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촛불 폄훼를 여야 공방으로 둔갑시킨 MBC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일 대선 패배 55일 만에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당 대표로 선출했습니다. 홍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즉시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당을 쇄신하겠다고 나섰지만, 뉴라이트 학자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혁신위원장 직에 임명한 것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일,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는 혁신 선언문을 발표했는데요. 그 내용이 촛불집회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비판하는 기조의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약간의 온도차는 있지만 주요 일간지 모두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성과 광장 민주주의의 위험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방송에서는 조금 결이 달랐습니다. 일단 JTBC와 MBN는 혁신선언문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KBS와 채널A는 촛불집회를 폄훼한 것에 대해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동시에 쇄신의 원인이자 대상으로 지목된 '박근혜'라는 말이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나MBC. TV조선은 관련 보도를 하면서도 비판적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SBS는 자유한국당 혁신안을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촛불 폄훼 발표를 여야 공방으로 둔갑시킨 MBC
가장 문제가 있는 보도는 MBC입니다. <지방선거 의식‥막말 불사 주도권 싸움>(8/2 이문현 기자 https://bit.ly/2vkp5gF)는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의 혁신선언문 보도를 국회 내의 말싸움으로 둔갑시켰습니다. 전형적인 물타기 식 보도행태이죠. 배현진 앵커는 시작에서부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신경전이 치열”하다며 각 당 사이의 싸움을 강조했습니다. 보도 속에서 자유한국당이 “서민중심 경제와 대의제 민주주의 실현 등을 담은 혁신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신보수주의’로 보수 통합을 이루겠다고 밝”혔습니다. 류 위원장의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며…”라는 발언 부분을 녹취 인용했습니다. 기자가 이 발언의 문제점을 언급하는 멘트는 전혀 하지 않고, 바로 바른정당의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붙였습니다. “통합 대상인 바른정당은 민의에 어긋난다고 일축했”다고 기자가 전하더니,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의 “결국 지난 시기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있었던 광장의 행동과 국민 여론을 부정하는 것으로…”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기자는 또한 “바른정당을 ‘첩’에 비유했던 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향해 이혜훈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논란을 다시 끄집어 내, 돼지발정제 사건에서 보인 잘못된 여성관을 그대로 보여줬다, 홍 대표가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고 전했습니다. 혁신선언문을 전하기는 했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경쟁 정당인 바른정당의 비난성 발언일 뿐인 것으로 처리한 셈입니다.
△ 자유한국당 혁신선언문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MBC (8/2)
게다가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의 공방까지 이어 붙여 광장 민주주의가 위험하다는 선언문을 마치 단순한 정치권의 공방으로 보이게끔 만들었습니다. 이 보도는 류석춘 위원장 및 자유한국당혁신선언문의 문제를 감싸기 위해서 ‘첩’, ‘돼지발정제’, ‘막말 총기 난사극’, ‘추미애 패싱’, ‘레드라인을 넘었다’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들을 마구잡이식으로 나열한 뒤, 문제 발언은 자유한국당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의 공통점인 것인 양 그려놓은 것입니다.
단독이라는 ‘인적 혁신안’조차 본질과 맞지 않은 TV조선
자유한국당의 혁신선언문의 논란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곳은 TV조선 <‘인적 혁신안’ 단독 입수>(8/2 정수양 기자 https://bit.ly/2u6wUXM)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혁신선언문에 인적 혁신에 대한 내용은 빠졌는데, TV조선이 단독으로 입수했다는 것인데요. 보도는 병역 이행 여부, 청년 후보 30%할당과 같은 혁신안을 추진중임을 전했습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 인적 혁신에서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할 ‘친박의원’에 대한 내용은 없다는 것인데, TV조선은 이에 대해서 일언반구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기자가 “대의제 민주주의와 서민중심경제를 골자로 하는 ‘신보수주의’를 당 가치로 내세”웠다고 전했고, “본격적인 인적 청산과 물갈이를 시작하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MBC와 마찬가지로 류 위원장의 논란을 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TV조선의 ‘인적 혁신안’ 단독보도 (8/2)
상식적으로 비판해야할 것도 전달만한 KBS
MBC와 TV조선이 논란에 대해 아예 외면한 것과는 다르게 KBS와 채널A는 ‘박근혜’라는 단어가 빠졌다는 것을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촛불집회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은 비판하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KBS와 채널A는 혁신선언문에 대한 논란을 보도하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두둔하는 듯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KBS <한국당 “신보수주의”…갈등도 노출>(8/2 신지혜 기자 https://bit.ly/2faeoai)는 류석춘 혁신위원장의 촛불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촛불’로 상징되는 직접 민주주의는 ‘다수의 폭정’이라고 규정”했다면서 비판없는 건조한 전달만 했습니다. 그리고는 뒤에 이옥남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대변인의 “(촛불집회 등이) 헌법에 나와 있는 대의제와는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자유민주 질서와 가치에 더 충실”하자는 해명까지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친박계의 책임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는 것은 지적한 후에 끝으로는 “실천 방안 없는 혁신선언문은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 논란보다는 내용과 내부 갈등에 집중한 KBS (8/2)
채널A <혁신안 나오자마자 갈등>(8/2 노은지 기자 https://bit.ly/2vkMQ8k)에서도 KBS와 마찬가지로 류석춘 위원장의 촛불 폄훼 발언을 비판하지 않으면서 단순 전달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촛불집회를 ‘다수의 폭정’이라고 규정한 분명 류석춘 혁신위원장의 발언은 지적되었어야 마땅할 내용이지만, KBS와 채널A는 침묵한 것입니다.
논란과 비판이 있다는 MBN과 직접적으로 비판한 JTBC
류석춘 혁신위원장의 발표를 지적하고 비판한 보도는 JTBC와 MBN에서 내놨습니다. 이번 류석춘 혁신위원장의 발표를 가장 비판적으로 보도한 방송사는 JTBC입니다. JTBC <‘이념 지침’ 같은 혁신선언>(8/2 윤영탁 기자 https://bit.ly/2womM9w)는 제목에서부터 이번 선언문에 구체적 실천 방안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시작부터 “촛불집회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비판하는 듯한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있다며 “‘박근혜’, ‘친박’, ‘국정농단’이란 말은 아예 등장하지 않았고 인적 쇄신안도 없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촛불집회를 비판하는 듯한 내용이 들어”갔다면서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치 보복”이라 주장한 내용도 실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강성 귀족 노조’를 배격하겠다는 대목”이 “홍준표 대표가 노조 활동을 비난하면서 줄곧 써온 표현”이라는 것도 보여주고는 마지막에 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냉전수구친일세력이 신보수를 운운하니 어이가 없다”는 혹평과 바른정당의 “탄핵을 부정하면서 환골탈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난도 붙였습니다.
MBN <시작부터 잡음>(8/2 최은미 기자 https://bit.ly/2fbaduD)은 “‘광장민주주의’, ‘다수의 폭정’ 등 촛불집회를 깎아내리는 듯한 표현”이 포함돼 논란이 됐으며 “탄핵 심판에 대한 입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적 정리 문제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당내에서도 “내용이 홍준표 대표가 지난 대선 때 하던 주장과 비슷하다”, “원인을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아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전달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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