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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후보 검증 보도’에는 ‘검증’이 없다
등록 2017.04.1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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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평소와 달리 민주당 문재인 후보 관련 의혹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다룬 방송사는 MBC‧TV조선‧MBN뿐이고, 그것도 1건 뿐이었습니다. MBC는 ‘후보 검증’이라는 코너명을 달고 문재인 아들 관련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TV조선과 MBN은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를 받아썼습니다. 
이렇게 문 후보 의혹 보도가 줄어든 이유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딸 재산 내역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KBS‧MBC를 제외한 5개사 모두 이를 보도했고 KBS는 안철수 후보의 정치활동 안랩 직원 동원 의혹을 1건, JTBC는 국민의당 경선 불법 동원을 2건, MBN은 안철수 후보의 포스코 사외이사 경력 논란을 1건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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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4/11) ⓒ민주언론시민연합

 

1. MBC도 ‘후보 검증’ 시작, KBS와 똑같이 ‘팩트체킹’ 아닌 ‘의혹 제기’로
KBS가 10일 ‘대선 후보 검증’ 시리즈를 시작하자 MBC도 바로 다음날 ‘후보 검증’이라는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KBS와 MBC의 ‘검증 보도’은 SBS와 JTBC와 차이가 있습니다. SBS와 JTBC는 각 후보 관련 의혹을 집중 점검해서 검증된 내용은 <사실은>과 <팩트체크>라는 별도 코너에서 짚어주지만, 검증 수준이 아니라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를 단순 전달하는 내용은 그냥 일반 리포트로 처리합니다. 그러나 KBS와 MBC의 ‘후보 검증’ 보도는 SBS와 JTBC라면 일반 리포트로 처리할 보도였습니다. 좀더 거칠게 표현하자면 KBS와 MBC는 ‘후보 검증’이라는 코너명을 달았지만 정작 검증이 없이 단지 의혹만 제기하는, ‘검증 없는 검증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KBS는 10일 첫 순서로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다루면서 ‘문준용 씨가 고용정보원 휴직 신청 당시 파슨스 디자인학교 입학 예정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휴직이 허가됐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문재인 아들 의혹’ 중 ‘특혜 휴직’에 집중한 겁니다. 자유한국당은 보도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똑같은 내용으로 문 후보에 공세를 가했습니다. 

 

MBC도 11일, 첫 검증 대상으로 ‘문재인 아들 의혹’을 지목했습니다.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것도 KBS와 비슷합니다. MBC <후보검증/관련 법 무시하고…서둘러 파기 의혹>(4/11 https://bit.ly/2oUgD53)은 ‘문재인 아들 의혹’ 중 ‘관련 서류 폐기’에 집중했습니다. MBC는 “응시서류 위·변조 주장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고용정보원이 보관해야 할 관련 서류는 의혹을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고용정보원은 당시 채용서류를 이미 파기했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면서,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문 씨의 서류는 지난해 12월까지 보존돼야 하지만, 이미 그전에 폐기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공공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했다는 건데요. 여기에 “더 심각한 위법 사실은 모든 기록물 파기 시 반드시 남겨야 할 파기대장도 없다”는 의혹도 더했고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고용정보원과 달리 채용 서류의 중요성을 감안해 영구 보존하고 있다”면서 “의심을 더욱 키우는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외압설’과 ‘조직적 은폐설’ 등 문 후보 아들과 고용정보원을 둘러싼 의혹 해소를 위해서는 채용서류 파기 여부와 시점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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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 검증 보도에서 ‘문재인 아들 의혹’ 제기한 MBC(4/11)
 

2. 또 반론 없는 MBC…새로운 의혹 제기도 ‘검증 보도’일까
MBC 보도의 문제점은 문 후보 측의 반론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다만 고용정보원의 해명을 언급했습니다. “기록물 파기 시 반드시 남겨야 할 파기대장도 없다”는 지적을 고용정보원이 인정했고 “(문준용 씨 채용 관련 서류의) 파기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문서파기 규정을 지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 측은 지난 7일 보도 자료를 내, “2006년도 입사자 채점표 원본을 폐기한 것은 사실 은폐가 아니냐”는 의혹에 반박했습니다. “(2010년 노동부, 고용정보원 특별감사 결과) 고용정보원은 2006년 9월에도 ‘직원채용 관련 구비서류 폐기’ 내부 문건을 결재해 5년이 지나지 않은 채용 관련 서류를 모두 폐기한 바 있음. 따라서 채점표 등 채용관련 서류 폐기는 문 후보 아들과 무관하게 진행”됐다는 겁니다. 또한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고용정보원을 항의 방문했을 때 이재흥 한국고용정보원장은 “현안 사항이 10년 이상 지나 사실관계 확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과 공공기록물 관리 등으로 일부 자료 제출에 한계가 있지만 관련법과 규정에 따라 최대한 협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죠. MBC가 채용 서류 파기 관련 의혹을 제기하려면 기본적으로 이러한 기존의 반박 및 해명은 당연히 언급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MBC는 의혹제기에만 집중했습니다. 심지어 이 보도는 ‘후보 검증’을 명목으로 내세운 보도인데 말입니다. 


MBC는 정확히 어떤 서류가 어떤 근거로 공공기록물 관리법 적용 대상인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를 폐기해야 하는 의무와는 충돌하지 않는지 등 법리적 문제는 설명하지도, 검증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미 10년이 지난 의혹에 추가적인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보도를 계속 ‘후보 검증 보도’라는 명목으로 내놓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SBS와 JTBC는 그동안 ‘팩트체킹’ 방식을 통해 이미 나온 의혹과 그에 대한 해명 및 반박을 비교해 검증한 후, 해소되지 않는 의혹을 밝혔습니다. 

 

3. 이번엔 안철수 후보 겨냥한 KBS, ‘안랩 직원 정치활동에 동원 의혹’ 제기
KBS도 ‘후보 검증 보도’의 컨셉이 ‘팩트체킹’이 아니라 ‘의혹 제기’입니다. KBS는 전날(10일) 문재인 후보에 이어 11일엔 안철수 후보 의혹을 전했습니다. KBS <정리하겠다더니…안랩 직원 동원 의혹>(4/11 https://bit.ly/2pp9XZ3)에서는 “안 후보는 정치에 투신하면서 자신이 창업한 안랩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지만 “안철수 의원의 정치 활동에 안랩 임직원과 안랩의 비품까지 사용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2013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안 후보가 사용했던 사무실의 계약을 대행한 인물이 안랩의 김기인 전무이사였다는 증언 △김 전무는 2015년까지 매주 한 차례 이상 의원회관을 찾아 안 후보를 독대했다는 증언 △2012년 대선 당시는 안랩 재무팀장 출신인 김 모 씨, 2013년 재보궐 선거 당시 회계 책임자는 박 모 씨 등 주요 선거마다 안랩 인사들이 안 후보의 회계 책임자였다는 사실 등을 제시했습니다. 여기다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비서 겸 운전기사로 안랩 직원이 동원된 정황”도 추가했습니다. 안 후보 측의 해명은 보도 말미에 “회사 창업자이자 퇴직 임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일반 기업 수준의 장례식, 차량 운전, 비서 등을 지원했고 지원 받았다”라고만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KBS가 연이틀 제기한 문재인‧안철수 두 유력 후보 관련 의혹보도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둘 다 팩트체킹이 아니라 의혹제기 보도였다는 것입니다. 차이점은 문 후보의 경우 기존 의혹에 ‘살을 붙였줬다’는 점이고, 안 후보는 주목되지 않던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입니다. 

 

4. 자유한국당‧국민의당의 ‘문재인 아들 의혹’ 또 받아쓴 TV조선‧MBN
TV조선과 MBN은 MBC처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1건 보도하기는 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의혹 제기를 받아쓴 겁니다. TV조선 <“문 아들 휴직도 특혜” VS “허위사실”>(4/11 https://bit.ly/2o4NYXb)은 “입사 1년 차 신입사원이 4주 어학연수 프로그램과 입학이 확정되지도 않은 석사 과정 지원 예정으로 6개월간 휴직”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 “입사 당시 파슨스 스쿨에 합격한 적이 없으며, 거짓말로 고용정보원에 휴직을 받아냈다는 것”이라는 국민의당 주장을 전했습니다. 이는 전날 KBS가 제기한 의혹 그대로입니다. 문 후보 측 입장은 “하태경 의원의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 오늘 검찰에 고발하고, 휴직과 유학 관련 하 의원의 허위사실 공표에 대해서도 추가 고발을 검토 중”이라는 윤관석 대변인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MBN도 비슷한 보도가 1건 있습니다.


MBN은 여기다 안철수 후보의 포스코 사이외사 경력 의혹을 1건 덧붙여서 ‘문‧안 구도’에 나름 균형을 맞췄습니다. MBN <“공정경제 자격 없어”>(4/11 https://bit.ly/2onPCUt)는 “안 후보에게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부실인수 책임이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전했습니다. 


이날 JTBC는 국민의당 경선 불법 동원에 원광대학교 총학생회 출신의 국민의당 전북도당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단독/원광대생 200명 버스 동원 총학 출신 당 관계자 ‘개입’>(4/11 https://bit.ly/2orxjiX) 등 2건의 보도로 국민의당 경선 불법 동원 의혹을 짚었습니다. 

 

5. 미국의 대북 강경 노선, ‘받아쓰는 KBS’ VS ‘분석하는 JTBC’
11일 KBS의 북한 및 안보 관련 보도는 총 9건이었습니다. 다른 방송사들도 안보 뉴스를 톱으로 다뤘지만 KBS의 보도량은 압도적입니다. MBC 3건, SBS 4건, JTBC 5건, TV조선 5건, 채널A 2건, MBN 7건으로 KBS의 보도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KBS의 북한 관련 보도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미국의 강경한 대북 노선을 받아쓴 보도가 유독 많기 때문입니다. 타사의 경우 미국의 강경 대북 노선을 받아쓴 보도가 1건씩만 보도했지만 KBS는 3꼭지나 할애했습니다.(표에서 노란색 배경에 볼드체 표시) 최근 미국이 미중 정상회담 등 외교 행보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북폭설’이 나돌 정도로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KBS는 미국의 행보를 받아쓰며 방관자적 태도를 보인 겁니다. KBS <“美, 北 미사일 격추 준비 동맹국 통보”>(4/11 https://bit.ly/2o3gt7k)는 “북의 도발에 이제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미국 정부의 인식이 확인”되며 “미 의회에선 김정은 이후의 북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다음 보도인 <“단둘이 북핵 밀담…모든 옵션 논의”>(4/11 https://bit.ly/2oxN0FX)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각료 배석 없이 둘이서만 일대일로 북핵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했다면서 “단독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방안 뿐 아니라 군사 행동까지 거론”했을 가능성을 타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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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방송사 북한 및 안보 관련 보도(4/11) 
*미국의 대북강경노선을 받아쓴 보도는 진한 색

 

마지막으로 <“모든 선택 열려 있다”…압박 강화하는 美>(4/11 https://bit.ly/2oWBncF)은 “미국은 크게 3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는 경우”에 “예방적 선제타격 개념으로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핵심 시설만을 제한적으로 공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KBS는 보도 말미에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언급했지만 “군사대응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카드”라며 ‘군사대응’의 긍정적 측면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공포심을 커져가는 시점에 미국의 강경 노선을 부각하며 오히려 그 공포심을 더 자극하는 보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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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 받아쓰며 무력대응도 거론한 KBS(4/11)
 

SBS와 JTBC는 달랐습니다. SBS와 JTBC는 현 상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무력 대응의 위험성을 짚었습니다. 특히 JTBC <CNN 특파원이 본 ‘지금 평양’>(4/11 https://bit.ly/2o5jYKB)는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CNN 윌 리플리 특파원을 연결해, “오히려 이런 압박이 무기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더욱 가속화하게 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미국의 압박이 북한의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도록 한다며 ‘치킨게임’으로 번질 우려도 전했습니다. 


SBS <美, ‘北 대미 타격 능력 증대’에 민감> (4/11 https://bit.ly/2p0Q7qk)은 안정식 북한 전문 기자와의 대담에서 “북한이 실제로 미국을 때릴 수 있는 능력에 점차 접근해가고 있어, 미국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분위기가 돼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역시 대북 강경 노선이 북한을 자극한다는 해석입니다. 또한 “외신 기자들을 평양에 불러놓고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하는 건 또 맞지 않”다며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점치기도 했습니다. 그저 안보 불안을 야기하는 보도가 아닌 설득력 있는 근거로 상황을 설명해준 겁니다. 이런 보도는 이날 SBS와 JTBC에서만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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