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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미디어가 키운 전술핵, 현실성은 없었다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8월 30일 미국 안보 당국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거론했다. 송 장관은 단지 자신은 국내 여론을 전했을 뿐, ‘확대 보도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설정했고, 방미사절단을 꾸리기도 했다. 리얼미터가 9월 14일에 발표한 여론조사는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한반도의 핵무장에 대해 53.5%가 찬성하는 결과(https://bit.ly/2xnnV14)가 나오기도 했다. 송 장관 주장대로 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도 아닐뿐더러, 현실적이지도 않은 주장이다. 전술핵 재배치로 인한 ‘공포의 균형’은 긴장 상태를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고, 한반도를 ‘핵우산’으로 지키고 있는 미국이 일본 등으로 이어지는 핵확산 도미노를 허가할 가능성도 없다. 그렇기에 송 장관의 발언과는 달리 청와대에서도 전술핵은 검토 사안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보도했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본격화된 2017년 9월1일부터 9월23일까지 ‘전술핵’과 관련된 5개 일간지(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지면 보도를 모두 살펴본 결과, 현실성 없는 주장들을 앞장서서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Ⅰ. 보도량 분석
‘전술핵 재배치’ 제일 적게 보도한 곳은 한겨레
전술핵 재배치 관련 보도는 중앙일보가 총 50건 보도해 가장 많았다. 그러나 다른 매체들도 보도량은 비슷했다. 동아일보는 49건, 조선일보도 48건을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44건을 보도해 조중동의 보도량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한겨레는 같은 기간에 26건의 기사만 보도해 전술핵 재배치 관련 보도량이 가장 적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우 칼럼과 사설 등 의견기사에서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조선일보는 18건의 의견기사 중 16건이 전술핵 재배치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고 있었다. 동아일보는 16건의 의견기사 중 14건이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찬성과 반대 두 입장을 모두 견지했다. 같은 날 지면의 기사임에도 전술핵 재배치를 찬성하는 의견기사와 반대하는 의견기사가 동시에 올라가기도 했다. 예를 들어 9월 14일 지면에는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하는 <박보균 칼럼/‘절대반지’ 핵무기의 마법>(박보균 칼럼니스트 https://bit.ly/2kQs7VX)와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하는 <시론/전술핵 필요 없다>(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https://bit.ly/2wavOLr)가 동시에 보도되었다. 다만 중앙일보 역시 32건의 의견기사 가운데 전술핵 재배치에 확실히 반대하는 의견기사는 3건에 불과했다.
조중동과 달리 한겨레와 경향은 모두 전술핵 재배치가 비현실적이고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와 경향은 각각 7건, 16건의 의견기사를 보도했다.
Ⅱ. 문제 보도 분석
공포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조중동
전술핵 재배치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가장 많이 한 주장은 ‘공포의 균형’론이다. 북핵이란 군사적 위기에 대응해 군사력과 군사력이 대치하는 ‘공포의 균형’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조중동에서 고루 볼 수 있었다. 조선일보는 <사설/文 대통령 안보 전환 이게 국가 수호 의지다>(9/6 https://bit.ly/2f0PHdf)에서 “정부가 '핵 대 핵'의 균형 회복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북에 대한 메시지”가 된다며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했다. <사설/이제 유엔 제재 기대 접고 전술핵 대미 협상 나서야>(9/12 https://bit.ly/2vQuyJj)에서도 “'핵은 핵으로만 억지할 수 있다'는 진리를 따라 당장 전술핵 재배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며 전술핵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전영기의 시시각각/핵 식민지로는 살 수 없다>(9/4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https://bit.ly/2wweeQF)에서 “핵은 절대무기다. 그 이상의 무기는 없다. 따라서 핵은 핵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포의 균형 필요성을 언급했다. <시론/동·서독 통일의 씨앗 된 ‘공포의 균형’ 전략>(9/13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https://bit.ly/2ikkJl5)에서도 ‘공포의 균형’이 나왔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에 대해 억지력을 확보하고 남북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우리도 핵무기를 갖는 것”이라며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북핵에 맞서 공포의 균형 필요” 전술핵 재배치론 확산>(9/4 신진우 기자 https://bit.ly/2yw367r)에서 ““북한이 미 본토까지 겨냥한 핵미사일을 다량 보유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이 실제 군사적 개입에 나서야 하는 순간 자국민에 대한 북한의 핵 도발을 고려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권영세 전 주중 대사의 말을 전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독자 핵무장이나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서로를 절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서로 갖춤으로써 상대의 선제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공포의 균형론은 허구다. 핵은 전쟁을 막아주지 않는다.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 등 핵보유국이 전쟁을 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미국과 소련의 핵 갈등이 고조돼 일어난 쿠바 미사일 위기도 ‘핵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을 깨는 역사적 사례다.
공포의 균형론이 성립하기 위해선 상대도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고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경향신문은 <기자메모/북핵 무력감에 핵무장 ‘고개’…‘공포의 균형론’은 환상이다>(9/6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https://bit.ly/2zjeNMp)에서 김정은의 합리성을 신뢰할 수 없다며 공포의 균형론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서른을 갓 넘긴 예측불가능한 지도자가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고 국제질서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와 이성적으로 교감하면서 균형을 이룰 자신이 있는가. 동반 핵무장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똑같은 수준의 나라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남북 동반 핵무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멸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한 발 더 나가 독자 핵무장을 하자는 조선, 동아
‘공포의 균형’론을 조중동이 모두 합의했다면, ‘독자 핵무장도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만 보였다. 조선일보는 <사설/文 정부 무슨 대안 갖고 국민 지킬 기회 걷어차나>(9/11 https://bit.ly/2zi2SOY)에서 “'북핵이 공인되는 사태가 오면 한국의 독자 핵무장도 불가피하다'고 미리 밝혀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독자 핵무장론’에 힘을 실었다. <사설/文 대통령 우왕좌왕으로 5000만 국민 어디로 끌고 가나>(9/16 https://bit.ly/2yrprni)에서도 “핵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핵뿐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독자 핵무장과 전술핵 반입을 다 일축했다”면서 독자 핵무장을 북핵 대응 카드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사설/‘한반도 비핵화’의 종언, 대북전략 완전히 새로 짜라>(9/4 https://bit.ly/2vWJPrm)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한국 비핵화’가 되어 버린 이 선언에 우리만 매달릴 이유가 없다”면서 “전술핵 재배치와 핵잠수함 도입, 독자적 핵무장 잠재력 확보 등 자체 핵 억지력 구축에 더는 머뭇거려선 안 된다”다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독자 핵무장까지 언급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주장은 조선일보의 논리로 비판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靑의 어이없는 전술핵 반대 논리>(9/14 https://bit.ly/2fjOmi4)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하면 한국이 전 세계의 경제제재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을 비판했다. “전 세계의 경제제재는 우리가 NPT를 탈퇴하고 독자 핵무장에 나설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총리가 '독자 핵무장'과 '미 전술핵 재배치'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나”고 했다. 조선일보도 독자 핵무장의 한계를 알면서 독자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북핵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자유한국당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철우 의원도 독자 핵무장을 “당론으로 정하는 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철우 의원의 발언을 뉴스화한 곳은 한겨레뿐이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전술핵 재배치 상황 묘사에 치중한 동아, 실현 가능성 따져본 경향과 한겨레
동아일보의 <재배치땐 ‘B61’ 유력… 美 1000기 보유>(9/11 손효주 기자 https://bit.ly/2xOE0Sw)는 전술핵 재배치를 가정하면서, 상황 묘사에 치중한 기사였다. “미군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할 경우 가장 유력시되는 기종은 B61 계열 투하용 핵폭탄” “B61이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주한 미 공군기지가 있는 전북 군산에 배치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반면,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선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전술핵 재배치가 실현될 경우 미국이 내년에 시작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재배치 대가로 분담금을 대폭 늘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선 “전술핵은 한국뿐 아니라 미 본토를 향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미국이 추가로 돈을 청구할 근거가 별로 없으며, 하더라도 이 효과를 내세워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의 인터뷰를 들어 반론한 것이 전부였다. 전술핵 재배치에 따른 문제는 크지 않다는 식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전술핵 재배치의 부작용 및 현실성을 따져본 곳은 경향신문과 한겨레이었다. 재배치에 따른 문제점, 국제사회의 반응과 동향 등을 분석해 보도했다. 언론은 정부 정책의 방향성과 효과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비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전술핵 관련 ‘좋은 보도’를 내놨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성을 가졌는지, 이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를 다룬 기사를 조중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겨레의 <정치BAR/전술핵이 뭐길래 한국 재배치 논란 떠들썩하지?>(9/13 박병수 선임기자 https://bit.ly/2giU5om)에서는 ‘미국의 핵우산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전술핵 배치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인가’ ‘핵우산만으론 방어가 충분하지 않은가’ ‘전술핵 배치는 실현 가능한가’ 등 현실적으로 전술핵 필요한지,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 정면으로 다뤘다. <김지석의 화․들․짝/전술핵 배치라는 ‘플라세보’>(9/13 김지석 대기자 https://bit.ly/2kZ7Ldi)에서도 전술핵을 깊이 다뤘다. ‘전술핵의 실효성’ ‘전술핵 재배치로 인해 재편될 동북아 질서’ 등을 다뤘다. 경향신문은 <세상읽기/백척간두의 대통령>(9/12 송기호 변호사 https://bit.ly/2ywhsEX)에서도 한반도 전술핵 배치가 동북아를 “핵무기 집중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핵확산금지조약과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며 전술핵 배치의 여러 측면을 살폈다.
북핵 도발에 ‘탈원전’ 정책을 연결한 조중동
반면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한 주장 가운데 매우 특이한 주장도 있었다. 바로 ‘북핵 도발이 엄중한데 정부는 탈원전을 시도한다’와 같은 주장이다. 안보 상황과 에너지 정책을 엮은 이 주장은 조중동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었다.
조선일보는 <데스크에서/北核 맞설 원자력도 포기하나>(9/9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https://bit.ly/2xNjyfS)에서 “원자력은 평화를 위해 쓰여야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도 언제든 원자력의 무력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며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 핵무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완 기자는 칼럼에서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우리의 핵무장인데 우리는 탈원전한다며 사람과 기술 모두 스스로 손발을 묶고 있다"는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의 말을 인용했다.
중앙일보에도 같은 논리가 있다. <송호근의 퍼스펙티브/수소탄 태풍 앞 ‘빈손’ 한국은 왜 이리 차분한가>(9/14 송호근 칼럼니스트 https://bit.ly/2kZ8F9G)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정말 심각하게 고려했다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그리 성급하게 선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탈핵’을 결정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핵무기 개발에는 순도 높은 핵물질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사용후핵연료의 고온 전기분해 과정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은 핵물질 추출과 관련된 기술”이라며 원자력발전과 핵개발의 상관성을 밝혔다.
동아일보는 <오늘과 내일/북핵이 두렵나, 원전이 두렵나>(9/15 정성희 논설위원 https://bit.ly/2x5fWGE)에서 이 논리를 재생산했다. “북핵 위협이 가시화한 상황에서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는 흔들림이 없다”며 “우리가 독자 핵개발을 하려고 할 때 원천기술이 남아 있기라도 할까”라고 독자 핵개발의 미래를 그렸다.
조중동의 ‘북핵 위협-탈핵 비판’ 논리는 한계가 있다. 먼저 한국의 핵무장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핵무기 개발에는 원자력 기술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탈핵 비판’ 논리에는 북핵 위협이 계속될 경우, 우리도 발전된 원자력 기술을 이용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숨어 있다. 조중동의 논리를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핵무장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다. 핵무기의 원천 기술인 원자력 기술을 그때까지 진보시켜놔야 한다. 유사시를 대비해 핵기술을 발전시켜놔야 하는 마당에 탈핵정책은 말도 되지 않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탈핵이라는 세계적 경향을 거스르고 ‘핵보유국’이 되자는 것이다.
‘북핵 위협-탈핵 비판’이라는 조중동의 논리가 전제하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은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다. 한국이 핵개발에 나서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제재대상국이 된다. 지금의 북한과 같은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독자 핵개발에 나서는 순간, 국제사회는 한국 경제를 옥죄기 위해 실현 가능한 모든 제재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경제를 포기해야 한다. 핵무장론은 경제를 포기하고 핵을 선택하겠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 가능한 논리다.
언론의 맹목적인 강경책 보도, 감정 고조에 책임 있다
조중동은 북핵 위협이 있을 때마다 국민의 핵 공포감을 자극하며 강경책을 주문했다. 제재 수위를 더 높여야 하고,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하며,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강 대 강’ 전략이 얽히고설킨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 추진 등은 오히려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핵을 통해 완성하자는 ‘공포의 균형’은 합리성이 흔들리는 순간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외교 전략이다. 공포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상대 국가의 지도자가 합리적이며 이성적이라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핵 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제 갓 서른을 넘긴 김정은의 합리성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성적 판단이 흔들리는 순간 핵전쟁이 시작된다.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에는 이 같은 위험성 이외에도 현실성이 부재하다는 문제가 있다. 가장 확실한건 미국의 동의다. 미국은 동맹국들이 핵무장을 하는 대신 본인의 핵우산 전략 아래에 있기를 바란다. 미국은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논의에서도 ‘핵우산으로 충분하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자체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언론들의 보도에선 이런 고민은 담겨있지 않았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라는 단체가 수상했다. 북핵을 비롯해 선진국들의 핵무기 역시 철회하고 폐기해야 함이 마땅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한국이 핵보유국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언론은 현실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어야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언급되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현실성, 자체 핵무장에 대한 현실성을 검토하는 보도가 나왔어야 옳다.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니 우리도 핵무장하자’ 따위의 감정적 대응은 언론의 태도가 아니다. 그러나 ‘강 대 강’ 대립에 빠진 언론의 맹목적인 전술핵 재배치 보도들은 국민의 감정적 대응을 부추기고 있다. 눈먼 보도 속에 이성적이고 현실적으로 사안을 설명한다는 언론의 품격은 보이지 않았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1일 ~ 2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문의 김규명 활동가(02-392-0181) 정리 나경렬(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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