘표현의 자유’ 인식 수준이 후진적임을 보여준다. 무엇이든 불리한 내용인 것 같으면 고소‧고발했던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개혁이 지지부진하니 촛불민심을 배신한 것이라는 비판에 ‘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로 대응한 민주당도 권력을 국민을 위해서 쓴다고 보기는 어렵다. 언론 칼럼에는 공식적 입장 표명, 반박 칼럼 게재 등 품위 있게 대응할 경로가 있으며, 이는 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한겨레 고발 당시 윤 총장에게 했던 충고이기도 하다.

 

최근 언론의 극단적 상업화와 정파적‧일방적 보도 행태로 인해 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크다. 바로 이 부분에서 민주당은 더욱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를 더욱 분명하고 민주적으로 현실화하기 위해 필요한 ‘언론 개혁’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한 집권 여당의 헛발질로 정당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 개혁’을 공약으로 삼았던 민주당이라면 “언론이 좌파에 장악됐다”며 반공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는 다른 언론관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이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언론의 자유’를 진정 실현하기 위한 ‘언론 개혁’이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언론 권력을 돌려주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심도 있게 고민하길 바란다. 더불어 정치권은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그 어떤 시도도 반복하지 말기를 촉구한다.

 

2020년 2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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