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방송심의위원회_
시민은 ‘법정제재’ 방통심의위는 ‘기각’, 이유가 뭘까
등록 2018.10.02 20:31
조회 574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방송의 ‘편파‧왜곡‧오보’방송에 대해서 ‘시민이 직접 심의’하는 ‘민언련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이하 민언련 시민 방심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민언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서 방송을 심의하는 방식과 같이 최대한 방송의 내용을 잘 정리해서 시민에게 알려드리고, 시민은 그 방송을 살펴본 뒤 방송심의규정 상 적용조항을 정하고, 그 결과 법정제재와 행정지도, 문제없음 등의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출해주고 있습니다.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5월 23일부터 시작해서 10월 3일 현재까지 총 19개 안건이 상정되었습니다. 19차 안건은 현재 시민 심의가 진행 중이고 18개에 대한 심의 의견 취합이 완료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해당 안건에 대해 실제 방통심의위가 어떻게 심의했는지에 대한 중간보고입니다. 

 

1. 민언련 시민 방심위가 집결한 시민 심의결과

 

가장 많이 상정된 방송사는 TV조선
18개 안건 중 11개가 TV조선, 5개가 채널A, 1개가 MBN, 1개가 TV조선‧채널A‧MBN 공통 사례로서 특히 TV조선의 편파‧왜곡 방송이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별로 보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채널A <정치데스크>가 각 4건으로 가장 많았고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이 3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채널A <뉴스TOP10>이 각 1건, TV조선 뉴스인 <뉴스7>, <뉴스9>, <뉴스특보> 각 1건, 채널A 뉴스 <뉴스A>, MBN 뉴스 <뉴스8>도 각 1건씩이며 TV조선 <뉴스9>‧채널A <뉴스A>‧MBN <뉴스8>가 통합되어 하나의 안건으로 제시된 것이 1건입니다. 


총 18개 안건에 연인원 35,403명, 1개 안건 당 평균 약 1,967명의 시민이 심의에 참여했습니다. 안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시민들은 모든 안건에 ‘법정제재’를 의결했습니다. 18개 안건 총 35,403명의 시민 중 무려 99%, 35,143명이 법정제재를 선택했습니다. 행정지도 의견은 213명, 문제없음은 47명에 그쳤습니다.

 

차시

심의 대상 방송

방송사 <프로그램명>(일자) ‘아이템명’

참여

인원

법정

제재

행정지도

문제

없음

방통심의위 제재

1차

(5/23)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5/9)

‘세월호 리본은 나치 다윗별’

25명

24명

1명

0

의견제시

2차

(5/30)

TV조선 <뉴스7>(5/19)

‘북 풍계리 폭파 취재비 요구’ 보도

8732명

8707명

14명

11명

주의

3차

(6/6)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31)

‘김정은 헤어스타일’ 관련 대담

3797명

3725명

70명

2명

기각

4차

(6/13)

TV조선 <뉴스특보>(6/10)

‘김정은 위원장 싱가포르 도착 생중계’

4376명

4361명

14명

1명

기간연장

5차

(6/20)

TV조선 <뉴스9>(5/21)

민주노총 한상균 전 위원장 출소 보도

1261명

1237명

18명

6명

의견제시

6차

(6/27)

채널A <뉴스TOP10>(6/18)

‘휴전선 군축 시 남한만 무방비’ 대담

911명

901명

8명

2명

기각

7차

(7/4)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7)

‧<결정2018>(6/13)

‘김정은 암살’ 관련 대담

791명

789명

1명

1명

기각

8차

(7/11)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6/25)

‘강진 살인사건’ 관련 대담

1139명

1131명

5명

3명

기간연장

9차

(7/18)

채널A <정치데스크>(7/11)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 대담

1575명

1561명

10명

4명

기간연장

10차

(7/25)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

‘노회찬 시신이송 생중계’

1506명

1492명

7명

7명

의견제시

11차

(8/1)

MBN <뉴스8>(7/24)

‘노회찬 타살설’ 관련 보도

785명

779명

5명

1명

기간연장

12차

(8/8)

채널A <정치데스크>(8/6)

‘김경수는 개선장군’ 대담

1,192명

1,185명

5명

2명

기간연장

13차

(8/15)

채널A <정치데스크>(8/8)

‘김경수는 유력한 증거를 알고 있다’ 대담

1,568명

1,559명

9명

0

기각

14차

(8/22)

TV조선 <뉴스9>‧채널A <뉴스A>‧MBN <뉴스8>(8/10) ‘삼성 갤럭시노트9’보도

1,756명

1,736명

15명

5명

처리중

15차

(8/29)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8/22)

‘장애인 성폭행 2차 가해’ 논평

1500명

1490명

9명

1명

처리중

16차

(9/5)

채널A <정치데스크>(8/28)

‘보훈법 개정안’ 관련 대담

1,709명

1700명

9명

0

처리중

17차

(9/12)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9)

‘쌍용차 사건, 경찰 과잉진압 아니다’ 대담

1,389명

1,387명

1명

1명

처리중

18차

(9/19)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14)

‘종부세를 돌려달라’ 대담

1,391명

1,379명

12명

0

처리중

35,403명

35,143명

213명

47명

 

19차

(10/3)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9/20)

‘문재인 능라도 연설 비판’ 대담

시민 심의 진행 중

처리중

△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및 실제 방통심의위 심의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일관적인 ‘법정제재’ 의견 와중에도 차별성 있는 ‘시민 심의’
워낙 법정제재 의견이 다수이기 때문에 안건별 시민들의 제재 수위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행정지도 및 문제없음이 그나마 많았던 사례를 위주로 살펴봐야 합니다. 


시민의 제재 수위가 가장 낮았던 안건은 3차 안건이었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31)의 ‘김정은 헤어스타일 관련 대담’입니다. 이 안건의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머리 스타일을 ‘사다리꼴 머리’, ‘검정 전화기 모양’으로 비유하며 조롱한 방송이었습니다. 특정 사안을 왜곡하거나 오보를 낸 경우가 아니고 ‘단순 흥미 위주’의 사례였다는 점에서 모든 안건 중 가장 행정지도와 문제없음이 많았습니다. 행정지도가 70명(권고 53명, 의견제시 17명), 문제없음이 2명으로 총 72명이었습니다. 행정지도와 문제없음을 더했을 경우 모든 제재 중 비율도 2%로 대부분 1% 이하를 기록한 타 안건보다 훨씬 비중이 컸습니다. 


반대로 가장 제재 수위가 높았던 안건은 행정지도와 문제없음이 도합 단 2명(행정지도 1명, 문제없음 1명)에 그쳤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7)‧<결정2018>(6/13) ‘김정은 암살’ 대담(7차 안건)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9) ‘쌍용차 사건 관련 대담’(17차 안건)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사례 중 7차 안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7)‧<결정2018>(6/13)은 가장 제재가 낮았던 3차 안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31) ‘김정은 헤어스타일 관련 대담’과 마찬가지로 김정은 위원장을 겨냥한 비방 및 조롱 방송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제재 수위가 갈린 이유는 7차 안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7)‧<결정2018>(6/13)의 경우 6월 12일 있었던 북미정상회담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을 대상으로 ‘암살’을 운운하며 한반도 평화라는 가치 자체에 위해를 가했다는 점, 진행자가 과도한 상상을 주도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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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방통심의위에서 가장 강한 제재가 나온 TV조선 ‘김정은 암살 방송’

 

특히 TV조선 진행자 김미선 기자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7)에서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비행기도 못타고”, “저기 스나이퍼가 탄다면 총으로 이렇게 저격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김 위원장을 비난했고 6.13 지방선거 개표방송이었던 <결정2018>(6/13)에서도 “비스트에 왜 안타죠? 무섭나요?”, “문 닫았을 때 터져버릴 거를 생각했을까요?”라며 대담 내내 ‘김정은 암살’을 암시했습니다. 특히 ‘비스트’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용차로서 TV조선의 결론은 ‘미국 대통령이 전용차에 폭탄을 설치해 암살을 시도했다’는 황당한 망상입니다. 


이 때문에 ‘김정은 머리스타일 조롱’에서는 가벼운 제재를 하자고 의견을 냈던 시민들이 바로 7차 안건에서는 단 2명을 제외하고 ‘법정제재’를 의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시민들이 무조건 ‘법정제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주제의 방송에서도 그 내용과 수위에 따라 차별성 있는 심의를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 민언련 시민 방심위 안건에 대한 방통심의위 심의결과

 

심의 완료된 8개 민원 중 4개가 기각, 1건 ‘주의’, 3건 ‘의견제시’
그렇다면 시민들이 대부분 ‘법정제재’를 가한 총 18개의 시민 방통심의위 안건에 대해 실제 방통심의위는 어떤 제재를 내렸을까요? 10월 2일 현재, 시민 심의 결과가 나온 총 18개 안건 중 실제 방통심의위의 심의까지 이뤄진 것은 8개입니다. 나머지 10개는 기간이 연장됐거나 아직 처리 중입니다. 


8개 안건의 심의 결과는 시민 심의 결과와 매우 거리가 멉니다. 법정제재는 단 1건, 행정지도가 3건, 기각이 4건입니다. 시민들이 법정제재를 의결했으나 실제 절반이나 되는 안건이 방통심의위에서는 심의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못한 것입니다.

 

차시

심의 대상 방송

방송사 <프로그램명>(일자) ‘아이템명’

참여

인원

법정

제재

행정지도

문제

없음

방통심의위 제재

2차

(5/30)

TV조선 <뉴스7>(5/19)

‘북 풍계리 폭파 취재비 요구’ 보도

8732명

8707명

14명

11명

주의

1차

(5/23)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5/9)

‘세월호 리본은 나치 다윗별’

25명

24명

1명

0

의견제시

5차

(6/20)

TV조선 <뉴스9>(5/21)

민주노총 한상균 전 위원장 출소 보도

1261명

1237명

18명

6명

의견제시

10차

(7/25)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

‘노회찬 시신이송 생중계’

1506명

1492명

7명

7명

의견제시

3차

(6/6)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31)

‘김정은 헤어스타일’ 관련 대담

3797명

3725명

70명

2명

기각

6차

(6/27)

채널A <뉴스TOP10>(6/18)

‘휴전선 군축 시 남한만 무방비’ 대담

911명

901명

8명

2명

기각

7차

(7/4)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7)

‧<결정2018>(6/13)

‘김정은 암살’ 관련 대담

791명

789명

1명

1명

기각

13차

(8/15)

채널A <정치데스크>(8/8)

‘김경수는 유력한 증거를 알고 있다’ 대담

1,568명

1,559명

9명

0

기각

△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및 실제 방통심의위 심의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유일한 법정제재는 TV조선의 ‘풍계리 취재비 요구’ 오보
유일하게 법정제재가 나온 사례는 2차 안건 TV조선 <뉴스7>(5/19) 보도 <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요구>로서 보도 직후에 이미 오보 논란을 크게 일으켜 법정제재 가능성이 농후했던 사례입니다. TV조선은 자사가 취재한 극히 소수의 외신 기자 입장을 빌미로 ‘북한이 외신기자들에게 풍계리 폭파 취재비용으로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죠. TV조선 보도 관계자들은 방통심의위에 출석해 “근거가 있다”, “심의위원들에게만 녹취를 공개할 수도 있다”며 맞섰지만 조금만 취재 범위를 확대해도 사실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고, 처음엔 취재원 보호를 주장하다 법정제재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제서야 녹취를 공개하겠다고 나섰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결국 법정제재가 내려졌으나 법정제재 중에서도 가장 수위가 낮은 ‘주의’에 그쳐 오히려 시민들의 실망감이 더 컸습니다. 이렇게 오보 여부가 확실했던 사례만 제외하면 왜곡 방송이나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 사례들을 방통심의위가 모두 기각하거나 행정지도 중에서도 가장 낮은 ‘의견제시’를 결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 노회찬 시신 이송 생중계’한 TV조선에 가장 가벼운 조치 ‘의견제시’

방통심의위의 테이블에 올라갔지만, 고작 의견제시에 그친 3개의 안건도 그러한 솜방망이 처분에 그칠 수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10차 안건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7/23)은 당시 고 노회찬 의원의 사망 사건을 보도하면서 고인의 시신 이송까지 생중계해 방송 직후부터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심의에 참여한 시민들 역시 강한 제재를 내렸습니다. 1506명 중 99%(1492명)가 법정제재, 그 중에서도 가장 수위가 높은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을 의결한 시민이 무려 72%(1,089명)이었습니다. 이 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컸으나 실제 방통심의위는 사실상 제재라고 볼 수도 없는 ‘의견제시’를 의결했습니다.

 

TVCHOSUN LIVE.jpg

△ 여론이 경악한 TV조선의 ‘고 노회찬 시신 이송 생중계’(7/23)

 

 

이렇게 낮은 제재를 주게 된 사유는 더 납득하기 힘든데요.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 규정에 이 사안을 심의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라는 이유를 댔습니다. 법을 해석해 실제 사건에 적용하는 법관이 있듯이, 심의위원들 역시 포괄적일 수밖에 없는 심의규정을 해석해 실제 방송에 적용해야 하는데요. 방통심의위가 밝힌 심의 사유라면 모든 규정에 ‘시신 이송 생중계는 하지 마라’는 식의 아주 구체적 사례까지 적시해야 한다는 것인데 당연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앵커가 세월호 노란리본을 나치 다윗별에 비유한 TV조선에 의견제시
1차 안건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5/9)의 경우 세월호의 상징 노란 리본을 ‘나치 다윗별’에 비유한 충격적인 사례였습니다. 진행자 김광일 씨는 2014년 9월 극우단체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 폭식투쟁’에 참석했던 정성산 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당찮은 신념 따위로 사람이 먹는 음식을 팔다니”라는 비난 벽보가 붙었던 사건을 빌미로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이 이제는 사적인 공격 도구, 나치가 유태인을 색출하며 붙였던 다윗별 같다”라고 주장했죠. 일부 시민의 불법 행위를 ‘세월호 상징’ 자체를 비난하는 데 악용한 겁니다. 특히 세월호를 나치에 비유했다는 점에서 유가족 및 추모 시민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통심의위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상징물을 나치의 만행과 관련된 표식에 비유하는 등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줄 소지가 있는 내용”이라 인정하면서도 제재는 가장 가벼운 ‘의견제시’를 결정했습니다. 어째서 제재가 이 수준에 그쳤는지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에 대한 모욕이 그만큼 가볍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노총 한상균 전 위원장과 엠네스티 왜곡한 TV조선에도 ‘의견제시’
또 다른 ‘의견제시’ 사례인 5차 안건 TV조선 <뉴스9>(5/21)의 보도 <포커스/“다시 머리띠 매겠다”…돌아온 한상균>은 역시 방통심의위가 왜곡을 인정하면서도 가장 낮은 제재를 결정한 경우입니다. TV조선은 당시 석방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불법 폭력 집회 주도자’로 규정하면서 ‘국제 엠네스티가 정의한 양심수가 아니다’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엠네스티는 한상균 전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했을 정도로 한 전 위원장의 실형을 비판한 단체입니다. 방통심의위는 “특정인과 특정 단체에 대해 오인케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방송”했다면서도 ‘의견제시’를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오인케 할 소지가 있었다면 그것도, 특정인(한상균)과 특정 단체(엠네스티)를 오인케 할 보도였으면 당연히 더 높은 수준의 징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모든 민원에 똑같은 ‘기각 사유’
행정지도는커녕 심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기각 사례 4건에 대한 방통심의위 기각사유는 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방통심의위는 주제와 문제점이 모두 다른 안건에 공통적으로 △이미 타 매체가 보도했다는 이유 △출연자 개인 견해라는 이유를 들어 기각을 결정했습니다. 실제로 타 매체가 보도했고 출연자 개인 견해라 하더라도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시청자를 불쾌하게 했다면 당연히 제재를 해야하는 것인데요. 방통심의위는 같은 핑계를 대며 모두 기각한 겁니다. 

 

TV조선의 ‘김정은 헤어스타일 조롱’ 기각, 출처까지 찾아준 방통심의위
3차 안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31)의 ‘김정은 헤어스타일 관련 대담’의 경우 “미국에 있는 국제이발사협회가 ‘쉽게 따라 하는 김정은 헤어스타일’이란 설명서를 공개했다”면서 “김정은 헤이스타일은 검정 전화기”, “한 청소년이 김정은 헤어스타일 해달라고 했다가 이발사에게 꾸중” 등 김정은 위원장의 머리 스타일을 조롱한 사례인데요. 이는 방송 당시가 1차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시기였다는 점에서 외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적절한 보도 행태였습니다. 더 충격적인 점은 TV조선이 ‘국제 이발사협회’라는 트위터 계정의 사진 한 장을 출처로 쓴 조선일보 보도를 그대로 베껴 보도했다는 것인데요. SNS 자료를 보도의 근거로 쓰는 것 자체가 굉장히 질이 떨어지는 저널리즘이지만 TV조선은 자매사인 조선일보 보도는 출처로 언급하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국제 이발사협회’라는 트위터 계정은 스스로 ‘이런 점이 모두 민원에 명시됐고 막말성 발언과 부실한 근거에 맞춰 방송심의규정 제14조(객관성), 제15조(출처명시), 제27조(품위유지) 적용을 요청했으나 방통심의위는 모두 ‘기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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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심의위가 직접 찾아준 TV조선 ‘김정은 머리스타일 조롱 방송’의 출처

 

기각 사유를 보면, 놀랍게도 방통심의위가 직접 TV조선 보도의 출처를 찾아줬습니다. 방통심의위는 “대담에서 언급한 이미지는 국제이발사협회 트위터(@barbernews) 계정의 ‘The Kim Jong Un @haircut’ 제목의 게시물(’14.3.26.)에 첨부되어 있음이 확인되는 점”을 고려해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TV조선은 ‘국제이발사협회’라고 밝히기는 했으나 ‘트위터 출처’임은 명확히 말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 자료가 무려 4년 전 사진임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치 최근 자료인 것처럼 묘사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조롱했죠. 이런 사실을 모두 TV조선이 보도 당시 고백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말았어야 정상인데, 방통심의위가 직접 그 출처의 날짜까지 찾아주더니 문제가 없다고 두둔한 겁니다. 방통심의위가 출처를 찾아준 것도 우습지만 2014년 자료임을 발견했다면 오히려 더 문제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TV조선은 전혀 4년 전 자료로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외에 방통심의위가 통보한 기각 사유는 모두 ‘단골 멘트’입니다. △이미 타 언론에서도 이슈가 된 점 △출연자 개인 견해라는 점 △이미 외신도 보도했다는 점이라는 이유입니다. 이는 매번 방통심의위가 내놓는 기각 사유로서 종합하자면 ‘개인 견해이거나 이미 타 매체가 보도했다면 아무말이나 해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북미 간 신뢰’ 분석하기 위해 ‘김정은 암살’ 거론해도 된다?
기각 사례 중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안건은 7차 안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7)‧<결정2018>(6/13) ‘김정은 암살’ 대담입니다. 앞서 살펴봤지만 이 안건에 대한 시민들의 심의 결과는 행정지도 및 문제없음이 단 2명일 정도로 무거운 제재였습니다. 김미선‧이상목 등 TV조선 진행자들이 앞장서서 ‘케이블카 저격’, ‘트럼프 전용차 폭살’ 등 황당한 ‘김정은 암살 시나리오’를 썼기 때문이죠.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기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김정은 부재시 평양 쿠데타 가능성 및 신변 안전 문제’가 이미 외신에서도 거론됐고 △출연자 일부가 ‘암살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언급했으며 △‘북미 간 신뢰’가 낮다는 점을 지적하는 차원에서 나온 다양한 견해 중 일부라는 것이죠. 앞서 방통심의위가 직접 TV조선 보도 출처까지 찾아준 기각 사유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외신에서 이미 보도됐다’는 핑계와 ‘출연자 개인의 다양한 견해’라는 관용이 또 두드러졌습니다. 


과연 해당 방송을 보고 ‘법정제재’를 결정한 시민들이 이런 사유에 공감할지 의문입니다. 세 가지 기각 사유 모두 민원인의 문제의식에 제대로 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민언련도 민원에서 출연자 고영환 씨가 ‘암살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음을 명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송이 제재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일부 패널이 분명 가능성이 낮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자들이 앞장 서서 ‘김정은 암살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꺼냈기 때문이죠. 진행자는 이런 과도한 추측을 억제해야 하나 TV조선 진행자들은 정반대로 그 주제를 주도한 겁니다. ‘외신’ 관련 기각 사유는 아예 논점을 벗어났습니다. 외신에서 거론했다고 해서 우리 언론이 무조건 받아쓸 수는 없으며 부적절하면 걸러내는 것인 언론의 역할입니다. 또한 외신에서 ‘쿠데타 가능성’ 및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 위협’을 거론했다고 해도 그 외신들이 과연 ‘트럼프 전용차 폭살 및 독살’까지 나아갔는지 의문입니다. 이건 왜 방통심의위가 비슷한 외신까지 찾아주지 않았는지도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북미 간 신뢰가 낮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개인적 논평’이라는 기각 사유는 가장 황당합니다. ‘북미 간 신뢰’를 분석하기 위해 ‘케이블카 저격’ ‘트럼프 전용차 폭살’ 등 근거 없는 망상들을 늘어놔도 괜찮다는 것인데 이는 ‘다양한 견해’가 아니라 ‘왜곡된 견해’죠. 이쯤되면 방통심의위가 작정하고 TV조선을 두둔하기 위해 해당 안건을 기각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 견해’고 ‘타 매체 보도’면 ‘아무말’이나 해도 된다는 건가
나머지 2개의 기각 사례에서도 방통심의위의 ‘핑계’는 반복됩니다. 13차 안건 채널A <정치데스크>(8/8) <내일 재소환, ‘스모킹건’ 있나> 보도‧대담의 경우 당시 특검 소환조사를 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를 향해 ‘유력한 증거를 알고 있다’며 범죄자 낙인을 찍은 방송인데요. 여기서도 이용환 앵커, 김민지 기자, 조수진 기자 등 채널A와 동아일보의 기자들이 가짜뉴스급 대담을 주도했습니다. 이 사례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똑같은 기각 사유를 되뇌이고 있습니다. △‘뉘앙스’ 운운하는 등 이 방송이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 △방송 내용이 ‘타 언론 보도’와 유사하다는 이유 △‘출연자 개인의 비평’이니 ‘다양한 견해’를 용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이죠. 


6차 안건 채널A <뉴스TOP10>(6/18) ‘서울 불바다 공포 사라지나’ 대담은 어떨까요? 이 사례는 당시 남북 군사회담에서 ‘휴전선 상호 군축’이 합의된 데 대해 “남한만 무방비가 됐다”며 “북한은 300mm 방사포를 휴전선에 배치했다”고 주장한 방송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300mm 방사포 휴전선 배치는 확인된 바가 없어 언론마다, 전문가마다 견해가 엇갈립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단정적으로 보도해선 안 되죠. 이를 지적했지만 방통심의위는 또 △국방전문가의 개인 견해인 점 △안보 위기 우려를 전달한 전반적 취지를 고려했다며 기가했습니다. ‘개인 견해’라면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기각 사유’입니다. 


이렇듯 10월 2일 현재까지 나온 방통심의위의 심의 결과는 시민들의 심의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물론 개국 직후부터 편파성과 왜곡으로 지탄을 받았던 종편에 시민들의 분노가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 ‘법정제재’ 의견이 나온 시민 심의 결과가 그대로 실제 반영되긴 어렵습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결과가 나온 8개 안건 중 단 하나만 법정제재가 나오고 2개의 의견제시, 4개의 기각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입니다. 더군다나 방통심의위는 ‘개인 견해’ 및 ‘타 매체 보도’를 전가의 보도로 악용하며 기각을 남발했죠. 시민이 제기한 소중한 민원을 기각할 때는 그만큼 설득이 되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공공기관이자 방송의 공공성을 관장하는 기관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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