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또 ‘현직 언론인 청와대 직행’, 정부는 ‘언론 자유’ 약속 잊었나이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한다는 명분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버리지 못한 버릇이 있다. 언론인을 청와대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2월 6일, 청와대는 불과 3일 전에 회사를 나온 강민석 중앙일보 전 부국장을 대변인으로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 사례만 이 정부에서 벌써 세 번째다.
우리는 ‘권언유착’의 위험성이 상존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인사 관행을 어째서 ‘촛불혁명’을 기치로 삼았던 정부까지 고집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과거 정부에서 언론인 출신 청와대 인사들이 언론사에 압력을 행사한 사례가 수두룩한데도 굳이 의심을 살만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 출신 청와대 인사만 9번째, 그 자체로 문제다
문재인 청와대에는 언론인 출신이 유독 많았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동아일보), 윤도한 현 국민소통수석(MBC), 최우규 전 국정홍보비서관(경향신문), 여현호 현 국정홍보비서관(한겨레), 정구철 현 홍보기획비서관(미디어오늘), 김의겸 전 대변인(한겨레), 고민정 전 대변인(KBS),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동아일보) 등 8명이 전・현직 언론인 출신이다. 강민석 대변인 내정자가 아홉 번째다.
MBC에서 명예퇴직한 지 8일 만에 청와대로 간 윤도한 수석, 사표 제출 이틀 만에 청와대 비서관이 된 여현호 비서관, 퇴사 3일 만에 대변인 내정이 발표된 강민석 전 중앙일보 부국장까지, 3명은 ‘현직 언론인’이 곧바로 청와대로 ‘초고속 이직’을 했다. 김의겸 전 대변인은 퇴사 후 한겨레 동료들의 만류로 한 번 고사한 뒤 반 년 가량이 흐른 후 결국 임명되었다.
청와대가 언론인 출신 인사를 절대 기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강민석 대변인 내정을 발표하면서 청와대가 밝혔듯이 “개인의 능력”에 따라, 전문성과 인사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무조건 불가하다고 말하는 것도 무리이다. 또 언론인 출신이라고 해서 국정에 참여하지 말란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은 그 자체로서 청와대가 ‘현직 언론인’이 지닌 언론계 영향력을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언론 자유’ 약속한 정부가 언론인을 권력에 복무시켜서는 안 된다
과거 정부에서 그러한 의심이 현실에서 벌어진 사례도 있다. 동아일보 출신으로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공보실장과 대변인을 역임한 이동관 씨의 경우 드러난 것만해도 2008년에만 두 차례나 국민일보에 청와대 인사 의혹 보도를 내지 말라고 압력을 가했다. 2017년 10월 공개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작성 문건들에는 이동관 씨가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 재직 당시 공영방송 인사에 수시로 개입한 정황이 기재되어 있다.
이렇게 적나라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결국엔 ‘언론인이 정권에 복무한다’는 귀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박근혜 정부 시절 내정 발표 하루 전까지 KBS 문화부장으로 편집회의까지 참석했던 민경욱 현 국회의원은 사표 수리도 안 된 상황에서 ‘현직 부장’인 상태로 임명되어 파문을 일으켰다. 그 이후엔 숱한 막말을 내뱉으며 박근혜 정부에 부역했다. 2015년, MBC 시사제작국장에서 박근혜 청와대 대변인으로 직행한 정연국 전 앵커, 2014년 YTN플러스 사장에서 박근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직행한 윤두현 전 수석도 비슷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언론인 시절부터 철저히 당시 정권 입맛에 맞게 자사 보도를 좌지우지했으며 청와대로 간 후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정권의 충견’이 됐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회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권언유착 근절’, ‘언론의 자유’는 말로만 장담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생명인 언론인이 권력의 정점에 편입되는 순간, 언론과 청와대 모두 정당성을 잃기 쉽다. 언론보도를 권력으로 향하는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언론인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청와대는 현직 언론인을 3명이나 언론 관련 직책에 임명하는 행태가 국민적 요구인 ‘언론개혁’, ‘언론의 진정한 자유와 독립’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지 성찰하길 바란다.
2020년 2월 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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