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이틀 간 이어진 TV조선의 ‘임태훈 죽이기’
등록 2018.08.0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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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자유한국당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성정체성 혼란을 겪는 자가 군 개혁을 얘기하면 안 된다”고 혐오발언을 하자, 1일 TV조선 <뉴스9>는 곧바로 ‘임태훈 소장이 문재인 정부 국방부장관을 엄호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근거도 없이 임 소장을 ‘정권에 유착되어 군 개혁을 요구하는 인물’로 매도했던 이 보도는 TV조선 <이것이정치다>에서도 반복됐습니다. TV조선은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임 소장에 무차별적인 인신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임태훈, 의문의 행적”? TV조선 보도가 더 의문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1)는 7월 31일, ‘어떻게 이 문건을 시민단체에서 입수했는지 모르겠다’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문제제기에 “국방부 장관이 정보를 준다는 루머가 돌고 있는데, 그만큼 저하고 친하진 않다”고 반박한 임태훈 소장의 모습을 먼저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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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이것이정치다>(8/1)

 

이후 방송은 ‘국방부장관과 친하지 않다’는 임 소장을 직접 반박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대담의 제목은 <임태훈, 의문의 행적?>이었고, 소제목으로 <임태훈, 송영무 국방 수행>을 뽑아 노골적으로 임태훈 소장을 비난했습니다. 임 소장의 7월 31일 인터뷰를 보여준 직후 진행자인 윤정호 씨는 “임태훈 소장이 지금 ‘장관이 자기하고 그만큼 친하지 않다’ 그랬는데. 지난 달 송영무 장관이 마린온 헬기 사고 유족들을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짜증 발언 때문에 유족들이 굉장히 짜증을 냈던 그런 일이 있었는데 분향소에 간 송 장관 옆에 누가 있었는지 한번 보시죠”라며 다른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바로 TV조선 <뉴스9>(8/1)도 보도했던 ‘마린온 헬기 순직 장병 합동 영결식’(7/21) 장면입니다. TV조선 <이것이정치다>(8/1)는 유가족을 달래는 임태훈 소장의 모습을 슬로우모션까지 더해 보여줬습니다. TV조선 <뉴스9>(8/1)가 의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임 소장이 장관을 수행한 것처럼 묘사하기 위한 겁니다. 


이 영상을 토대로 TV조선 <이것이정치다>(8/1)는 음모론에 가까운 대담을 이어갔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건 국방부를 견제하는 시민단체라고 하기 보다는 저 장면만 보면 사실 송영무 장관과 임태훈 소장이 굉장히 친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잖아요. 그런데 또 어떤 면에서 보면 이해관계가 비슷합니다. 현재 군 기무사 개혁을 둘러싼 군인권센터의 어떤 주장과 그다음에 송영무 장관이 하려고 하는 기무사 개혁. 이게 좀 상당히 맞닿아 있어요”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정욱 변호사는 “일단 마린온 영결식이 군인권센터의 업무인지도 의문이 들고요. 설령 이게 업무라고 하면 제가 보기에 누구 편을 들어야 해요? 유족 편을 드는 게 맞잖아요. 그런데 저 모습을 보면 누가 봐도 장관, ‘장관이 면담할 거니까 화 좀 푸세요’ 장관의 편을 들고 있는 건 상당히 부적절하고요”라며 더 노골적으로 임 소장을 비판했고 김종래 청주대 교수(전 조선일보 출판국 국장) 역시 “왜 이런 자리에 유족과 국방 장관 사이에 시민단체가 있는지 참 정말 납득이 안 가네요”라고 맞장구쳤습니다. ‘임태훈-송영무 유착’을 주장하지 않은 패널은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뿐입니다. 최 씨는 “단순히 우리가 저 화면만 보고 친분이 깊다고 이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4명의 패널 중 3명이 임 소장을 ‘국방부장관 편’으로 낙인찍는 가운데 진행자인 윤정호 씨 역시 “장관 옆에 누가 있는지 보시라”, “국방부는 뭘 하고 임태훈 소장이 유가족을 달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라며 근거 없는 의혹을 거들었습니다.

 

‘군 내 성추행’ 언급까지, 도 넘은 인신공격
임태훈 소장을 향한 TV조선의 공세는 다음날인 2일에도 이어졌습니다. TV조선이 1일 임 소장에 ‘송영무 장관 엄호’라며 맹공을 퍼붓자 2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군인권센터는 문재인 정권의 하청업자인가”, “분명한 사실은 군인권센터는 비정부기구·시민단체로 출범했다. 그런데 이제는 송 장관의 의전 부속실인지, 문재인 정권의 군 개혁 메신저인지 구분이 되질 않는다”라고 호응했는데요. TV조선 <이것이정치다>(8/2)도 다시 이에 화답한 모양새입니다. TV조선은 ‘송영무 장관 엄호’에 그치지 않고 임 소장을 향해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방을 퍼부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는 일단 전날과 마찬가지로 ‘임태훈-송영무 유착’을 똑같이 주장했습니다. 똑같은 7월 21일 마린온 순직 장병 합동영결식 영상부터 패널 김종래 씨의 “어제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더 이해가 안 되네요” 등 ‘유착 의혹 제기’ 발언까지 흐름이 유사합니다. 1일과 마찬가지로 유창선 평론가를 제외한 3명의 패널(김종래‧이현종‧배승희 변호사)이 일제히 임 소장을 비판하는 편파적 구도 역시 똑같습니다. 다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국방부가 ‘임태훈 소장은 군 인권위원 자격으로 합동분향식에 참여했다’고 해명한 것을 TV조선이 다시 반박했다는 정도입니다. 이현종 씨는 “저도 군 자문위원”이라면서 “굳이 인권 위원이 저 자리에 갈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임태훈 소장이 본인이 인권 위원이라는 자격으로 해서 저렇게 유족을 적극적으로 저렇게 설명을 하고 송 장관의 입장을 대변했는지 아직도 조금 의문”이라 주장했습니다. 


8월 2일 TV조선 <이것이정치다>가 전날에 더한 내용은 바로 임태훈 소장이 ‘동성애자’라는 부분을 집중 부각한 겁니다. 배승희 씨는 “군인권센터인 임태훈 소장 같은 경우에는 동성애를 긍정하는 분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군과)이해관계가 좀 충돌하는 입장인 것이죠. 그래서 입장이 달라서 과연 이분이 군대 내의 인권 문제를 과연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관계 당사자이기 때문에 인권위원으로 활동하기에는 조금 부적절한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했습니다. 정리해보자면 ‘임 소장은 동성애자라 군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므로 군 인권위원을 하기에 부적절하다’는 겁니다. 이는 차별적 발언입니다. 성소수자는 군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람이 아니라 군이 자행해온 소수자 억압 및 인권 차별의 피해자이며, 임태훈 소장은 군인권센터에서 오랫동안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따라서 인권위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또한 군과 이해관계가 상충되더라도 군의 인권침해가 분명하다면 그 누구라도 이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TV조선이 임태훈 소장을 문재인 정부와 엮으려다 성소수자 혐오발언까지 내뱉은 겁니다. 

 

‘윤 일병 사건 때는 군인 멱살잡았다’는 TV조선의 저렴한 시선
TV조선 <이것이정치다>(8/2)은 유일하게 임 소장 관련 비판을 반박하던 유창선 평론가가 “임태훈 소장의 병역 거부 및 군 인권 활동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느닷없이 임 소장의 몸싸움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임 씨가 군복을 입은 군인들의 멱살을 잡고 소리를 치는 장면을 50초 가량 보여준 겁니다. 대체 이 영상의 출처가 어디인지, 영상이 보여주는 상황이 언제 어떤 이유로 벌어진 것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습니다. 단지 무작정 ‘임 소장이 군인에 폭행을 행사했다’고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악용된 겁니다. 


물론 영상이 끝난 후 진행자 윤정호 씨가 설명을 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설명마저 매우 악의적입니다. 윤 씨는 “지금 막 보셨던 화면, 임태훈 소장의 옛날 모습입니다. 윤일병 사건 당시에 군인들의 멱살을 잡고 유족 측이라고 할까요, 항의하는 모습이 저렇게 보였습니다. 그때 당시와 지금하고 비교하시면서 왜 이렇게 달라졌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긴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과거에는 유족 측에서 항의해 군인들의 멱살도 잡았는데, 왜 마린온 헬기 순직 장병 합동분향소에서는 국방부 장관과 군의 멱살을 잡지 않았느냐며, 또 ‘유착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이후 같은 영상이 또 30초 가량 노출됐고 결국 TV조선은 ‘임태훈-송영무 유착’을 제기하기 위해 과거 영상까지 1분 20초 간 악용한 셈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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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일병 사건 당시 화면까지 동원해 임태훈 소장 비난한 TV조선(8/2)

 

치졸한 TV조선, ‘마녀 사냥’을 멈춰라
이렇게 이틀에 걸쳐 연이어 임태훈 소장을 공격한 TV조선의 보도 태도는 치졸한 수준입니다. 일단 7월 21일 있었던 ‘마린온 헬기 순직 장병 합동영결식’에서 임태훈 소장이 유가족을 달래는 일부 장면을 빌미로 ‘송영무 장관과 유착관계 아니냐’고 묻는 것부터가 상식 이하입니다. 군인권센터는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가 터지자 유가족의 자문을 맡아 국방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유가족을 대변했습니다. 사태 초기 갈등이 있었던 유가족과 군과의 협상을 중재하여 민간업체의 진상규명 수사 합류, 헬기 제작업체 배제 등 유가족의 입장이 협의안에 모두 반영되기도 했죠. 군인권센터 소장인 임태훈 소장이 협의안 도출 후 거행된 합동영결식에 참석해 흥분한 유가족들을 진정시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장면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은 모든 배경을 잘라낸 채 영상 일부만을 빌미로 ‘송영무 장관 편을 든다’는 황당한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또한 합동영결식은 시민 누구나 참석해 희생 장병을 추모할 수 있는 행사로서 특별한 자격이 없어도 참석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은 ‘무슨 자격으로 저기 가 있느냐’며 엉뚱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사실상 ‘마녀 사냥’에 가까운 태도입니다. 

 

‘윤일병 사건’까지 동원한 TV조선, 최소한의 인륜은 지켜야
급기야 TV조선은 스스로도 논리가 부족하다 느꼈는지 윤일병 사건 당시 임 소장의 모습까지 동원해 ‘동성애자가 군인권위원은 부적절’, ‘과거엔 군인 멱살 잡더니 왜 지금은 엄호하나’와 같은 자격 미달의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임 소장을 공격하기 위해 윤일병 사건까지 동원한 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이자 모욕입니다. 2014년 4월 선임병 및 간부의 가혹행위 끝에 숨진 윤 일병 사건의 경우, 군이 사건을 축소 및 은폐하려 하고 군사재판마저 폐쇄적으로 진행되자 임태훈 소장이 사건 경위와 군의 은폐 행태를 폭로했던 참담한 사건입니다. 당시에도 임태훈 소장은 희생 장병과 유가족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진상규명 기자회견은 물론, 재판 방청을 거부한 군사법원에 항의하다 군 영창에 감치되기도 했죠. TV조선은 그렇게 처절하게 군에 항의하던 임 소장의 일부 화면만을 잘라와 ‘왜 그땐 군인 멱살을 잡았냐’는 소아적 수준의 질문을 던진 겁니다. 과연 이게 언론의 태도인지, TV조선 스스로 진지하게 성찰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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