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2018전국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 종편‧보도전문채널 모니터 보고서

90% 넘어선 ‘드루킹 비중’, ‘의혹 과장’도 더 심해졌다
등록 2018.04.30 10:16
조회 237

2018 전국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는 2018년 4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 간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와 보도전문채널 YTN까지 총 5개 방송사의 29개 시사토크 프로그램(YTN의 경우 뉴스 대담)이 다룬 선거 관련 주제를 분석했다. 양적 분석을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종편‧YTN 시사토크 프로그램이 어떤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지, 보도 태도에 편파성이나 왜곡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한 목적이다. 모니터 대상 프로그램 목록은 아래 표와 같다.

 

방송사 모니터 대상 프로그램 프로그램 수
채널A <뉴스뱅크> <뉴스스테이션> <뉴스TOP10>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정치데스크> <토요랭킹쇼> <시사포커스> <선데이 모닝쇼> <일요매거진> 9
MBN <아침&매일경제> <뉴스와이드> <뉴스파이터> <뉴스BIG5> <뉴스&이슈> <시사스페셜> 6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이것이 정치다> <뉴스현장> <보도본부 핫라인> 4
JTBC <뉴스현장> <정치부회의> 2
YTN <뉴스타워> <정찬배의 뉴스톡> <뉴스N이슈> <뉴스인> <뉴스Q> <뉴스통> <뉴스나이트> <뉴스와이드>(10, 12, 15, 18) 8
총 종편 4사 및 보도전문채널 YTN, 29개 프로그램, 2018418~424일까지 7일 간

△ 종편‧보도채널 패널 분석 개요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공약 사라진 선거 보도, 오직 ‘드루킹’만 판다?
모니터 기간 중 지방선거 이슈를 다룬 시간은 총 2,617분이다. 총 방송시간 6,993분(프로그램 당 1시간가량 방송하지만 50분~1시간 10분 등 격차가 있음) 중에서 선거 관련 이슈의 비중은 37.4%로 지난 주(4/6~4/12) 36.5%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방송사들이 여당 논란, 특히 ‘드루킹 사건’만 다루는 편향성은 지난주보다 훨씬 두드러졌다. 지난주 ‘정부‧여당 논란’의 비중은 81.7%로 상당히 컸는데, 이번 조사 기간에는 무려 92.8%가 ‘정부‧여당 논란’에 집중됐다. 당연히 ‘정부‧여당 논란’은 ‘드루킹 사건’으로 채워졌다.

 

선거 관련 방송시간  2617 전체 방송시간 6993 선거 비중 37.40%
지방선거 선거 관련 아이템 분석
주제 구분 시간 비율 내용
정당논란 정부여당 2427 92.80% 드루킹 사건/ 강성권 민주당 사상구청장 후보 비서 폭행(TV조선 18분‧채널A 17)
야당      
단순행보 여당 67 2.60%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박원순 선출/ 김경수 출마 선언
야당 52 2% 자유한국당 김대식 해운대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개소식/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행보/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행보/ 이완구 불출마 선언/ 홍준표 포털‧여론조사 비판/ 김태호 경남지사 예비부호 등록
여야      
판세분석 여당 6 0.20% 민주당 경선 결과
야당 6 0.20% 드루킹 의혹이 안철수 후보에게 미치는 영향/ 야권 단일화 가능성
여야 27 1% 박원순-안철수 7년만에 경쟁 등 서울시장 선거 구도/경남지사 선거 구도/ 지역별 판세분석/ 재보궐 판세
정책‧공약      
개헌 31 1.20% 개헌 성사 가능성 및 6월 투표 무산
기타 1   선관위 장애인용 기표용구 비치
2,617 100  

△ 4월 넷째 주 종편 4사‧YTN의 시사 토크 중 선거 관련 주제 분석(4/18~4/24) ⓒ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YTN은 지난 일주일 간 보도‧시사대담을 진행하면서 선거 이슈의 대부분을 ‘드루킹’에 ‘올인’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여당 논란’에는 강성권 민주당 사상구청장 후보의 폭행 사건도 있었으나 이는 TV조선이 18분, 채널A가 17분 다뤄 총 35분 분량에 그쳤다. 나머지 2392분은 모두 드루킹 사건이었던 것이다. 


지난 주(4/6~4/12), 그나마 이충재 세종시장 후보의 잠적을 12분, 0.6% 다뤄 존재하기는 했던 ‘야당 논란’은 이번 주에 아예 자취를 감췄다. 워낙 ‘드루킹 사건’에 방송이 집중되다 보니 단순 행보와 판세분석에서 보였던 ‘야권 편향세’는 사라졌다. 행보에서는 여당 후보를 조금 더 많이 다루는 수준에서 균형을 맞췄고 판세분석은 여야 비중이 같았다. 그러나 4개 방송사의 방송 분량이 행보의 경우 여야 합산 119분, 판세분석의 경우 여야 합산 39분에 그쳐, 사실상 무의미했다. 후보 행보와 판세는 짧게 언급하고 넘어간 수준으로 봐야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정책‧공약 보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드루킹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해도 선거를 고작 40여 일 앞둔 상황, 이제 각 당 후보도 거의 결정된 시점에서 정책‧공약이 보도되지 않는 현상은 비정상적이다.  

 

JTBC 빼고 모두 ‘드루킹’만 90% 비중으로 다뤄
 방송사별로 선거 방송의 주제 구성을 따져보면 JTBC를 제외한 4개사가 모두 ‘드루킹 사건’에 90% 내외의 비중을 뒀다. 지난주까지 TV조선만 유일하게 90% 이상을 ‘정부‧여당 논란’, 즉 드루킹 사건에 할애한 방송사였는데 이제 채널A‧MBN‧YTN도 꾸준히 90% 가량의 ‘드루킹 사건 집중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TV조선 MBN 채널A JTBC YTN
전체 방송시간 1220 1930 1552 701 1590 6,993
선거 관련 방송 시간 686(56.2%) 639(33.1%) 629(40.5%) 233(33.2%) 430(27%) 2,617(37.4%)
정당 논란 670(97.6%) 627(98.2%) 558(88.7%) 151(64.8%) 421(97.9%) 2,427(92.8%)
           
단순 행보 8(1.2%)   41(6.5%) 16(6.9%) 2(0.5%) 67(2.6%)
8(1.2%) 4(0.6%) 24(3.8%) 16(6.9%)   52(2%)
여야            
판세 분석       6(2.6%)   6(0.2%)
야      1(0.2%) 3(1.3%) 2(0.5%) 6(0.2%)
여야   8(1.2%) 5(0.8%) 14(6%)   27(1%)
정책‧공약            
개헌       26(11.1%) 5(1.1%) 31(1.2%)
기타       1(0.4%)   1
686 639 629 233 430 2,617

△ 4월 넷째 주 종편 4사‧YTN의 시사토크 중 방송사별 선거 관련 주제별 비중 분석(4/18~4/24) ⓒ민주언론시민연합

 

JTBC는 ‘정부‧여당 논란’, 즉 ‘드루킹 사건’을 64.8%의 비중으로 다뤄 타사보다 30% 가량 작은 비중을 보였다. JTBC는 뚜렷한 ‘드루킹 사건 집중 경향’ 속에서 그나마 다양한 이슈를 모두 짚은 방송사이다. JTBC는 정책‧공약과 야당 논란을 다루지 않았으나 여야 행보와 여야 판세분석, 개헌 이슈까지 모두 논의한 유일한 방송사이다. 

 

선거 이슈 잠식한 ‘드루킹’, ‘TV조선 절도’ 새 화두로 등장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TV조선 저녁종합뉴스의 <김경수 의원과 문자 수백 건 주고받아>(4/14 https://bit.ly/2EZxy9V)로 ‘민주당‧김경수 불법 여론조작 개입 의혹’으로 프레임이 전환되었다. 실제 이후부터 TV조선을 비롯한 많은 언론들이 △김경수 의원의 기사 URL 전송 등 드루킹과의 메시지 교환 △대선 직후 국민의당‧민주당 간 고발취하 합의 당시 ‘드루킹’ 포함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 등 정황을 대서특필하며 ‘민주당‧김경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민주당‧김경수 의원의 직접적인 불법 활동 지시나 금전적 지원이 전혀 드러난 바 없어, 아직 ‘민주당‧김경수 개입 의혹은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주일 뒤에는 드루킹의 출판사에 무단 침입해 양주 등을 훔친 A씨를 경찰이 조사하던 중 TV조선 최 모 기자가 무단침입을 권유했으며 해당 기자가 태블릿PC, USB, 휴대전화 등을 절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은 곧바로 TV조선 기자를 불러 조사했고 기자는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취재 욕심이 과해 사태가 벌어졌으나 보도에 태블릿PC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곧바로 출판사에 갖다놨다”는 것이 TV조선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취재 욕심’이 절도라는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 TV조선 주장과 달리 태블릿PC 등 절도물의 반환 및 손상‧정보 유출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인해 논란은 커졌다. 결국 경찰은 25일, TV조선 본사의 최 모 기자 개인 사무공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이에 TV조선 기자들은 ‘언론 자유 탄압 결사 반대’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압수수색은 무산됐다. 그러나 TV조선이 절도한 태블릿PC가 손상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커지고 있다. 26일, 경찰은 “TV조선 기자가 훔쳐간 태블릿PC의 충전 단자가 손괴돼 우리가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한 상태, 포렌식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정보 유출 여부를) 빨리 확인해야 해서 압수수색 협조 요청을 했던 건데 어제 TV조선 측이 거부해 못 가고 있는 상태”라 밝혔다.

 

‘자유한국당-TV조선 공모 의혹’, 자유한국당은 ‘드루킹 채팅’으로 반격
TV조선의 절도 사건은 여러 함의를 지닌다. 일단 이 범죄는 ‘자유한국당-TV조선 공모 의혹’으로 번졌다. TV조선 기자의 절도 범행 바로 다음날인 19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사건을 축소하면 할수록 사건은 점점 더 커질 뿐, 태블릿이 없을 것이라는 단정은 아직 이르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기를 바란다”라며 느닷없이 ‘태블릿PC의 존재’를 거론했다. 드루킹 사건에서 태블릿PC가 등장한 바 없기 때문에 발언 동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22일 KBS <일요토론>에서는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TV조선은 직접 저희들과 같이 해서 경찰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제공했던 것”이라고 말해 자유한국당이 TV조선과 함께 ‘드루킹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의혹이 커졌다. 


이 때문에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언론자유라는 가치에 따라 언론사 압수수색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자유한국당 공모 의혹’까지 번진 ‘특수절도’ 범죄인만큼 실체적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자유한국당은 25일, 드루킹이 채팅방에서 한 발언이라며 “절대 문재인 대통령과 연계돼 있다고 티를 내선 안된다. 그럼 정권이 공격을 받는다. 우리가 실패하면 문 대통령도 죽고 문 대통령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 “전해철은 실명 거론하지 말고, 이재명만 살짝 견제하자는 것이 바둑이의 요청” 등의 ‘대화방 캡쳐’를 공개해 역공에 나섰다. ‘바둑이’가 김경수 의원을 가리킨다며 민주당‧김경수 의원의 불법 여론조작 개입을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도 드루킹 개인의 발언이자 의견일 뿐 김경수 의원의 개입을 속단할 만한 내용은 없다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많은 경공모 회원들이 언론을 통해 “드루킹이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빈번하게 과시했다”고 말한 만큼, 드루킹이 경공모 내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을 팔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TV조선 절도 및 자유한국당 공모 의혹’은 다루지 않겠다?
이렇게 TV조선의 절도와 자유한국당 공모 의혹으로 ‘드루킹 사건’의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으나 언론은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다. 종편‧YTN 역시 선거 방송의 대부분을 ‘드루킹’으로 채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TV조선 절도 건은 다루지 않는 모양새다.

 

대담주제 시간 비율
김경수 의원이 보낸 URL주소 10 4324 21%
경찰 비판 및 특검 관련 1시간 542 32.30%
김경수 소환조사 관련 85  
시그널 어플 관련  92  
드루킹 자금 출처  1130  
김경수 의원 보좌관의 금품 수수 1750  
수사 상황 및 전망 750  
지방선거 영향 816  
단순 여야 반응 134  
드루킹 개인 신상 450  
TV조선 절도 사건 12 0.50%
네이버 댓글 시스템 비판 437  
기타 748  
전체 대담 시간 3시간 23  

△ YTN의 ‘드루킹’ 관련 대담 내용 분류표(4/20~4/24)

 

YTN이 20일부터 24일까지 5일 간 총 8개 프로그램에서 진행한 ‘드루킹 관련 뉴스대담’을 주제별로 분류해보면 ‘TV조선 절도’는 고작 0.5% 비중에 그쳤다. 총 3시간 23분 동안 이뤄진 드루킹 관련 대담에서 1분 2초만 다뤄진 것이다. 사실상 간단히 언급만하고 지나갔다고 볼 수 있다. YTN이 1분 가량 TV조선 절도를 거론한 방송은 YTN <뉴스Q>(4/24)인데, TV조선 절도의 사실관계와 의미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최수호 앵커가 “종편 기자의 절도를 어떻게 보시나”라고 질문했으나 패널로 나온 김형주 전 민주당 의원은 “CCTV 관리를 허술하게 한 경찰의 잘못”이라 답했다. ‘동문서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김경수 의원이 보냈다고 알려진 기사 URL과 경찰에 대한 비판은 도합 53.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외에 김경수 의원이 사용한 ‘시그널’, 보좌관의 금품 수수 등 김경수 의원과 관련된 의혹은 모두 10분 내외로 눈에 띄는 비중을 보였다. YTN이 ‘김경수 연루 의혹’에 집중하면서도 ‘TV조선 절도’는 외면한 것이다. 물론 TV조선의 절도가 23일 처음 보도되어 YTN이 다룰 수 있는 기간 역시 23일, 24일 이틀이었으나 이를 감안해도 단 1분 2초에 그친 비중은 해당 이슈를 피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타사의 경우 ‘TV조선 절도’를 은폐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TV조선은 자사의 문제를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채널A 역시 <정치데스크>(4/23)에서 김성완 평론가가 “지금 좀도둑은 ‘경공모,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 위에 입주해 있는 사람이다’, ‘전직 경공모 직원이다. 호기심에 내려갔다가 거기서 이것저것 가지고 오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기자하고 같이 들어간 적도 있다고 얘기를 합니다, 지금 나오는 얘기를 보면”이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이다. MBN은 <뉴스BIG5> 23일, 24일 방송에서 딱 두 차례 “모 언론사 기자가 절도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 중이다”라고 전하며 TV조선 측의 해명을 덧붙인 수준으로만 다뤘다. 그나마 차별화된 방송사는 JTBC이다. JTBC는 TV조선의 절도와 ‘자유한국당 공모 의혹’까지 모두 다룬 유일한 방송사이다. JTBC <정치부회의>는 23일과 24일 이틀 간 약 20여 분의 시간을 할애해 ‘TV조선 절도 및 자유한국당 공모 의혹’을 상세히 설명했다. 

 

언론이 ‘드루킹 사건’을 부풀리는 3가지 방법
4월 넷째 주에도 ‘드루킹 사건’은 종편‧YTN 보도‧시사 대담의 상당 분량을 차지했고 특히 ‘김경수‧민주당의 개입 의혹’이 많이 다뤄졌다. 그러나 여전히 객관적 정황이나 확실한 개연성 없이 ‘민주당‧김경수‧문재인 정권의 개입’을 속단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언론이 이렇게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시민들의 자발적인 인터넷 여론 활동을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하는 행태이다. 이는 드루킹을 빌미로 ‘민주당 세력의 여론조작’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이다. 둘째,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의 관계를 확실한 근거 없이 확대 해석하는 보도들이 있다. ‘김경수-드루킹의 밀접한 관계’가 증명되어야 ‘김경수 의원의 댓글조작 개입’을 논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언론들이 쏟아내는 보도 경향이다. 셋째, 민주당이나 문재인 정권이 드루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보도들이 있다. 

 

‘선플이라도 조직 동원되면 무조건 불법’?
먼저 살펴볼 보도‧대담 사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적 의사표현을 무조건 불법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에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온라인 상의 선거운동 및 정치활동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다. 개인이나 집단이 인터넷을 통해 특정 정치인을 지지·비판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금전적 거래, 국가기관의 개입, 매크로를 사용, 정당 차원의 직접적 지시나 금전적 지원이 있을 때 위법이 성립된다. 하지만 언론은 이런 기준 없이 시민들의 모든 활동을 싸잡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YTN <뉴스N이슈>(4/21)에 출연한 김광덕 전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선플이더라도 댓글부대를 동원해서 하면 그것도 불법”이라 주장했다. ‘댓글 활동에 조직이 동원되면 무조건 불법’이라는 취지이다. YTN <뉴스Q>(4/20)에서 최수호 앵커가 “실제로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아이디로 댓글이 달렸는데 이랬을 경우 문제는 좀 없는 건가요?”라고 묻자 패널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그 자체로서 문제”, “그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여론조작을 했다는 혐의는 그 자체로서 위법이라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것”이라 단언했다.

 
채널A <정치데스크>(4/20)의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민주당에서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 ‘선플달기 운동의 일환’이라고 하는데, (드루킹이)올해 1월 달에 17일부터 18일까지 새벽 4시간, 밤을 꼴딱 세우고 4시간 동안 이른바 선플달기 운동이라는 이름의 매크로 작업을 펼칩니다. 그러면 자발적인 네티즌이고 비조직적이고 그냥 자기가 ‘관심이 있어서 지지한다’ 이러면 밤을 꼴딱 세우면서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 될까요? 이건 제가 볼 때는 특정한 목적을 갖고 특정한 대가를 바라고서 조직적으로 전문적으로 옮긴 기업형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불법의 기준을 세우기는커녕, 아예 사실관계 자체를 뒤섞은 주장이다. 민주당에서 ‘자발적 지지자들의 선플운동’이라 해명한 부분은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보냈다는 기사 URL을 의미한다. 보통 정당에서 지지자들에게 기사 링크를 보내 홍보를 부탁하고 자발적으로 그 홍보가 이뤄지므로 문제 없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그런데 전 씨는 이를 반박하면서 갑자기 드루킹의 ‘1월 매크로 작업’을 갖다 붙였다. ‘1월 매크로 작업’은 이미 기소가 이뤄진 ‘평창올림픽 관련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조작 혐의’에 해당한다. 매크로라는 명백히 불법적 방식을 동원한 사건과 누리꾼들의 자발적인 선플운동이 별개의 사안이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정리되지 않은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김경수-드루킹이 사용한 시그널은 테러범 어플’?
두 번째 보도 경향은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의 관계를 확대 해석하는 사례이다. 4월 넷째 주에는 김경수 의원과 드루킹이 ‘시그널’이라는 메신저 어플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그널’이 주목을 받았다. 종편‧YTN은 이 ‘시그널’을 빌미로 김 의원이 마치 비밀 작전을 꾸민 것처럼 묘사했다. ‘시그널’은 카카오톡, 텔레그렘, 바이버 등 다양한 메신저 어플 중 하나일 뿐이고 누구나 쉽게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으나 ‘보안성’을 이유로 의혹을 키운 것이다. 심지어 종교적 극단주의 테러집단인 ‘IS’에 비유하기도 했다. 


YTN <뉴스통>(4/20)에 출연한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슬람 IS 국가들의 여러 가지 첩보 활동이나 내적인 연락을 할 때 지금 시그널을 활용을 한다”, “무슨 그렇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길래 첩보원들이 하는 것을 이렇게 시그널을 활용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YTN <뉴스나이트>(4/20)의 김광삼 변호사는 “가장 우리가 잘 아는 IS있죠. 그 IS도 시그널을 쓴다. 우리가 미 정보국의 무차별한 정보 수집을 폭로했던 스노든 있잖아요. 인터뷰에서 시그널을 쓰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보안성이 강한 시그널을 왜 썼느냐, 그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시그널’의 의미를 과장하며 김경수 의원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는 것은 방송사들의 공통적인 어법이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4/20)에서 김대오 기자가 “IS가 시그널을 가장 안전한 등급으로 봤다”고 하자 엄성섭 앵커는 “텔레그램도 테러리스트들이 쓴다고 했었는데”, “테러리스트들이 봤을 때도 가장 안전하다고”라며 ‘테러리스트’를 연신 언급했다. 채널A <정치 데스크>(4/20)에서도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시그널은 선수들이 사용하는 메신저, 이는 대포폰 이상의 의미가 있는, 즉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되는 그와 나만의 매우 특수하고도 비밀된 관계와 또는 업무가 있었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테러리스트도 모자라 ‘대포폰’이 등장했다. 


그러나 보안성이 강한 메신저 어플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IS급의 비밀스런 첩보활동’을 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당 어플을 사용하는 모든 국민이 ‘첩보 활동’을 한다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시그널’로 어떤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김경수 의원이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묘사한 보도‧대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공감 111개 댓글’이 ‘김경수 지시 이행’?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보냈다는 기사 URL 10개도 의혹을 부풀리는 데 좋은 소재가 됐다. 김경수 의원이 기사 URL을 보내며 “홍보해주세요”라고 썼고 드루킹이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이유로 ‘불법 댓글조작 지시 및 이행’이라고 단언하는 보도들이 많다. 


종편에서는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4/20)이 대표적인데, TV조선은 김 의원이 보낸 기사 10개 중 하나에 실제로 달린 댓글에 초점을 맞춰 ‘김경수의 지시’를 증명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매우 근거가 빈약해 억지에 가까웠다. 엄성섭 앵커가 “이런 기사들이 실제로 드루킹에 댓글이 달렸습니까?”라고 묻자 이루라 기자가 “달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혹시 지시에 따른 이행이 아니냐 그런 의혹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서 이 기자는 중앙일보 <막판 실수 땐 치명상 … 문 캠프 ‘SNS·댄스 자제령’>(2017/5/2 https://bit.ly/2qWqSo6)에 ‘tuna****’라는 ID로 달린 댓글을 보여줬다. 내용은 “19대 대통령은 문재인!” 등 민주당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이에 이루라 기자는 “이게 바로 드루킹이 운영한 블로그 tuna69라는 블로그 앞자리와 유사한 아이디, 이 댓글 내용을 보면 역시 민주당을 응원하는 댓글입니다. 이런 내용들을 옹호하는 댓글인데 이 특정 댓글의 추천수가 또 엄청난 거에요. 그리고 다른 기사들도 역시 특정 댓글에 대한 추천수가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으로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게 혹시 조직적으로 동원이 되지 않았나 그런 것”, “이게 바로 드루킹이 사용하는 모임에서 사용하는 특정 댓글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추천이 달려서 이걸 한번 의심을 해 본다”고 주장했다. 


이는 매우 모호한 비약에 해당한다. 일단 댓글을 단 ID가 ‘tuna’로 시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tuna69’, 즉 드루킹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tuna’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네이버 ID만 150건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댓글이 과연 불법적 방식으로 달린 것인지도 아직 드러난 바가 아무 것도 없다. TV조선이 “추천수가 엄청 많다”, “비정상적이다”라고 주장했으나 화면을 보면 해당 댓글의 추천 수는 111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 불법 요소가 입증된 ‘평창올림픽 관련 댓글’의 공감 수는 2515개를 넘었고 비공감수도 614개에 달했다. ‘비정상적’이라며 불법으로 몰아가기에는 상당히 격차가 크다. 이는 모두 수사가 아직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TV조선은 ‘tuna’라는 문자열 딱 하나의 근거로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의 지시를 받아 불법적으로 작성된 댓글’이라며 의혹을 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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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 문자열만으로 ‘김경수의 불법 지시 이행’을 암시한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4/20)
 

‘경인선 이름 부른 김정숙 여사’가 그리 중요한가
김경수 의원 뿐 아니라 민주당과 청와대 역시 언론들이 지목하고 있는 의혹의 대상이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고 민주당이나 정권의 연루 여부는 반드시 밝혀져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결론을 내릴만 한 직접적 정황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민주당의 개입’을 속단하고 있다. 이는 4월 14일 처음 이 사태가 시작된 이래로 언론이 계속 유지하고 있는 일관적인 태도이다. 


YTN <뉴스나이트>(4/22)에 출연한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장은 “드루킹이 만든 경인선 모임에서 직접적으로 회원들을 1000명 이상씩 몰고 다니면서 후보 지지 유세에 참여를 했고 그걸 김경수 의원이 인지를 하고 있었고 또 김정숙 여사가 그 격려 모임에 갔다는 거 아닙니까?”라며 김정숙 여사의 연루 가능성을 암시했다. YTN <뉴스Q>(4/24)의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달빛기사단의 핵심 회원이 경인선,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경선 과정에서 그쪽 사람들 격려하는 장면도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대선 경선 유세 당시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 가자”고 5차례 말한 사실을 ‘김정숙 여사가 드루킹을 의식했다’고 과장한 것이다. 그러나 유세 과정에서 지지자 모임을 인지하고 찾아가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며, 당시 김정숙 여사는 경인선 외에 다른지지 그룹도 모두 찾아가 인사했다. 이 논란은 지난 18일, MBC 등 유수의 언론이 일제히 보도하면서 불거졌는데 많은 반박이 제기됐음에도 YTN이 여전히 이를 부각했다. 

 

‘MB아바타 프레임의 배후에 문재인 캠프’? 너무 나간 MBN
민주당의 개입을 섣불리 결론짓는 여러 보도‧대담 경향 중 ‘드루킹이 안철수=MB아바타설을 유포해 안철수 후보가 피해를 봤고 이 배후엔 민주당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례들도 주목해야 한다. 바른미래당‧자유한국당 입장과 동일한 이 주장은 드루킹이 2012년, 2017년 대선 당시 자신의 블로그에 안철수 후보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빗대는 글을 썼다는 사실, 경공모 회원들이 “지난해 대선 때 ‘안철수는 MB아바타’라는 대대적인 네거티브 공격을 했다”고 밝힌 사실에 기인한다. 문제는 드루킹이 ‘안철수 MB아바타설’을 유포한 사실이 곧바로 ‘민주당 배후설’로 연결되는 개연성이 없다는 점이다. 단지 문재인 당시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로 ‘이득을 본 민주당이 배후’라 추정할 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MBN <뉴스와이드>(4/18)이다.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드루킹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이 지난 대선 때 안철수예요. 그 전에 반기문도 있고 또 그 전에 다른 정치인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안철수. ‘안철수는 MB아바타’ 이 댓글을 광범위하게 유포해서 결정적으로 안철수 대표가 손해를 봤고 안철수 대표는 현재 그것 때문에 지금 이 문제에 아주 집요하게 매달리면서 ‘드루킹 뒤에는 사실 문재인 대선 캠프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있다. 그것을 밝혀라’라고 주장하죠”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드루킹도 사실은 대선이 끝나고 나서 상당히 기대에 많이 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제 오사카 총영사를 추천을 했는데 총영사를 아마 제가 볼 때 팽, 드루킹을 팽시키는 과정의 일환으로 청와대에서 만나지 않았나”라고도 덧붙였다. 스스로도 너무 노골적으로 바른미래당 입장을 대변했다고 느꼈는지 “이거 지금까지 안철수 대표 측의 얘기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담 말미에는 “드루킹이 지나고 나서 자기 블로그에다 ‘내가 이거 진짜 대선 배후 음모 밝혀? 입이 근질근질한데’라고 얘기했고 드루킹 협박을 김경수 의원이 받아들였으니, 역할이 있었다는 것”이라 단언했다. 


차 씨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안철수 후보를 대변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니지만 더 심각한 지점은 모두 근거가 부족한 추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공모와 드루킹이 ‘안철수 MB아바타설’을 유포했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안철수의 대선 패배’가 결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MB아바타설’의 경우 인터넷 댓글보다 대선 TV토론에 나와 스스로 ‘MB아바타’를 말한 안철수 후보 스스로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여기에 차 씨는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대선 낙마도 마치 드루킹이 주도한 것처럼 말했다. 여기엔 근거도 덧붙이지 않았다. 이렇게 불명확한 추정을 기반으로 차명진 씨는 “드루킹 뒤에 문재인 캠프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의혹”까지 나아갔고 심지어 김경수 의원의 연루 여부는 확실한 듯 단정했다. 이는 근거 없는 비방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N의 진행자나 다른 패널은 이 주장을 반박하지 않았다. 다만 ‘김경수 의원 역할 있었다’ 발언에는 진행자 송지헌 앵커가 “그렇게 물고 늘어지면 끝도 없다”고 지적했고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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