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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민주항쟁 보도가 고작 1건? MBC의 현주소
등록 2017.06.11 19:58
조회 1257

10일, 6월 민주항쟁이 30주년을 맞았습니다. 하루 전인 9일은 이한열 열사의 30주기였죠. 87년 6월, 호헌선포로 잔혹한 군부독재를 연장하려 했던 전두환은 최루탄으로 무장한 경찰력으로 시민들을 위협했지만 시위대는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는 그 항쟁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그렇게 쟁취한 제도적 민주주의는 30년이 지나 지금 이 순간에 이르렀습니다. 촛불 민심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6월 민주항쟁 기념일이기에 의미가 더 남다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석 이후 처음으로 6월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대통령이 됐습니다. 방송사들은 이 뜻깊은 날을 어떻게 그렸을까요?

 

공영방송만 이한열 열사 추모 보도가 없어…정상화 절실
방송사들의 태도는 이한열 열사 30주기인 9일부터 갈렸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사가 이한열 열사 추모 관련 보도를 내놓았지만 유독 KBS‧MBC, 두 공영방송만 침묵했습니다.


9일에는 이한열 열사 30주기 문화제가 열렸기 때문에 언론 입장에서는 충분히 보도할 이슈도 있었던 셈입니다. 굳이 문화제와 같은 행사가 없어도 이한열 열사 30주기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되짚어야 할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민주주의의 가치와 공영성을 추구해야 할 공영방송은 당연히 보도를 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KBS와 MBC는 9일, 침묵했습니다. 


타사는 모두 이한열 열사 30주기 추모 문화제와 함께 그의 죽음이 갖는 의미를 짚었습니다. SBS <다시 부르는 이름…이한열 열사 30주기>(6/9 https://bit.ly/2rW7J5O)는 최근 공개된 사진으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종창 씨가 최루탄 피격 직후 이한열 열사를 부축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어서 SBS는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그 날을 30년 동안 가슴에 품고 살아온 사람들”을 한명씩 소개했습니다.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씨는 “왜 도망 안 가고 여기에 있어”라며 눈물을 흘렸고 이종창 씨는 “교문 안으로 막 뛰어 들어갔는데 왼쪽에 학생이 쓰러져 있는 느낌이 들어서 다시 돌아가서 보니까 쓰러져 있어서 안게 됐죠”며 이한열 열사 피격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나라가 좀 나아지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이종창 씨 발언으로 보도는 마무리됐습니다. 


TV조선도 <판포커스/‘한 장의 사진’…민주주의 ‘초석’>(6/9 https://bit.ly/2rWtpPo)이라는 미니다큐 형식의 보도로 6월 민주항쟁의 과정을 요약했고 이종창 씨의 “살아남은 사람의 책임감”을 짚어줬습니다. TV조선은 당시 이종창 씨와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찍은 정태원 로이터통신 기자도 만나 “기분이 오늘도 한명의 학생이, 생명이, 젊은학생이 희생됐구나”라는 당시 소회를 소개했습니다. 

 

MBC는 민주항쟁 당일도 침묵…추모도 기념도 없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MBC가 6‧10 민주항쟁 당일에도 단 1건의 보도로 사실상 침묵했다는 겁니다. MBC는 공식 기념행사만 1건의 보도로 단순 전달했고 시민들이 주축이 된 기념행사와 집회는 외면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이한열 추모(9일) 0 0 2 2 2 2 1

민주항쟁 공식 기념식
(10일)

2 1 1 1 1 2 3

민주항쟁

기념행사 및 집회(10일)

1 0 1 2 1 1 1
여야 반응 1 0          
의미 분석 1 0          
총 보도량 5 1 4 5 4 5 5

△ 7개 방송사 이한열 열사 30주기 및 6·10민주항쟁 30주년 관련 보도량 비교(6/9~10) ⓒ민주언론시민연합

 

MBC의 유일한 민주항쟁 관련 보도인 <문 대통령 “민주주의 후퇴 없을 것”>(6/10 https://bit.ly/2r7ayj3)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는 10년 만에 참석해 경제민주주의와 대통합을 강조했”다며 공식 기념식 풍경만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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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0 민주항쟁 30주년, 고작 1건으로 갈음한 MBC(6/10)

 

그나마 KBS는 9일 침묵을 만회하려는 듯 10일에만 5건의 보도를 내며 성의를 보였습니다. 타사도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공식 기념식과 시민들의 기념행사 및 집회를 고루 보도하며 이틀간 4~5건의 보도를 냈습니다. MBC만 고작 1건으로 군부독재를 타파한 민주주의 역사를 외면한 겁니다. 

 

‘87년 체제 극복 필요성’ 분석한 KBS, 혹시 ‘개헌’을 요구하나

KBS는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6‧10항쟁의 의미를 분석하는 보도를 내기도 했습니다. KBS <‘87년 체제’ 30년…“새 패러다임 필요”>(6/10 https://bit.ly/2sQ7AAU)는 “6.10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로 상징되는 이른바 87년 체제를 탄생”시켰고 “87년 체제는 이후 적잖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돼왔”다고 먼저 짚었습니다. 당시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며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한 민중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이미 민심은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 “4.13 호헌 조치와 고 이한열 열사의 사망 사건은 항쟁의 결정적 도화선” 등 항쟁 과정도 상기시켰습니다. 이어서 ‘87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6번의 평화적 정권교체 등 적잖은 성과를 이뤄내며 우리 사회를 지탱해왔지만, 한편으론 최순실 게이트로 상징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등 한계도 나타났”다는 겁니다. 여기서 KBS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제도적 개선은 물론, 특히 경제 불평등과 이념, 세대 간 갈등 해소 등 시대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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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의 개헌 요구 유일하게 보도한 KBS(6/10)
 

이러한 KBS의 분석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KBS가 이날 유일하게 여야의 반응도 짚으면서 야권의 ‘개헌 요구’까지 보도한 방송사임을 감안하면 다른 의도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KBS는 <정치권 “6월 정신 계승”…강조점 ‘제각각’>(6/10 https://bit.ly/2sqfB29)은 “독재 타도와 호헌 철폐의 뜻을 오늘에 되살리는 것은 국민과 함께 시대정신을 반영한 개헌에 앞장서는 것”이라는 자유한국당 입장, “개헌을 통해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촛불 시민혁명을 완수하는 출발점이 돼야 합니다”라는 국민의당 입장을 조명했는데요. KBS가 분석에서 ‘개헌’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현 체제의 한계를 ‘최순실 게이트로 상징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짚는 것은 촛불 대선 이전부터 개헌을 요구했던 구 여권 세력 및 국민의당의 핵심 논리였습니다. KBS가 87년 체제의 극복 필요성을 보도한 취지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 결론이 ‘개헌’이라면 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9~1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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