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는 다른 언론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등록 2019.10.0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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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은 tbs 교통방송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비난했고, 조선일보는 이 주장을 반론 한 줄 없이 받아쓰는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 <친여 인사 2배 더 불러 ‘조국 방어’ 총력…“뉴스공장 아닌 뉴스 공작”>(10/4 신동흔, 구본우 기자)는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의 보도자료를 토대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이 편향됐다고 지적하면서 ‘허가 사항 위반’까지 거론했다.

 

tbs 교통방송에 대한 비판은 다양한 관점으로 나올 수 있다. 원래 언론은 비판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은 최소한의 합리적 논거가 있어야 하며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이번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의 주장은 기본적인 객관성조차 담보되지 않았으며 ‘색깔론이라는 색안경’을 낀 채 퍼부은 비난에 불과하다.

 

‘패널 막말‧편파의 본산지’ 조선일보가 편향성을 논하다니

조선일보가 tbs <뉴스공장>을 비판하는 주된 지점은 출연자의 양적 불균형이다. 조선일보는 “올해 1~9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들이 107회 출연하는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은 그 절반도 안 되는 49회 출연”, “이는 128석(더불어민주당), 110석(자유한국당)인 의석수에도 비례하지 않는다. 원내 6석인 정의당 출연 횟수가 제1 야당과 비슷한 44회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손영준 국민대 교수의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방송은 공적인 가치에 더 많이 신경 써야 한다”, “여당과 제1 야당의 출연 횟수와 시간에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발언도 인용해 덧붙였다. 이 발언은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선 여‧야 출연 비율 균등해야 공정”>이라는 표현으로 정리되어 소제목으로도 썼다. 제1야당, 즉 자유한국당만 야당이라는 식의 독단적 관점이 눈에 띈다.

 

물론 방송심의규정에는 제9조 공정성 ②항, 제12조(정치인 출연 및 선거방송) ①항 ③항,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①항에서 출연자의 형평성·균형성·공정성을 유지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조선일보나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여야 출연 횟수를 기계적으로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며 국회 의석수에 비례하도록 출연 횟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정치인이 직접 출연하거나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대담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정치적 관점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런 측면에서 오히려 tbs는 충실히 야권의 출연 횟수를 보장한 것으로 보인다. 민언련이 직접 정당별 횟수를 산정한 결과(지자체장 및 공무직, 전 의원 및 전 공무직은 제외) 1월 1일부터 9월 6일까지 <뉴스공장>에 출연한 국회의원은 민주당이 81회, 정의당이 41회, 민주평화당(국민의당) 41회, 바른미래당 40회, 자유한국당 51회, 무소속 13회였다. 도합 여당은 81회, 야당(무소속 포함)은 186회로 야당 의원의 출연횟수가 여당 의원의 2배를 넘는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은 물론 대다수 언론이 그간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소수정당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해온 언론계 악습을 고려할 때 <뉴스공장>은 도리어 바람직한 선례를 보인 것이다. 출연자의 형평성을 명시한 방송심의규정의 취지와도 합치한다. 1월부터 현재까지 <뉴스공장>에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의원 등 소수정당 의원들이 꾸준히 고정 출연하고 있다.

 

TV조선은 이렇게 다양한 정당에 마이크를 쥐어준 적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출범 이후 꾸준히 새누리당‧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당의 과도한 출연으로 지적을 받았던 TV조선은 최근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 바 있다. 민언련이 분석했던 TV조선 <강적들>의 출연자 분석만 봐도 올해 2월 16일부터 3월 16일까지 방송에서 여권 패널은 9회, 보수야권 패널은 14회 나왔다. 중복 출연자를 제외해도 이 숫자는 4대 9로 큰 차이가 없다. 조선일보가 언론으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뉴스공장>의 패널 편향성을 논하기 전에 자사 종편의 허물부터 반성하거나, 최소한 함께 비판했어야 하지 않을까.

 

‘팩트체크’의 가장 주요한 가치는 ‘기계적 균형’이 아니라 ‘진실하고 정확한 보도’

방송이 지켜야 할 공정성 및 객관성은 비단 ‘여야 패널 수 균형’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TV조선 등 종편이 ‘패널 편파성’으로 비판 받았던 큰 이유는 숫자를 넘어 그 패널들이 주도한 오보‧막말‧편파 방송 때문이었다. 방송심의규정은 공정성 및 객관성과 관련해 “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아니 하여야 한다”(제 9조, 공정성 ①항),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제 14조 객관성)고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언론이 국민에게 진실을 전하고,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며, 이러한 객관성의 잣대는 단지 ‘기계적 균형’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이 ‘기계적 균형을 지키라’는 주문에 빠져 공정성에 대한 기본적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은 <뉴스공장>의 ‘가짜뉴스 전담반’ 코너 관련 비판에서도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출연하는 시민단체 인물들도 대부분 친정부, 친여권 인사들이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34회로 가장 많았고, 참여연대 11회, 민변 4회 등 친여·좌파 단체 인물이 다수를 차지했다”, “'가짜뉴스 전담반' 코너 역시 민주언론시민연합, 뉴스톱, 한겨레신문 소속 인물들이 출연해 보수 언론 비판에 치중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기술했다.

 

‘가짜뉴스 전담반’은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가짜뉴스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는 코너이다. 그 과정에서 문제적 보도를 내놓은 언론에 대한 비평도 포함된다. 정치적‧이념적 잣대에 따라 양측의 입장을 절반씩 반영하는 ‘기계적 중립’으로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팩트체크’를 할 수 없다. 사실과 다른 부분을 짚어내고 그에 따른 악영향을 분석하는 데 좌우나 여야의 입장차는 개입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뉴스톱이 조선일보‧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역으로 팩트체크한 바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뉴스공장> ‘가짜뉴스전담반’ 코너는 총 31회 방송됐다. 미디어를 통해 유포된 ‘허위조작정보’를 대상으로 98개의 아이템이 다뤄졌는데 이중에서 “이른바 ‘보수언론’(조선·동아·중앙·매경·한경 등 신문과 TV조선·채널A·MBN 등 종편)의 보도기사가 대상이 된 것은 모두 27회”, “‘보수언론’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의 보도가 19회였고, 정치인 발언(18회), 모바일메신저(카톡방,12회), 유튜브(6회)”였다고 한다. ‘가짜뉴스전담반’ 코너에서 다룬 소재들은 모두 명확한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취사선택한 정보였으며, ‘보수언론’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었다. 부득이하게 보수언론을 대상으로 한 아이템 횟수가 많은 것은 그들이 그만큼 다양한 왜곡 보도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짜뉴스 전담반’ 코너가 보수언론 비판에만 치중했다고 말하기 전에, 보수언론에는 왜 허위조작정보, 왜곡 과장 보도가 많은지 먼저 따져야 맞다.

 

교통방송이 뉴스‧사평론을 하면 허가 사항 위반? 사실관계 달라

조선일보는 이러한 자의적 논리로 tbs 교통방송의 허가 여부를 단언하기도 했다. “‘교통과 기상을 중심으로 한 방송’을 조건으로 방송 허가를 받은 교통방송이 뉴스나 시사평론을 하는 것은 허가 사항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황근 선문대 교수의 “전문 편성 방송인 교통방송에서 나가는 ‘뉴스공장’ 같은 프로그램이 기존 언론을 공격하면서 전체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형태의 방송을 방치하는 것에 대해 이제는 우리 사회가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 논란은 이미 2년 전인 2017년 국감에서 일단락됐다. 국민의당 소속 김경진 의원이 tbs가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게 ‘불법’이라고 비판했지만, 언론사들의 팩트체크 결과 무리한 주장이었다. 미디어오늘 <tbs 시사·보도가 불법이라는 국민의당 주장은 거짓이다?(2017/10/13)에 따르면 실제 방송법 시행령 50조는 “전문편성사업자에 전문분야 편성 60%를 의무로 하고, 부수적으로는 교양과 오락프로그램만 편성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tbs는 전문편성 사업자가 아니라 특수목적사업으로 허가받았고, ‘특수목적방송’은 “방송의 목적에 맞는 편성비율을 60%이상 지켜야 한다”는 조항 이외에 특정 장르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없다.

 

실제 tbs는 1990년 개국 초기부터 보도국을 운영했으며, 당연히 취재기자가 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tbs의 보도기능에 대한 이의제기가 잠깐 있었지만 ‘보도를 허용한다’는 결론이 나기도 했다. 2013년 12월,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tbs와 CBS 등 보도를 해온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 대해 “현재까지 사실상 보도를 허용해온 역사성과 법제도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제도개선을 장기적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방통위가 이와 관련된 제도개선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통위는 tbs나 CBS와 같은 지상파 라디오에 보도를 허용한 상황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tbs가 엄청난 불법행위라도 저지른 것처럼 단정해서 보도했다.

 

‘오보‧막말‧편파’로 받았던 재승인 불합격 점수 벌써 잊었나

더 황당한 대목들도 눈에 띈다. 조선일보는 “2017년부터 2019년 6월까지 30개월 동안 교통방송이 받은 심의제재 13건 중 10건이 ‘뉴스공장’에서 나왔다”면서 ‘언론의 신뢰도 하락’을 운운했다. tbs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적어도 TV조선의 모회사인 조선일보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다. TV조선은 지난해 12개월 만에 제재를 39개나 받았으며 그 중 대부분인 37개가 뉴스 또는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비단 지난해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종합편성채널은 2011년 출범 당시부터 상상을 초월한 ‘오보‧막말‧편파’로 언론계를 충격에 빠뜨렸고 그 중에서도 TV조선은 유난히 극심하여 2017년 3월 재승인 심사에서 불합격 점수를 받았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재승인 취소에 해당하는 점수임에도 불구하고 ‘오보·막말·편파방송 관련 법정제재 4건 이하를 유지할 것’이라는 조건을 붙여 재승인을 했다. 이와 같은 전력을 가진 조선미디어그룹이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조국’으로 방송의 90% 가까이 채웠던 TV조선

이게 끝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tbs <뉴스공장>에 “‘조국 사태’ 이후 조국 법무부 장관 방어를 위해 총공세에 나선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달 뉴스공장이 다룬 아이템 73개 중 조국 관련 주제만 50개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이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의 주요한 이슈는 오직 ‘조국 의혹’에 매몰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놓친 다양한 의제들이 산재해있다. 그러나 이 지적을 조선미디어그룹이 한다는 것 또한 민망한 일이다. 조선일보의 종편인 TV조선은 8~9월 내내 모든 이슈를 외면한 채 말 그대로 조국 장관으로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언련 모니터 결과, TV조선은 8월 26일부터 9월 6일까지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등 시사 프로그램에서 전체 방송 중 무려 89.6%(전체 2025분 방송 중 1814분)를 ‘조국 이슈’에 쏟아 부었다. 이에 비하면 68.5%(73개 아이템 중 50개)를 보인 <뉴스공장>은 양호한 편이다. 심지어 TV조선은 삭발을 감행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두고 헐리우드 영화배우 개리 올드만에 비견하는 등 눈 뜨고 보기 어려운 가십 보도도 일삼았다.

 

그 사이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 지소미아 파기 등 같은 시기 중대한 사안은 모두 외면했다. 조선일보는 타사의 허물을 비난하며 ‘정치적 편향’을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 무너뜨린 저널리즘부터 톺아보길 권한다. <끝>

 

2019년 10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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