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구저바구]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원칙
등록 2015.03.23 17:29
조회 333

[이바구저바구]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원칙


서지영 회원



안녕하세요. 민언련 회원 서지영입니다. 2005년 언론학교를 거쳐 신문분과와 연을 맺었습니다. 지금은 당시 함께 모니터 활동을 한 이들과 '뭉클'이라는 모임을 통해 느슨한 연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딱 10년 전 이맘때였네요. 서대문 골목길을 걷다가 담벼락에 붙은 '언론학교' 포스터를 봤습니다. 심드렁한 눈으로 강의 목록을 훑어보다가 귀퉁이에 쓰인 작은 글씨를 읽었어요. '수료증 발급'. 당시 저는 언론정보학을 전공하던 학생이었습니다. 학점 따기, 스펙 쌓기, 당장 뱉어낼 수 있는 얕은 책 읽기로 하루를 꾸려나가고 있었어요. '수료증'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언론학교에 등록했습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를만한 장면이 여럿 떠오릅니다. 언론학교가 끝날 무렵 조별 토론이 열렸어요. '언론의 책무'라는 제법 묵직한 주제였습니다. 한 학생이 편파·왜곡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소수를 위한 경제 정책이 마치 민생을 위한 마지막 출구인양 포장하는 매체를 비판했습니다. '엘리트와 대중'이라는 전공서를 턱에 받친 채 토론을 지켜보던 제게도 발언권이 주어졌습니다. "언론사도 기업 아닌가요?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창출이잖아요. 보도 방향과 타깃은 각 사별로 알아서 정하는 거죠. 대중은 자신이 원하는 매체를 선택해 읽으면 됩니다." 


석 달 뒤부터 신문 모니터 분과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부끄럽지만, 당시 저는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욕구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분과 활동 역시 '신문을 조금 더 꼼꼼하게 읽겠지'라는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하나 모임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치열한 토론을 거쳐 모니터 주제와 체크리스트를 짰습니다. 5개 조로 나뉘어 꼼꼼하게 이뤄지는 모니터 작업 역시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4년을 분과에서 보냈습니다. 그사이 한 가지 팩트를 두고 신문사별로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고, 특정 이슈만 부각하는 언론의 실상을 확인했습니다. 언론이 여론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캠퍼스 밖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한 때도 그즈음이었습니다. 한미 FTA 반대 집회 현장에 나가 물세례를 맞고 부르르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당신의 생각인가. 아니면 당신이 읽는 신문 사설의 생각인가'라며 흰 목을 젖히기도 했습니다. 거칠고 투박했으나, 저는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그 4년을 꼽곤 합니다. 


지금 저는 스포츠전문기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고 연봉을 받는 스포츠선수의 활약상을 왜 기사로 전해야 하는가', '스포츠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스포츠 기자에게 고발정신이 어떤 의미인가'를 고민하며 지난 6년을 보냈습니다. 답을 구한 부분도 있고, 정답을 몰라 서성거리는 날도 있습니다. 다만 어떤 취재와 기사이건 간에 그 출발과 끝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습니다. 스포츠는 원점에서 출발해 땀과 노력만으로 성취를 얻을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분야입니다. 부족한 글과 취재로 그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길,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