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통위는 MBN 승인 취소 결단하고 모든 종편의 불법 의혹 전면 재조사하라2011년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출범 당시 납입 자본금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임직원 명의로 차명대출을 받아 자사 주식을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던 MBN에, 금융당국이 검찰 고발 등 고강도 제재를 결정했다. 30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MBN의 분식회계를 사실로 확인하면서 MBN 법인 및 장대환 전 대표이사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고 이외에도 장대환 전 대표이사 해임 권고, MBN 감사인지정 3년 및 과징금 7천만원, MBN 외부감사인 위드회계법인에 대한 감사업무 제한 5년 등 제재를 최종 의결했다.
‘불법’으로 출범한 방송사, 당연히 퇴출해야
이미 검찰이 연루된 MBN 관계자 소환 조사 및 MBN 압수수색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최종 결정까지 나온 만큼 이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결단할 차례이다. 내년 11월로 예정된 MBN 재승인 심사에서 승인 취소를 포함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주체는 방통위다. 방송법 18조는 허위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 재승인 받은 경우 방통위가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MBN이 받고 있는 혐의는 승인 취소 사유가 되고도 남는다. 방송사의 직접적인 감독 기관으로서 처음부터 불법적 방식으로 국민을 속이고 출범한 방송사는 당연히 퇴출해야 한다. 또한 비슷한 의혹에도 검찰 및 방통위가 눈 감아줬던 TV조선과 채널A 역시 재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출범 당시의 불법 사업 승인과 황금 채널 배정 및 의무 재전송(공공성이 강한 프로그램을 유선방송, 위성방송 등 다양한 매체로 전송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함), 중간 광고 허용, 방송통신발전기금 면제 등 각종 특혜, 이후 재승인 심사에서의 잇따른 불법 의혹 부실 조사와 봐주기 심사까지 사실상 종편 폐해의 뿌리에 방통위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증선위의 의결로 정황이 뚜렷해진 MBN의 혐의는 종편 출범을 위한 투자금 유치가 어려워지자 MBN이 임직원들을 외부 개인 투자자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 납입 자본금 3000억 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MBN이 은행으로부터 600여 억 원을 대출 받아 자사 자본금 납입에 쓰면서 임직원 명의를 빌렸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계 장부를 누락 및 왜곡 기재했다는 것이다. 분식회계 및 외부감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검찰은 이미 MBN 관계자들로부터 “통장은 회사가 관리했고 모든 과정을 경영진이 지시했다” “대출약정서도 안 써, 이자도 회사가 냈다” 등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도 ‘차명 투자’로 출범…방통위는 재조사하라
종편 출범 요건인 납입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한 불법적 행위는 TV조선과 채널A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채널A의 경우 종편 출범 실무자인 동아일보 팀장의 누나가 대표였던 우린테크라는 중소기업에 동아일보가 30억 원을 빌려준 뒤 그 돈으로 채널A 주식을 매입하게 했다. 한 해 순이익 4억 8천 만 원에 부채만 31억 원이던 우린테크는 채널A 자본금 납입 마감 하루 전에 채널A 주식을 샀다가 채널A가 종편 승인을 받자 한 달 만에 모두 매각했다. MBN과 비슷한 ‘차명 투자 의혹’이다. 이 자체로 불법적 종편 승인에 해당하는데 승인 취소 사유가 하나 더 있다. 이미 채널A 지분 29.3%를 소유하고 있던 동아일보는 우린테크에 준 30억 원까지 합산하면 3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것이나 다름 없었는데 이는 신문사가 종편 지분 30% 이상을 가질 수 없다는 방송법 시행령 위반이다. 당시 시민단체들이 이를 검찰에 고발했으나 2년 간 수사를 질질 끌던 검찰은 2015년, 30억 원의 출처가 동아일보임을 확인하고도 차명투자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대여금’이라는 동아일보의 말을 순순히 믿어준 결과다.
‘바이백 이면계약’ 의혹 받는 TV조선도 적극적 수사 이뤄져야
TV조선도 마찬가지다. TV조선 개국 1년 전인 2010년 8월, 수원대학교 재단법인(고운학원)이 TV조선에 50억 원을 투자했는데 장학금 지급 등에 쓰라고 정부가 지원해주는 학교 발전 기금을 가져다 써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이에 재단은 “2018년까지 TV조선 주식을 매각하고 손실은 재단이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는데 재단 스스로 당시 TV조선 주식 가치가 32억 원으로 17억 손실이 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주식을 애초 금액 50억 원 그대로 조선일보가 매입해줬다. 수원대 재단법인 이사장의 사위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아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다. 사돈의 부담을 덜어주려 조선일보가 자사주를 액면가보다 높게 사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졌다. 조선일보가 의도적으로 주식을 고가에 사줬다면 부당한 이유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에 해당하고, 애초에 수원대 재단법인에 손해 없이 주식을 되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면 이면계약, 역시 불법 행위다. 방통위는 2010년 11월 종편 세부 심사 기준에서 이러한 이면계약을 승인 취소 사유로 내세운 바 있다. 이는 지난 6월 시민단체들이 고발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나 방통위의 경우 이 건으로 법률자문까지 받고도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불법‧특혜 난무한 종편의 역사, 방통위가 결자해지해야
TV조선‧채널A‧MBN 등 종편이 출범 및 재승인 과정에서 탈법‧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 그리고 이를 방통위가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 사안들은 더 있다. 출범 당시 심사에 제출한 투자자 명단 중 절반 이상이 승인 후 변경되어 사실상 무의미한 심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방통위는 유야무야 넘어갔다. 지난해 2월 MBN과 TV조선이 미디어랩 소유 지분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 역시 재승인 취소 사유였으나 방통위는 재승인 시효가 지난 위법 행위는 제재할 수 없다며 시정명령에 그쳤다. TV조선은 2017년 재승인 심사에서 불합격 점수를 받았지만 방통위는 ‘조건부 재승인’이라는 면죄부를 줬다. 최초 사업 승인부터 지금까지 방통위의 모든 종편 관련 심사가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심지어 종편에 갖은 특혜와 봐주기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방통위는 이런 오명을 벗고 스스로의 설립 취지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MBN 분식회계 혐의에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처에 나서야 한다. 이참에 모든 종편의 불법 행위와 특혜를 철저히 파헤칠 것을 촉구한다. 방통위가 종편에만 유독 관대하고 특혜를 주는 사이 방송 생태계는 붕괴됐다. 이제 방통위가 ‘결자해지’할 때가 왔다. <끝>
2019년 10월 3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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