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MBN에는 아직도 양승태를 비호하는 사람이 있다
등록 2019.01.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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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조사가 있었고 검찰은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전직 대법원장의 구속 영장은 헌정 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양 전 원장은 혐의만 40개로서 상고 법원 도입을 목적으로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을 거래한 혐의, 판사 사찰 혐의,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 등입니다. 법과 정의의 보루인 사법부가 사적 이익, 정치적 권력에 따라 재판을 거래했다는 사실이 지난해부터 알려지면서 온 국민을 경악케 했는데요. 그러나 양승태 전 원장은 검찰 출석 첫날 검찰 포토라인 대신 대법원 앞 입장 표명에 나섰고 조사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빈축을 샀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양 전 원장의 혐의와 반성 없는 태도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지만 종편은 좀 달랐습니다. 특히 MBN <아침&매일경제>에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양승태 전 원장을 두둔하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재판거래’가 그다지 잘못한 일은 아니라는 패널, 변환봉 변호사입니다. 과연 그는 어떤 근거를 들어 그렇게 주장했을까요?

 

양승태 옹호하기 위해 ‘보도연맹’까지 동원, 충격적인 발언

MBN <아침&매일경제>(1/12)에서 변환봉 씨는 ‘과거에도 사법부와 행정부는 협의를 해왔다’는 이유로 양 전 원장을 옹호했습니다. 그 사례로 국민보도연맹 관련 국가 배상 재판에서 대법원이 국가 파산을 우려해 기획재정부와 배상액을 ‘협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또 다른 사법농단에 가까운 메가톤급 폭로입니다. 그러나 MBN과 변환봉 씨는 너무도 태연하게 방송을 진행했고 변 씨의 초점은 양승태 전 원장의 행동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사다반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발언은 아래와 같습니다. 

변환봉: (양승태 전 원장)혐의에 있어서 우리가 살펴볼 점이 있는데, 과거에 한국전쟁에서 보도연맹 사건이 있습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좌익에서 우익으로 전향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전쟁 과정에서 조금 잘못된 일들이 많지 않습니까? 보도연맹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수 십만명에 이릅니다. 한국의 과거사를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 그분들에 대해서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해주고 있었죠, 그런데 이제 처음에 보도연맹 소송이 제기됐을 때 대법원에서 이 사건에서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개인별로 몇 억씩 손해배상을 부과해주게 될 경우에는 수십만 명에 대해서 수십조 원이 나가게 됩니다. 그럼 우리나라 예산이 2, 300조 되는데 거기서 1년 예산의 10, 20%가 손해배상을 지급하게 된다면 국가가 파산하게 되겠죠, 그래서 대법원이 기획 재정부와 협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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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관 옹호 발언 하는 변환봉 변호사 MBN <아침&매일경제>(1/12)

 

‘보도연맹 배상액 두고 기재부‧대법원 협의’?

당연히 이는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변 씨가 정확히 말하지 않아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보도연맹 사건 국가 배상과 관련해 처음으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온 것은 2012년 8월 30일, 대법원이 국가 배상을 결정한 울산 보도연맹 사건입니다. 2011년, 2심 재판부가 ‘공소시효 소멸’을 이유로 원고(희생자 유족 측) 패소 판결했던 것을 대법원이 파기 환송하여 국가 배상을 확정한 것이죠. 대법원은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의 진상 규명이 있기 전까지는 유족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고 국가는 진실을 은폐했다”고 판시했고 이는 지금도 국가 폭력 사건의 유의미한 판례로 꼽힙니다.

 

당시 대법원이 기획재정부와 배상액을 협의했다는 내용은 보도된 바도 없고 의혹이 제기된 바도 없으며 애초에 그럴 수가 없습니다. 국가 배상 재판의 경우 피고는 대한민국으로 명시되고 정확히는 법무부가 피고로서의 실무를 담당하게 됩니다. 기획재정부는 아예 관련이 없으며 혹여 기획재정부나 대법원이 배상액을 두고 협의하려 한다면 그것이 바로 부당한 재판 개입, ‘사법농단’이 됩니다. 대법관이나 판사는 당연히 법리적 판단에 따라서 판결을 내려야하는 것입니다. 배상액이 많이 나올까봐 걱정한다는 것, 그래서 기획재정부와 논의부터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따라서 MBN이 이런 주장을 방송하고자 했다면 정확한 근거를 취재해 따로 탐사 보도를 해야 할 수준의 사안이란 것입니다.

 

‘예전에도 그랬다’? “그 정도 협의”도 안 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변환봉 변호사 스스로도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이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변환봉: (국민보도연맹 사건 피해자 보상을)국가가 예산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겠느냐. 어느 정도 기획재정부 예산을 정해준다면 우리가 여러 가지 법률을 통해서 어느 정도 구제할지 대법원에서 검토하겠다, 라고 협의를 했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밝혀진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 정도 협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과연 이것을 대법원에서 정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국가 예산을 고려해서 임의적으로 조정하고 재판개입을 한 거냐. 대법원의 고민은 그런 게 있거든요. 1심, 2심 판사님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국가 잘못했으니까 손해배상 해야 한다고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대법원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기계적으로 판단할 경우에는 국가가 예산상 부담이라든가 여러 가지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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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관 옹호 발언 하는 변환봉 변호사 MBN <아침&매일경제>(1/12)

 

‘밝혀진 사실’이 아니라면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그 정도 협의가 있을 수 있다”고 눙친 대목에서 시청자는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카더라’로 방송하고 있음을 MBN과 패널 모두 자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 2심 재판부는 ‘기계적’으로 판결해 국가 배상을 결정하고 대법원은 국가 예산을 검토해야 한다는 대목은 법조인으로서의 소양이 의심되는 수준입니다. 사법부는 국가 예산, 특히나 국가 폭력 희생자에 대한 배상액 규모를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고민해서도 안 됩니다. 국가배상소송의 ‘피고’에 해당하는 국가 행정부와 판결 주체인 사법부가 적절한 배상금이 얼마일지 협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도 아니며 오히려 ‘사법농단’에 가깝습니다.

 

‘대법원은 한일관계 판단해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를 두둔하기 위한 변환봉 씨의 무리수는 계속되었고 MBN은 정정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변 씨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확정 판결’을 박근혜 청와대와 협의해 차일피일 미룬 양승태 전 원장의 행위 역시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근거는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며 재차 ‘사법부가 행정부와 판결을 협의해도 된다’는 반민주주의적 인식을 노출했습니다. 

변환봉: 징용 소송에 있어서도 재판개입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도 단순히 우리가 이 청구권 협정에 있어서 눈에 보이는 그대로 보다보니까 우리는 이게 맞는 것 같다고 판단하기 전에 한일관계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에 있어서 대법원이 어떠한 정책적 판단을 하는 것이 필요하겠느냐,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다만 이제 그렇게 세세하게 공표하다 보면 그러면 대법원이 왜 법리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느냐라는 말이 나올 수 있으니까 그걸 세세하게 밝히지 못하겠죠. 그런 고민을 감춘 상태에서 대법원에 있어서는, 대법원의 판단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런 에둘러서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대법원은 외교부가 아니며 재판은 행정부의 국정 운영 수단이 아닙니다. MBN은 이렇게 삼권 분립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언을 방치했습니다. 대법원은 한일관계와 정책적 판단을 할 필요가 없으며 그런 판단을 국민 법감정이나 법리에 앞서 재판에 반영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변 씨는 이런 상식을 모두 정반대로 얘기한 겁니다. 변환봉 씨가 변호사임을 감안하면 이런 발언은 더욱 놀라울 따름입니다. MBN <아침&매일경제>(1/12)의 진행자 한성원 앵커는 이 발언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정정하기는커녕, “그걸 받아주느냐 마느냐의 말씀이신 것이죠? 대법원이 정책 판단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라며 오히려 변 씨 주장을 요약해줬습니다.

 

‘양승태 사법농단’을 옹호하는 게 ‘중립’?

MBN <아침&매일경제>(1/12)는 이날 방송에서 양 전 원장을 옹호하는 변환봉 씨 외에 강한 비판을 가한 패널들도 배치했습니다. 진행자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는 양승태 전 원장 태도를 지적하면서 대담을 시작했고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이 사법농단 혐의를 개괄하며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패널 숫자를 맞추는 것이 언론으로서의 ‘중립’은 결코 아닙니다.

 

‘양승태 사법농단’은 법과 정의의 보루인 사법부가 사익을 추구하고 박근혜 청와대에 종속됐던 사건입니다. 그냥 혐의 수준이 아니라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 등 명확한 근거로 상당 부분이 사실로 드러난 사건입니다. 이에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에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상황입니다. 언론이라면 더 구체적으로 비판하는 것이야 말로 ‘중립’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도연맹’까지 동원해 허위사실을 거론하는 MBN의 행태는 ‘가짜뉴스’나 다름 없습니다.

 

MBN이 시사프로그램을 제대로 진행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변환봉 변호사를 향해 ‘기재부와 협의하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은가?’, ‘근거가 있는가’라고 되묻고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밝혔어야 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해답은 사실 이렇게 ‘아무말’이나 하고 보는 패널을 사전에 거르고 넘쳐나는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정리하는 것이겠죠. 그래야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MBN <아침&매일경제>(1/12)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정리 정선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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