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이야기] ‘티’ 나게 응원해주세요!
등록 2014.11.2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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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나게 응원해주세요!





유민지 활동가 ymjymj23@nate.com


1984년 ‘언협’의 깃발이 세워진 후 ‘30년’, 올해는 민언련 30주년입니다.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민언련이 언론 민주화를 위해 걸어온 발자국을 돌아보고, 민언련을 지켜온 서로를 위해 어깨를 두드려주는 시간입니다. 또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민언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지 살펴보는 시간이기도 하겠지요. 민언련 사무처는 이러한 ‘30주년’을 민언련을 지켜온 많은 회원분들과 기념하고, 이웃단체 등 민언련을 응원하는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마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요?


이런 시기에 저는 ‘현장’에서 잠시 벗어나 있습니다. 지난 10월 1일 둘째 아이를 낳고 지금은 ‘출산휴가’ 중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낳은 기쁨과는 별개로 30주년이라는 중요하고 바쁠 시기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민언련 사무실 모습이 아른거리네요.


티 나는 일과 티 나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일은 ‘티’가 나야 제 맛이죠. 저는 지금 매우 ‘티 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생후 한 달 된 아기가 5kg을 훌쩍 넘어 볼살이 통통해지고 턱이 두 개가 됐습니다. 엄마 젖만 먹는 아이가 포동포동 살이 쪄가니, 제 하루를 꽉 채우는 ‘젖주기’라는 업무(?)의 성과가 팍팍 드러나는 것이죠.^^

그러나 민언련의 일은 ‘티’가 안 나는 일이 많습니다. 언론의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일, 언론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일, 언론 민주화를 위해 거리로 나선 언론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일 등을 하지만, ‘민언련’이라는 이름을 앞세우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제 생각 같아서는 ‘이것은 민언련이 했음’ 이렇게 플래카드라도 걸어 놓고 싶을 때가 많지만, 이런 생각은 수련이 부족한 활동가의 ‘치기’일 뿐입니다.^^


이런 민언련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순간이 있습니다. “민언련이 쓴 보고서를 읽고 언론 문제를 알게 됐다. 회원이 되고 싶다”는 전화를 받을 때, 언론학교 강의가 끝난 뒤 “정신이 번쩍 나는 시간이었다”며 활동가보다 더 들떠 민언련 강좌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수강생을 볼 때, 각종 사안들에 대한 모니터 자료들을 활용하며 “고맙다”라고 건네는 이웃단체들의 한마디에 힘이 번쩍 납니다. “우리 민언련 ‘티’ 났구나!”하면서 말이죠.


이번 30주년은 응원과 칭찬의 두드림이 있었으면 합니다. ‘우직한 소처럼 언론개혁의 한길을 묵묵히 걸어온 민언련’이지만, 이번 30주년에는 그동안 민언련이 해왔던 일들을 ‘티’나게 알리면서 “그래 잘했다! 앞으로 잘하자!”하는 축하와 격려의 소리가 가득했으면 합니다. 활동가로 살아가며 힘이 빠지거나 흔들릴 때, 스스로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서는 에너지를 흠뻑 받는 30주년이면 좋겠습니다. 휴가 중이라 30주년 준비도 하나도 못한 활동가가 바라는 것만 많네요.^^ 하지만 제 바람이, 넘치는 일거리에 하루에도 몇 차례 씩 ‘멘붕’에 빠지고 있을 사무처 활동가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소식지를 읽고 계시는 ‘당신’께 부탁드립니다. 마음에만 머물지 마시고, 이번 30주년에는 몸으로 함께 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민언련의 활동을 꾸준히 지켜보고 응원해 온 ‘당신’의 존재가 함께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것, 그것이 민언련이 해 온 일 중 가장 ‘티’ 나는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