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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의 느닷없는 ‘안철수 띄우기’27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7개 방송사 모두 박근혜 씨 구속영장을 톱보도로 전했고 보도량도 적게는 5건(KBS)에서 많게는 10건(JTBC‧채널A)로 상당했습니다. TV조선은 박근혜 씨 구속영장을 8건 보도하고 대선은 11건을 보도했습니다. TV조선은 이날 유일하게 대선보도가 10건이 넘었으며, 박 씨 구속영장 보도보다 대선보도를 더 많이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TV조선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타 후보와의 ‘비문연대’에 호의적인 것처럼 묘사하는가 하면, 경선에 몰린 인파만을 근거로 ‘국민의당 경선이 민주당보다 흥행했다’는 피상적 주장을 했습니다. TV조선이 문재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안철수 띄우기’에 돌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지점입니다.
1. 아무리 대선 보도 적다고 해도…논란과 경쟁만 보도하는 방송사들
△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3/27) ⓒ민주언론시민연합
최근 방송사들의 대선 보도는 그야말로 ‘볼 게 없는’ 수준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여야의 경선 상황을 간단히 스케치해주면서 야당 관련 논란, 특히 ‘문재인 때리기’만 덧붙이는 모양새입니다. 대선이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책 및 공약, 후보 검증 보도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27일에도 SBS‧JTBC를 제외한 5개사 모두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KBS‧MBC‧TV조선‧채널A) 또는 ‘민주당 경선 과열 논란’(MBN)을 1건씩 보도했습니다. 특히 문 후보 측 반박도 없이 일방적인 보도를 내고 ‘비문연대’ 보도까지 추가한 TV조선이 두드러집니다.
2. ‘비문연대’에 부정적이던 안철수가 마음 변했다? 속마음 들킨 TV조선
TV조선 <비문 단일화 벌써 기싸움>(3/27 https://bit.ly/2osKixW)은 27일 7개 방송사를 통틀어 유일하게 나온 ‘비문연대’ 보도입니다. 정혜전 앵커는 “비문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기싸움 조짐”이라고 운을 띄웠고 최현묵 기자는 “연대를 한다면 반문 연합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발언으로 리포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내용이 이상합니다. “김(종인) 전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멘토였던 법륜 스님도 따로 만났습니다. 비문연합의 중심축으로 주목받으면서, 연대에 부정적이던 안철수 전 대표의 태도도 미묘하게 변했”다는 겁니다. 그 근거로는 26일 국민의당 전북 경선에서 “국민에 의한 연대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다. 패권주의에 반대해온 호남의 통합정신이 국민에 의한 연대를 이끌 것”이라 연설하는 안철수 후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 안철수 의원이 ‘비문연대’에 우호적으로 변한 것처럼 묘사한 TV조선(3/27)
김종인 전 대표가 안철수 후보의 멘토였던 법륜스님을 만났고 이로 인해 “연대에 부정적이던 안철수 전 대표의 태도도 미묘하게 변했다”는 겁니다. 도대체 상식적으로 인과가 성립되지 않는 매우 심한 비약입니다. 여기다 갖다 붙인 근거도 이상합니다. 안 후보의 연설 중 ‘연대’를 강조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잘라 근거로 제시한 듯합니다. 그러나 TV조선이 인용한 연설 내용에서도 ‘비문 연대’로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안 후보의 전체 연설은 “저는 일관되게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주장해왔다. 국민의당을 믿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어야 국민들도 믿어준다”와 같이 오히려 ‘자강론’을 피력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안 후보의 공식적인 입장은 줄곧 연대 없는 독자노선이었습니다. 박지원 대표도 “자꾸 대연정이 거론되는데, (연정을 하려면) 정체성이 같아야 한다”며 연대에 선을 그었습니다. 물론 TV조선은 보도 말미에 “하지만 아직은 물밑 대화일뿐, 공식적으로는 거리를 둡니다”라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JTBC와 MBN도 국민의당 경선 결과를 보도하면서 ‘비문연대’를 언급했으나 “지지율 추이를 보면서 (비문연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각 당의 경선이 모두 끝날 때쯤이면 연대를 하는 것도 이로 인한 가시적인 효과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JTBC), “당내 경선을 압도적으로 이길 경우 안 전 대표의 ‘자강론’은 더 강해질 것”(MBN)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이와 같은 타 보도와 비교해보더라도 TV조선의 ‘안철수가 변했다’는 식의 묘사는 지나치게 작위적인 해석입니다.
3. ‘중저음 안철수’가 압승한 국민의당 경선이 민주당 경선보다 흥행? TV조선의 ‘안철수 대세론’
TV조선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비문연대’로 띄울 뿐만 아니라, 가십성 보도로도 한껏 띄워줬습니다. TV조선 <더하기뉴스>(3/27 https://bit.ly/2osWkaH)에서 정혜전 앵커는 “복식호흡 중저음, 안철수 전 대표가 목소리가 확 달라졌더라고요?”라고 물었고 김경화 기자는 “복식 호흡으로 힘을 끌어 모아 낮고 굵은 목소리로 ‘문재인을 꺾겠다’고 말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대신할 수 없는 미래, 저 안철수가 해내겠습니다. 분명히 약속드립니다”라는 26일 안 후보의 경북 경선 연설 장면과 “2012년 대선 출마 선언 때 모습”을 보여주면서 ‘목소리 변화’를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이 비교 자체가 황당한 수준입니다. 26일 연설은 국민의당 당내 경선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이었고, 2012년 대선 출마 선언은 기자들과 지지자들 앞에서 기자회견의 형식으로 출마를 선언하는 것이었습니다. 목소리 변화가 사실이라 해도 이런 억지에 가까운 설정을 가미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다 TV조선은 “안 전 대표 하면 사실 조곤조곤 또박또박 어린 학생처럼 말하는 어투가 특징이었는데요. 성실해 보이는 반면, 추진력, 리더십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면서 “안 전 대표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 최근 스피치 전문가를 만나 개인교습을 받았다고 합니다. 복식호흡으로 발성법부터 완전히 바꾸고, 음의 고저 강약을 주는 연설방법을 배웠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5년간 연설 경험도 쌓이고 절박함도 커지니 목소리까지 변한 게 아닌가”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TV조선은 “왼쪽이 오늘 광주여대에서 열린 민주당 호남 경선장 상황이고, 오른쪽이 토요일에 있었던 국민의당 광주전남 경선 모습”이라며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선 인파를 비교하더니 “확연하게, 국민의당 경선에 훨씬 인파가 몰린 것처럼 보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혜전 앵커는 “확실히 민주당쪽이 손님이 적군요”라고 재차 못 박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TV조선이 보여준 비교 화면을 봐서는 인파의 차이가 그리 커 보이지도 않습니다. 김경화 기자는 “27만명은 ARS로 참여하고, 또 수만명이 사전 현장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에, 오늘 현장에 올 필요는 사실 없습니다”라며 민주당 경선에 인파가 적은 이유를 설명하기는 했지만 “외형적으로는 10만명 가까이 몰린 국민의당 호남 경선이 좀 더 성공했다는 평가”, “일단 세 확장에는 성공한 셈”이라며 재차 ‘국민의당 경선 흥행’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 ‘복식호흡 중저음 안철수’, ‘국민의당 경선 흥행’으로 ‘안철수 띄우기’ 나선 TV조선(3/27)
이는 명백한 ‘국민의당 띄우기’이자 ‘안철수 띄우기’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목소리 변화’라는 가십성 보도를 낸 것도 TV조선뿐이고, 민주당과의 흥행 수준을 비교하면서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준 것도 TV조선뿐입니다. 그 근거들도 수준 미달입니다. TV조선은 많은 당원들이 경선에 직접 찾아올 필요가 없는 민주당의 경선 방식을 알면서도 ‘국민의당의 외형적 흥행’을 최대한 강조했습니다. 안 후보의 ‘목소리 변화’를 조명할 때는 의도적으로 “문재인을 꺾고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라는 연설 대목을 인용해 역시 ‘문재인 대항마’ 이미지를 각인시켰습니다.
4. 세월호에도 ‘괴담 프레임’…버릇 못 버린 TV조선
세월호 선체가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도착하고 미수습자가 모두 수습되면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될 것입니다. 그런데 TV조선은 벌써 인양이 끝나고 조사가 마무리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바로 정부의 책임이 큰 사안마다 TV조선이 반복했던 ‘괴담 프레임’입니다. TV조선은 ‘괴담’만 비난할 뿐, ‘괴담’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부의 무책임은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런 보도는 시민들의 모든 비판적 목소리와 의혹제기에 재갈을 물리는 의도를 지닙니다. 자칫하면 ‘괴담론자’로 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괴담’을 나열하고 강조하는 데에는 이런 의도가 있기 마련입니다.
TV조선 <잠수함 충돌·폭발설 등 쏟아진 괴담>(3/27 https://bit.ly/2nd0bsd)은 “세월호 관련 의혹은 인양 전부터 마구잡이식으로 쏟아졌”다며 “아니면 말고 식 폭로는 세월호가 인양돼 어느 정도 실체가 밝혀졌지만, 이를 퍼트린 당사자는 말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근거 없는 음모론’의 사례로는 잠수함 충돌 의혹을 제기한 세월X 다큐 제작자 ‘자로’의 ‘잠수함 충격설’ ‘폭발설’, ‘고의 수장설’을 들었습니다. TV조선 <앵커칼럼/괴담과 진실>(3/27 https://bit.ly/2npkQKI)의 경우 ‘광우병 파동’을 비교하며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을 괴담으로 규정했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광우병 공포를 퍼뜨리던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광우병 걸린 사람 보셨습니까. 그때 그분들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비꼬았습니다. 이를 ‘잠수함 충격설’ 등 “세월호 괴담”과 비교하더니 이런 의혹제기들을 “종말론 집단”과 동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시민의 요구로 실제로 재협상이 이뤄졌고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는 수입이 금지됐습니다. ‘괴담’과 관련 없이 시민들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사실로 확인됐고 결국 시정이 된 겁니다. 만약 시민들이 촛불을 들지 않아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광우병 공포는 현실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시민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몽땅 ‘괴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 ‘광우병 괴담’ 조롱하며 ‘세월호 괴담’까지 비판한 TV조선(3/27)
5. ‘특조위는 세금도둑’ 프레임의 선두주자 TV조선이 괴담 논할 자격 있나
TV조선의 이런 두 건의 보도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TV조선의 보도에는 시민들이 의혹제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가 빠져있습니다. 정부는 참사 초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해경해체’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규명도 방해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보다는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비난과 유병언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집중한 언론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월호에 대해 침묵하고 비용을 문제 삼으며 세월호 인양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언론이 이제와 그동안 있었던 의혹들을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는 겁니다. 자신들이 제대로 취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은 하지 못할망정 괴담을 유포했다며 시민의 책임을 묻는다는 건 언론으로서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내고 세월호 유가족을 세금도둑 프레임으로 내몬 이들이 과연 할 수 있는 말일까요?
타사에서는 MBN <김주하의 뉴스초점/‘소문’, 의혹과 진실>(3/27 https://bit.ly/2ot1UtB)이 TV조선과 똑같이 ‘광우병 괴담’을 거론하며 ‘세월호 괴담론’을 조명했습니다. 이외 다른 방송사에는 이런 보도가 전무합니다. SBS <잠수함 충돌 흔적 안 보여>(3/27 https://bit.ly/2obNu1z)의 경우, 자로 세월X 다큐 제작자가 말한 잠수함 충돌설 등 “외부 충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지만, TV조선과 달리 “외부 충격을 배제한다 해도 기계 결함으로 인한 침몰 등 밝혀야 할 의혹들이 많”다고 보도했습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는 ‘조타기 결함가능성’, 평형수, 제주 해군기지용 철근 과다 적재도 밝혀야 할 의혹으로 명시했습니다. TV조선과 확연히 다른 태도로서 SBS 보도가 상식선에 부합합니다. 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해서 의혹들이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SBS의 보도처럼 오히려 그동안 제기됐던 수많은 의혹들을 지금부터 확인해야합니다.
6. ‘전직 대통령이 일개 판사와 다투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씨 관련 보도에서도 유독 TV조선이 두둔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TV조선 <정치속보기>(3/27 https://bit.ly/2nbuhLQ)에서 이하원 논설위원은 “저는 박 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은 제 생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했지만 대통령인데 일개 판사하고 앉아서 구속이 되느니 마느니를 거기서 다투는 것은 전직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일개 판사’라는 판사를 낮춰 말하고 ‘탄핵 당했지만 대통령’이라는 박 전 대통령을 높게 지칭하는 부적절한 표현입니다. 자연인이 된 박 전 대통령은 영장이 발부된 만큼 영장실질심사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입니다. 전직 대통령이건 그 누구건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것이 민주주의와 법치의 기본입니다. 이하원 앵커는 아직도 봉건적 사고에 젖어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