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토달기] 신문모니터위원회 가 선정한 ‘세월호 참사 1주기 좋은 기획 보도’
등록 2015.06.02 17:17
조회 368

 

신문모니터위원회가 선정한 ‘세월호 참사 1주기 좋은 기획 보도’

공감과 치유보다는 진상규명이라는 본질에 초점 맞춘 기획보도 돋보여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신문은 기획 논평, 책, 광고, 작품 기고 등 다양한 형태의 세월호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4월 2일부터 16일까지 종합일간지(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한국, 서울, 국민, 세계)에 보도된 세월호 기획기사를 모니터했다.
대다수의 기획 기사들은 유가족, 지인의 인터뷰와 교수, 전문가 의견, 그리고 1년간의 행적을 되짚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1주기를 기념한 기획기사는 아픔을 공감하고 전문가를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방법, 사회를 재해석하는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그중에서 세월호 1주기 전반의 아픔이나 공감과 치유가 아닌, 세월호 사건의 원인과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춘 경향신문의 <기억-공감-분노-불감-성찰> 시리즈와 국민일보의 <‘책임 가리기’에 시간 허비… 의심·불신의 파도>를 좋은 기획기사로 선정했다. 이들 기사는 아픔과 공감이 주를 이룬 기사들과 달리 가장 본질적인 ‘진상 규명’에 집중했다. 특히 1년간의 사건을 정리하거나 이미 주어진 원인을 재구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심장부, 정부와 관료를 겨냥한 부분이 돋보였다.

 

책임전가만 일삼은 정부 행태 조목조목 지적한 경향신문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세월호 1주기 기획기사인 <세월호 1년, 기억-공감-분노-불감-성찰’>를 4월 9일부터 15일까지 22건을 보도했다. 그중 특히 주목할 만한 보도는 <세월호 1년-‘분노’ 눈 먼 자들의 출항>(4/13, 박은하, 정대연기자)과 <선원·선장·청해진해운·해운조합 ‘네 탓이오’>(4/13, 조형국 기자)이다.
<세월호 1년-‘분노’ 눈 먼 자들의 출항>은 선사와 선원, 해운 감독기관, 구조기관 모두가 규정을 어기고 책임을 떠넘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기사는 7건의 재판기록과 감사원 감사결과(2014년 7월)를 분석해 지난 1년간 드러난 사실을 정리했다. 기사는 주요한 문제점을 △국토해양부, 항만청, 한국선급, 인천해경의 편법, 눈속임, 뇌물로 항로가 개설된 것 △청해진해운이 안전을 담보로 무리한 돈벌이 운항을 한 것 △세월호 탈출 승무원이 승객 구조를 방기하고 탈출한 것 △해경·119 구조대·해상교통관제센터가 구조에는 허둥대다 법정에선 거짓 진술을 한 것 등으로 크게 구분했다.


기사는 특히 침몰해가는 선체에 해경이 진입하지 않은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보도는 약 30분간 해경123정과 세월호가 교신하지 않은 의문점을 부각시키고, 이어 해경 123정이 ‘퇴선 명령을 했는지’ 여부가 조작된 사실도 덧붙여 보도했다. 보도는 김경일 전 해경 123 정장의 말 바꾸기와 함정일지를 조작 사실도 언급했다. 기사에 따르면 김 전 정장은 “퇴선 명령을 했다”고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나 거짓으로 밝혀졌으며, “퇴선 지시를 깜빡 잊어버렸다”, “해경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다가 “후회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어 기사는 광주고등법원 항소심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입수해서 선원은 선장을, 선장은 청해진 해운을, 청해진해운은 한국해운조합을, 한국해운조합은 정부를 탓하는 책임전가 행태를 비판했다.


한편 <선원·선장·청해진해운·해운조합 ‘네 탓이오’>에서는 해수부 해양안전심판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세월호 전복사고 특별조사 보고서’에서 “구조활동이 국민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은 대형 선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훈련·장비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결론 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이런 보고서는 부패의 연결고리 안에서 생계를 꾸리는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의 태도와 맥을 같이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경향신문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이 대부분 ‘세월호’라는 공간을 중심으로만 이뤄졌음도 지적했다. 현장 실무자를 넘어 해수부 퇴역 관료들이 취업해 ‘관피아’ 논란이 있던 한국선급과 감독기관, 피감기관 간 유착 행위는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짚은 것이다.


또한 보도는 청해진 해운이 부실한 상태에서 20년간 인천~제주 황금노선을 독점한 이유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 국방부, 국가정보원, 청와대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 세월호 참사 이후 사고 상황이 청와대까지 어떤 경로로 제대로 보고됐는지 논란이 됐으나 조사된 적은 없다는 점, 참사 초기 해경 수사관이 수사 대상인 이준석 선장을 집에 데려가 재운 점, 청와대가 언론통제 여론몰이를 시도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분열 원인은 정부의 진상규명 부재임을 강조한 국민일보

 

 

△ 국민일보 기사 갈무리


국민일보 세월호 1주기 기획기사 중 <‘책임 가리기’에 시간 허비… 의심·불신의 파도>도 좋은 기획보도로 선정됐다. 이 보도는 세월호 초기 함께 구조를 기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던 국민들이 왜 분열로 치닫게 되었는지 짚었다. 보도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그 이유를 “정부가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보다는 책임 추궁에 골몰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책임추궁에 골몰한 과정을 상세히 짚었다. 기사는 4월 21일 청와대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부터 ‘책임소재를 철저히 가리겠다’에 방점을 찍혔다는 점, 이후 사고원인을 조사하는 합동수사본부가 광주지검에 꾸려진 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를 표적으로 하는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이 인천지검에 구성된 점, 해운업계 비리 특별수사팀이 부산지검에 구성된 점을 언급했다. 국민일보는 이런 과정에서 불신의 씨앗이 뿌려졌다면서, “사고 초기에는 시스템이 왜 잘못됐는지를 따지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악하는데서 사고 배후를 캐는 쪽으로 양상이 달라지며 진흙탕이 됐다. 구원파가 등장하고, 진영 논쟁이 개입되고 ‘일베’가 끼어들었다. 초기 분위기가 이어졌다면 일베가 들어올 공간이 없었을 것”이라는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담았다. 보도는 “정부의 진상규명 활동은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진행되었으나 10월 6일 발표된 수사 결과는 유가족을 납득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엄정하게 수사하라”는 발언과 달리 정작 정부의 직접적인 진상규명 활동이 없었음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선진국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그동안 당연시했던 전제나 가정 중에 잘못된 것은 없는지부터 살핀다. 대개 정치권이 이른 시일 안에 합의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고 전문가를 모아 방대한 조사와 연구를 한다. 그래서 원인을 찾고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사고의 근본 원인을 찾기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책임전가와 공방만 벌이며 1년이란 귀중한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지적을 담았다. 기사는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사고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분열, 강등이 완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마무리했다.

 


정수현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