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TV조선, 유튜브 시작한 유시민에 “본인이 뭔데”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하고, 대통령 선거 후보 여론조사에서도 자신을 빼달라고 요청하는 등 정치와 분리되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여전히 대중에 높은 인기를 얻고 있기에 ‘화제성’이 보장된 탓입니다. 특히 노무현재단 2018 회원의 날 행사(2018/12/22)에서 팟캐스트를 시작하겠다고 했던 발언과 본인의 저서와 관련한 특강 ‘나는 왜 역사를 공부하는가’(2018/12/21)에서 20대 남성의 낮은 정부 지지율을 해석한 내용이 크게 이슈가 됐는데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도 다른 언론과 같이 유시민 씨의 발언에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깜짝 놀랄 정도로 적나라한 비방, 조롱의 태도를 보였다는 겁니다. 유시민 씨가 공적 영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 중인 인물인만큼 여러 비판은 가능하지만 아무런 근거가 없는 개인적 비방이 전파를 타서는 안 됩니다.
“본인(유시민)이 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정리합니까?”
유시민 씨는 22일 행사에서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에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근거 없이 또는 잘못된 사실을 가지고 비방하거나 이렇게 하는 것들에 대한 대처법”으로서의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매체”를 생각했지만, 나아가 “반지성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혹세무민하는 보도들이 넘쳐나고. 이런 것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정리를 해줘야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동시에 운영하는 이유를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기본적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핵심적 의무로 지니고 있는 기성 매체와 달라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펼치고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팟캐스트 및 유튜브의 특성상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취지입니다. 유시민 씨와 비슷한 이유로 많은 정치인, 언론인은 물론 수많은 시민들이 자신만의 방송을 다른 시민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TV조선에게는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8/12/24)은 유시민 씨의 발언을 화면으로 보여준 후 맹폭을 퍼부었습니다. 특히 고성국 TV조선 객원해설위원과 서정욱 변호사는 적나라한 감정적 비방을 쏟아냈습니다.
고성국: 이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했잖아요. 거의 반지성주의라고 말할 정도의 혹세무민한 보도들이 넘쳐나서. 잘못된 사실에 근거해 비방해도 대처할 방법이 없다. 저는 이게 바로 2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할 때 온갖 가짜 뉴스들이 난무하고 횡행할 때의 상황이었다고 저는 느낍니다. 보수 우파 유튜버들이 지금 그 이후에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는데요. 그때 문제 의식이 딱 그겁니다. 이렇게 혹세무민하는 반지성주의적인 가짜 뉴스들이 횡행하는데 보수의 목소리는 지상파를 통해서나 종편을 통해서나 제대로 전달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우리끼리라도 소통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유튜브를 시작을 한 겁니다. 저는 유시민 씨가 무슨 근거로 지금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는지 모르겠는데 바로 지난 2년 전부터 지금까지 보수 유튜버들이 느꼈던 문제의식이다, 이것이. 그리고 많은 국민이 바로 그 유튜브에 귀를 기울여서 지금의 유튜브 신드롬이 나타난 거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고요. 유시민 씨가 나와서 일주일에 한 번씩 정리하면 정리가 됩니까? 지켜보겠습니다.
서정욱: 그런데 오늘 약간 실망스러운 것은. 예를 들어 정권을 비판하면 전부 이게 가짜 뉴스이고 혹세무민입니까? 또 본인이 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정리합니까? 저는 이게 가짜 뉴스인지 아닌지는 바로 이게 국민들이 공론의 장에서 치열하게 토론해서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 과연 유시민 이분이 뭔데 독선과 아집이 아닌가, 정리한다는 건. 이런 생각이 들고요. 마지막으로 이분의 행보를 보니까 바로 정치 복귀 쪽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선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맹비난하는 서정욱 변호사. TV조선(2018/12/24)
‘종편이 보수‧우파 외면해서 유튜브한다’? 소가 웃을 황당 발언
고성국 씨는 ‘유튜브 열풍’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완전히 자신만의 편향된 시각으로 곡해했고 서정욱 씨는 유시민 씨를 향해 ‘당신이 뭔데’라며 인신공격을 퍼부었습니다. 특히 고성국 씨 발언은 현실 인식이 일반적 정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고 씨 주장을 요약하자면 ‘박근혜 탄핵 때 박근혜를 공격하는 가짜뉴스가 너무 많았는데 지상파와 종편이 보수 우파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유튜브 방송에 나섰고 그래서 유튜브 신드롬이 일어났다’는 것이죠.
박근혜 씨 관련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아 대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보수 우파’를 기성 매체가 대변하지 않았다는 것부터가 현실 왜곡입니다. 박근혜 탄핵 당시 여전히 박근혜 정부에 장악된 상태였던 ‘지상파 공영방송’ MBC는 연일 태극기 부대의 규모를 강조하고 ‘JTBC 태블릿 입수 경위는 불법’이라는 보도를 내보낸 바 있죠. 이는 고 씨가 선호하는 대표적인 ‘보수 우파’의 목소리이자 고 씨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실질적인 ‘가짜뉴스’에 가까웠습니다. ‘종편’도 보수 우파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대목은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종편, 특히 고 씨가 해설위원이자 고정 패널로 활약하는 TV조선은 2011년 개국 직후 꾸준히 박근혜 정부 및 이른바 ‘보수’만 대변해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더 극심했습니다. TV조선 <뉴스를쏘다>(2017/1/24)는 박근혜 탄핵 국면 당시 등장한 ‘표창원 의원 박근혜 누드 풍자화 논란’에 “표창원이 오바하는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난국에 처한 것도 최순실이 오바해서 그렇다”는 황당한 논리를 펼쳤고, TV조선 <뉴스특보>(2017/3/11)에서는 헌재의 박근혜 탄핵 인용에 “너무 작위적인 결론”이라는 노골적인 발언도 나왔습니다. 다른 종편도 마찬가지입니다. MBN <뉴스특보>(2016/11/15)에서 황태순 평론가가 “촛불집회에 가보면 사실 보수가 더 많다. 근거는 제 눈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것이 대표적 사례죠. 대체 이 이상 어떻게 ‘보수 우파’, ‘태극기 부대’를 더 대변할 수 있는지 TV조선 스스로 답해야 합니다.
‘유튜브 신드롬 보수‧우파 때문’? 유튜버들을 모욕하지 마세요
보수 유튜버들로 인해 유튜브 신드롬이 일어났다는 고 씨 주장 역시 헛웃음을 짓게 합니다. 유튜브 신드롬은 대중의 미디어 수용 및 유통 경로가 기성 매체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이동하는 큰 변화의 줄기이며 유튜브 열풍이 불기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자신만의 콘텐츠를 내놓던 많은 분야의 시민들이 누적한 역량에서 기인한 겁니다. 최근 지상파에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유튜버 ‘대도서관’, ‘밴쯔’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죠. 고 씨가 애착을 가지고 본인도 속해있는 ‘보수 유튜버’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측면이 크며 그마저도 'JTBC 태블릿PC 조작' '5.18 북한군 개입' '노회찬 의원 타살' '19대 대선 부정선거' '정부·여당 개헌 뒤 고려연방제 추진' '북한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지령' 등 각종 악질적인 가짜뉴스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유시민 씨가 말하는 ‘혹세무민 가짜뉴스’가 바로 이런 것이죠. 유시민 씨를 싫어하는 TV조선과 고 씨의 마음은 이해를 하지만 현실을 왜곡하면서 그 혐오감을 드러내는 것은 언론이 할 일이 아닙니다.
방송에서 ‘당신이 뭔데’라니…TV조선은 상식을 지키세요
이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TV조선이 유시민 씨를 향해 ‘당신이 뭔데 유튜브를 하냐’는 식의 술주정 급 비난을 했다는 겁니다. 고성국 씨는 “유시민 씨가 나와서 일주일에 한 번씩 정리하면 정리가 됩니까? 지켜보겠습니다”라는 비교적 점잖은 문장으로, 서정욱 씨는 “본인이 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정리합니까?”라는 더 거친 언사로 유시민 씨를 공격했죠. 이 자체가 방송사고입니다.
△ 유튜브 <고성국 TV> 채널 갈무리(2018/12/31)
△ 유튜브 <고성국 TV>에 출연한 TV조선의 고성국‧서정욱 (2018/12/29)
황당하게도 고성국 씨는 <고성국TV>라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그 채널에서 <정론일침>이라는 코너로 매일 정치 이슈를 ‘정리’합니다. 서정욱 씨도 이러한 유튜브 채널, 특히 고성국TV의 고정 게스트입니다. 이렇게 되면 서정욱, 고성국 두 사람은 ‘보수‧우파만 유튜브를 할 수 있다’는 엇나간 편견을 지닌 것으로 볼 수밖에 없죠. ‘우리만 할 수 있고 유시민은 안 돼’라니, 농담이라고 해도 아주 급이 낮은 농담입니다. 유튜브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고성국 씨, 유시민 씨를 포함해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유튜브이며 이것이 새로운 공론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겁니다. 다만 TV조선처럼 일방적 의견, 사실과 다른 주장을 과도하게 노출하거나 앞서 살펴본 ‘가짜뉴스’들은 여론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기 때문에 유튜브에서도 철저히 검증되고 걸러져야 합니다.
물론 이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2/24)에는 김남국 변호사도 패널로 나와 “고성국 박사님처럼 보수적인 어떤 시각에서 평가를 할 수도 있는 거고 또 유시민 작가처럼 진보적인 시각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석하고 진단하고 해결 방법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저것 자체를 비판하고 문제 삼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등 반론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적인 반론은 ‘유시민이 뭔데’라는 식의 막말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TV조선이 왜 ‘고성국 유튜브 채널’을 응원하나
TV조선 <이것이정치다>(12/24)에서 유시민 씨를 향한 비방은 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고성국: 유시민 씨가 유튜브를 만약에 한다면 지금 노무현재단의 이사장 아닙니까? 노무현재단이 제가 알기로 매달 소정의 회비를 내는 회비. 회원들이 6만 명 가까이 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분들이 구독 안 하겠습니까? 그러면 유시민 씨는 하루 만에 6만 명의 구독자 수를 만드는 기적을 만드는 거예요. 수많은 유튜버들이 저런 걸 보면서 정말로 상대방 박탈감 느끼게 돼 있습니다. 비교적 성공했다는 저부터도, 야 나도 정치할 걸 그랬나, 저는 그래요. 그래서 저는 유튜브가 이유가 있어서 지금 이렇게 시작되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지금 관심을 갖고 보지 않습니까? 유시민 씨나 홍준표 씨와 같은 이런 식의 행동들은 정말 기존의 유튜브 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다.
△ 고성국TV 모바일 화면 갈무리(1/3)
TV조선이 유튜브 현상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발언입니다. 현재 “유튜브 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은 이제 막 유튜브를 시작한 유시민 씨가 아니라 앞서 살펴본 ‘5.18 북한군 개입’ 등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채널들입니다. 최근엔 보수 기독교 세력이 성소수자 관련 가짜뉴스를 유포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고 이를 한겨레신문이 파헤치기도 했죠. 유시민 씨가 유튜브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유튜브 시장에 뭔가 영향을 준다니, TV조선이 유시민 씨를 상당히 두려워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비상식적인 과민반응을 보일수록 TV조선에 대한 신뢰만 낮아질 뿐입니다.
해당 발언을 한 고성국 씨의 경우 본인이 이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경쟁자의 등장이 반갑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고 씨는 현재 구독자를 19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종편방송에 고정 출연하며 직접 채널 홍보할 기회를 왕왕 얻고 있습니다. 그런 고 씨가 갓 유튜브에 입성한 유시민 씨에게 신경질적인 견제를 던진 것이죠. 이렇게 경쟁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시장의 건강한 발전에 타격’을 주는 행위입니다. 이날 방송에서도 진행자 윤정호 앵커가 “고 박사님 10만 명 넘잖아요”라며 고성국 씨 개인 채널의 존재를 홍보해줬고 고 씨 본인도 “저는 9개월 동안 열심히 해서 지금 이제 18만 명까지 올라간 것”이라고 자랑했죠. 유시민 씨는 TV조선에 출연하지도 않아 이런 홍보 기회도 없는데 대체 누가 불공정 경쟁을 하는 것일까요?
‘유시민’을 다루는 TV조선, 언론의 품격은 어디에
TV조선 <이것이 정치다>가 24일 유시민 씨를 다루는 모습은 명백한 인신공격입니다. TV조선이 아무리 보수색을 내세운 언론이라 해도 그것이 진보 성향 인사를 인격적으로 조롱하는 방송의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합리적, 상식적이어야 합니다. ‘네가 뭔데’ 식의 인신공격이나, 유시민 씨의 유튜브 진입을 대놓고 견제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행태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2018/12/24)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정리 정선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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