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김용균 씨 죽음에도 여전한 노동환경 고발한 MBC 스트레이트
등록 2019.09.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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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9년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사프로그램 부문에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8/19) ‘목숨에도 등급 매긴 죽음의 발전소’를 선정했다.

 

2019년 8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사 프로그램 부문 심사 개요

수상작

‘목숨에도 등급 매긴 죽음의 발전소’

매체 :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취재 : 고은상 기자

방송일자 : 8/19

선정위원

공시형(민언련 활동가),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민동기(고발뉴스 미디어전문기자), 박영흠(협성대학교 초빙교수), 박진솔(민언련 활동가), 엄재희(민언련 활동가),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임동준(민언련 활동가), 조선희(민언련 활동가)

심사 대상

8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7개 방송사의 탐사보도‧시사 프로그램

(KBS <시사기획 창>‧<추적 60분>‧<저널리즘 토크쇼 J>,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PD수첩>, SBS <그것이 알고 싶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채널A‧MBN 없음.)

선정사유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의 조사결과가 지난 8월 19일 발표되었지만, 언론들의 관심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게만 쏠려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이하 <스트레이트>)는 특조위 조사결과를 상세히 전했다. <스트레이트>는 발전사 하청업체 직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김용균 씨 사망 후에도 여전히 열악한 석탄 화력발전소의 작업환경을 지적했다. 또한 발전사들의 경영평가 내부 문서를 단독 입수하여 발전사들이 원청 직원이냐, 하청업체 직원이냐에 따라 사망 시 감점을 다르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사람 목숨 값을 매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스트레이트>는 특조위 조사결과만 전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사람 목숨 값을 매기고 그것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발전사들의 처참한 인식 수준을 드러냈다.

김용균 씨 사망사고 이후 언론과 대중 모두 이 사안에 대해 무관심해진 상황에서, <스트레이트>가 발전사 하청업체 직원들의 어려움을 집중 조명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에 민언련은 <스트레이트> ‘목숨에도 등급 매긴 죽음의 발전소’를 2019년 8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사 프로그램 부문에 선정했다.

 

김용균 씨 죽음에도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

고은상 기자는 김용균 씨 죽음 이후 “지난 2월 5일, 정부가 2인 1조 근무와 임금 개선, 정규직 전환과 같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그의(김용균 씨의) 동료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제대로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에서는 먼저, 김용균 씨가 희생된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의 현재 모습을 전했다. “작업로 양쪽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어른 키 높이로 들어선 노란색 철망, 이른바 안전펜스”가 설치되었고, “김용균 씨 사망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재발방지대책이었지만, 현장에선 크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끊임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석탄, 이른바 낙탄을 퍼서 다시 벨트 위로 올려놔야 하는데, 펜스 너머로 삽질을 해야 하니, 작업속도까지 늦어졌다는 것”이다.

 

김용균 씨가 혼자 일하다 변을 당했다는 지적에 따라, 급하게 사고 후 2인 1조 근무가 의무화됐지만 이는 조삼모사에 가까운 조치라고도 지적했다. 발전사에서 한 명이 3km씩 순찰하던 방식을 바꿔, 2명이 함께 6km를 돌게 했고, 담당구간이 길어진 대신 순찰횟수를 총 5회에서 3회로 줄였다. 그런데 순찰횟수를 줄이니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낙탄 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게 되었고, 발전소 하청업체 직원에 의하면 “회사 쪽에서 도리어 순찰을 한 번만 더 돌면 안 되겠냐고 요구”했다고 한다. <스트레이트>는 사측의 인력충원 없는 땜질식 해법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일은 더 어려워지고 업무량만 증가했을 뿐이며, “‘열악한 여건’ 탓에 인력 충원은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유독물질에 노출돼

지난 8월 19일 발표된 김용균 특조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발전소 현장 공기 중 유독 물질을 측정한 결과, 세계보건기구 WHO 산하 암 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결정형 유리 규산이 기준치의 8배 이상 검출되었다. 이는 독성이 굉장히 강한 1급 발암물질로, 전문가는 석탄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과 같은 수준으로 결정형 유리규산에 노출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재료인 석탄을 보관하는 저탄장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석탄에 함유된 휘발성분이 스스로 반응하며 불이 붙어 유독가스를 뿜어낸다는 것인데, 특조위가 저탄장 공기 중 유독물질을 측정한 결과 납은 기준치를 초과했으며 비소와 크롬, 1급 발암물질인 벤젠 등이 검출되었다. 이런 유독가스는 방진마스크로도 걸러지지 않는데 노동자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한 번에 12시간씩 근무한다.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발전사들은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으나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작업 후 목이 따끔거리는 증상을 느꼈다고 얘기할 뿐이었다. 더군다나 수십 년째 가동되고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유독물질을 측정한 것은 이번 특조위 조사가 처음이었다. 즉, 노동자들이 위험성을 인식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이다.

 

안전사고 증가는 반영 안 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인체에 치명적인 작업환경을 고려한다면 작업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맞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석탄을 태우고 남은 재를 처리하는 업무량은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났는데 그 이유는 사측에 있었다. 사측은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열량이 낮아 품질은 떨어지는 저열량탄 사용을 대폭 늘렸다. 저열량탄을 쓸 경우 시간당 최대 22톤의 석탄을 더 써야만 발전요구량을 맞출 수 있는데, 인력 충원 없이 업무량만 늘리는 열악한 작업환경을 만든 것이다.

 

<스트레이트>는 사측이 이같이 무리를 하는 이유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문이라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공공기관은 성과급과 기관장 평가 등을 잘 받으려면 경영평가 결과가 좋아야 하니, 경영평가 점수에는 안전사고 같은 내용은 반영되지 않고 원가절감 등 비용 문제만 주요하게 반영된다는 것이다. 결국 수시로 발생하는 산업 재해의 책임은 인력을 파견한 하청업체로 떠넘겨졌고, 사망이나 중상 등 중대재해 발생으로 (발전사가) 정부에 사고 원인을 통보할 때도 하청업체 직원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청업체나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은 불이익을 우려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원청이냐 하청이냐’에 따라 목숨 값 달리 매긴 발전사

<스트레이트>는 취재 도중, 사람의 목숨 값을 매긴 내용이 담긴 발전사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 보령 발전소 등을 운영하는 중부 발전의 ‘2018년도 내부 경영성과 평가편람’에는 ‘산업재해 발생 시 부서별 평가에 적용하는 신분별 감점계수’가 나와 있는데, 여기에는 ‘원청인 발전사 직원 사망 시 12점 감점, 도급인(하청 직원) 사망 시 4점 감점’이라고 되어 있었다.

 

MBC 스트레이트 (8월 좋은 시사프로).jpg

△ 원‧하청에 따라 목숨 값 달리 매긴 발전사 비판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8/19)

 

김용균 씨가 사망한 서부발전의 경우, 더욱 상세한 분류를 해놓고 있었다. 서부발전의 내부경영실적평가편람을 보면, 재해 사망 시 감점계수가 발전사 직원은 1.5점 감점, 도급자는 1점 감점, 건설 도급자는 0.2점 감점이라고 되어 있었다. <스트레이트>는 마치 신분처럼 등급을 나눠 사람 목숨 값을 매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인건비 지급‧정규직화 문제도 지적

<스트레이트>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노동 대가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태도 고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 하청 노동자들의 몫으로 책정된 임금을 삭감 없이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말뿐이었고, 김용균 특조위에서도 발전사 하청업체들이 인건비의 절반 가까이를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보령발전소 1~8호기 정비비용을 살펴보면, 정비 비용 중 노무비는 총 36억 원이었지만 직원들에게 실제 지급된 돈은 19억 원으로 인건비 지급률이 54%에 불과했다.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를 회사가 자기 이윤으로 가져간 것이다.

 

<스트레이트>는 정부가 지난 2002년 석탄 화력발전소의 운전과 정비 등을 담당할 민간 기업을 육성하겠다며 민영화·외주화를 진행한 것은 경쟁을 통해 기술을 키우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 민간기업(하청업체)들은 기술 향상과 안전 문제엔 무관심한 채 인력소개소 역할만 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결국 (민영화·외주화는) 국민들이 낸 전기요금을 (민간)업자들이 빼돌리는 결과를 낳았고, 이런 이유로 김용균 특조위가 발전사 정비 운전 업무의 민영화·외주화를 철회하라고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는 지지부진한 하청업체 직원의 정규직화 문제도 짚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원회가 2017년 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 생명과 직결된 만큼 비정규직에서 제외해야 하는 직종으로 발전사 운전·정비직을 꼽고 있었으니, 이미 청와대에서도 이들의 정규직화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뒤늦게 이들(발전사 운전·정비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사 대표와 전문가를 모아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이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논의는 뜸해졌다. 이 와중에 발전사들은 발전사 운전·정비직이 정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인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감춰뒀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고은상 기자는 “노동자들은 발전회사와 대등한 관계에 있는 한국전력 자회사 같은 제대로 된 공기업 설립을 원했지만 사실상 이런 방안은 배제된 상태이며, 대신 공공기업 지정도 어려운 어설픈 기업을 만들어서 그 회사로 (노동자들을) 이직시키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수그러들면 우리는 무덤의 길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발전사 하청업체 직원의 말을 전하며, 이번 일이 제대로 해결될 때까지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랐고, <스트레이트> 역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해서 주목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특조위 조사결과는 물론, 취재내용까지 상세히 전해

김용균 특조위 조사결과는 지난 8월 19일 발표되었지만, TV조선·채널A·YTN을 제외한 방송사들이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1~2건만 보도했다. 유일하게 MBC는 저녁종합뉴스에서 2건의 보도를 한 것 외에도,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통해 해당 소식을 자세하게 전했다. 조사결과뿐 아니라, 발전사 하청업체 직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하며, 김용균 씨 사망 후에도 여전히 열악한 석탄 화력발전소의 작업환경을 고발했다. 발전사들의 경영평가 내부 문서를 단독 입수하여, 발전사들이 ‘원청 직원이냐 하청업체 직원이냐’에 따라 사망 시 감점을 다르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이것이 바로 ‘사람 목숨 값’을 매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비판하기도 했다.

 

김용균 씨 사망 후 두 달 만에 정부 대책 발표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김용균 씨의 장례가 치러졌다. 그나마 이때까지는 언론의 관심은 이어졌지만, 특조위 조사결과가 발표된 시기에는 언론은 조국 후보자 관련 보도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이트>는 특조위 조사결과만 전한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사람 목숨 값을 매기고 그것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발전사들의 처참한 인식 수준을 드러냈다. 언론은 물론, 대중들의 관심도 식어버린 이때 김용균 씨 사망사고로 관심을 모았던 발전사 하청업체 직원들의 어려움을 집중 조명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에 민언련은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목숨에도 등급 매긴 죽음의 발전소’를 ‘이달의 좋은 보도상’ 시사 프로그램 부문에 선정했다.

 

<끝>

문의 박진솔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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