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조선일보-TV조선-자유한국당의 ‘종북몰이 합동작전’
등록 2018.08.2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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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이 서로 ‘소스’를 주고받으며 ‘정치적 선동’을 펼친다는 의혹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습니다. 최근에도 그런 사례가 많습니다. 지난달 31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기무사 개혁’을 주장해온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자’라고 비난하자 TV조선이 다음날(8월 1일) 곧바로 <‘헬기사고’ 국방장관 조문 밀착 수행?>(8/1 https://bit.ly/2MbG2PR )라는 보도로 “임 소장이 송영무 국장방관을 밀착 수행, 엄호했다”고 주장했죠. 그러자 또 다음날(2일)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를 그대로 받아 ‘임태훈-문재인 정부 유착설’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근거가 없는 비방에 불과했죠. 


똑같은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이번엔 ‘종북몰이’입니다. 조선일보는 <간첩 전과자를 공기업 상임감사에 앉히려는 정부>(8/24 https://bit.ly/2BMVcub )에서 “공기업인 강원랜드 상임감사위원에 간첩 활동을 했던 인사가 최종 후보에 오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며,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 주범인 황인오 씨”를 비판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현 정부 들어 친문·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공공기관장과 감사 등에 잇따라 임명돼온 가운데 간첩 전력에 전문성도 떨어지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했죠. 


같은 날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 보수언론’을 인용해, “국가 이념 정체성이 모호한 문재인 정권이지만 간첩 실형을 받고, 자신들이 사면시킨 사람을 강원랜드 감사로 모시고자 하는 것은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힐난했습니다.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의 부창부수에 자매사 TV조선도 빠지지 않고 한몫하고 있습니다. TV조선은 하루 평균 2~3개의 시사 프로그램을 동원해 조선일보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 ‘방송 보도’, 즉 영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간첩 출신 공기업에 앉히려는 정부’…조선일보와 똑같은 TV조선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8/24)은 같은 날 조간신문에 실린 조선일보 <간첩 전과자를 공기업 상임감사에 앉히려는 정부>(8/24)를 그대로 베껴 ‘방송 보도’로 만들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8/24)는 <난감한 성적표>라는 제목으로 정부 정책 전반을 비판하던 중 ‘강원랜도 상임감사위원에 간첩 출신 황인오’를 꺼내들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앵커는 “또 정부가 간첩 전과자를 공기업의 상임 감사직에 앉히려고 했다, 이런 보도 나왔던데 이건 또 무슨 이야기입니까?”라고 운을 띄웠고 문승진 기자가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한테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랜드 상임 감사 최종 후보 2인에 바로 간첩 전과가 있는 황인호 씨가 포함이 됐다는 것”이라 답했습니다. 문 기자는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 지역당 사건의 핵심 인물”, “대법원에서도 간첩 및 반국가단체 설립 혐의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던 분”이라며 황인오 씨를 설명했고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해 “간첩 실형을 받고, 자신들이 사면시킨 사람을 강원랜드 감사로 모시고자 하는 것은 해도해도 너무한 것”이라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도 보여줬습니다. 엄성섭 씨는 과거 황인오 씨가 강원랜드에 “도박 중독으로 수천 명의 카지노 노숙자를 양산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으로 몰아넣는 곳이다”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전문 카지노라는 게 이게 굉장히 전문 지식도 있어야 하고 여러 가지 사항이 많이 필요한데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 이 강원랜드 후보에 올라왔다?”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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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첩 전과자를 공기업 감사에’ 조선일보 그대로 베낀 TV조선(8/24)

 

맥락 없는 ‘민주당 엮기’와 ‘음모론’까지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8/24)은 ‘강원랜드 상임감사 임명’이라는 중심 주제와 관련 없이 황인오 씨와 민주당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엄성섭 앵커가 “그런데 이분이 민주당 공천 심사에도 참여를 했었다고 합니다”고 말했고, 김대현 기자는 “본인이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간첩 활동을 인정했던 황인오 씨. 어찌된 영문인지 민주당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 씨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이번 당 대표 선거와 관련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20년 장기 집권 플랜을 힘차게 추진할 대표를 이해찬 의원이 아니고 있으면 나와 봐라, 이렇게 했고요. 또 2012년입니다. 민주당 경기도당 공천 심사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한 바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간첩출신을 강원랜드 상임감사에 앉히려 한다’고 비난한 후 ‘민주당도 그 간첩출신 인사와 인연이 깊다’고 민주당까지 끌어들이는 보도의 구성이 조선일보 <간첩 전과자를 공기업 상임감사에 앉히려는 정부>(8/24)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TV조선은 같은 날 <이것이 정치다>(8/24)에서 똑같은 내용을 또 보도하며 여론전에 힘을 쏟았습니다. 8월 24일 오전 조간신문 조선일보 보도, 오후 1시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오후 5시 30분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를 동원해 조선미디어그룹이 하루 종일 ‘간첩 출신’을 외친 겁니다. 보도 내용이 똑같은 와중에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4)에서만 두드러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누군가 황인오 씨에게 지원하라고 권고했을 것’이라는 일종의 ‘음모론’입니다.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은 “누군가가 황인오 씨한테 한번 거기 감사로 지원을 해봐라. 사실상 내정된 것 아니냐는 소문이 강원랜드에 파다하게 퍼져있다”고 주장했고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도 “황인오 씨가 본인이 내가 강원랜드 감사에 지원을 하겠다고 했을 가능성보다는. 누군가를 지원을 하라고 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추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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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지역당 사건’ 빌미로 민주당에도 ‘종북몰이’한 TV조선(8/24)

 

논란의 ‘중부지역당 사건’, 앞뒤 다 자르고 ‘간첩’만 남긴 TV조선
TV조선과 조선일보,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황인오 씨를 ‘간첩’으로 지목하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까지 비난한 근거는 1992년 발생했던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입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보도한 ‘중부지역당 사건’의 전말은 △황인오 씨는 1992년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핵심 인물 △황 씨는 '1995년 적화통일'을 완수하겠다는 북 계획에 동조, 거물급 고정간첩 이선실(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게 포섭돼 북 노동당에 가입, 간첩 교육을 받은 후 '중부 지역에서 당을 조직하라'는 지령을 받고 남파 △중부지역당 총책으로 활동하다 1992년 체포됐고, 대법원에서 간첩 및 반국가단체 결성 혐의로 무기징역 선고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8·15 특사 때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고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특별사면복권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도 2007년 “황 씨가 연루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과 관련한 (노태우 정부 시절) 발표의 기본 내용은 모두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힘 등 5가지가 전부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노태우 정권이었던 1992년, 안기부가 처음 발표했을 때부터 ‘북풍’이라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6년, 국정원 과거사위는 이 사건을 재조사해 “실체는 있으나 확대·과장된 사건”이라고 밝혔는데요. 조선일보‧TV조선은 ‘과장된 사건’이라는 내용을 쏙 빼버린 겁니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구타와 잠 안 재우기, 벌 세우기, 인격 모욕, 고문 협박 등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고 안기부가 ‘조선노동당 지하 세력’으로 묶은 ‘김낙중 간첩망’, ‘손병선 간첩망’, 황인오가 책임자인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의 경우 서로 관련없는 세 사건을 기계적으로 결합해 단일 조직사건으로 부풀린 것이었습니다. 다만 현재 조선일보‧TV조선이 문제 삼은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의 실체는 존재했던 것으로 과거사위가 파악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낭만적인 통일운동을 안기부가 간첩 사건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조선일보‧TV조선은 이런 ‘과장 및 조작’ 부분은 지워버리고 ‘갑첩’만 남긴 겁니다. 

 

‘전향서’까지 썼다는데, 조선일보‧TV조선은 왜 말하지 않는 걸까
사실 이 사건이 논란이 됐던 배경에는 2004년, 황인오 씨의 폭로가 있습니다. 황 씨는 당시 “안기부가 부인과 어머니, 네 살짜리 아들 등 가족을 20여일간 불법 감금한 채 가혹행위를 했고, 고문에 가담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가혹행위 증언을 하지 말아 달라 요구했으며 17대 총선 전 두 차례 전화를 해서 한나라당 입당권유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황 씨는 “안기부에서 취조 당하면서 수사관들에 의해 '중부지역당'이 만들어졌다”며 혐의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 12월 CBS라디오 <시사자키>와 한 인터뷰에서는 “80년 신군부와 보수세력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자유민주주를 말살하고 친일파 후손들이 대대로 정권을 잡는 현실을 보고 민족사 정통성이 북한에 있다는 생각을 당시 했다”, “(하지만)북한의 경제 체제와 세습, 우상화 이런 것들은 남한 사회의 문제보다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연 연대와 협력의 대상인가 하는데 대해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되고 체포되기 전부터 이것을 어떻게 청산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죠. 


더 놀라운 사실은 황인오 씨가 복역 후 진보 진영에서도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한겨레21 <그 공소시효 걷어치워라>(2004.12.24. https://bit.ly/2BPVQH9 )는 황 씨가 수감된 후 전향서를 썼고 이 때문에 동료들 사이에서 “그가 검찰 수사에 잘 협조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는 의심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TV조선은 이런 배경 역시 은폐했습니다. ‘간첩 조작 및 고문 수사’라는 핵심을 지워버린 겁니다. 

 

타 매체는 자유한국당에 ‘반공수구’라 비판
이렇듯 조선일보‧TV조선은 ‘간첩 황인오’라는 자극적인 부분만 취사선택해 보도했고, 이를 자유한국당이 그대로 공식 논평으로 발표했습니다. 심지어 ‘중부지역당 사건’과 관련이 없는 황 씨의 민주당 관련 SNS글과 과거 행적까지 끌어와 ‘민주당도 한 패’라는 식으로 묘사했죠. 전형적인 ‘종북몰이’입니다. 


이에 대한 비판 보도도 나왔습니다. 노컷뉴스 <“낡은 이념 벗겠다”던 한국당 또 '반공수구' 회귀?>(8/27 https://bit.ly/2oaNbp7 )는 “간첩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사실만 강조하고 반발하는 것은 또 다른 반공‧냉전적 사고”, “지금은 바른미래당 소속인 하태경 의원은 황 씨과 비슷한 인생경로를 겪었지만 오랫동안 김 원내대표와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며 자유한국당의 이중잣대와 반공주의를 질타했습니다. 
프레시안 <‘조선’이 '간첩 전과자' 따질 자격 있나?>(8/24 https://bit.ly/2PbFASN )의 경우, “일본을 거쳐 북한으로 몰래 들어가서, '밀봉교육'을 받은 뒤, 남파”됐으나 “대기업 간부로 특채”된 ‘5공 실세 허화평의 동생 허화남’ 사례를 들어 “낯 뜨거운 전두환 찬양 기사로 지면을 메우곤 했”던 조선일보가 황인오 씨를 문제 삼는 것은 이중잣대라고 비판했습니다. 프레시안은 뉴라이트의 대표자인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이 황인오 씨와 함께 같은 혐의로 징역 13년을 받은 황 씨의 동생 황인욱 씨에 대해 구명운동을 벌였던 점을 지적하며 “황 씨가 억울한 피해자라고 봤기 때문”이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민주당과 인연”? 치졸한 짜깁기
조선일보‧TV조선이 황인오 씨와 민주당과의 유착을 묘사한 부분도 상당한 과장입니다. 당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정 당 대표 후보를 지지한다는 게시글을 올리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실제로 황인오 씨의 페이스북을 확인해보면 해당 글은 다른 사람의 글을 공유한 뒤 코멘트를 덧붙인 것으로, ‘좋아요’ 수도 39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민주당 경기도당 공천 심사에 참여한 것 또한 수상한 일이 아닙니다. 2012년 황인오 씨는 민주당 경기도당 위원회 산하 ‘시민캠프’에 합류했습니다. 황인오 씨는 전 부천시민사회단체협의회 공동대표로, 시민단체 분야 관련자로 상임대표단에 선정된 겁니다. 시민단체 출신을 꾸준히 기용해오고 있는 민주당에서, 지역 시민단체협의회의 공동대표 출신 인사를 캠프에 영입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조선일보‧TV조선은 여기서도 모든 맥락이 지워버리고 “2012년 민주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고만 보도해 마치 어떤 유착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만 남긴 겁니다. ‘간첩’부터 ‘민주당 유착’까지, 입맛에 맞는 사실관계만 짜깁기한 ‘종북몰이’ 보도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8월 24일(금)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이것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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