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김정은 위해 북한 선원 2명 보냈다’…자유한국당의 음모론은 어떻게 퍼졌나
등록 2019.12.10 16:54
조회 340

지난 11월 21일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 <김정은과의 악수쇼를 위해 친서뿐만 아니라 북한 선원도 보냈던 것인가?>에서 청와대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 선원 2명을 강제 북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같은 날 극우 유튜버 황태순 씨는 황태순TV <김정은 모시기 '인신공양'의 전모?>(11/21)에서 “초청장에다가 목 두 개 잘라갖고, 인신공양 해가지고 ‘이게 저희가 소박한 작은 성의이오나 목 두 개 받아주시고 위원장께서 좀 내려와주십쇼’ 이렇게 보낸 것”이라며 막말과 함께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전달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음모론’은 근거가 없어도 ‘괜찮은 의혹’이 되는가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황태순 씨의 주장은 별다른 근거가 없습니다. 그들 주장의 근거는 청와대의 친서 전달과 북한 선원 2명의 송환이 같은 날 이뤄졌다는 것뿐입니다. 이외의 어떤 구체적 정황이나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 사실상 아무 근거 없는 음모론에 가깝습니다.

 

종편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속보로 정치인의 발언을 전하는 스트레이트 보도가 아닙니다. 따라서 아무리 제1야당의 수석대변인이 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발언을 그대로 전하는 데 그쳐서는 안되며, 최소한 이 주장이 합리적인가 짚어봐야 합니다. 그러나 채널A의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은 자유한국당의 논평 발표 하루 뒤 이 주장을 빠짐없이 다루면서 한마디의 지적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만들고 극우 유튜브가 각색한 음모론을 채널A가 나서서 확산시키면서 사실상 특정 정당의 기관방송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 것입니다.

 

진행자가 나서서 음모론 전달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채널A의 주중 시사대담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진행되는 <김진의 돌직구쇼>(11/22)는 진행자가 직접 음모론을 전달했습니다. 진행자 김진 씨는 청와대가 친서를 보낸 날이 “공교롭게 대한민국으로 귀화하겠다라는 자필 의향서까지 섰던 북한 선원 2명을 북으로 강제 추방하겠다고 우리 정부가 북한에게 통보한 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만든 음모론을 그대로 전달하며 출연자에게 관련 질문을 던졌습니다.

 

진행자 김진 : 지난 5일 문 대통령, 김정은에게 부산 초청 친서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정부 설명대로라면 같은 날 우리 정부가 북한에게 ‘그런데 말이야. 우리 쪽으로 니네 선원 2명이 넘어왔어. 그런데 우리 쪽에 살고 싶다는데 우리가 그냥 보낼게’라고 서면으로 통보를 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틀 후, 안대까지 가려가면서 어디로 갔는지 모른 채 북한 선원 2명을 끌고 가서 판문점에서 안대 벗기고 북한에게 인계도 했다는 거죠. 그날이 그날이다. 야당에서는 비판합니다. 우리 정부가 강제북송 의사 타진을 나서서 하며 김정은의 참석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판을 하고 있는 상황. 그러니까 더 쉽게 말하면 김희정 장관님, 북한 선원 2명의 목숨이 북으로 가면 잃을 것을 뻔히 알면서 우리 정부가 이걸 댓가로 ‘김정은 와라’라고 거래한 것 아니냐 라는 비판을 한국당이 하고 있는 건가요.

 

진행자의 발언에 이어 출연자 김희정 전 국회의원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는데요. 김희정 씨는 “인신 거래”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김희정 전 국회의원 : 이건 한국당 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의심 할 수 있는 그런 날짜를 고르지 않았습니까? 충분히 이게 밝혀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라는 걸 청와대 참모진들도 알 수 있다면 정말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이 날짜는 피하자’라고 결정을 했어야죠. 사실상 인신 거래를 한 겁니까? 더군다나 돌려보내는 날짜는 그로부터 이틀 후인데 딱 날짜를 맞춰서 그 날짜에 통보를 합니다. (중략)

 

11월22일_090028_2_채널A_2.ts_20191209_203221.123.jpg

△ 문재인 정부의 인신거래 여부 질문한 김희정 씨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1/22)

 

문재인 정부가 살인방조죄를 저질렀다는 주장까지 나아간 안찬일 씨

같은 내용을 다룬 채널A <뉴스TOP10>(11/22)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살인방조죄를 저질렀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출연자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자유한국당이 시작한 음모론을 두고 “그와 같은 의혹은 거의 지배적”이라며 신빙성이 있는 듯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면 문재인 정부가 살인방조죄에 대한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왜냐하면 설명하신 대로 바로 같은 날 북한에 보내겠다는, 송환하겠다는 편지와 함께 친서를 보냈고. 또 저 사람들이 체포되고 그렇게 되는 건 이제 11월 2일입니다. 그때도 약 2일 동안 우리 해군이 저 어선이 내려오지 못하도록 총탄을 퍼부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청와대가 그 두 사람을 보내려고 이미 작정을 했고. ‘보내서 사형을 당하더라도 김정은 위원장만 오면 된다’ 이런 식의 어떤 이판사판식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에. 이제 아마 저 문제가 좀 더 과학적으로 어떤 야당이 요구하는 대로 국정감사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밝혀질 경우 문재인 정부는 결국 오지도 않을, 오라고 해도 절대로 오지 않을 김정은 위원장 초청을 위해서 두 사람을 사지로 내몰았다. 이런 살인방조죄에 대해서 아마 역사적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진2.JPG

△ 문재인 정부가 살인방조죄 저질렀다는 안찬일 씨 채널A <뉴스TOP10>(11/22)

 

안찬일 씨의 주장도 결국은 두 사건이 같은 날 일어났다는 내용 외에는 별다른 근거는 없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만든 음모론을 그대로 차용해 문재인 정부의 살인방조죄까지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다른 근거는 없었던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 목소리 이용해 내용 전달한 채널A <정치데스크>

채널A <정치데스크>(11/22)에서는 출연자 김민지 정치부 기자가 “부산에 초청하는 친서를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 보낸게 바로 지난 5일”이라며 “그런데 바로 그 날이 북에 ‘탈북 선원 2명 추방하겠다’ 이렇게 서면으로 통보한 같은 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자료화면으로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의 전화 인터뷰를 실었는데요. 이때 김 수석대변인의 발언 중 “탈북 선원 강제북송 의사 타진까지 나서서 하며 (김정은) 참석을 유도”라는 부분에 색을 칠해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자료화면이 나간 뒤 다른 출연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북한에서 이제 답변서도 보면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하면서 사실 의례적으로 이런 부분들을, 표현들을 사실 공개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치데스크>는 자유한국당이 제시한 내용들만으로 “논란”을 전할뿐, 근거가 없는 음모론이라는 점은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11월22일_170034_2_채널A_10.ts_20191205_164626.727.jpg

△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 발언 강조까지 해서 보여준 채널A <정치데스크>(11/22)

 

북한 선원 송환 사건을 오로지 음모론에만 이용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이 음모론에 이용한 북한 선원 송환 사건은 다양한 각도로 논의됐어야할 사안입니다. 기존 북한 주민들의 탈북과는 다른 사안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대상이 되는 북한 선원들은 선박 내에서 다른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고, 남하 과정에서도 귀순의 의사가 확실한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11일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들은 우리 해군에게 발견된 이후에도 NLL을 넘어 북상했다가 다시 넘어왔고, 귀순 표시 없이 북서쪽 방향으로 도주를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제도적 미흡함 속에서 이들의 인권을 침해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은 존재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1월 14일 ‘북한 남성 2명 강제송환에 대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입장’을 통해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두 사람의 범죄행위가 확인되기도 전에 범죄자로 낙인찍어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함한 이들의 권리를 부인한 것”이라며 정부의 대응을 “비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법규를 위반한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동시에 “한국 당국은 신속한 조사와 국제인권협약 책무를 보장하여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국 정부는 문제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 <정부 “북 주민 추방 관련, 남북 범죄인인도 등 제도보완”>(11/15)에 따르면 통일부는 “흉악범죄의 기준, 귀순의사의 객관성 확보, 남북 간 형사사법공조(범죄인 인도), 관련 매뉴얼 등”의 방식으로 유사한 사례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지금까지의 제도를 돌아보고, 북한 이탈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며 현행법의 빈틈을 보완했어야 합니다. 또한 언론은 부정확한 보도를 자제하고 사안의 특수성을 이해해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조명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이 사건을 정부가 북한에 보낸 친서와 엮어 음모론을 만드는데 이용했고, 채널A는 이 음모론을 확산시키는데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데에만 몰두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극우 유튜브→채널A→극우 집회’…음모론 확산 창구가 된 종편

자유한국당의 음모론을 그대로 전달한 채널A의 보도는 단순히 특정 정당의 기관방송에 가까운 행태를 넘어 여론의 양극화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애란TV <국민 자유혁명; 문재인은 김정은을 부산에 불러오기 위해 탈북청년 2명에게 살인죄를 씌어 인신공양했다.>(11/24)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인신공양’이라는 음모론은 23일 열린 극우집회에서도 등장했습니다.

 

이어 24일에는 조갑제TV <문이 김정은에게 초청장 보낸 날, 북에 ‘탈북선원 보낸다’ 통보! 인간 제물로 바쳤나?>(11/24)에서 같은 내용을 전달하며 다른 극우 유튜브 채널까지 음모론이 퍼졌습니다.

 

‘청와대 인신공양 음모론’의 확산 과정을 정리하면 ①자유한국당이 음모론을 만들고 ②극우 유튜브가 이 내용을 인용한 뒤 ③채널A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이 내용을 전달하고 ④극우 집회에서 같은 주장이 등장한 후 ⑤다른 극우 유튜브가 재생산 하는 구조였습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특정 정당이 만든 음모론의 확산 구조에서 하나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만든 음모론이 퍼지는 구조에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종편 스스로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과 윤리적 책임을 외면한 채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의 기관방송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들은 종편의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이 왜 사라져야 하는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11월 22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02-392-0181) 정리 서혜경‧염한결 인턴

 

monitor_20191210_369.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