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2023)_

MBC를 다시 일으키는 험한 길

‘만나면 좋은 친구’가 그립다
등록 2017.05.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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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창사 이래 최악의 수모를 당하고 있다. 영향력과 신뢰도가 바닥이다. <시사IN>의 언론사 신뢰도 조사에서는 ‘신뢰한다’는 답변이 2009년 32.1%에서 2015년 6.5%로 떨어졌다. 2014년 한국기자협회가 현역 기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BC는 신뢰도 0.7%, 영향력 1.2%였다. 특히 2013년 조사에서는 방송기자들 중 MBC를 가장 신뢰한다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회사 망치고 잇속 챙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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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타락의 주범으로 꼽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 안광한 전 MBC 사장, 김장겸 현 MBC 사장.

 

MBC 타락의 과정에 김재철, 김종국, 안광한 전 사장이 있다. 그리고 김장겸 현 사장이 따르고 있다. 인터넷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한민국에서 MBC가 과거 공중파 시대에 가지고 있던 플랫폼이라는 독점적 지위는 사라졌는데, 지키고 있었어야 할 콘텐츠 제작 능력과 이미지마저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마이크와 카메라를 뺏긴 기자와 PD들이 탄핵정국에서 ‘시청자들이 차라리 욕이라도 해줬으면’하고 한탄하고 있었던 2월에 사장 임기를 마친 안광한은 3억 원이 넘는 퇴직금에 5천만 원의 ‘특별퇴직공로금’을 받은 것도 모자라, 1년간 경영 자문위원으로 계약했다. 한 달에 자문료 천만 원, 활동비 3백만 원을 비롯해 2억 원가량을 더 챙겼다. MBC는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MBC를 바닥으로 끌어내린 책임자들은 주거니 받거니 자기 뱃속을 채운 것이다. 

 

사장을 바꾸는 데서 시작

 

전·현직 사장과 다른 언론장악 부역자들을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에게 정체성과 자부심을 빼앗기고도 아직 MBC에서 버티고 있는 모든 직종의 사람들을 위해 MBC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

 

MBC를 다시 살리려면 사장 선임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이 포함된 이른바 ‘언론장악방지법’이 마련됐지만, 지금까지 여당의 반대로 상임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통과의 가능성이 조금 높아지겠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통과되더라도 문제는 있다. 바뀐 방문진법에 따라 새 사장이 선임되면 김장겸 사장은 물러나겠지만 여·야 추천 이사의 구도가 6대 3에서 7대 6으로 바뀌는 새 법도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해도 운용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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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0일, 언론장악방지법 처리를 위한 농성을 하고 있는 미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 <사진출처 : 미디어오늘>

 


황폐해진 MBC 사내 인간관계

 

김장겸 사장이 물러난다고 가정하더라도 MBC를 되살리는 길은 멀고 험하다. 김재철, 특히 안광한은 MBC의 사내 조직과 문화를 엉망으로 헤집어놓았다.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해고와 정직, 징계, 부당전보를 마구잡이로 했다. 신입사원의 노동조합 가입을 막기 위해 2013년을 마지막으로 신입사원의 공개채용을 하지 않았다. 대신 경력사원을 230여 명 뽑았다. 채용 당시의 직종과 다른 직종으로의 인사발령이 부당노동행위라고 중앙노동위원회가 판정하자 아예 직종 자체를 없앴다. 노동조합을 탈퇴하라고 승진과 보직을 미끼로 던졌다. 공채 사원과 경력 사원 간의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파업을 같이했던 사람들 사이에도 지난 5년간의 조그만 행보의 차이에 따라 미묘한 감정의 어긋남이 생겼다. ‘만나면 좋은 친구’를 내세웠던 MBC가 그 안의 사람들끼리도 만나기 싫게 만들었다. 그것이 김재철과 안광한, 그리고 그 배후의 정권이 노리던 것이었다면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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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이덕영, 곽동건, 전예지 기자가 유투브에 올린 영상에는 MBC 내부 문제점을 고발하고 반성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출처 : ‘MBC 막내 기자의 반성문’ 화면 캡쳐> 

 

되돌리기, 그러나 저들과 다르게

 

새 사장이 맨 먼저 할 일은 되돌리기다. 직종을 복구하고, 법원의 판결대로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징계조치를 원상회복하고, 원래의 일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쫓겨났던 기자와 PD들이 다시 취재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게 해야 한다. 신뢰도와 영향력이 떨어진 것이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콘텐츠 때문이었으므로 그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그리고 겸손하게 수용자의 반응을 기다려야 한다. 콘텐츠의 회복보다 어려운 것이 사내문화의 복구다. 특히 경력사원과 간부급 부역자들의 처리가 그렇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부당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참고 있던 억울함과 분노가 적지 않다. 어떻게 풀어야 MBC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지 정말로 신중하게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안광한과 일당들이 했던 식으로 인사의 칼을 휘두르고 싶은 유혹이 있을 것이다. 그 유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하수인들이 했던 방식과는 다르게 청산과 회복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안성일(전 문화방송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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