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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여론 왜곡 논란’, 근본적 재발 방지책 마련해야
등록 2019.03.28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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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 <판도라>(3/25)의 그래프 하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습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의뢰하고 자체 조사한 정당 지지도 및 국정운영평가 정례조사 중 공수처 설립 찬반 여론조사 결과를 MBN이 원그래프로 표현했는데요. 수치와 그래프의 면적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간 숱한 ‘편파‧왜곡’으로 종편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 장면은 비판 여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SNS에서 큰 화제가 되었고 민주언론시민연합에도 많은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MBN <판도라> 방송 자체가 왜곡? 그건 아니었다

여론이 상당히 분노하고 있으나 유념할 점은 MBN <판도라>(3/25)의 전반적인 시사 토론은 균형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논란의 그래프가 나온 대목은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 및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의 필요성을 다루던 중 나왔는데요. 정청래 전 국회의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공수처 설립에는 각기 의견이 달랐으나 검경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수사권도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하며 근본적 차원의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의 왜곡된 그래프가 노출됐으나 그 하나의 요소로 방송 전체가 편파라거나 왜곡이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82.9% 찬성’이 절반도 안 된다? 황당한 그래프

문제의 장면은 정청래 전 의원이 “제2의 버닝썬·김학의·장자연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선 “공수처가 답이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나왔습니다. 정 전 의원은 “이렇게 검찰과 경찰이 유착된 사건들”을 수사하는 당국에서 “검찰은 경찰을 견제하고 경찰은 검찰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지금의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곳은 아무 곳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저희들이 공수처 문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래요. 이름이 너무 좋아요. 우리 국민들이 공수처 좋아합니까 그러면 80% 정도가 찬성한다면서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를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좋아하는 거죠. 그런데 어떤 문제가 발생되어 있냐 하면 일단은 공수처를 구성한 인사권, 또 구성하는 방법, 이런 것에 대해서 지금 정부나 민주당이 얘기하는 걸 가게 되면 이 대통령이 검찰, 경찰, 공수처. 3개라는 칼을 다 쥐게 됩니다”라며 반론을 펼쳤습니다.

 

문제의 원그래프는 장 의원이 “국민 80% 정도가 찬성한다면서요?”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약 7초간 노출되었습니다. 그래프에는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82.9%, 반대가 12.6%, 모름/무응답이 4.5%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래프 면적상으로는 찬성 여론의 비율이 절반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시각 효과가 시청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에서 이같은 그래프는 여론 왜곡을 야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게재한 그래프와 비교하면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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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 <판도라>(3/25)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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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이 왜곡한 실제 여론조사 결과 원형그래프(출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황당한 오류, ‘단순 실수’라는 해명

논란이 커지자 MBN은 해당 그래프를 수정해 다시보기 서비스에 반영했고 출연자인 정청래 전 의원은 SNS를 통해 사과 및 해명을 했습니다. 정 전 의원은 “금요일 심야 촬영과 월요일 방영이라는 급박한 조건에서 PD와 작가 스텦들이 정말 고생”, “격무 중에 나온 단순 실수”라며 “이해와 용서”를 구했습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MBN 제작진 역시 “실수”라며 “수치는 맞았지만 면적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해서 26일 오전 수정본을 마련해서 모든 방송에 적용한 상태”라 해명했습니다. 정 전 의원은 본인의 공수처 설치에 대한 본인의 주장이 방송에 적절히 반영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그래프를 보여주는 상황에서 장제원 의원도 “80% 정도가 찬성한다면서요?”라고 분명히 말했고, 그래프의 수치 자체도 정확했습니다. 여론조사 자체도 문제가 없었고 보도 시 지켜야 할 의무 표시 사항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제작진이 공수처 찬성 여론을 줄이려고 고의적으로 그래프를 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많은 시민은 수준 이하의 황당한 그래프에 크게 분노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민원을 제출했다고도 했습니다. MBN은 자신들의 ‘단순 실수’라는 변명이 왜 시민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되지 않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꼭 <판도라>라는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수준 낮은 시사 토크쇼들에 대한 불신의 골이 워낙 깊은 것입니다.

 

그간 MBN <판도라>는 여타 종편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과 달리 막말이나 왜곡을 노출한 사례가 현저히 적으며 균형 잡힌 토론과 패널 섭외를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나마 종편 시사프로그램 중에서 문제를 칭찬해줄 수는 수준의 방송을 내놨던 제작진이 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은 중대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의 방증일 수 있습니다.

 

‘실수’로 덮고 넘어가지 말고 근본적 해결책 마련해야

종편은 편성표 대부분을 ‘시사 대담 프로그램’으로 채우며 ‘종합편성채널’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내놓은 시사프로그램마저 제대로 된 제작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고 ‘초치기’를 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을 ‘외주제작’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정 전 의원은 이 방송이 “금요일 심야 촬영을 하고 월요일 방영”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편집시간 자체가 물리적으로 촉박한데, 과연 그 일을 하는 제작진은 몇 명이나 되었을까요? ‘격무’로 인해 여론 왜곡이 발생했다면 촉박한 시간에 방송을 내보내야 하는 비상식적인 시스템을 고쳐야 하며 과도한 시사 프로그램 비중을 줄이고, 제대로 된 다양한 콘텐츠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만약 이번 ‘실수’의 해결책으로 담당 실무자나 외주업체를 계약 해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그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닙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MBN은 이번 방송 사고를 기회로 깊이 반성하고 방송 시스템, 편성 비율 등 본질적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MBN <판도라>(3/25)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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