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MBN, 공론조사 하루 앞두고 ‘찬핵론자’ 단독 인터뷰
등록 2017.08.25 17:25
조회 486

25일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1차 공론조사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그런데 그 바로 전 날인 24일, MBN은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마이클 쉘린버거 단독 인터뷰를 내보냈습니다. 이 보도는 공론조사 실시 소식을 전한 <내일부터 4번 조사>(8/24 https://goo.gl/tEFkZf) 보도 바로 뒤에 배치되었는데요. 마이클 쉘린버거는 TV조선, 조선비즈, 조선일보 등 조선 미디어 계열사들이 앞다퉈 ‘환경영웅’이라 소개하며 인터뷰했던 극단적 찬핵론자입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교통사고에 비유하기도 한 인물이지요.

 

 

공론조사 하루 앞두고 ‘찬핵론자’ 인터뷰
MBN이 24일 내놓은 <“과도한 공포는 금물”>(8/24 https://goo.gl/iKMhTG) 역시 기존 조선 미디어 계열사들의 관련 보도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마이클 쉘린버거를 ‘환경영웅’이라 추켜세우고, 그의 극단적 주장을 ‘환경운동가의 권위있는 발언’이라도 되는양 포장해 그대로 전달하고 있으니까요.


실제 보도는 김주하 앵커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환경의 영웅’ 마이클 쉘렌버거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한때 열렬한 원전 반대 운동가에서 이제는 원전 찬성론자로 변신했는데요”라는 멘트로 시작됩니다. 박통일 기자 역시 “10년 전만 해도 원전 반대 운동가였던 마이클 쉘렌버거. 원전 반대를 위한 5년 간 연구한 끝에, 오히려 원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라는 소개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물론 마이클 쉘린버거를 소개하는 화면 자막 역시 ‘환경운동가’입니다.


이어지는 마이클 쉘린버거의 인터뷰 발언은 하나하나가 주옥같습니다. 먼저 그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싱크탱크 활동을 했고, 재생 에너지로는 충분한 에너지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대체 그가 어떤 단체에서 어떤 성격의 연구를 실시했고, 그 연구로부터 얻은 정보가 무엇인지, 대체 무슨 근거로 ‘재생 에너지로는 충분한 에너지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일체 없습니다. 즉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라는 말이 전부인 겁니다.  

 

K-021.jpg

△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돌입 하루 전 날 찬핵론자 마이클 셸린버거 단독 인터뷰를 내보낸 MBN(8/24)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발언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2011년 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를 돌아보면서, 친원전에 대한 확신이 더 굳어졌습니다”라는 기자의 설명 뒤에 마이클 쉘린버거는 “매우 아름다웠죠. 제 삶에서 손꼽히는 와규 스테이크도 먹어봤고, 딸기도 먹었습니다”라는 발언을 덧붙여 놓고 있는데요. 당연하게도 와규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었고, 딸기도 먹었다는 것은 ‘후쿠시마 참사에도 불구하고 찬핵 행보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이 같은 발언은 그 안전성을 의심받고 있는 ‘후쿠시마산 음식을 여전히 먹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극히 위험한 것이기도 합니다. 


또 기자는 “마이클 쉘렌버거는 원전의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됐고, 원전만큼 효율적이고 신뢰할 만한 자원은 없다고 주장합니다”라고 소개한 뒤 “캘리포니아에 원전이 하나 있는데 모든 태양광발전소가 생산하는 전기량만큼 만들어냅니다. 이것만 봐도 원자력이 얼마만큼 청정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죠”라는 쉘린버거의 발언을 이어 보여주는데요. 


우선, 캘리포니아의 한 핵발전소가 ‘압도적’으로 많은 전기를 생산한다는 정보와 핵에너지가 ‘청정에너지’라는 주장 사이에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없습니다. 이 말 자체는 그저 핵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이 타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에 비해 ‘현 시점’에는 높은 효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입니다. 방사능 물질과 핵폐기물의 치명적이고도 영구적인 위험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말이지요.


게다가 최근 30년 사이 태양광 패널 값이 100배 이상 낮아지고 효율도 매년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핵에너지가 앞으로도 계속 태양광 발전소보다 효율이 높을 것이라 주장할 수도 없습니다. 실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만 해도 2010년을 기점으로 태양광발전 단가가 핵발전보다 낮아졌다는 태양광과 핵발전 단가비교 자료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17년 2분기 태양광산업 동향' 역시 태양광에 대해서는 “기술발전에 따라 앞으로도 생산단가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2023년을 전후로 세계 모든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황당한 보도는 기자의 “탈원전 논란과 관련해 그는 한국이 원전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라는 발언과 마이클 쉘렌버거의 “원전사고를 볼 때 진짜 비극은 공포심 그 자체죠. 그런 공포를 조장하는 게 피해를 유발합니다”라는 주장으로 마무리되는데요. ‘핵발전소 사고를 두려워하지만 않으면 아무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이 기상천외한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물론 없습니다. 그냥 ‘환경 영웅’이 하는 말이니 믿으라는 것이지요. 이쯤 되면 MBN이 시청자를 바보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지경입니다. 무엇보다 탈핵 관련 논의에서 ‘전기세 급격 인상’ ‘블랙아웃’ 등을 들먹이며 ‘탈핵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심을 유발해온 것은 찬핵론자들 아니었나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monitor_20170825_425.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