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방송 토론‧시사 프로그램 주간 브리핑(3차)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출연자끼리 싸우는 MBN <판도라>, 예능도 시사도 아니다
등록 2017.04.1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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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주차와 4월 1주차(3월 28일~4월 3일)에는 채널A <외부자들>(3/28), TV조선 <강적들>(3/29), JTBC <썰전>(3/30), MBN <판도라>(3/30), JTBC <밤샘토론>(4/1)이 대선 관련 주제를 다뤘습니다. 방송 당시는 각 당의 경선이 시작된 이후였습니다. 각 프로그램은 경선 결과와 앞으로의 대선 과정을 다뤘고,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경선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문제는 몇몇 프로그램에서 일부 패널들이 경선 결과를 두고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우거나 노골적인 ‘안철수 띄우기’에 열중했다는 겁니다.  

 

안경 쓴 사람은 필패한다? MBN <판도라>에서 나온 황당 발언
이런 경향이 가장 큰 프로그램은 MBN <판도라>(3/30)입니다. MBN <판도라>는 약 13분 37초간 대선 관련 주제를 다뤘습니다. 출연한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호남에서 문재인 후보가 6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결과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사회자 배철수 씨의 질문에 ‘위험하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대통령은 전 국민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정치적으로 ‘중도’에 오려고 하는데 문재인 후보는 중간으로 안 오고도 대세가 돼버렸다. 이 경우엔 대통령이 되고난 후 상당히 좁은 기반에서 통치 행위를 하기 때문에 적도 많고 자기편에게도 상당히 휘둘리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예측한 것이 저는 사실이지 않길 바라지만 아마 사실일 가능성이 클 겁니다”라며 주관적인 ‘예단’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문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보수 성향의 인사도 영입하면서 기자들로부터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문 후보는 “보수나 진보의 이분법을 뛰어넘어 중도나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분들로부터도 폭넓은 자문을 받아나갈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차 씨의 주장은 별 근거도 없는 정치적 공세에 가깝습니다. 


차 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재미 삼아 말한다면서 ‘대통령 징크스론’을 내세웠습니다. 근거도, 논리도 없습니다. 그저 우스개 소리에 가깝습니다. 그가 말한 내용은 대통령 징크스 중에 “안경 쓴 자는 필패한다”는 말이 있다며 “안경 안 쓴 후보가 누구”냐고 묻고는 본인이 직접 안철수 후보가 얼마 전에 대선후보 중에 유일하게 안경 안 쓴 사람이 자신이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차 씨는 이번엔 “학벌 징크스”도 있다면서 “흙수저 학벌이 보통 금수저 학벌을 쭉 이겨왔다. 목포상고 출신, 김대중, 부산상고 출신 노무현, 동지상고 출신 이명박. 이번엔 검정고시 출신이 두 명(안희정‧이재명) 있어 민주당 경선이 위험하다”는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했습니다. 이렇듯 차 씨는 방송의 시작부터 끝까지 근거가 없는 단정적 발언으로 문 후보 측을 깎아내렸습니다. 

 

출연자끼리 감정싸움까지…예능의 탈을 쓴 또 다른 ‘막말 방송’
MBN <판도라>(3/30)에서는 출연자들끼리 정치적 공세를 퍼부으며 감정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차명진 씨입니다. 차 씨는 ‘문재인 대세론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논지를 폈고 토론의 주제는 ‘반문정서’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반문정서는 정치공학, 언론공학의 결과”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자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정청래 씨를 향해 “친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라고 말했고 차 씨가 “원래부터 친문인데, 저게 바로 패권주의”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그러자 정청래 씨가 “패권의 의미를 아세요?”라며 비아냥댔고 결국 사회자인 배철수 씨가 “싸우지 마시라”고 말려야 했습니다. 


MBN <판도라>에서는 이런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차 씨는 ‘친문 패권주의’로 정청래 씨와 다툰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번엔 정두언 씨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평론가는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지 않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만 그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갑자기 정두언 씨를 향해 “그런데 정두언 의원도 어느 순간 평론가가 되어 버렸다. 정치인인데”라고 비판한 겁니다. 이에 또 정청래 씨가 “그럼 지금 차명진 의원은 평론 안 하고 뭐하고 있어요? 요새 정치하나?”라고 따졌고 차 씨는 “그렇지 나 지금 정치하고 있어. 마지막 남은 그 어떤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되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해 볼 수 있는 마지막 남은 가능성 그것을 위해 어떤 수를 둘 것인가”라는 궤변을 늘어놨습니다. 


이렇듯 MBN <판도라>에서는 상대방 출연자를 기분 상할 수 있는 발언이 난무했고 시청자가 불편할 정도로 출연자끼리 감정싸움을 벌였습니다. 비단 이번 방송 뿐 아니라 지난 방송에서도 이런 장면은 반복됐습니다. MBN은 ‘정치‧시사 예능’을 표방하며 <판도라>를 기획했으나 이런 식의 방송은 예능도 시사도 아닌 ‘막장 방송’, ‘막말 방송’에 불과합니다. 


채널A <외부자들> 김군래 담당 PD는 ‘PD저널’과의 인터뷰(4/5)에서 “어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이 너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냐고 하시는데 일부러 싸움을 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격론이 재밌긴 하겠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성향이 강한 출연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서 정치 혐오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라고도 말했습니다. 경쟁 프로그램인 MBN <판도라>가 경청해야 할 말입니다.  

 

‘정치 예능’의 또 다른 강자 채널A <외부자들>, MBN이 한 수 배워야
지난해 12월 27일 첫 방송을 한 채널A <외부자들>은 종편의 단골 메뉴인 ‘정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JTBC <썰전>과 함께 연착륙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부자들>은 연일 색다른 구성과 수준 높은 토론, 내실 있는 정보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3월 28일 방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채널A <외부자들>(3/28)은 JTBC <썰전>이나 MBN <판도라>와 다루는 주제는 조금 달랐습니다. JTBC와 MBN이 민주당 경선 결과와 ‘문재인 대세론’, ‘비문연대’ 등 큰 그림을 주로 다뤘다면 채널A는 경선 결과 유출 사태, 민주당 경선 후보 간 네거티브, 문재인 극렬 지지자 행태 문제 등 민주당 경선의 구체적인 논란들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민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채널A의 패널들은 각기 다른 주장을 하면서도 객관적인 수치와 탄탄한 논리로 수준 높은 토론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패널의 주장 가운데 언급된 여론조사 결과를 채널A가 직접 객관적 지표로 보여주는 장면이 눈에 띕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경선 결과 유출 사태가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민주당이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던 중 “민주당 지지율이 지금 50%가 넘는다. 그 중 민주당 자체를 보고 지지한 분들은 20% 정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채널A는 자막과 그래프를 통해 한겨레가 의뢰하고 리서치플러스가 실시한 지지 정당 여론조사(3/17~3/18)를 보여줬고 “봉주 생각, 순수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20% 정도, 그렇다면 나머지는?”이라는 자막도 띄워 이것이 정봉주 씨 개인의 주장임을 상기시켰습니다. 네거티브를 논할 때도 정 씨가 “정치는 70~80%가 네거티브다”라고 말하자 채널A는 “정치의 7, 8할은 네거티브다 BY 봉도사”라며 객관적 사실과 패널의 주장을 구분해주려 애썼습니다. 이런 화면 처리는 비단 정봉주 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패널에게 적용됐습니다. 


채널A <외부자들>의 예능적 요소도 눈에 띕니다. 채널A는 MBN과 마찬가지로 ‘반문정서’도 다뤘는데 MBN이 ‘정청래는 친문 패권주의’라는 차명진 씨의 인신공격으로 갈무리된 반면, 채널A는 ‘문재인 집권 후 레임덕의 문제’로 초점을 맞췄습니다. 안형환 전 한나라당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독배를 드는 것”이라면서 “청와대에 입성하면 총리가 황교안 총리이고 사무관도 다 그대로 있다”며 정부 인사가 대부분 ‘박근혜 인사’로 채워져 있음을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이때 채널A는 “차기 정부 주요인사 EPISODE1 국무총리 황교안”이라는 자막을 시작으로 “대통령비서실장 한광옥 민정수석, 조대환 정무수석, 비서관 허원제,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등 ‘박근혜 임명 인사’를 유명 외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자막 방식으로 띄웠습니다. “시작부터 다스베이터와 싸워야 하는 꼴”이라며 문 후보가 당선될 시 마주칠 정부 구성을 영화 ‘스타워즈’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우면서도 전혀 저급하지 않은 비유라 할 수 있습니다. MBN처럼 출연자들이 싸우지 않고도 예능을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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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시국 상황, 흥미로운 비유와 화면으로 소화한 채널A <외부자들>(3/28)

 

토론다운 토론하는 JTBC <썰전>
JTBC <썰전>(3/30)은 MBN <판도라>와 대조되는 모범적 ‘정치 예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송 시간대도 같은 두 방송은 여러 면에서 비교됩니다. JTBC <썰전> 역시 MBN <판도라>와 마찬가지로 진행 중이던 민주당 경선과 ‘문재인 대세론’ 등을 다뤘습니다. 유시민, 전원책 두 패널은 몇몇 부분에서 이견을 보였지만 MBN처럼 감정싸움을 벌이지 않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논쟁을 펼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논리적인 근거와 비판이 나와 논쟁 자체가 시청자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예컨대 보수 패널인 전원책 씨는 MBN의 차명진 씨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후보의 경선 압승을 깎아내렸습니다. 전 씨는 문 후보의 승리 요인이 ‘조직’에 있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후보가 최대주주고 ‘문당’이다 할 정도로.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가 최대주주고, 안철수 후보가 만든 당이잖아요. 그러니까 안당이라고 하잖아요”, “명망가 전당에서 최대주주라는 것은 공천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라며 문재인‧안철수의 압도적인 경선 승리가 ‘여론’보다는 ‘조직의 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유시민 씨는 “안철수 의원의 호남 경선 압승도 여론조사 결과와 거의 일치하고요. 더민주 경선 결과도 일치하고요. 그러니까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 반박했습니다. 전 씨는 “그건 인정합니다”라며 유 씨의 반박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러나 조직이냐 바람이냐 하면 조직이 우선하는 것, 그것도 인정하”자며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주장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 논쟁을 끝맺었고 시청자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대화였습니다. 물론 근거나 구체적 정황 없이 이번 경선 결과를 ‘조직론’의 프레임으로 풀어낸 전 씨 주장은 잘못된 인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는 어렵습니다. 


전원책 씨는 지지율과 후보 단일화를 이야기를 할 때도 문재인 후보의 약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 반문 감정도 만만치 않다. 확장성이 늘 40%에서 왔다갔다 (한다)”는 겁니다. 유시민 씨가 “후보를 10명, 7명 늘어놓고 하는 여론조사에서 한 당에 소속된 후보가 3명이나 있고 이런 조건에서 40%를 넘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반박을 하자 이번엔 ‘드라마론’을 내세웠습니다. “모든 선거는요. 드라마가 없는 쪽보다 드라마가 있는 쪽이 이깁니다. 그래서 예컨대 비문연대가 만들어졌다거나 어떤 드라마가 하나 탄생하면요. (문 후보는)드라마 없잖아요”라는 겁니다. ‘비문연대’는 선거를 이길 수 있는 한 편의 ‘드라마’이고 문 후보는 드라마가 없으니 어렵다는 상당히 주관적인 주장입니다. 


전 씨는 문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의 약진이나 ‘비문연대’를 기대하는 듯 보입니다. 여기에도 유 씨는 “누가 드라마가 있는가”, “4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누구든지’라고만 하면 안 된다”라고 반박했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전제인 ‘자유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단일화 연대’로 넘어갔습니다. 여기서 전 씨와 유 씨는 3당 단일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볼 때 JTBC <썰전>의 보수 패널 전원책 씨는 MBN <판도라>의 보수 패널 차명진 씨와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훨씬 논리적인 편이었고 상대 패널과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논쟁을 벌였습니다. 

 

조용해진 TV조선 <강적들>, 꾸준한 감시 필요
TV조선 <강적들>(3/29)은 채널A <외부자들>과 비슷한 주제를 다뤘지만 놀랍게도 문제 발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봉규‧박종진 두 진행자도 그간 ‘막말’의 대표 주자였으나 이날은 조용했습니다. 지난 3월 논란의 재승인 심사 끝에 조건부 재허가를 받으면서 어느 정도 주의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TV조선은 “진행자나 출연자의 경우엔 한 번이라도 제재를 받으면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날 이봉규‧박종진 두 진행자는 마지막 방송을 하고 <강적들>을 떠났습니다. 물론 TV조선의 다른 시사 토크쇼에서 여전히 일방적인 주장과 막말이 나오는 만큼 꾸준한 감시의 시선이 필요합니다. JTBC <밤샘토론>(4/1)은 다른 방송에 비해 경선이나 대선과 관련된 직접적인 주제를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대략 2시간 가까이 되는 방송에서 직접 대선을 다룬 것은 토론 막바지에 ‘민주당 대 보수, 중도 연합의 대결 구도 가능성’을 15분 간 논한 것입니다. 이외의 토론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나 세월호 인양이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에 할애됐습니다. 

 

위 모니터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 모임인 방송모니터위원회에서 작성했습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방송 비평에 관심 있으신 분 △혹은 뉴스를 보고 답답해진 마음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분 △직업인으로서의 기자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닌, 참 언론인이 되고 싶으신 분들 모두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 놓치지 마세요! 모임 참여 혹은 참관 문의는 02-392-0181로 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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