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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원전 재가동?…‘탈원전 겨냥한 가짜뉴스’ 또 나왔다
등록 2018.07.30 20:42
조회 1196

최근 일부 언론과 보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가 폭염에 전력 수요량이 치솟자 원전을 재가동했고, 이는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한수원이 지난 4월 마련한 하계수급계획 및 정기 점검인 ‘계획예방정비’ 절차에 따라 원래 가동 중인 원전을 점검한 뒤 다시 가동한 것인데, 이를 ‘폭염 때문에 탈원전을 포기한 것’이라 보도한 것인데요. 이것은 근거가 부족한 분석이며, 일종의 선동성 프레임입니다.

 

원전 재가동은 폭염 때문이 아니라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원전은 5기입니다. 경북 울진에 있는 한울1‧2‧4호기와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 1‧3호기입니다. 이중 ‘한울 4호기’는 ‘계획예방정비’에 따라 지난 7월 21일 ‘재가동’ 승인을 받고 다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계획예방정비’란 원전을 발전기의 성능 유지와 각종 기기의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 운행을 일시 중단하고 실시하는 ‘정기 점검’입니다. 통상 18개월 간격으로 진행됩니다. ‘한울 4호기’는 지난 5월 18일 점검에 돌입했고 65일 후인 7월 21일 이 절차를 모두 마쳐, 다시 가동된 것입니다. ‘한울 2호기’의 경우, 2017년 11월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뒤 168일 후 재가동됐지만, 지난 7월 12일 문제가 발견되어 다시 정비를 받는 중입니다. ‘한빛 3호기’는 지난 5월 11일부터 정비를 시작해 7월 말 재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4월 전력 피크기간인 8월 2~3주 이전에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가 재가동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한수원은 올해 4월 하계수급계획을 미리 마련하여 ‘한울 1호기’와 ‘한빛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 일정을 각각 8월 15일에서 29일로, 8월 13일에서 18일로 변경했습니다. 요컨대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정기 점검에 따라 일시 중단됐거나 한수원이 전력 피크기간에 대비하여 지난 4월 정기 점검 일정을 조금 미룬 원전들에 대해 일부 언론이 “폭염 때문에 원전 재가동”이라 보도한 겁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따져 보면 문제의 원전들은 ‘폭염’ 때문이 아니라 원래 계획한대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논란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자초한 부분도 있습니다. 22일 한수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 계획예방정비 착수 시기는 피크 시점 뒤로 조정키로 했다” “한빛 3호기, 한울 2호기 등 2개 원전을 전력 피크 기간 이전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밝혔습니다. 계획예방정비 일정, 4월에 마련한 계획 등 배경을 생략하다 보니 마치 폭염 때문에 원전 재가동을 서두른 것처럼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입니다. 

 

‘폭염에 부랴부랴 원전 재가동’?

아니나 다를까 23일 조선․중앙․한국일보는 일제히 ‘정부가 폭염에 원전을 재가동했다’는 제목으로 보도를 냈습니다. 보도 내용에서 계획예방정비 일정이나 한수원이 이미 지난 4월 전력 피크기간에 대비해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은 찾아볼 수 없고 마치 폭염에 부랴부랴 원전을 ‘추가 가동’ 또는 ‘재가동’한 것처럼 표현됐습니다. 

 

신문사

제목

주요 내용

조선일보

폭염에 다급해진 정부, 원전 재가동

원전 이용률을 ‘전력수요 피크기’인 8월에는 8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전력수요 예상 초월하자…탈원전 정부, 원전에 SOS

(예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정부는 결국 다시 원전 가동을 늘리기로 했다

사설/막무가내 탈원전 하더니 전력 모자라자 “원전 추가 가동”

폭염 속 전력 수요가 급증해 정부 예상치를 넘어서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가동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중앙일보

전력수급 문제없다더니…허둥지둥 원전 5기 더 돌린다

‘탈원전’을 내세운 정부가 결국은 원전으로 전력 수급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점을 들어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일보

폭염에 전력 수요도 신기록…정비 중인 원전 조기 재가동

정비중인 원자력발전소를 조기에 재가동하는 등 추가 전력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 7월 23일, ‘폭염 때문에 원전 재가동’을 제목으로 뽑은 신문 보도 

 

조선일보는 신속하게 23일 당일 사설까지 ‘뙇’!
특히, 조선일보는 이러한 보도가 총 4건, 제목에서 ‘폭염으로 원전 재가동’을 표기한 보도가 3건으로 가장 보도량이 많습니다. 조선일보는 23일, <폭염에 다급해진 정부, 원전 재가동>(7/23 https://bitly.kr/AK20)를 1면에 배치해 “전력 부족이 예상되자 정부는 원전을 추가 가동”이라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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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과 다른 제목으로 1면에 기사를 낸 조선일보(7/23)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막무가내 탈원전 하더니 전력 모자라자 “원전 추가 가동”>(7/23, https://bitly.kr/8TNP)까지 게재했습니다. 중앙일보도 사설과 기자 칼럼을 내놨지만 모두 24일자로 내놓은 것으로서 조선일보는 매우 빠르게 비판 사설까지 나아간 겁니다. 조선일보 사설은 제목에서부터 ‘막무가내 탈원전’이라 명시했고, 첫 문장에서도 “폭염 속 전력 수요가 급증해 정부 예상치를 넘어서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가동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정비하느라 세워놓은 원전 2기의 재가동 일정을 앞당기고, 8월 중 점검에 들어가려던 2기의 정비 착수 시점을 여름 이후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는 사실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바로 그 ‘정비 일정’이 지난 4월 마련된 하계수급계획에 따른 것임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누락한 채 ‘폭염’과 ‘원전 재가동’을 연결했고 “탈원전 하겠다며 멀쩡한 원전을 조기 폐쇄하더니 전력이 모자랄 것 같자 다시 원전에 손을 벌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23일 <전력수급 문제없다더니…허둥지둥 원전 5기 더 돌린다>(7/23 장원석 기자 https://bit.ly/2NKkGtd)에서 “‘탈원전’을 내세운 정부가 결국은 원전으로 전력 수급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점을 들어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무리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일보는 ‘탈원전 포기’라는 과도한 논리까지 나아가지는 않았으나 역시 ‘폭염에 원전 재가동’을 사실로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 <폭염 속 전력 수요도 신기록…정비 중인 원전 조기 재가동>(7/23 변태섭 기자 https://bit.ly/2LLAjmR)은 “아직까지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지만 전력 사용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정비 중인 원자력발전소를 조기에 재가동하는 등 추가 전력 확보에 총력전”이라 전했습니다. 


서울신문도 <사설/기록적 폭염 속 전력수급 차질 예방에 만전을>(7/23 https://bit.ly/2K7RABF)을 내놨는데요. 제목만 봐서는 ‘폭염에 원전 재가동’을 명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설은 “지난 21일부터 한울 4호기가 재가동됐고, 8월에는 한울 2호기도 다시 가동된다”, “탈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정부가 운행을 중단했던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은 자칫 정책 후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 전했습니다. 이런 표현은 조중동과 마찬가지로 ‘폭염에 원전 재가동’ 및 ‘탈원전 후퇴’가 사실인 듯한 인상을 줍니다. 모두 중요한 사실관계를 누락한 왜곡 보도들입니다. 

 

23일 보도에 놀란 한수원 해명 자료 내놨지만 반영해주지 않는 언론사 
23일 조간신문에서 이처럼 강한 비판이 나오자 한수원은 23일 추가적인 설명 자료를 내어 “이번 조정은 계획예방정비 일정 수립에 의해 지난 4월에 시행된 것이며 폭염발생에 따라 이번 여름에 결정된 것이 아님”을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2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원전 가동 상황을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도 있다”며 “전망 그리고 대책에 대해 소상히 국민들께 밝혀라”라고 지시했습니다. 한울 1호기와 한빛 1호기 점검 일정의 경우 조정은 지난 4월에 결정된 것이지 “폭염발생에 따라 이번 여름에 결정된 것이 아니”며,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는 “규제기관으로부터 가동 승인을 받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였다는 것인데요. 


한수원이 이렇게 추가적인 해명까지 나왔지만 한겨레‧경향을 제외한 모든 신문은 끝까지 이 사실관계를 외면했고 ‘탈원전 정부가 폭염 때문에 원전을 재가동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어깃장은 뒤에 별도로 다루고요. 이 해프닝을 둘러싼 7개 종합일간지 신문보도량을 체크해봤습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폭염에 원전 재가동’ 보도(23~24일)

0건

1건

1건

4건

3건

0건

1건

‘폭염에 원전 재가동’ 보도(25~27일)

0건

0건

0건

2건

0건

0건

0건

한수원 탓하는 보도(25일 이후)

0건

1건

1건

2건

2건

1건

1건

총 보도량

4건

3건

5건

9건

6건

4건

3건

△ ‘폭염에 원전 재가동, 탈원전 정책 포기’ 관련 신문보도 분석 / 총 보도량은 ‘원전 재가동’ 이슈를 다룬 기사 (7/23~7/27) ⓒ민주언론시민연합

 

 

중앙일보는 24일에도 <취재일기/더우면 친원전, 선선해지면 탈원전?>(7/24 https://bit.ly/2LZqLBm), <사설/탈원전해도 전력대란 없다는 말 믿기 어렵다>(7/24 https://bit.ly/2Ostrt2)에서 정부가 폭염으로 인해 탈원전을 포기한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 사설은 “뜻하지 않은 전력대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거듭 탈원전 정책 흠집내기에 몰두했습니다. 


23일에는 관련보도를 내놓지도 않았던 동아일보까지 <정부 예측 훌쩍 넘긴 최대 전력 수요…예비율 8%대로 떨어져>(7/24 이새샘 기자 https://bitly.kr/QIZG)에서 “(한수원이) 정비 시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탈원전을 추진한다면서 원전에 의존해 전력 공백을 메우려는 셈이다”라며 똑같은 논리를 펼쳤습니다. 서울신문 <최대전력수요 연일 신기록…‘블랙 아웃’ 불안 커진다>(7/25 https://bit.ly/2mRSrgE) 역시 한수원 해명을 사실상 묵살하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유일하게 25일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이런 프레임을 내세운 유일한 신문사입니다. 25일부터 타사는 최소한 양쪽의 의견을 나열해 ‘기계적 중립’이라도 취했으나 조선일보만 뜻을 굽히지 않은 겁니다. 조선일보는 25일 <사설/‘급하니 원전에 의존’ 지적이 “왜곡”이라는 대통령>(7/25 https://bit.ly/2ApqIh6)에서 “원전 정비를 전력 수요피크기간 이후로 조정한다는 것이 ‘폭염으로 원전 가동을 늘렸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했고, 27일 <칼럼/신한올 3․4호기 백지화 여부, 국민에게 물어보라>(7/27 https://bit.ly/2v0WBrf)에서 “최근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정부가 원전 가동을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말합니다. 한수원 해명 이후 많은 언론에서 펙트체크를 했고, ‘폭염 때문이’ 아님이 입증된 상황에서도 또 다시 ‘폭염에 원전 재가동’을 주장하고 나선 것입니다.

 

정부 해명에도 ‘모든 책임은 정부’라는 조선일보, ‘적반하장’
조선일보의 적반하장은 설명이 길어집니다. 조선일보는 25일 <“원전 가동에 터무니 없는 왜곡”…문 대통령 발언은 사실일까>(안준호 기자 https://bitly.kr/xdho)에서 “원전으로 폭염에 대처한다는 자료를 처음 낸 것은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라면서 “만약 탈원전 정책이 없었고 원전을 재작년만큼만 돌렸어도 최근과 같은 예비 전력 위기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는 종전과 똑같은 태도를 취했습니다. 한겨레 등 타 매체가 ‘문제없다’고 설명한 24일 ‘전력예비율 7.7%’에 대해서도 “블랙아웃(대정전)의 확률이 단계별로 높아진다는 의미”라며 ‘우려’에 힘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원전 정비 줄여 공급 늘리겠다고 한 건 정부와 한수원>이라는 소제목으로 ‘터무니 없는 왜곡’을 지적한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는데요. 그 근거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5일 '하계 전력수급 대책' 보고에서 “공급 능력은 원전 정비 감소에 따라 작년 여름 대비 572만kW 증가한 1억71만kW로 전망된다”고 밝힌 점을 제시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를 “원전 정비가 감소한다는 것은 가동 원전이 증가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언론이 '탈원전 정부가 원전에 의존한다'고 비판하자 23일 산업부와 한수원은 뒤늦게 ‘이 같은 정비 계획은 4월에 이미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며 스스로는 아무런 책임이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적반하장에 가깝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대로 ‘점검 원전’의 수는 2016년 겨울 7대, 2017년 여름 8대, 2017년 겨울 10대, 2018년 여름 6대로 조금씩 줄었으며 이는 ‘격납 건물 내 철판 부식’이 발견된 고리 3호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부속품 이탈’이 발생한 신고리 1호기 등 치명적 결함으로 100일 이상의 장기간 점검을 거친 총 7기의 원전이 점검을 최근 끝마쳤기 때문입니다. ‘점검 중인 원전 수가 1~2대 감소했다’는 사실이 곧바로 ‘폭염 때문에 뒤늦게 원전 재가동했다’는 사실로 바뀔 수는 없으며, 이것이 바로 조선일보가 행한 왜곡입니다. 또한 설사 한수원과 정부가 이런 정비 계획이 지난 4월에 수립된 것임을 7월 중 발표에서 밝히지 않았다 하더라도 ‘4월에 마련된 계획’이라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명확한 ‘사실관계’는 일절 건드리지도 못한 채, 오로지 ‘정부가 뒤늦었게 발표했다’, ‘산자부가 원전 정비 감소했다고 했으니 폭염 때문에 더 가동한 것 아니냐’는 어깃장만 부렸습니다.

 
한겨레의 경우 25일 <원전 5기 재가동이 폭염때문? 한수원 과욕이 부른 오해>(7/25 https://bit.ly/2mRYCBp)에서 “5개 원전 정비·재가동 일정이 ‘탈원전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로 둔갑한 것은, 한수원이 22일 느닷없이 낸 보도자료 때문”,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해 전력수급이 빠듯해 보이니 멈춰있는 원전 5기를 신속히 추가 투입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준 것”이라며 일면 한수원의 책임을 지적했는데요. 그러나 한겨레는 조선일보 등 타 매체와는 결이 상당히 다릅니다. 이 보도에서도 ‘폭염이 지속되자 허둥지둥 원자력발전소 5기를 재가동한다’는 식의 보도가 “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계획된 7∼8월 원전 가동 및 정비 일정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고, 일부는 ‘오보’에 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한겨레는 애초 조선‧중앙‧서울‧한국처럼 ‘폭염에 원전 재가동’이라는 보도를 내지도 않았고 25일 보도까지 꾸준히 그러한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탈원전 때문에 전력 부족 우려’?
이렇게 정기점검에 따른 원전 운영을 ‘폭염으로 인한 재가동’으로 묘사한 보도들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가 탈원전을 위해 전력수요를 너무 낮게 잡았다가 폭염으로 인해 예측이 빗나가자 부랴부랴 원전에 기댔다는 논리입니다. 


‘폭염에 원전 재가동’ 왜곡보도가 쏟아졌던 23일부터 24일까지, 조선일보는 관련 보도 4건에서 모두, 동아일보‧서울신문은 1건, 중앙일보는 3건 중 2건에서 이런 근거로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4월에 이미 결정됐던 원전 정비 계획들을 ‘폭염에 탈원전 포기’라는 프레임에 악용하면서 폭염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도 ‘탈원전 정책의 실패’라는 논리에 끼워 맞춘 겁니다. 한국일보의 경우 ‘연일 전력 수요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는 사실만 전달했을 뿐,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을 문제 삼지는 않아 차별점을 보였습니다. 

 

조선일보, ‘전력수요 예측 실패’부터 ‘석탄 발전 가동’까지 총동원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빗나갔다는 것을 빌미로 ‘폭염에 원전 재가동’이라 주장하고 더 나아가 탈원전 정책 자체를 ‘실패’로 규정지은 보도 중 대표적인 사례는 조선일보 <전력수요 예상 초월하자…탈원전 정부, 원전에 SOS>(7/23 안준호 기자 https://bitly.kr/1xX9,)입니다. 


조선일보는 “(20일)최대 전력수요는 8808만kW로, 역대 최대 전력 수요를 경신했다. 예비 전력은 1000만kW 아래로, 예비율은 10.7%로 떨어졌다. 정부는 당초 8월 2~3째주 전력 수요가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시기가 훨씬 일찍 찾아온 것”이라며 이를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이 빗나간 것”으로 규정했고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불허 등 탈원전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 수요를 너무 낮게 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정부의 ‘최대 전력 수요 예측이 빗나갔다’며 그 원인을 ‘탈원전’으로 돌린 조선일보는 “정부는 지난주(7월 16~20일)까지는 원전을 16기까지만 가동”한 것과 달리, “이 기간 석탄발전은 56기에서 59기로 3기가 추가로 가동됐고, LNG 발전은 228기에서 230기로 2기가 늘었다”면서 “원전 대신 석탄과 LNG 발전이 늘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늘 뿐 아니라 발전비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여기다 “7월 둘째 주 유연탄 가격은 t당 118.88달러, 아시아 지역 LNG 가격은 100만BTU(천연가스 거래단위)당 10.4달러를 기록했다”며 “한전이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올 상반기에만 5000억원대의 적자를 냈을 것”이라는 ‘증권가 예측’까지 덧붙여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전력 수요 예측 실패는 물론, 한전의 적자를 야기한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탈원전을 공격한 조선일보의 결론은 이 보도에서도 역시 ‘폭염으로 원전 재가동’입니다. 조선일보는 “비싼 석탄과 LNG를 풀가동해도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연일 여름철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예비율은 17일 12.7%에서 20일 10.7%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정부는 결국 다시 원전 가동을 늘리기로 했다. 최근 정비를 마친 한울 4호기는 지난 주말인 21일부터 다시 가동을 시작했다. 이로써 가동 중인 원전은 전체 24기 중 17기로 늘었다”며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역시 이 보도에서도 ‘원전 재가동’이 정기적인 점검 및 3개월 전 마련된 하계수급계획에 따른 것임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비단 조선일보만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아일보 <정부 예측 훌쩍 넘긴 최대 전력 수요…예비율 8%대로 떨어져>(7/24 이새샘 기자 https://bitly.kr/QIZG)는 “(24일)최대 전력수요는 오후 5시 현재 9070만 kW”, “정부의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예측치인 8830만 kW를 넘어선 것”이라면서 “지난해 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전력수요를 예측했다는 지적”을 전했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인 원자력발전소를 최대한 빨리 재가동”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서울신문, 중앙일보 보도도 마찬가지 논리와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겨레‧경향은 조선일보식 보도에 ‘팩트체크’로 반박
과연 이러한 조선일보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흥미롭게도 한겨레‧경향은 이런 보도들을 ‘팩트체크’하면서 사실상 반박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요지는 ‘전력 예비율’ 뿐 아니라 ‘발전설비 총량’ 등 전체 요소를 고려할 때 조선일보가 우려하는 것처럼 ‘전력 대란’이 올 가능성은 낮으며 이번에 재가동이 예정된 원전 4기는 폭염과 무관하다는 겁니다. 


한겨레 <팩트체크/예비전력은 10% 넘을수록 좋다?>(7/26 최하얀 기자 https://bitly.kr/7Uk6)는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강행하려고 원전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추었고, 그 결과 전력수급이 빠듯해졌다”는 주장을 “탈원전 진영”의 입장으로 갈무리했고, 이에 대해 “원전 가동률은 일단 높아야 한다는 ‘이상한 믿음’과 예비율의 실체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가 만들어낸 잘못된 주장”이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최근 원전 6기가 정비를 받느라 멈춰 있는데도, 최대 전력수요가 9248만㎾까지 치솟은 24일에도 예비전력은 709만㎾(예비율 7.7%)로 ‘정상’ 상태를 유지”했고, 이는 “예비전력이 241만㎾(3.28%)까지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3단계 ‘주의’가 발령되고 국민 절전운동까지 벌어졌던 2013년 8월 12일과 비교해도 지금은 예비전력이 넉넉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또한 “‘블랙아웃’ 사태가 일어났던 7년 전에 견줘 예비율 1%에 해당하는 예비전력 총량이 2배 이상 늘었다”며 ‘발전설비 총량’을 거론하지 않은 채 오로지 ‘예비율’만 문제삼는 보도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는 ‘예비 전력’의 의미를 짚어 ‘무조건 높아야 정상’이라는 인식에도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예비전력은 ‘돈을 내고 버리는 전기’”로서 예비율이 46.68%에 달했던 25일 오전 2시의 경우, “한국전력이 발전사업자들로부터 구매한 6726만㎾가 쓰이지 못하고 버려진 것”이 된다는 지적입니다. “원전은 한번 핵연료를 투입하고 출력을 시작하면 24시간 가동해야 해, 피크타임이 지난 뒤 전력이 남아돌아도 발전을 멈출 수 없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겨레는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이 ‘폭염으로 재가동’이라 묘사한 원전 4기를 포함, 점검 중인 원전 6기에 얼마나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확인해 눈길을 끕니다. 한겨레는 “100일 이상 장기간 정비를 받고 재가동된 원전이 7곳”, “최근 2~3년 사이 노후 원전 곳곳에서 격납고 철판 부식이나 콘크리트 공극 등이 줄지어 발견”됐고, “실제로 올해 원전 가동률이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상당수 원전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설비 결함 등이 발견돼 ‘장기간 정비’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라 못박았습니다. 
경향신문 <폭염 인한 전력난 우려 ‘팩트체크’>(7/25 https://bit.ly/2M41kP2) 역시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조선일보식 보도에 대해 “미리 세운 계획에 따라 원전을 전력 생산에 투입하는 것을 두고 마치 전력 부족 때문에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인 양 호들갑”이라 비판했습니다.

 

‘석탄 발전 추가 가동’도 ‘탈원전 오기’?
전력 수요 예측을 물고 늘어진 조선일보 보도 중 또 하나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주(7월 16~20일)까지는 원전을 16기까지만 가동하면서 석탄과 LNG 발전을 늘려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했다”, “원전 대신 석탄과 LNG 발전이 늘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늘 뿐 아니라 발전비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증권가 예측’에 기대어 “한전 적자”까지 거론했는데요. 


조선일보 <사설/ 막무가내 탈원전 하더니 전력 모자라자 "원전 추가 가동">(7/23 https://bit.ly/2NXiDlN)의 경우 “값비싸고 오염물질과 미세 먼지를 더 많이 내는 석탄·LNG 발전을 늘린 것”이라며 “탈원전 오기”라는 적나라한 비난까지 가했습니다. 
그러나 하계 전력 수급을 위한 석탄 발전‧LNG발전 ‘풀가동’은 매년 여름마다 반복되는 일입니다. 매년 무더위를 대비해 ‘하계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내놓는 정부는 늘 ‘석탄발전 최대보증출력 운전’, ‘민간 자가발전기 가동’ 등 대책을 통상적으로 포함시켜 왔습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겨울마다 석탄‧LNG발전소를 가급적 많이 돌리는 것 역시 그러한 대책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조선일보 스스로도 <폭염만 되면 석탄발전 급증한다…미세먼지·온실가스 ‘뿜뿜’>(7/22 https://bit.ly/2OpFR53)에서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속보’ 자료를 기반으로 2014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발전원(發電原)별 발전량 비중을 분석”하여 “여름철에는 석탄발전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화력 발전량이 7~8월에 급증하는 현상은 2014~2016년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유독 현 정부에게만 날을 세운 겁니다. 

 

‘60년 대계 탈원전’, ‘전력난 공포’ 조성하는 조중동
이번 논란에서도 언론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미리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탈원전 정책’을 공격했고 사실관계가 밝혀져도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엿보이지 않았습니다. 탈원전 정책이나 전력 수급 계획 등 정부의 정책을 비판할 수 있고 언론이라면 합리적인 문제 의식이 들었을 시 보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늘 탈원전과 관련해서는 그 어떤 왜곡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태도는 합리적인 공론장을 망가뜨릴 뿐입니다.


특히 ‘폭염’과 ‘전력난’이라는 주제는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회에 큰 타격이 되기 때문에 더욱 면밀하게 보도해야 합니다. 이번 ‘원전 점검 후 재가동 왜곡 보도 사태’를 보면 언론들, 특히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은 매년 반복됐던 ‘폭염에 따른 전력 수급 우려’를 ‘원전 재가동’으로 무리하게 연결하면서 ‘전력난’을 공포를 조성하는 도구로 악용했습니다. 실제로는 ‘전력난’ 발생의 가능성에도 시각이 분분한 가운데 오로지 ‘폭염으로 전력난 우려가 크고 이는 모두 탈원전 때문’이라고 프레임으 짠 겁니다. ‘탈원전’은 당연히 ‘전력난’과도 연계된 장기적 과제로서 조중동의 보도 태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현 정부는 ‘탈원전’을 표방하면서 ‘60년에 걸친 장기 계획’이라고 밝혀왔습니다.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은 24기(폐기 결정된 월성 1호기 포함)이지만, 지난 10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권고함에 따라, 2022년까지 원전은 4기가 추가되어 오히려 28기로 늘어납니다. 정부의 복안은 더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을 자제하면서 노후 원전을 순차적으로 폐기해 2038년 14기까지 감소시키는 겁니다. 이 기간 원전을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안정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지난 4월 처음으로 6%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조중동의 논리대로라면 2022년까지 현재 결정된 신규 원전이 건설될 때마다 정부는 ‘탈원전을 포기’한 것이 됩니다. 과연 이것이 상식적으로 합당한지, 언론 스스로 질문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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