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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 3주기…종편 3사는 외면했다
등록 2019.05.31 15:41
조회 525

지난 5월 28일은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살 김 군이 열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지 꼭 3년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5월 20일부터 28일까지 구의역 스크린도어 일부가 김 군을 추모하는 ‘추모의 벽’이 되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25일에는 구의역 1번 출구 앞에서 ‘구의역 사고 3주기 추모제’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27일에는 지난해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야근을 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숨진 김용균 씨의 사고를 조사하는 특조위 활동을 발전사들이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발전사들의 조직적인 조사 방해를 알리며 현장조사를 잠정 중단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인데요. 특조위는 “최근 발전소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일부 발전사나 주요 협력사가 본 위원회 위원들의 조사 활동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거나 방해한 사실이 문서나 현장 노동자 진술 등에 의해 일부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종편 3사, ‘위험의 외주화’ 완전히 외면

구의역 사고 3주기 추모제가 있었던 5월 25일부터 구의역 사고 3주기였던 5월 28일까지 방송사들이 저녁종합뉴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등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KBS

MBC

SBS

JTBC

MBN

채널A

TV조선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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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5~5/28 방송사별 구의역 3주기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0.5건은 단신 ©민주언론시민연합

 

 

지상파 3사는 구의역 사고 3주기를 맞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등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대해 비교적 충실히 보도했습니다. KBS‧SBS가 나흘간 4건, MBC가 2건으로 타사에 비해 보도량이 많았습니다. JTBC‧YTN은 각각 1건, 1.5건에 그쳤습니다. JTBC는 구의역 사고 3주기 당일인 28일 1건의 보도만 냈고 YTN은 25일 구의역 3주기 추모제 단신 1건, 27일 발전사들의 고 김용균 씨 사고 진상규명 방해 정황을 1건으로 전했습니다. JTBC‧YTN의 보도량이 아쉬우나 그래도 최소한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는 ‘위험의 외주화’ 관련 보도를 단 1건도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의역 사고 3주기, 고 김용균 씨 사고 진상조사 방해를 모두 보도하지 않은 겁니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 비교적 충실히 전한 지상파 3사

KBS는 <어느덧 ‘3주기’…변한 것 없는 현장>(5/25, 오대성 기자)에서 구의역 사고 3주기를 맞아 이어지는 시민들의 추모 물결과 함께, “특성화고 현장 실습 도중 재해를 입어 세상을 떠난 학생들의 부모” 모임 ‘다시는…’을 소개했습니다. 이를 통해 특성화고 학생들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한편, “올해 경기지역 특성화고 졸업생 3백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취업자의 대부분은 비정규직 신분”이었다며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지적했습니다. 같은 날 SBS도 <‘구의역 김 군’ 3주기, 위험의 외주화 실태 달라졌나>(5/25, 원종진 기자)에서 KBS와 마찬가지로 ‘다시는…’을 소개하며 구의역 사고 3주기를 추모했습니다.

 

27일에는 지상파 3사 모두, 고 김용균 씨 사고에 대한 특조위의 진상규명 활동을 발전사들이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KBS는 <물청소·모범 답안 강요…사고 조사 방해>(5/27, 변진석 기자)에서 특조위의 조사활동이 “조직적 방해에 부딪혔”다며, 특조위 방문 직전 “물을 뿌려 석탄가루를 씻어”냈기 때문에, “특조위가 왔을 때는 바닥이 깨끗”했고, “불시에 방문한 작업장에는 석탄가루가 시커멓게 쌓여있는 것과 대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익명성 보장을 위해 밀봉된 현장 직원 설문지는 봉투가 찢긴 채 도착”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20190527 KBS 2.jpg

△ 발전사들의 특조위 조사 방해 사실 전한 KBS(5/27)

 

MBC는 <“그곳에선 천천히 먹어”‥제2의 ‘김 군’ 막으려면>(5/27, 조희형 기자)에서 구의역 사고 3주기 추모 소식을 전했습니다. 또한 “김 군 이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김용균 씨 사례와 “지난 달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김태규 씨가 추락해 사망”한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대해서 노동단체에서는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시켜놨다고 주장”한다며 “‘죽음의 외주화’를 막는 법안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사는 그저 ‘숨기기 급급’‥“소방호스로 물청소”>(5/27, 임상재 기자)를 통해 발전사가 특조위의 김용균 씨 사고 조사를 방해한 사실 또한 보도했습니다. SBS도 <발전사, 특조위 조사 방해 정황‥“안전하다 답하라”>(5/27, 김혜민 기자)를 통해 발전사의 특조위 진상규명 활동 방해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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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의 외주화가 여전하다고 지적한 MBC(5/27)

 

구의역 사고 3주기 당일, 의미 있는 보도 내놓은 KBS와 SBS

구의역 사고 3주기였던 28일에는 KBS와 SBS가 각각 2꼭지씩 할애하여, 구의역 사고 3주기와 김용균 법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KBS는 <예외 많은 김용균법…‘위험’ 못 막는다>(5/28, 최광호 기자)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는 ‘김용균 법’이 만들어졌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며, “법의 취지와 달리 책임을 져야 하는 업종보다 예외가 훨씬 더 많”다고 김용균법의 맹점을 지적했습니다. <김 군 기억하며…구의역에 ‘추모의 벽’>(5/28, 김용준 기자)에서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한 쪽에 마련된 김 군을 추모하는 ‘추모의 벽’ 현장을 연결하여, 시민들의 추모 행렬 현장을 전했습니다.

 

SBS <이슈리포트 깊이 있게 본다/위험한 일터, 그곳의 또 다른 ‘구의역 김 군들’>(5/28, 원종진 기자)은 특정 이슈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살펴보는 코너인데, 구의역 사고 3주기를 맞아, ‘건설노동자 서원도 씨’와 ‘배달 라이더 양지선 씨’의 사례를 보여주며,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청년들의 노동 실태”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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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에 노출된 청년들의 노동 실태 전한 SBS(5/28)

 

종편 4사는 구의역 사고에 대해 벌써 잊었나

종편 방송사들은 구의역 사고 3주기와 김용균법의 맹점, 그리고 발전사들의 특조위 조사 방해 움직임을 외면하면서 헌법적 가치인 ‘노동권’을 등한시했습니다. JTBC마저도 <‘구의역’ 잊었나…선로 쪽에 매달려 ‘아찔한 수리’>(5/28, 서효정 기자)라는 단 1건의 보도로 구의역 사고 3주기만 다룬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으나 기업의 횡포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맞이해야 했던 죽음이 과연 보도 가치가 없다고 본 것일까요? 언론이 이런 사안을 꾸준히 보도하지 않는다면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5월 25~2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박진솔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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