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헝가리 유람선 참사 전한 방송뉴스, 5년 전과 달랐을까
등록 2019.06.14 17:10
조회 487

한국 시각으로 5월 30일 새벽 4시 경,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현지 시각으로 29일 밤 9시 경에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뒤따라오던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와 충돌하며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허블레아니호의 탑승자는 한국인이 33명, 헝가리인이 2명으로 총 35명이었고, 사고 직후 7명만 구조됐습니다. 정부는 30일 곧바로 대응팀을 급파해 구조‧수색 및 진상 파악에 나섰습니다. 실종자 28명 중 13일 현재까지 25명이 시신으로 수습됐으며 3명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희생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30일부터 언론 보도도 쏟아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참사 보도에 대한 사회 전반의 비판과 반성이 있었기 때문에 참사 진상 파악 및 구조‧수습, 희생자 인권 보호 등 우선적으로 희생자와 그 가족을 위한 정보들이 보도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참사 직후인 30일부터 사망 보험금 및 배상금을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언론의 문제가 여전함을 보여줬습니다. 재난‧참사에서 타 매체보다 역할이 중요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경우 사망 보험금을 강조한 보도는 없었으나 부정확한 보도, 희생자 및 그 가족의 개인적 사연 등 신상에 집착한 보도, ‘비참함과 슬픔’으로 화면을 구성하고자 하는 보도들이 나타났습니다.

 

 

보도량은 많았는데 보도의 질은 개선되었을까

 

KBS

MBC

SBS

JTBC

MBN

채널A

TV조선

YTN

보도량

52

59.5

50

49.5

42

57.5

41

51

402.5

△ 5/30~6/5 방송사별 헝가리 유람선 사고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0.5건은 단신 ©민주언론시민연합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 YTN까지 총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5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 총 402.5건을 보도했으며 이는 1개 방송사마다 평균적으로 40~50건씩 보도한 것입니다. MBC는 59.5건으로 보도량이 가장 많았고 보도량이 가장 적은 TV조선도 41건으로 대체로 보도 비중은 컸습니다. 이렇게 많은 보도들은 과연 모두 적절하고 필수적인 정보들만 담았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1. 무분별한 희생자‧가족 신상 노출과 과잉 취재

이름만 가리면 실종자 신상 노출해도 된다?

재난보도준칙 제19조(신상공개 주의)는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MBC‧JTBC‧TV조선‧채널A‧YTN은 여행사가 공개한 실종자 명단을 촬영해서 내보냈습니다. 그나마 온전히 신상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여행사가 공개한 실종자 명단에서 이름을 지워서 성만 볼 수 있고 연령, 성별, 생년월일을 보여주는 식입니다. 그러나 결국 이런 노출도 사실 할 필요가 없는 내용입니다.

 

noname01.png

△ 여행사가 공개한 실종자 명단 보도하는 채널A <뉴스A>(5/30)

 

 

피해자 SNS 게시물 공개…대체 누구에게 필요한 정보인가

TV조선 <부부끼리, 남매끼리 왔다 ‘엇갈린 운명’>(5/30 구민성 기자)에서는 유람선에 올랐던 사람들 중 생존자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하며, 생존자들은 구조됐지만 그 일행은 구조되지 못했음을 언급했습니다. 먼저 생존자 안 모 씨를 비롯하여 은퇴한 “공무원 부부 세 쌍”이 타고 있었으나, “안 씨만 구조됐고, 나머지 5명은 아직까지 실종상태”라고 전했고, 특히 생존자 정 모 씨가 “남동생과 함께 여행”을 갔는데, “정 씨는 무사히 구조됐지만, 동생은 아직 실종 상태”라는 소식을 전하는 와중에, 정 모 씨의 SNS 게시물을 모자이크 처리 후 그대로 노출도 했습니다. 생존자의 실명과 나이, 거주지역 등은 사고 상황을 뉴스로 접하는 시청자들에게나, 사고 당사자인 생존자와 피해자, 피해자 가족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은 정보입니다. 사고의 ‘비극성’만 강조할 뿐입니다.

 

noname02.png

△ 생존자 실명과, 모자이크 처리한 SNS 게시물을 노출한 TV조선(5/30) ※탑승객 실명 ‘검은색 바’ 처리는 민언련에서 한 것임.

 

 

수습된 피해자도 ‘블러 처리’해 노출…누구를 위한 보도인가

비록 블러 처리되었지만, 수습된 피해자의 모습을 담은 장면들도 불필요했습니다. KBS <유속 빠른 다뉴브강…하류로 수색 확대>(5/30 정영훈 기자)에서는 “특히 실종자가 다뉴브강 하류로 빠르게 떠내려갈 수 있는 만큼 수색은 사고 현장에서 남쪽에 초점이 맞춰 진행되고 있습니다”라는 기자멘트에 맞추어 수습된 피해자의 모습을 블러 처리를 해서 보여줬습니다. JTBC <사고 지점 수km 떨어진 곳서 탑승객 구조했지만…>(5/30 어환희 기자), MBC <6번째 실종자 발견‥“때 놓칠라” 가족들 발 동동>(6/5 김민찬 기자)도 수습된 피해자 모습을 ‘블러 처리’하여 내보냈습니다. 수습된 피해자의 모습을 생생히 담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보도일까요? 모든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가슴 아픈 장면일 겁니다.

 

뉴스에서 수습된 피해자들의 모습을 블러 처리해서 꼭 화면으로 보여줘야만 시청자들이 피해자들이 수습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앵커나 기자의 멘트, 혹은 자막 처리만으로도 피해자들이 수습됐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알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이처럼 피해자들이 수습됐다는 사실을 보도할 때 수습된 희생자들의 모습을 블러 처리나 모자이크 처리를 한 상태로 내보냈는데요. 이는 뉴스 화면 구성을 위한 것일 뿐, 결코 시청자나 피해자․피해자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생존자 인터뷰, 굳이 했어야 할까

JTBC는 <구조승객 7명 병원 3곳 나눠서 치료…일부 ‘퇴원’>(5/30 이상엽 기자)<인터뷰/“발버둥 치다가 누군가가…” 생존자 만난 이우석 씨>(5/30 손석희 앵커)를 통해서 생존자 소식을 전했는데요. <구조승객 7명 병원 3곳 나눠서 치료…일부 ‘퇴원’>(5/30 이상엽 기자)에서 이상엽 기자는 “취재진은 현지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회사원을 통해 (생존자 중) 남은 3명이 있는 우조키 병원 상황을 파악”해봤다며, “김 모 씨 등 3명과 병원 의료진에게 동의를 얻고, 현재 몸 상태 등을 물었”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의 신분을 밝히고 환자와 의료진의 동의를 얻었으니, 언뜻 보기에 괜찮아 보입니다.

 

그러나 화면구성이 영 이상합니다. 생존자 김 모 씨의 심경과 의료진의 소견은 취재진의 신분을 밝힌 뒤 동의를 얻고 보도한 것이라고 해도, 기울어진 화면 각도나 고르지 않은 영상의 화질을 고려할 때 과연 촬영까지 동의를 얻고 한 것인지 의문이 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촬영 역시 환자와 의료진의 동의를 얻고 진행된 것이라고 해도, 과연 이렇게까지 촬영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방송뉴스의 특성상 화면 구성을 위해 무리하게 촬영을 감행한 것은 아닌지 역시 의문이 남습니다.

 

 noname03.png

△ 생존자 모습 무리하게 촬영 보도한 JTBC(5/30)

※탑승객 실명에 대한 ‘검은색 바’ 처리는 민언련에서 한 것

 

JTBC가 뉴스 화면 구성을 위해 무리하게 촬영을 감행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은 바로 다음 기사인 <인터뷰/“발버둥 치다가 누군가가…” 생존자 만난 이우석 씨>(5/30 손석희 앵커)에서 손석희 앵커의 멘트를 통해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이상엽 기자의 지인으로 현지 취재를 도운 이우석 씨를 인터뷰하면서 “물론 김 씨는 저희하고 인터뷰는 저희가 정중하게 부탁드렸습니다마는 사양을 하시고 그 대신 이우석 씨에게 다 전달을 하겠다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라고 말했습니다. 즉, 김 모 씨가 JTBC의 인터뷰에 응하지는 않았다는 것인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JTBC가 인터뷰를 사양한 생존자를 굳이 화면에 담으면서 취재하려 한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JTBC는 생존자의 심경과 상태를 전하는 2건의 보도에서 앵커멘트와 기자멘트에서 모두 생존자의 신분을 ‘김 모 씨’라고 밝혔지만, 정작 <구조승객 7명 병원 3곳 나눠서 치료…일부 ‘퇴원’>(5/30 이상엽 기자)에서 김 모 씨의 심경을 전하는 화면에서는 김 모 씨의 실명을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이러한 신상 노출은 참사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당사자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무리한 인터뷰 시도한 TV조선

재난보도준칙 제15조(선정적 보도 지양)는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 취재도 자제한다”는 규정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은 헝가리로 출국하는 피해자 가족을 무리하게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TV조선 <충격과 슬픔…무거운 발걸음>(5/31 윤재민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도 항공편이 부족해 애를 태우던 탑승자 가족들이 오늘 모두 헝가리로 떠났”다며,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며 비행기에 오르는 그 모습”을 기자가 취재했다는 멘트를 통해 사고의 ‘비극과 슬픔’을 한껏 강조했습니다.

 

noname04.png

△ 피해자 가족 무리하게 인터뷰한 TV조선(5/31)

 

TV조선 보도에는 기자가 “걱정 많이 되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실종자 가족이 “그냥 혼자 가고 싶은데요”라며 인터뷰를 거부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기자가 앞서 묘사한 대로 “헝가리 유람선 사고를 생각하면 그저 먹먹할 뿐”인 피해자 가족에게 애초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 합니다.

 

 

실종자 가족의 ‘불안함’ 강조도 불필요한 감정 묘사

제16조(감정적 표현 자제)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간 즉흥적인 보도나 논평은 하지 않으며 냉정하고 침착한 보도 태도를 유지한다.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 공포심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하여 사건을 감정적으로, 자극적으로 그리지 말고 침착한 태도로 보도하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희생자들과 그 가족의 개인적 사연에 집착했고 이는 재난‧참사를 비극적인 드라마로 묘사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TV조선은 <가족 여행 왔다 참변…‘3대 가족’ 실종>(5/30 백연상 기자)에서 실종자가 “최연소 탑승자”였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생존자 황 모 씨의 실명과 나이, 거주 지역을 그대로 언급하고 거주 지역을 화면으로도 보여주며, 같이 여행 갔던 사람들이 아직 구조되지 못했음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두 손을 꼭 모은 남성, 초조한 듯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라며 실종자 가족의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실종자 가족의 초조하고 불안한 모습을 한껏 강조했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사연에 집중한 보도들

MBC <딸 봐주셨던 부모님‥함께 '감사 여행' 갔다가>(5/30 이기주 기자)에서는 “6살 난 딸을 키우며 피부관리숍을 운영했던 김 모 씨”가 “힘들게 아이를 봐주신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올해 환갑을 맞은 부모님에 대한 선물”로 부모님과 유럽여행을 함께 떠났다고 소개했는데요. 이런 사연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기주 기자가 김 씨가 일했던 인천의 상가 건물 문 앞에 가서 잠긴 문을 잡고 흔드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김 씨와, 함께 여행을 갔던 가족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김 씨의 일터 문이 굳게 잠겨 있는 것이 당연한데도 기자가 굳이 이 문을 잡고 흔들고 “문이 굳게 잠겨있”다는 멘트를 붙이며, 사고의 비극성을 한껏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이 기사에서는 김 씨 남편의 인터뷰를 녹취 인용하기도 했는데요. 여기서 이기주 기자는 “지방에서 일을 하다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김 씨의 남편도 경황이 없는 듯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며 자신의 가족에게 난 사고가 맞는지 취재진에게 여러 차례 되묻기도 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기주 기자의 말대로라면, 김 씨 남편은 취재진의 연락을 받고 나서야 가족의 사고 소식을 처음으로 알게 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취재진이 인터뷰를 위해 실종자 가족에게 무리하게 연락을 취하고 인터뷰를 시도한 것은 아닐까 우려됩니다.

 

noname05.png

△ 실종자의 일터까지 찾아간 MBC(5/30)

 

이렇게 실종자들의 개인적 사연과 실종자 가족의 ‘참담함’을 강조한 보도들은 타사에서도 눈에 띄었습니다.

 

MBC

<딸 봐주셨던 부모님‥함께 '감사 여행' 갔다가>(5/30 이기주 기자)

<누나는 구조 남동생은 실종‥안타까운 사연들>(5/30 박윤수 기자)

MBN

<효도여행 갔다가 참변>(5/30 박자은 기자)

채널A

<옆 사람 도움으로 구사일생>(5/31 박선영 기자)

<2주 미뤄진 일정에 참사>(5/31 김태영 기자)

<“여고동창 첫 해외여행 들떠했는데…”>(6/1 여현교 기자)

TV조선

<가족 여행 왔다 참변…‘3대 가족’ 실종>(5/30 백연상 기자)

<부부끼리, 남매끼리 왔다 ‘엇갈린 운명’>(5/30 구민성 기자)

<“함께 빠진 탑승객, 튜브 건네”>(5/31 구민성 기자)

<충격과 슬픔…무거운 발걸음>(5/31 윤재민 기자)

<앵커의 시선/돌아오지 못한 가족여행>(5/31 신동욱 앵커)

YTN

<부모님․6살 딸과 효도여행 갔다가…>(5/31 이기정 기자)

△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사연에 집중한 보도 (5/29~6/5) ©민주언론시민연합

 

 

사고의 비극성과 처참함 강조한 TV조선 보도도 불편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과 묘사로 과도하게 사건을 ‘비극’으로 묘사한 보도들도 있습니다. TV조선 <빠른 구조 가로막은 낮은 수온 ․ 거센 물살>(5/30 이채현 기자)에서 이채현 기자는 “수온 역시 10~12도로, 체온은 물론 목욕탕 냉탕 온도보다 낮습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수온이 낮다는 사실만 보도하면 되는데도 굳이 “체온은 물론 목욕탕 냉탕 온도보다 낮다”면서 자극적이고 공포심을 줄 수 있도록 보도한 겁니다. 이처럼 사고의 ‘비극성’을 한껏 강조하는 보도 태도 역시 시청자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2. 부정확한 구조 상황 보도

민간선박을 ‘구조대’로 착각한 채널A의 오역

재난보도준칙 제2장 제14조(단편적인 정보의 보도)는 “사건 사고의 전체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단편적이고 단락적인 정보를 보도할 때는 부족하거나 더 확인돼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를 함께 언급함으로써 독자나 시청자가 정보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입니다. 쉽게 말해 단편적 정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급하게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를 어긴 보도가 이번에도 있었습니다.

채널A <긴박했던 구조대 교신 내용>(5/31 공태현 기자)은 “헝가리 구조당국의 긴박했던 초기 구조상황”을 전했습니다. “(30일) 새벽 4시쯤 작은 유람선이 침몰한 직후 구조선박끼리 나눈 무선대화” 내용을 입수했다는 겁니다. 방송사 중 채널A가 가장 먼저 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공태현 기자는 “유람선 침몰 사고 발생 30분 뒤 현장에 도착했던 구조대들.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교신을 주고받으며 작업을 진행합니다”라며 긴박하게 상황을 소개했고 무전으로 교신하는 대화를 들려줬습니다. 채널A가 번역한 교신 내용의 일부는 이렇습니다.

 

“구조대 입니다, 구조대 입니다, 랩소디(구조대 이름)가 수색 중입니다.”

“여기도 구조대 있습니다. 우리도 구조하겠습니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할까요.”

“우리 잠수부들이 세체니 다리에서 인명을 수색하고 있습니다.”

“여기 웨이브 구조대가 있습니다. 두 사람을 끌어 올렸고, 지금 하이델베르그(선착장 이름)에 잘 묶어놨습니다. 당신들을 기다릴까요, 아니면 우리는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도 되나요?”

 

그러나 이는 KBS <“승객 구조해 소생 중”…구조 교신 녹취 입수>(5/31 기현정 기자), YTN <“두 명을 구했습니다”…긴박했던 구조 교신>(6/2 단신), 세계일보 <사고 지점 지나던 민간 선박들 구조대와 무전하며 생존자 구해>(6/2 임국정 기자) 등 타 매체 보도와는 그 내용이 다릅니다. 채널A가 구조대라고 뭉뚱그려 보도했으나 실은 사고 현장 인근을 지나던 ‘민간 선박’과 헝가리 ‘수상구조대’의 교신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즉, 채널A 보도에 나온 ‘랩소디’와 ‘웨이브’는 구조대가 아니라 구조 활동에 동참한 민간 선박이었는데 채널A는 이들도 ‘구조대’로 보도한 겁니다.

 

 

채널A(5/31)

KBS(5/31)

YTN(6/2)

민간 선박1

구조대 입니다, 구조대 입니다, 랩소디(구조대 이름)가 수색 중입니다.

구조 당국, 구조 당국, 럽소디어가 찾습니다.

여기는 럽소디어, 수상구조대를 찾습니다.

구조 당국

여기도 구조대 있습니다. 우리도 구조하겠습니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할까요?

구조 당국입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무슨 일로 어떤 일로 그러십니까? 누구, 어디신가요?

수상구조대입니다. 죄송합니다. 다른 전화를 받느라 답이 늦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들었습니다. 어디, 누구신가요?

민간 선박1

우리 잠수부들이 세체니 다리에서 인명을 수색하고 있습니다.

럽소디어, 저희 선원들이 찾았습니다. 한 명을 구조했습니다.

럽소디어 호가 전화했습니다. 우리 선원 한 명이 구조대가 체인 브리지에서 사람을 구하는 걸 봤습니다.

구조 당국

지금 사망자를 찾았는데,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습니다. 또, 생존자도 한 명 구조했습니다.

지금 한 명을 끌어올려 소생시키려 하고 있고, 심지어 이 사람은 살아있어요.

지금 호흡이 없는 한 사람을 구조해서 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살아 있습니다. 그 사람이 크루즈선 옆에 있던 사람인가요?

민간 선박2

여기 웨이브 구조대가 있습니다.

구조 당국, 여기 웨이브입니다.

수상구조대, 여기는 훌람입니다.

구조 당국

말하세요.

구조 당국입니다.

수상구조대입니다.

민간 선박2

두 사람을 끌어 올렸고, 지금 하이델베르그(선착장 이름)에 잘 묶어놨습니다. 당신들을 기다릴까요, 아니면 우리는 다시 사고 현장으로 돌아가도 되나요?

안녕하세요. 지금 방금 두 명을 발견했습니다. 하이델베르크에 그대로 있습니다. 구조당국을 기다릴까요? 아니면 다시 원래 위치로 갈까요?

안녕하세요. 우리도 두 명을 건져 올렸습니다. 하이델베르크 배에 접안하려고 하는데요. 수상구조대를 기다릴까요? 아니면 우리 위치로 되돌아갈까요?

△사고 초기 구조 상황이 담긴 무선 교신 내용. 채널A가 보도한 것과 KBS‧YTN이 보도한 내용이 달랐다.(5/31~6/2) ©민주언론시민연합

 

채널A는 럽소디어 선박의 교신 중 하나를 “우리 잠수부들이 세체니 다리에서 인명을 수색하고 있습니다”라고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민간 선박 ‘럽소디어 호’를 ‘구조대’로 착각하다 보니 ‘선원’을 ‘잠수부’로 해석하면서 연속된 오역이 발생한 겁니다. 타사의 경우 ‘우리(럽소디어 호) 선원이 구조대가 한 명을 구조한 것을 봤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구조당국이 실제로 잠수부를 동원한 구조에 나섰는지, 어느 정도 규모로 어디까지 수색 중인지가 굉장히 절실한 정보입니다. 언론이 구조 상황 녹취를 보도했다면 당연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으며 민간 선박이 구조하고 있는 것인지, 선박 3개 모두 공식 구조대인지, 민간 선박이 돕고 있는 것인지 역시 실종자 가족에게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고 모두 구조당국인 것처럼 전한 것은 부적절한 보도행태입니다.

 

 

타사도 같은 교신에 해석 엇갈려, 절실한 희생자 가족에게 ‘혼선’ 야기

민간선박을 구조대로 오역하지는 않았으나 타 매체에서도 일부 해석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KBS의 경우 채널A가 “우리 잠수부들이 세체니 다리에서 인명을 수색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오역한 민간 선박 럽소디어 호의 교신을 “저희(럽소디어호) 선원들이 찾았습니다. 한 명을 구조했습니다”라고 해석했습니다. 반면 YTN과 세계일보는 “우리(럽소디어호) 선원 한 명이 구조대가 체인 브리지에서 사람을 구하는 걸 봤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MBC <방향 바꾸기 전 교신 시도조차 없었다”>(6/1)는 같은 대목을 “랩소디호입니다. 우리 선원이 지금 2명을 강에서 올렸습니다”라고 해석했습니다.

 

KBS‧MBC는 민간선박이 직접 구조한 것으로 보도하고, YTN‧세계일보는 민간선박 선원이 구조대의 구조 상황을 목격한 것으로 보도한 것이죠. KBS‧MBC의 경우 구조했다는 인원 수도 다릅니다. 현재로서는 어느 언론사도 어느 쪽 해석이 맞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민간 선박을 구조대로 착각하는 결정적인 오류는 아니지만 이러한 보도 내용의 불일치 역시 시청자와 희생자 가족에게 혼선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3. 과거 참사 동원한 보도들

다뉴브강의 빠른 유속 말하면서 맹골수도 유속과 비교

재난보도준칙 제2항 제23조(과거 자료 사용 자제)는 “과거에 발생했던 유사한 사건 사고의 기사 사진 영상 음성 등을 사용하는 것은 해당 사건 사고와 관련된 사람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불필요한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한다. 부득이 사용할 경우에는 과거 자료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는 조항으로서 불필요하게 과거 참사를 들춰내 해당 참사의 당사자들에게 다시 상처를 주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이 역시 어긴 사례들이 있습니다. 방송사들은 이번 헝가리 유람선 사고의 수색상황을 보도하며 유람선 사고가 일어난 다뉴브강의 유속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맹골수도의 유속을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는 정부합동 신속대응팀 현장 지휘관인 송순근 대령이 수색 중인 잠수사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전하면서 “세월호 작전 때보다 유속이 훨씬 빠르고”라고 언급한 데서 나온 것이긴 합니다. 하지만, 재난보도준칙에도 나와 있듯이 과거에 발생했던 유사한 사건 및 사고를 다시 상기시키는 것은 해당 사건 사고와 관련된 사람의 아픈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데서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8개 방송사 중 TV조선을 제외한 나머지 방송사들은 모두 저녁종합뉴스에서 다뉴브강의 유속이 빨라서 수색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맹골수도의 유속과 비교했습니다.

 

KBS

<침몰 유람선 사진 공개…수중 상황은?>(6/1 홍석우 기자)

MBC

<수중 수색 첫 시도‥선체 진입 실패>(6/1 김성현 기자)

SBS

<시속 15km의 거센 물살‥“수색 범위 확대해야”>(6/1 윤나라 기자)

<한 치 앞도 안 보인 '암흑'‥“평생 가장 힘든 잠수”>(6/4 이대욱 기자)

JTBC

<빠른 유속, 더딘 구조…강 수위 높고, 수온은 낮아>(6/1 백종훈 기자)

MBN

<“맹골수도보다 빨라”>(5/31 손하늘 기자)

채널A

<침몰 사흘째…내일까지 수중수색 중단>(6/1 김민지 기자)

YTN

<“사고 현장, 수심 9.3m…평소 3배”>(6/1 김대근 기자)

△ 다뉴브강 유속 설명 시 세월호 언급한 보도 (5/29~6/5)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KBS는 <침몰 유람선 사진 공개…수중 상황은?>(6/1 홍석우 기자)에서 다뉴브강과 세월호 참사 당시의 자신을 나란히 보여주며 유속을 비교했는데요. 이러한 보도는 세월호 참사로 아픔을 겪은 유가족에게도 다시금 아픔이 될 수 있거니와, 이번 헝가리 유람선 사고의 피해자 가족들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noname06.png

△ 다뉴브강과 맹골수도의 유속 비교한 KBS <뉴스9>(6/1)

 

유람선 사고 지점은 ‘유럽 3대 야경’이라며 상세히 소개한 SBS

SBS는 사고가 일어난 헝가리 다뉴브강과 사고 선박인 허블레아니호를 상세히 설명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보도는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해 꼭 필요한 보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SBS <한국 관광객 필수 코스인 ‘유럽 3대 야경’ 장소>(5/30 최재영 기자)에서 최재영 기자는 “(다뉴브 강에서) 유람선을 타면서 보는 야경이 파리, 프라하와 함께 ‘유럽 3대 야경’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하다고 소개하며, “강 주변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국회의사당, 고딕 양식의 화려한 외관이 돋보이는 어부의 요새와 성 이스트반 대성당, 그리고 국립미술관, 국립박물관 등이 모여”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한 “국회의사당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출발한 유람선은 주요 명소를 거쳐 엘리자베스 다리까지 갔다가 같은 경로로 돌아”온다며, “1시간이 걸리는 코스”라고 설명했습니다.

 

noname07.png

△ 다뉴브강 주변 명소와 유람선 경로 소개한 SBS <8뉴스>(6/1)

 

최재영 기자는 “사고는 머르기트 다리 근처”에서 일어났고, “도착을 몇 분 앞두고 일어난 사고”였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는데요. 기자가 기사를 끝맺으며 유람선 사고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이것이 유람선 사고에 관련된 보도인지, 헝가리 다뉴브강의 유람선 관광을 홍보하는 내용인지 알기 어려울 만큼 다뉴브강 주변 명소와 유람선 경로 소개가 주된 내용인 보도였습니다.

 

 

적절한 보도들도 있었지만 ‘구태’ 근절해야

세월호 참사 직후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인 단체가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은 아래와 같은 전문으로 시작합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도 언론의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언론의 재난보도에는 방재와 복구 기능도 있음을 유념해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재난 보도는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우리 언론인은 이런 의지를 담아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하고 이를 성실하게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반성과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번 헝가리 사고 보도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적 행태는 반복된 것입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사고의 진상 파악과 구조당국 대응 상황에 집중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보도가 아닌, 그들의 비참한 모습과 감정을 이용해 눈길을 끄는 보도를 만들고자 한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보도들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합니다. 우리 언론, 특히 화면까지 갖추는 방송 뉴스가 재난‧참사에서 더욱 신뢰를 얻기 위해서 그러한 보도 관행을 완전히 근절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5월 29일~6월 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1부)

 

 

<끝>

문의 조선희 ․ 박진솔 활동가 (02-392-0181)

 

 

monitor_201901614_21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