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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시민 제보체크

정치권의 ‘밀양 참사 네 탓 공방’, 언론은 ‘방관’
등록 2018.01.3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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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39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당한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큰 불길이 2시간 만에 잡혔으나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으로 불법 증개축, 부실한 소방‧안전 점검, 방화문 미비 등 예방 가능한 요인이 꼽혀 반복되는 ‘인재’로 꼽히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프링클러마저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세종병원은 바닥 면적은 394.78㎡의 규모로, 1000㎡ 이상인 의료기관에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한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의 허점이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27일 현장을 방문하여 유가족을 위로하고 안전 기준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에 이어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네 탓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6일 현장을 방문해 “쇼통과 정치 보복에 혈안이 된 이 무능한 정권이 국민의 기본적인 생명권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정부는)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국민의 생명도 지키지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역시 28일 “정부가 아마추어이다 보니 예방행정을 모른다”고 정부를 비판했고 이에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직전의 이곳 행정 책임자는 누구인지 한 번 봐야한다”고 맞받아쳤습니다. 


특히 김성태 원내대표의 현장 방문 당시 벌어졌던 시민과의 실랑이가 화제였는데요. 김 원내대표가 정부의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자 한 시민이 “불난 집에 와서 무슨 정치 보복 그런 이야기를 해요? 불난 곳에서 적폐청산 그런 이야기를 해요?”라 항의했던 겁니다. 자유한국당은 27일 “민주당 민홍철 경남도당 위원장 주변의 당직자 및 관계자들이 김성태 원내대표를 둘러싸고 야유를 보내고 폭언을 일삼은 행태가 영상을 통해 드러났다. 저열한 작태”라고 비판했습니다. 항의한 시민이 민주당원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겁니다. 이에 민주당 경남도당은 “당직자도 아니며 당 관계자도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허위사실에 대해 사과하라”고 반박했습니다. 

 

‘항의 시민은 민주당원’? YTN과 스포츠경향만 보도

김성태 원내대표와 밀양 시민 간의 논쟁을 많은 언론이 조명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항의 시민을 ‘민주당원’으로 규정했으나 언론은 대부분 ‘밀양 시민’으로 소개했습니다. 조선일보 <불난 집에 정치질>(1/29 https://bit.ly/2DMEpUF), 중앙일보 <밀양 찾은 김성태 "靑·내각 총사퇴" 발언에 "불난 집에 정치하러 왔냐" 시민 항의>(1/28 https://bit.ly/2BFziUo) 등 이른바 메이저 언론 역시 대부분 ‘밀양 시민’, ‘밀양 주민’으로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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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태 원내대표에 항의한 시민’을 ‘민주당원’이라 보도한 YTN(1/27)

 

이런 가운데 27일 YTN의 보도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YTN이 항의 시민을 민주당원으로 왜곡했다’는 겁니다. 방송 확인 결과 이는 사실과 다르지 않으나 사태의 본질은 YTN 등 대다수 언론이 정치권의 소모적인 ‘네 탓 공방’을 단순히 받아쓰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제의 방송은 YTN <뉴스와이드>(1/27)입니다. 여기서 YTN 염혜원 기자는 항의 시민을 ‘민주당원’이라 지칭했습니다. 26일 일제히 현장을 방문한 여야 원내지도부의 발언을 영상과 함께 열거하던 염혜원 기자는 “사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밀양 현장을 방문한 그 현장에서 소동이 좀 빚어지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가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나 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각이 총사퇴하라’ 이렇게 말을 하자 현장에 있던 민주당원들이 반발하고 또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등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타 매체와 달리 항의한 시민을 ‘민주당원’으로 규정해 보도한 겁니다. 


30일 현재 포털 검색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관련 보도 중 ‘민주당원’을 꼬집어 보도한 사례는 YTN의 이 보도와 스포츠경향 <김성태 “北 현송월 뒤치다꺼리 하다 국민 생명 못지켜” 또 색깔론?>(1/26 https://bit.ly/2nlYo6b)뿐입니다. 스포츠경향은 “김 원내대표의 이런 언행에 현장에 있던 더불어민주당 밀양창녕함안합천지역위원회 당원들 일부가 반발, 한국당 대책단을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서는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보도해 YTN과 똑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보도 일시 상으로는 스포츠경향이 YTN보다 하루 앞섰습니다.

 

민주당원 맞나…사실은 이렇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내각 총사퇴’ 발언을 반박한 시민의 항의 자체보다 이 시민의 당적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여야가 논평까지 내는 등 논란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사실관계를 따져 보자면 이렇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현장을 방문했던 26일, 이낙연 총리,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민주당 경남도당 민홍철 위원장 등 여당 의원들도 현장을 찾았고 민주당 밀양창녕함안합천지역위원회 당원들이 동행했습니다. 


즉 김성태 원내대표의 문제 발언 당시 민주당원들도 주변에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김 원내대표에 직접 항의한 시민은 이태권, 홍윤근 씨로 알려졌는데 자유한국당이 두 사람을 민주당으로 낙인 찍자 민주당 밀양창녕의령함안지역위원회 김태환 위원장은 27일, “두 사람은 오래 전에 민주당을 탈당했고, 아직 복당하지 않았다. 지금은 민주당원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정리하자면 김 원내대표에 항의의 뜻을 표한 시민들 중 민주당원이 있을 수는 있으나 모두가 민주당원이라고 볼 수는 없고, 특히 항의 발언을 한 시민은 민주당원이 아니라는 겁니다. YTN과 스포츠경향은 현장에 민주당원이 있었다는 정황만으로, 항의 시민을 ‘민주당원’으로 규정한 겁니다. 

 

소모적인 책임 공방과 ‘당적 논란’…본질이 아니다
YTN과 스포츠경향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모호하게 보도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시민의 당적을 따지는 일이 이 사안의 본질은 아닙니다. 설사 김 원내대표에 항의한 모든 시민들이 민주당원이었다고 해도 시민의 당적 여부가 언론의 조명을 받고 두 거대정당이 논쟁을 벌일 사안인지 의문입니다. 시민들은 당적의 관계없이 공당 원내대표 발언에 의사를 표명할 권리 및 자유가 있습니다.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국회의원은 민주당원, 자유한국당원 가릴 것 없이 모든 시민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하고 설명해야 하며 설득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항의 시민의 당적을 문제 삼으며 민주당을 ‘저열한 정당’이라 공격한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큽니다. 자유한국당은 참사 당일이자 각 당의 현장 방문이 줄을 이은 26일부터 곧바로 대여, 대정부 책임론을 이어갔습니다. ‘아마추어 정부’, ‘후안무치 정부’, ‘현송월 뒤치다꺼리’ 등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이 쏟아졌고 ‘항의 시민 당적 논란’도 바로 이런 책임 전가 발언에서 비롯됐습니다. 


자유한국당이 포문을 연 책임 공방의 면면을 보자면 논리적인 구석을 찾기 어렵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현송월 뒤치다꺼리하느라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비난했는데 이는 안전 불감증과 법의 허점에서 발생한 참사를 ‘북한 색깔론’과 연결한 억지 주장입니다. 홍준표 대표의 경우 “해난사고를 정치에 이용해서 집권한 현 정권이 불과 2달 사이에 100명 이상의 국민이 억울하게 재난사고를 당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후안무치한 정권이다”라며 세월호 참사까지 거론했는데, 세월호 참사를 은폐하고 유가족을 모욕한 당사자가 바로 홍 대표 본인의 당임을 감안하면 황망할 따름입니다. 일각에서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조건 면적이 현행으로 결정된 시행령 수정이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만큼, 이번 밀양 화재 참사에도 전임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물론 이런 ‘네 탓 공방’은 참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현재 시급한 일은 법을 정비하고 피해자 및 유족들에 합당한 보상 및 치유 절차를 제공하며 예방 대책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여야, 전임‧후임 정부를 가릴 여지가 없습니다. 정치권과 언론 모두 소모적인 공방과 논란을 자제해야 하며 언론이 이를 보도하고자 한다면 정확한 책임 소재를 지적해야 합니다. YTN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면 비단 ‘당적’을 규정한 것 뿐 아니라, 단순한 ‘여야 공방 나열’에 그쳤다는 점이 더 심각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JTBC <뉴스현장>(1/29)이 밀양 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고 소방법 허점의 원인을 민주당의 독단으로 규정했다는 제보도 있었고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중대한 왜곡이라 보기 어려워 따로 정리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방송 확인 결과 패널로 출연한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정부가 참사에 대해서 굉장히 여러 가지로 우려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거는 충분히 이해를 하는데 대통령은 저런 참사가 날 때마다 일일이 저렇게 본인이 몸으로 내려가고 행동으로 보이는 것, 그것만이 꼭 능사는 아닐 것. 근본적인 문제들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참사 현장에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는 일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진행자 김종석 앵커가 “그건 여당, 야당 가릴 것 없는 문제”라 지적하자 강 씨 역시 수긍했습니다. 다만 강 씨는 “여당이 소방법 개정을 소급 입법으로라도 하자고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대목은 왜곡입니다. 2014년 10월, 모든 일반 병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하는 법안이 상정됐음에도 당시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협조하지 않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와서 현 여당이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강 씨가 참사에 대한 정부‧여당의 노력을 인정했다는 점, 앵커가 ‘여야 가릴 것 없는 문제’라 지적했다는 점, 강 씨의 주장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에 방점을 뒀다는 점을 미뤄볼 때 자유로운 비평의 경계를 넘어 지나친 왜곡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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