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_
세월호 인양 당일, 천안함 사건이 더 슬픈 일 아니냐는 조선23일 조선일보의 세월호 관련 보도는 매우 유감입니다. 1면에는 고작 사진 한 장을 관련 기사로 배치해두더니, 여타 기사에서도 진상규명 요구나 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은 찾아 볼 수 없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가 아닌 ‘안보’ 문제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수많은 사건의 희생자와 유족을 ‘동원’한 양상훈 주필에게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지를 묻고 싶을 지경입니다.
1. 오늘의 유감 선거 보도 ① 세월호 이슈될까, 순직 군인 이용한 조선
△ 세월호 참사와는 달리 천안함 사건에는 공무 중 순직이란 의미가 더해져 있다며 죽음의 가치 경중을 따져 물은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3/23)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침몰 1,073일 만의 일입니다. 그런데 이날,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세월호 참사에만 관심을 기울여 순직 군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며 세월호 배지를 달고 다니고, 팽목항을 방문한 문재인 전 대표를 비난했습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 있을까요?
이런 주장을 담은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의 <양상훈 칼럼/이제야 의원들 가슴에 달리는 천안함 배지>(3/23 양상훈 주필 https://goo.gl/PXn88f) 칼럼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어제 아침 신문에서 오랜만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기사를 읽었다. 바른정당 의원 33명과 당직자들이 26일 천안함 폭침 7주기를 맞아 천안함 배지를 착용하기로 했다는 기사였다. (…) 바른정당 의원들은 의원 배지를 떼고 대신 천안함 배지를 단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바른정당의 천안함 배지 착용 결정을 치하하는 칼럼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양 주필은 곧바로 ‘세월호 배지를 다는 정당과 대선주자’와 ‘천안함 배지를 다는 정당과 대선주자’를 비교하기 시작하는데요. “여행길에 불행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세월호 배지를 다는 정당은 지지율 1위다.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군인 46명을 추모하는 천안함 배지를 다는 정당은 지지율 꼴찌다” “세월호 배지를 달고 팽목항에 가서 ‘너희가 촛불의 별이었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쓴 사람은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이고, 천안함 배지를 달기로 한 대선 주자는 그 사람 지지율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배지 때문은 아니겠지만 무언가 상징하는 것이 있다”는 식입니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건, 그들이 여당으로서 박근혜 씨의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데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민심을 거슬러가며 친박 호위대를 자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양 주필은 그다지 상관도 없는 배지 문제를 두 정당의 지지율 문제와 엮어 무슨 대단한 상징성이라도 찾은 양 떠들어 대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양 주필은 “여객선이 침몰해 304명이 사망·실종되고 그 상당수가 어린 학생이었다면 너무나 참담하고 비통한 일”이지만 “천안함이 북한 공격으로 침몰해 장병 46명이 수몰된 데에는 참담·비통과 함께 공무 중 순직이란 의미가 더해져 있다”라며 “야당은 세월호 사건에만 참담·비통하고 천안함 장병들에겐 그렇지 않았다”고 재차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3년 만에 세월호를 인양하는 이 날, 그 의미가 달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죽음의 가치 경중을 따지는 이런 소름끼치는 행태의 의도는 명백합니다. 선거 국면에 ‘세월호 참사’가 아닌 ‘안보’ 문제로 시선을 돌려보겠다는 것이지요. 이는 민간인과 군인들의 죽음과 희생을 정치 공세의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세월호 희생자들 뿐 아니라 천안함 사건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에게도 모욕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간인들의 사망 사건을 군 장병들의 직무 수행 중 사망사건과 비교하는 행태는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해군 헬기 추락사건’에서도 반복됩니다. “시위를 벌이다 물대포를 맞고 그것이 원인이 돼 사람이 죽었다면 큰일”이지만 “군 작전 중에 헬기가 추락하고 군인들이 숨졌다면 그것이 더 큰일”인데 “물대포 사건은 정치·사회적으로 큰일이 되고 군인 순직 사건은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현 상황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어 양 주필은 “나라 지키는 일을 외국에 맡기고 우리끼리 싸우는 데 여념 없는 사람들 마음에 순직 군인들이 서 있을 자리는 없다. 사드를 몇 십 대 들여오고 전술핵 수백 발을 다시 반입해도 우리 사회와 우리 마음속에 나 있는 이 큰 구멍은 메울 수 없을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칼럼을 마무리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나 해군 헬기 추락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장병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군인의 공무 수행 중 사망사건을 정부가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불거진 ‘세월호 참사’나 국가 공권력에 의해 민간인이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는 없는 겁니다. 당연히 이 중 무엇이 더 가치가 있느냐 따지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해선 안 되는 행위인 것이고요.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를 비난하고, 안보를 강조하기 위해 이 수 많은 사건들의 희생자와 유족들을 ‘동원’한 양 주필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2. 오늘의 유감 보도, 세월호 참사, 정부 책임 외면한 조중동
조선일보 세월호 관련 보도의 문제점은 사실 이 칼럼 하나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물론 조선일보만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 1면에 ‘사진 한 장’ 배치한 조선
이날 동아일보를 제외한 5개 매체는 세월호 인양 관련 보도를 이날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이대론 1년도 못 버텨” 대선 앞 절박한 호소>라는 제목의, 경제계가 대선 주자들에게 전달한 ‘국가 청사진’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그나마 동아일보는 관련 사진과 기사를 모두 1면에 배치했지만, 조선일보의 1면 세월호 관련 보도는 ‘사진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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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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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세월호 인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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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세월호 언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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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머리기사 유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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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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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 일간지 세월호 관련 보도양상(3/23) ⓒ민주언론시민연합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이번 세월호 인양이 진상규명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설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세월호 인양과 관련한 사설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전체 보도량도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각각 7건의 보도를 내놓은 반면, 조선일보는 중앙일보와 함께 각각 5건과 4건의 보도만을 내놓았습니다.
■ 유족 ‘세월호 인양을 통한 진실 규명’ 요구, 조선만 ‘딴 소리’
현재 유족들은 인양에 성공해 미수습자 9명을 모두 찾고 진상이 규명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5개 일간지는 이들의 이런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요. 조선일보는 유족들의 ‘슬픔’은 강조했지만, 유족들이 “객실을 분리하면 사고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이 어려워진다”고 요구해 선체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수색조사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을 전달하는 등, 정작 ‘진상 규명 요구’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 정부 책임 외면한 ‘조중동’․따져 물은 ‘경향․한겨레․한국’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책임의 주체일 뿐 아니라 특조위 등의 진상규명 활동까지도 무력화시켜왔습니다. 그러나 이날 조중동은 어떤 기사에서도 정부에 책임을 따져 묻지 않았으며,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제시하지도 않았습니다.
반면 경향신문 <사설/세월호 인양, 진실의 시간이 다가왔다>(3/23 https://goo.gl/tp8ljc)과 한겨레 <사설/3년 만의 세월호 인양, 진실도 인양해야>(3/23 https://goo.gl/jdfwQ4), 한국일보 <사설/세월호 인양, 진상 규명과 유가족 명예회복의 시작이다>(3/23 https://goo.gl/zuPYUe)는 한 목소리로 박근혜 정부에 참사의 책임을 묻고 특조위 재가동 및 선체조사위원회 가동을 촉구했습니다.
3. 오늘의 유감 선거 보도 ② 채용 특혜? ‘의혹 퍼나르기’ 말고 검증을 해라
문 전 대표 아들 취업 특혜 의혹을 ‘전달’하는 보도가 조중동을 중심으로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아직 명백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물증이 없으니, 의혹은 아직 해소된 것이 아니고, 의심할 여지가 있으니 의혹 제기를 무조건 ‘가짜뉴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야 경선, 네거티브 자제하되 검증은 더 철저히>(3/23 https://goo.gl/KHhj1O)를 통해 “이 의혹을 가짜 뉴스라는 식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채용인원 2명에 준용 씨를 포함한 2명이 지원했다고 해서 특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준용씨 의혹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제기됐으나 북방한계선 논란에 묻혔다. 문 전 대표가 유력한 후보인 만큼 이 의혹은 다시 남김없이 검증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특혜 채용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아무런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계속 ‘정황상 그렇지 않느냐’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고, 언론조차 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합리적 의혹 제기’라는 말로 포장해 계속 받아쓰는 것이 대체 대권주자 자질 검증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4. 오늘의 미보도
■ 문재인 “MBC가 망가졌다” 지적, 경향․조선․중앙 미보도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표가 해직기자 복직문제와 불공정 보도 문제 등을 언급하며 ‘MBC가 정상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이를 지면에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의 경우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좌파 적폐 청산’ 발언과 문 전 대표의 발언을 ‘유사한 주장’인양 나란히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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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MBC 정상화 요구 발언 보도 유무(3/23)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당 경선 투표결과 사전유출 의혹, 한겨레 ‘미보도’·조선·중앙 ‘1면 보도’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 투표 첫날인 22일 지역별 투표 결과로 추정되는 자료가 유출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6개 일간지 중 이를 유일하게 지면에 보도하지 않은 매체는 한겨레입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해당 사안을 1면에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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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경선 투표결과 사전유출 의혹 관련 보도 유무(3/23) ⓒ민주언론시민연합
■ 홍준표 ‘박근혜 감싸기·노무현 비판’ 발언, 한겨레만 미보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노무현 정권은 뇌물 공화국이었으며, 반면 박근혜 씨는 최순실에게 옷 몇 벌 해 입은 것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노무현 뇌물’ 발언만을 보도했으며, 한국일보는 ‘박근혜 옷 몇 벌’ 발언만을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홍 지사의 발언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는 두 발언을 모두 보도했는데요. 조선일보는 홍 지사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별도의 기사를 내놓았고, 경향신문은 한국당 의원들의 ‘문재인 때리기’ 사례를 모아둔 기사를 통해 해당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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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박근혜 감싸기·노무현 비판’ 발언 보도 유무(3/23) ⓒ민주언론시민연합
5. 오늘의 비교보도
■ 박근혜 소환조사 마무리(구속영장 청구 중심으로)
박근혜 씨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 마무리되면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기소 시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불구속 수사’를 외쳤고, 한겨레는 구속 수사를 망설일 필요 없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조선일보는 구속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만, 대신 6개 일간지 중 유일하게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박근혜 감싸기 발언’을 제목으로 뽑은 별도의 기사를 지면에 배치했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른다면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전망”
동아일보 : “포승줄 묶인 박근혜를 보고 싶은가. 불구속 재판으로 정의 세워야”
조선일보 : (구속 관련 직접적 의견 표현 없음. 대신 홍준표 후보의 주장을 <홍준표 “박 전 대통령, 사익 취하지 않아… 최순실에게 옷 몇 벌 얻었을 뿐”>이라는 기사 제목을 통해 부각)
중앙일보 :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는 마당에 인신 구속해 얻을 수 있는 실효적 이익을 따져봐야 한다. 대법원에서 유죄확정판결이 나온 뒤에 상응하는 벌을 줘도 늦지 않다”
한겨레 : “구속 망설일 필요 없다. 혐의가 이렇게 중대하면 구속 수사를 하기 마련이다. 영장 청구 여부는 이번주 안에 결단하는게 옳다”
한국일보 : “구속은 검찰이 법원으로 공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