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TV조선‧채널A는 왜 ‘기무사 불법사찰’을 덮으려는 걸까
등록 2018.12.1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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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스스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기무사 테스크포스(TF)가 세월호 유족을 사찰하고 보수단체에 맞불 집회를 열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었습니다. 국방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TF가 기무사의 ‘세월호 180일의 기록’이라는 문건을 발견하면서 검찰과의 합동 수사가 시작됐는데요.

 

이 문건 안에는 세월호 유가족의 성향, 경력, 인간관계 등이 기록되어 있었고, 참사 현장 팽목항을 넘어 단원고등학교에서의 사찰 내용도 있었습니다. 수사에서 불법 사찰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나왔고 이재수 사령관의 하급자인 소강원 소장, 김병철 준장, 손모 대령 등은 구속 기소됐습니다. 최종 결정권자인 이재수 사령관과 전 참모장 김 모 씨에 대한 수사만 남은 상태였으나 이 전 사령관의 구속영장은 3일 기각됐습니다.

 

이 전 사령관이 영장 기각 나흘 만에 목숨을 끊자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이재수 전 사령관을 ‘적폐 수사의 무고한 피해자’로 포장하기 시작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들 언론은 정황이 분명하게 드러난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불법 사찰’을 없던 일처럼 덮으려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빌미로 ‘적폐청산’ 자체를 터부시했습니다. 수많은 과거 불법 행위 및 권력 오남용은 이 전 사령관의 죽음과는 관계없이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혀야하며, 그것이 이 전 사령관 사례와 같은 참담한 일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재수 전 사령관 입장 대독해주는 TV조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7일부터 11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3번의 방송에서 매일 이재수 전 사령관의 사망을 다뤘습니다. 여기서 매번 자료화면을 중심으로 대담을 나놨는데 모두 이 전 사령관 측 입장을 담은 영상들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이 전 사령관의 친구로 알려진 박지만 EG회장 인터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송날짜

자료화면 주제

주요 내용

12/7

검찰조사 당시 이 전 사령관 인터뷰(11/27)

당시, 군에 병력 및 장비가 대거 투입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우리 부대 및 부대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임무 수행을 했습니다.

12/10

영장실질심사 이 전 사령관 인터뷰 (12/3)

우리 군인들에게는 ‘모든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지금 제 생각이니다. (한 점 부끄럼 없다는 입장 변함없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전 사령관 법률대리인 유서 브리핑 (12/8)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 부대원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5년이 다 돼 가는 지금 그때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

12/11

이 전 사령관 추모식에서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 발언 (12/11)

(세월호) 유가족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정부와 군에서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군사정보 활동을 한 것을 가지고 (이 전 사령관에게) 세월호 민간인 사찰이라는 누명을 씌워,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히 한 이 장군 손에 수갑을 채워 인격 살해한 조국 대한민국입니다.

이 전 사령관 장례식 박지만 씨 인터뷰 (12/10)

이재수 장군은 생도 생활과 군 생활을 반듯이 한 저의 절친한 친구입니다.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고 이재수 전 사령관 자료화면 (12/7~11) Ⓒ민주언론시민연합

 

물론 이 전 사령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만큼, 그의 입장을 보도할 필요도 있습니다. 문제는 TV조선이 그의 입장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즉 이미 수사 결과 밝혀진 기무사의 불법 행위가 없었던 일인 것처럼 묘사했다는 겁니다. 객관성을 잃은 채 권력 기관을 언론사가 변호하는 상황이 펼쳐진 셈이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2/7)에는 이재수 전 사령관의 변호인과 같은 법무법인에 속한 여상원 변호사가 출연했습니다. 여상원 씨는 “자신의 사건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면서 “어제 이재수 사령관하고 저하고 이야기한 거. 그걸 좀 정리한 게 있는데. 그게 뭐냐 하면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 아까 말씀하신 대로 없었고. 세월호 유족을 위해서 전 기무부대 요원들이 열심히 일했는데. 이렇게 수사를 받아서 좀 억울하다. 이런 입장을 어제 밝히셨고요”라고 전했습니다. 고인과의 개인적 인연이라는 주관적 상황을 근거로 이 전 사령관의 입장을 적극 대변한 발언입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2/10)에서는 신효섭 조선일보 부국장도 이 전 사령관의 유서에서 표한 억울함을 대변했습니다. 

신효섭 : 일단 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가장 진솔한 이야기를 남긴 거라고 저희가 이렇게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무부대원들이 그 당시에 군이 많이 지원 활동을 나갔잖아요. (중략) 결국은 지원 활동에 대한 정당한 어떤 활동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군의 어떤 활동에 대해서는 상당히 언론이나 여론도 지지하고 성원하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그게 지금 와서 이런 식으로 오해를 받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안타까운 심정을 이야기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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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유서 요약 정리한 TV조선(12/10)

 

역시 고인의 입장을 그대로 읽는 수준입니다. 이외에 별다른 분석이나 팩트체킹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되어 있는 수사 결과조차 대부분 누락하면서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 전 사령관 측 입장만 반복 강조한 겁니다. 일례로 11월 6일 특별수사단은 기무사가 박근혜 정권에 불리한 세월호 정국을 탈피하기 위해 실종자 수색 포기와 세월호 인양 포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을 설득, 압박하기 위해 첩보를 조직적으로 수집했다고 발표한 바 있죠. 이 전 사령관의 유서만으로는 이런 수사 결과들이 전혀 반박되지 않습니다.

 

“적폐청산이 사람을 죽였다”고 외친 TV조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2/10)의 고성국 TV조선 객원해설위원의 경우 이 전 사령관의 개인사와 성품을 극찬하면서 수사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고 씨는 “동기생들 사이에서도 아주 인품이 훌륭하고 또 늘 선두였다”, “상당히 어려운 생활을 했다는 거예요. 모아둔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만약에 이 건으로 해서 사법 처리가 돼서 실형을 받으면 이제 연금의 상당 부분을 삭감 당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생활을 걱정할 정도였다는 것”이라며 “일반 국민들이나 정치인들은 이것이 경찰의 지나치게 가혹한 별건 수사 때문에 또 한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해서 규탄하고 분노하게 돼 있는 상황”이라 지적했습니다. 곧바로 이어지는 발언은 자연스럽게 현 정부의 적폐청산을 향했습니다. 

고성국 : 적폐청산으로 계속해서 아까운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적폐청산을 과연 문재인 정부는 과연 언제까지나 국정 운영의 기조로 내세울 것이냐, 라고 하는 아주 근원적인 돌아봄을 저는 정부 여당에게 촉구하고 있는 그런 죽음의 성격도 있다.

물론 이 전 사령관이 훌륭한 성품을 가진 인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성품과 그가 사령관으로 있었던 기무사가 불법 사찰을 저지르는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또한 이 전 사령관의 선택은 여타 다른 적폐청산과 관련이 없습니다. TV조선은 수사의 불법성 등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적폐청산이 사람을 죽였다’는 식의 극단적 주장까지 나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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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변호 발언하는 고성국 씨 (12/10)

 

사찰과 동향 파악의 차이도 구분 못하면 언론인 자격이 없는 것

여기서 TV조선은 허위사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가 “세월호 사찰이 사실이라고 하면 그 부분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 반론하자 고성국 씨가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 범죄의 상당성을 해명하지는 못했다고 판단하고 기각한 것”이라 답한 겁니다. 그러나 이 전 사령관의 영장이 기각 이유는 범죄의 상당성이 입증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이미 많은 매체에서 보도가 됐는데 TV조선만 몰랐던 것일까요? TV조선은 고인의 죽음을 빌미로 기무사 사찰을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동원한 겁니다.

심지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2/7)에서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저도 해봤지만 이게 사찰과 동향 파악이라는 것이 사실은 차이가 아주 크지 않습니다. 어느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이게 사찰로 보일 때도 있고 아니면 동향 파악이라고 보일 때도 있는데”라고 기무사를 옹호하기도 했습니다. 대체 최 씨가 뭘 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사찰과 동향 파악의 차이조차 구분하지 못한다면 언론사나 기무사에서 근무할 자격이 없는 겁니다.

 

사안을 잘 모르면 방송을 하지 마세요

고인이 성품이 훌륭했으므로 불법 사찰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적폐청산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아주 감정적인 주장의 끝은 결국 ‘정치보복’이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2/11)의 여상원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상원 : “그 당시에(세월호 참사 당시에) 민간인 사찰이 아닌 것이 정권이 바뀌고 나서 민간인 사찰로 되는 건지. 그러면 검찰은 그래서 검찰이 그 당시에 안 하고 그때는 영화도 있더라고요. 그때는 아닌 것이 지금은 맞다, 영화 제목도 있던데. 그래서 검찰이 항상 오해를 받고 그러니까 지금 최진봉 교수님 말씀대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더라도 이 수사라는 거는 어떤 동기도 있고 다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무래도 TV조선은 기무사 세월호 사찰 수사가 왜 진행됐는지도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모르면 보도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무사가 작성한 ‘세월호 180일의 기록’이라는 문건에 유가족 불법 사찰 정황이 담겨 있었고 이 문건이 올해 7월이 되어서야 발견됐기 때문에 수사까지 간 겁니다. ‘그 당시엔 아니었던 것이 지금은 사찰’인 것이 전혀 아니죠. 이 수사에 어떤 동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증거가 나왔을 뿐이죠. TV조선이 사실상 가짜뉴스를 보도한 겁니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빈대 벼룩’에 비유한 채널A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이재수 전 사령관을 포장하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 프로그램 중 하나였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이재수 전 사령관이 사망한 7일 오후부터 현충원에 안장된 다음날인 12일까지 매일 이 전 사령관의 사망 소식을 다뤘습니다. 해당 주제의 제목은 모두 “내가 다 안고 갈 것” 등 이 전 사령관의 입장을 그대로 인용한 내용들입니다.

 

방송날짜

코너/대담 제목

관련 방송시간

12/10

윗선 추궁에 “내가 다 안고 갈 것”

16분

12/11

빈소 찾아 “친구 보고 싶다” 눈물

20분

12/12

오프닝 멘트에서 언급

1분

이재수 아들 “아버지 명예 지킬 것”

16분

△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이재수 전 사령관 사망’ 관련 방송 시간(12/10~12) Ⓒ민주언론시민연합

 

같은 주제를 매일 방송하다보니 비슷한 주장이 반복됐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의 의도는 12월 10일 방송에서 패널로 출연한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박정하 : 제 주변에 아직도 검찰수사 받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요. 그러니까 정권이 출범한 지 1년 7개월이 됐고 내년이면 벌써 집권 3년차가 가는데도 아직도 적폐몰이에 몰려가야 되는가 싶은 상황이라는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글쎄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더 희생을 당해야 되는거고 그 다음에 얼마나 많은 적폐 가 아직도 쌓여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앞으로 나가야지 마냥 빈대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까지 태우는 일까지 생겨서야 될 일이겠습니까? (중략) 이제는 저는 정리할 거는 좀 정리 하고 앞으로 나가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좀 갖고 있습니다.

박정하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했던 고위급 인사입니다. 본인 주변에 검찰 수사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명박 청와대에 조사할 의혹들이 많다는 의미이지 그런 조사들을 ‘적폐몰이’로 폄하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박정하 씨 입을 빌려 채널A는 억울함을 표하고 혐의를 모두 부인한 이 전 사령관의 입장만을 근거로 기무사 불법 사찰을 ‘빈대 벼룩’에 비유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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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전 사령관의 자살을 적폐 수사 탓 하는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12/10) 채널A 화면 갈무리

 

채널A “기무사가 없었다면 세월호 유가족이 불편했을 것”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2/11)는 이재수 전 사령관이 남긴 문건만을 근거로 이미 수사 결과가 공개된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를 호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재수 전 사령관은 A4 15장 분량의 문건을 남겼는데, 그 내용은 조선일보가 <"기무사에도 세월호 유가족 있었는데 사찰이라니..." 이재수가 남긴 15장짜리 문건>(12/10)으로 공개했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2/11)은 이 문건을 아주 자세히 그대로 보도하면서 일방적으로 모두 사실인 것처럼 규정했고 이번에도 박정하 씨가 거친 주장을 펼쳤습니다. 

박정하 : 그래서 우리 군 장병들도 세월호 참사를 맞아서 많이 투입이 됐는데 당연히 군 장병들이 투입이 됐기 때문에 이걸 사찰이라고 해야 될지 감찰이라고 해야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기무사 가서 군 장병들이 그 다음에 군부대들이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지 감찰해야 되는 건 저는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갑자기 어느 날 세월호 유가족들을 사찰하기 위해서 기무사가 투입이 됐고 그런 활동을 했다고 몰아가니까 당연히 이재수 사령관이 저렇게 항변할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중략)

만약에 그때 기무부대가 가서 활동을 하거나 아니면 우리 경찰의 정보과 형사들이 가서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중략) 유가족들이 뭔가가 불편한 점은 없었던지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 너무나 많은 일들이 적폐청산이라는 길로 해서 달려가고는 있습니다마는 그래서 그래도 모든 게 사찰이고 모든 게 잘못된 거라고 하면 그러면 나머지, 나머지 기능들은, 국가가 해야 될 기능들은 어떻게 굴러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또 코레일 사고가 생기는 것이고 백석역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던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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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수 전 사령관이 남긴 문건을 그대로 보도하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2/11)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불법 사찰과 이번 코레일 탈선 사고 및 백석역 온수관 파열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일단 박정하 씨의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재수 전 사령관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쓴 것에 불과합니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 파견된 기무사 군인들이 감찰 업무 대신 유족과 생존자들을 불법 사찰하여 정치 성향을 분류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출했으며, 유족들의 동정을 보수단체들에게 흘려서 맞불집회를 도왔다는 것은 이미 수사를 통해 확인된 내용입니다. 이 때문에 당연히 총 책임자인 이재수 전 사령관에 대한 수사가 필요했던 것이죠. 채널A는 이 전 사령관의 문건만을 근거로 수사 결과 밝혀진 사실들을 모두 없던 일 취급하고 심지어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을 보살핀 것처럼 포장까지 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들으면 땅을 치고 통탄할 발언입니다.

 

허위사실을 ‘주입식 교육’하는 채널A

물론 채널A에서 박정하 씨만 출연한 건 아닙니다. 무리한 박 씨 주장에 이승원 칼럼니스트는 앞서 살펴본 수사 결과들을 거론하며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가 재반박하며 그 의미가 무색했는데요. 문제는 김병민 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겁니다.

 

김 씨는 이미 타 매체에서 많이 보도된 내용과 다른 주관적 판단으로 이재수 전 사령관에게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것처럼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같은 경우는 본인이 직접적인 지시로 인해서 이 모든 것들을 끌고 왔느냐 라고 한다면 거기에 대해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범죄의 혐의를 입증하거나 그 부분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영장실질심사가 기각이 된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입니다. 이재수 사령관의 영장 기각 사유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증거가 충분히 수집되어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도주 우려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혐의의 증거가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죠. 그런데 채널A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허위사실을 마치 시청자에게 주입하기라도 하듯 반복했습니다. 주인공은 역시 김병민 씨입니다. 김병민 씨는 12일 방송에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병민 : 마지막 가는 길에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아직까지 범죄 혐의가 하나도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인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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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 사령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채널A(12/11)

 

‘기무사 계엄령 문건’도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 손수호 변호사가 “(이재수 전 사령관의) 세월호 사찰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는 차후 하급자들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 반박했으나 김병민 씨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기무사의 촛불집회 당시 계엄 기획 문건을 이재수 전 사령관 사건에 비유하면서 모두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겁니다. 김 씨는 “한 가지만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하면 지금 기무사에 대해서. (중략) 여기에 대해서 계엄문건이 드러나게 되고 계엄문건을 통해서 국가를 전복하려고 하는 시도들이 있었다라는 게 수차례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거기에 대해서 수사 발표는 어디로 가버렸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기무사의 계엄령 기획 문건 수사가 잠정 중단된 것은 핵심 피의자인 조현전 전 기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도피한 후 귀국을 거부했고 끝내 체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병민 씨 주장처럼 수사가 어디로 사라지거나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무사의 계엄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TF까지 만들어 훈련용 문건인 것처럼 공문을 기안한 기무사 장교 3명은 기소됐습니다. 이를 두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채널A는 이렇게 일방적인 주장이 반복됐으나 특별히 제지하거나 이에 준하는 반박이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12/10~12)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2/7~11)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정리 공시형‧정선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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