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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이승만 발언 논란’에 편향적 역사관 드러낸 언론
등록 2019.04.01 14:08
조회 1061

지난 3월 16일 KBS의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토크 프로그램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고정출연자인 김용옥(도올) 한신대 석좌교수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과격한 표현으로 비판하여 논란이 일었습니다. 언론들은 이 강연에서 나온 “김일성과 이승만은 소련과 미국이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기 위해 데려온 인물들, 일종의 퍼핏(puppet : 꼭두각시), 괴뢰”, “(이승만이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다는 점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당연히 파내야 한다(후략)”, “찬탁은 합리적 사유의 인간이고, 반탁은 변통을 모르는 꼴통의 인간”, “소련이야말로 한국을 분할 점령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미국이 분할 점령을 제시한 것에 대해 소련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독립시키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었다)” 등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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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과 이승만을 소련과 미국의 괴뢰라고 주장하는 김용옥 교수(KBS<도올아인 오방간다> 화면 갈무리)

 

김용옥 교수 강의 내용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뉴스톱 <도올 김용옥의 이승만과 신탁통치강연 대부분 틀렸다>(3/28, 임영대)는 김용옥 교수의 주장을 팩트체크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승만을 꼭두각시로 삼으려 미국이 의도적으로 데려왔다’, ‘소련은 대일전쟁에 숟가락만 얹었다’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찬탁과 반탁 세력을 이분법적으로 규정한 것은 ‘복잡한 한반도 정세를 단순화하고 일부를 악마화하는 오류’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자는 “김용옥은 분명 대단한 석학이다. 하지만 아무리 위대한 학자, 사상가라고 해도 정말로 모든 분야의 지식을 알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아직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하여 심사숙고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결론 맺고 있습니다.

 

김용옥 교수가 사실이 아닌 주장을 했다면, 언론은 이를 지적해야 마땅합니다. 역사적 상황에 대한 해석에 차이를 있다면 이에 대한 다양한 논쟁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김용옥 교수의 ‘편향성’을 비판한다면서도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정치적 수식어만 남발하거나, 지난 정부 때 이미 큰 논란을 불러온 인사들의 편향적 역사관을 다시 불러내고 수준의 비난뿐입니다.

 

어디가 틀렸는지 지적은 없고 주장만 난무하는 비판기사들

 

신문사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보도량

2(1)

7(2)

2(2)

3/20~27일 동아/조선/중앙 세 신문사의 김용옥 발언 관련 보도량. ()안은 사설/칼럼 Ⓒ민주언론시민연합

 

3월 20일부터 3월 27일까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에서는 총 6건의 기사와 5건의 사설/칼럼을 내고 김용옥 교수에 대한 비판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김용옥 교수의 발언과 관련한 총 11건의 보도들은 대부분 그의 돌출발언들을 단순히 복사 붙여넣기 한 후 ‘정치편향’ ‘역사왜곡’ ‘KBS의 공영성 상실’ 등으로 규정하는 주장만 난무할 뿐입니다. 도대체 그의 발언 중 어느 부분이 왜 사실이 아닌지 독자들이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조선일보는 3월 20일 <도올 김용옥 KBS이승만은 미국의 괴뢰 국립묘지에서 파내야”>(3/20, 신동흔구본우 기자)에서 등의 김용옥 교수 발언을 소개하며 “일방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그대로 표출했다”고만 평가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3월 21일부터 KBS로 타겟을 넓혔습니다. <“KBS, 공영방송 맞냐시청자 비판 쏟아져>(3/21, 구본우 기자)에서는 몇몇 트위터 글과 KBS의 극소수 노조인 KBS 공영노조의 성명을 인용하여 KBS를 비판했습니다. 3월 27일 기자 칼럼 <데스크에서/KBS가짜 역사만들기>(3/27, 신동흔 기자)에서는 “일부 좌파 세력은 일찌감치 소셜 미디어 공간을 이용해 그들만의 ‘역사 만들기’에 나선 지 오래”라며, “최근에는 KBS까지 뛰어들었다 (중략) 문재인 정부는 민족상잔을 벌인 6‧25전쟁이나 빛나는 산업화 시기의 역사는 애써 외면하고, 해방 공간 남한에서 벌어진 일을 부정한 역사로 보고 이를 바로잡자는 이른바 ‘역사 정치’를 벌이고 있다. KBS는 김 교수의 입을 빌려 현 정부의 역사 정치에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기사 없이 관련 사설만 두 건을 냈습니다. <사설/“이승만은 파내야KBS는 과연 공영방송이 맞는가>(3/21)에서는 “(김용옥 발언에)당장 정치편향, 역사 왜곡 비판이 나왔다. (중략) 공영방송의 덕목인 공공성, 공정성, 객관성, 균형감을 KBS스스로 저버리는 모양새다.”라고 주장하여 처음부터 KBS에 비판의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였지만 역시 주장만 있었을 뿐입니다.

 

동아일보는 26일에서야 관련 기사 <향군 이승만 폄훼발언 방영 KBS, 공영방송 본분 망각”>(3/26, 손효주 기자)를 내고 “이념적으로 경도된 인물을 출연시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데 대해 분노한다”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의 성명 내용을 전했습니다. 다음 날 27일 기자칼럼 <송평인 칼럼/관심종자 김용옥, 학인 최장집>(3/27, 송평인 논설위원)에서는 김용옥 교수와 최장집 교수를 비교하며 “김 씨는 TV에 나와 논어 금강경 요한복음 등 이미 신성의 지위는 고사하고 우상의 지위마저 상실한 경전들에 대해 우상파괴적 비판을 가하며 불필요한 가학에 빠져들었다”며, “현대사를 언급하는 학자라면 왜 이승만의 한국은 성공 국가가 되고 김일성의 북한은 실패 국가가 됐는지 우선 해명해야 한다.”고 김용옥 교수 개인에게 비판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김용옥 비판에 ‘국정교과서 학자’ 소환? 편향적 역사관인 것은 마찬가지

유일하게 근거를 제시한 기사는 조선일보의 21일 <“이승만이 괴뢰?도올의 역사 정치는 위험하다”>(3/21, 김기철 기자)였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오히려 조선일보를 비롯한 신문사들이 얼마나 취약한 근거로 김용옥 교수의 편향성을 지적하고 있는지 확인해준 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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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김명섭 교수 인터뷰(3/21)

 

우선 이 기사에서 인터뷰 한 연세대 김명섭 교수부터가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 현대사 집필진으로 합류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인사입니다. 심지어 조선일보도 국정교과서 공개 당시 온라인판 기사 <‘최순실 교과서오명 썼던 국정교과서, 공개 후 논쟁들>(2016/12/8, 심지우 기자)에서 “근·현대사 집필진의 보수적인 이념 편향 탓에 논란이 일고 있다. 근·현대사 집필진 11명 중 4명이 뉴라이트 계열로 알려진 '한국현대사학회' 소속이다.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략) 등이다. 현대사 집필진에 정통역사학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점도 지적을 받고 있다. 6명의 집필진 모두가 법학, 정치학, 경제학, 군사사학 등을 전공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소개한 김명섭 교수의 약력은 “80년대 베스트셀러 ‘해방 전후사의 인식’ 필진으로 한국 정치외교사학회장을 지냈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최경영 기자는 <한국언론 오도독/인터뷰 기사, 조선일보 처럼만 쓰지 말라>(2019/1/29, 최경영 기자)에서 “보통 이런 경우 서구 선진 언론은 그 사람의 주요 약력을 다 써준다”며, “그가 그런 다양한(?) 정치적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독자,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인터뷰이(Interviewee)의 의도도, 인터뷰를 하는 언론사의 의도도 의심받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사실’보다 ‘반공 역사관’에 빠진 쪽은 누구인가?

인터뷰 내용도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 아닌 일방적 주장이거나, 반공주의에 매몰된 ‘평가’에 가까웠습니다. 김명섭 교수는 “(이승만이) 한국이 2차 대전 참전국이 아니면서 1943년 카이로회담서 독립을 보장받는데도 기여했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동아일보 기사 <카이로 선언의 한국 독립 결의누가 이끌었나>(2014/3/19, 우정렬 기자)를 보면 이는 일방적 주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학계에선 카이로 선언에 한국 독립조항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나라가 주도했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여왔다. 그 동안은 장제스 역할론이 정설로 여겨져 왔다.(중략) 하지만 최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을 필두로 한 일부 학자들이 미 국무부 자료와 루스벨트의 아들 엘리엇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루스벨트가 한국 독립에 적극적이었고 장제스는 수동적, 소극적으로 찬성했을 뿐’ 이라는 주장을 폈다. 나아가 루스벨트가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서신을 보내는 등 외교적 노력을 한 이승만의 공이 컸다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이 기사에 소개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역시 김명섭 교수와 같은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의 인사이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되어 ‘총대를 멘’ 인사입니다. 즉, 학계는 장제스 역할론이 정설인데, 뉴라이트 계열 일부 사학자들만 이승만 역할론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죠.

 

한편, 신탁통치 관련 김용옥 교수 발언에 대한 인터뷰 내용은 역사적 사실보다는 ‘평가’에 가까웠습니다. 우선, 김명섭 교수는 김용옥 교수가 “찬탁은 합리적 판단, 반탁은 꼴통”이라고 한 데 대해, “일제가 패망했는데 5년간 더 신탁통치를 받아야 한다는 안에 대해 민중은 분노했다. (중략)요즘 학계에 찬탁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반탁은 당시 국민 여론에 따른 대세였다. 만약 좌우 모두 찬탁했다면? 탁치국 중 하나로 거론되던 중국의 공산화 이후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됐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신탁통치 문제의 핵심은,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이 1945년 12월 모스크바 3상회의의 미국․소련 간 입장 차이를 정반대로 전한 일명 ‘신탁통치 오보사건’ 때문에, 좌우 대립이 격화되어 애초부터 신탁 통치안을 주장했던 미국과, 이승만․김구 등의 우파 정치인들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점입니다. 만약 동아일보의 오보가 없는 상태에서 반탁운동이 일어났다면 미국의 입지가 떨어져 한반도는 더 빨리 공산화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당시 동아일보 사장이었던 송진우가 자신은 반탁 입장이었음에도 다른 반탁운동 지도자들을 설득하려다 암살당한 것도 이 점을 우려해서였죠. 김용옥 교수가 “찬탁이 합리적 판단”이라고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보아야 합니다.

 

김명섭 교수는 김용옥 교수가 소련은 한반도를 분할 점령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한국을 빨리 독립시키는 게 좋다고 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스탈린이 통일이나 독립을 원했다면 그것은 동유럽처럼 공산화된 통일이나 독립이었을 뿐이다”라고 했는데, 이것도 역시 단순한 평가에 불과합니다. 어쨌든 소련이 ‘즉시 독립’ 입장이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김명섭 교수의 말대로 소련은 한반도가 즉시 독립하는 것이 한반도 공산화에 유리하다는 계산 때문에 ‘즉시 독립’을 주장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김용옥 교수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김명섭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사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진실’을 앞세우는 역사관이 문제”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모든 주장이 ‘기승전공산화’로 통하는 김명섭 교수와 조선일보 스스로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일부 발언 짜깁기로 ‘이념편향 역사관’ 주장. 사실일까?

김용옥 교수의 발언 내용 중 역사적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고, 표현이 다소 과격한 것도 사실이지만, 방송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이념적으로 편향된 주장을 방송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당장 조선일보가 전했듯이 김용옥 교수는 김일성과 이승만을 모두 괴뢰라고 지칭했고, 방송 후반부에 김용옥 교수는 “사실 대한민국처럼 민주의 역사가 앞서나간 나라는 없다. 중국은 아직도 마오쩌둥을 모시고 산다. 모택동이 문화대혁명으로 저지른 죄악은 끔찍한 것이다”라며 “공산당 일당 독재는 왕정의 형태와 유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승만을 비판하는 사람이 나올 때마다 ‘좌편향’이라는 딱지를 붙여오던 동아, 중앙, 조선은 이번에는 ‘좌편향’ 대신 ‘이승만 폄훼 발언’이라고 규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좌편향’이라고 비난하는 보수단체와 트윗 타래, KBS공영노조의 성명 등을 그대로 받아쓰면서 딱히 이것을 정정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김용옥 교수는 이승만을 나쁘게만 평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김용옥 교수는 “(1942년 6월 13일 전파된) 이승만의 라디오 방송을 이불 속에서 몰래 들은 당시 이승만에 대한 민중의 감동은 엄청난 것이었다. 이승만은 천재이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승만의 무덤을 파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같이 고정출연하고 있는 배우 유아인 씨가 “(이승만은) 정상국가로써 나아가는 길목에서 처음 대통령이 된 사람인데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파낸다는 것은 저로써는 좀…”이라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자 유아인 씨를 “생각이 심오하다”고 치켜세운 뒤 “이승만의 청년 시절을 보면 상당히 훌륭한 사람이다. 배재학당에서 훈육을 받으면서 각성되어가고 엄청나게 데모를 하고 감옥 생활도 하면서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투쟁했던 아름다운 젊은 시절도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전체 발언의 맥락 중 일부 표현만 골라낸 후, 자신들은 슬쩍 ‘이승만 폄훼 발언’이라고 규정해서 한발 빠지고, 원색적인 비난은 다른 단체들이나 인터넷 게시물들을 따옴표 처리하여 받아쓰는 보도행태는 전형적인 선동 기술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3월 20~2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보도(신문에 게재된 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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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