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7일 민언련과 함께 ‘대학문제공동취재단’ 활동을 함께 한 대학언론인들이 제8회 <시사IN> 대학기자상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대학문제공동취재단의 대상 수상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상을 받은 기사 제목은 ‘20대, 가난을 팝니다’. 기사는 대학생들이 장학금을 받기 위해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과 ‘가난을 팔아야’ 하는 비인간적인 현실을 고발했다. 대학기자상을 받는 날 오후, 대학문제공동취재단을 만났다. 대학언론이 위기라는 요즘, 이들은 왜 민언련에서 교육을 받고 함께 취재하고 기사를 썼을까. 그리고 우리 시대 청춘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왼쪽부터 대학문제공동취재단에서 활동한 이슬기·유경민(서울여대), 김유빈(덕성여대), 조수영·송다혜(성공회대 미디어센터) 기자
수상을 축하한다. 인터뷰 전에 확실해 해두자. ‘2016 진짜 학보로 레벌업 & 대학문제공동취재단’ 활동의 성과라는 것을(웃음). 교육을 신청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슬기(서울여대) 민언련 언론아카데미 메일을 계속 받고 있었다. 다른 학교 기자들 어떻게 활동할까, 궁금했었다. 같이 해보면 도움도 될 것 같았고. 대학문제공동취재단이라고 하니, 이거다 싶었다.
유경민(서울여대) 현역 기자와 함께한다는 점도 좋았고, 총장 선출 문제와 같이 개별 대학언론사가 다루기에 어려운 사안을 함께 취재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조수영(성공회대) 개인적으로 민언련 교육을 들었다. 다른 기관의 언론 교육보다 민언련 강좌가 대학언론인들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수강료가 아주 괜찮다.
김유빈(덕성여대) 편집장 선배가 민언련에서 대학언론인 대상 교육을 하니 들어보라고 권했다.
‘2016 진짜 학보로 레벌업 & 대학문제공동취재단’은 대학언론의 위기 극복을 돕는 지원교육이었다. 대학언론 정말 어려운가?
(이구동성으로) 일단 기자가 별로 없다. 신문 한 번 내는 것도 큰 부담이다. 그래서 격주 발행 등으로 발행 주기가 줄었다.
신문을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대학신문 기자로 활동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유경민 대학 면접을 보고서 학보를 들고 집에 왔다. 수업 말고 외부 활동으로 기자를 생각했다. 신문을 만들면서 내가 다니는 학교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신문사에 지원했다.
조수영 고등학교에서 방송반 활동을 했다. 진로도 언론 쪽을 고민했었다. 대학에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성공회대 미디어센터를 찾았다.
이슬기 처음에는 학보사가 있는지도 몰랐다(웃음). 수강인원이 많은 교양과목을 듣는데 학보사 선배들이 홍보를 하러 왔다. 활동 홍보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있어’ 보였다. 글쓰기를 싫어해서 사진부 들어가서 사진이나 배우자 했는데, 사진기자도 기사를 써야 한다고 그러더라. 그렇게 시작했는데 편집국장까지 하게 되었다.
김유빈 전공 교수님이 학보사 주간 교수를 맡고 있다. 수업 시간에 활동을 권유해서 지원을 했다.
학보사에 들어갈 때 경쟁률은 어땠는가?
(모두 한 번에 웃었다. 곧 웃음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이슬기 학보사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별로 없다. 면접을 보는 이유는 지원자가 혹시 이상한 캐릭터인지 아닌지만 확인하는 절차다. 학보사에서 지원자를 ‘깔’ 상황이 아니다.
아, 그런가.
조수영 당장 이 사람을 안 뽑으면 내가 써야 할 기사 갯수가 머릿속에 맴돈다(웃음).
알겠다. 대학문제공동취재단에서 쓴 기사로 주제를 돌려보자. 장학금 신청이라는 주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정했는가?
이슬기 아이템 회의에만 3주가량 걸렸다. 처음에는 거창한 주제를 찾으려고 했다.
어떤 주제들이 후보로 올라왔나?
이슬기 총장 선출 문제라던지.
조수영 재단 문제와 같은 주제였다.
이슬기 그동안 문제의식을 느끼고 취재요청을 하면 거절당하기 일쑤였던 주제였다. 그런데 대학 운영에 대한 문제제기는 학교마다 상황이 조금씩 달라 주제로 잡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이야기가 나왔다.
조수영 대학문제공동취재단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겪은 사례, 친구의 사례까지 해서 정말 다양한 사례가 터져 나왔다.
이슬기 장학금 문제는 말 그대로 사례의 보따리였다. 그래서 우리 그냥 우리 이야기를 하자고 좁혀졌다.
장학금이라는 주제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주제가 있는가?
이슬기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다룰지에 대해서도 마지막까지 토론을 벌였다.
조수영 총장 선출이나 기숙사 운영규칙과 같은 대학 운영에서 느꼈던 부조리도 주요 후보였다.
유경민 맞다. 총장 선출 과정과 이사회 운영 등에서 불투명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학생들은 그런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예 배제당하고 있다.
기사에서는 가난을 증명해야만 하는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어떻게 취재했는가?
조수영 사실 너무 흔한 사례였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거의 다 친구거나 아는 사람들이었다.
유경민 나는 이 문제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페이스북에서 제보를 받았다. 그랬더니 실제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수영 그런데 이 문제가 웬만하면 누구나 겪는 문제다. 그렇게 마음 아픈 사례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장학금 신청을 해야만 하는 현실인가 보다.
일동 네!
조수영 취재해서 정리한 기사지만, 사실은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봐도 된다. 그래서 기사를 읽으면서 가슴에 더욱 와 닿았던 것 같다.
장학금 문제말고 대학생들의 다른 고민거리가 있다면 무엇일까?
유경민 아무래도 취업이 큰 고민일 수 밖에 없다.
이슬기 얼마 전 이랜드 계열사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의 임금을 체불했다. 친구도 일했었는데, 체불 임금을 뒤늦게 돌려받았다. 그 친구 말이 ‘처음에 공돈 생긴 듯 한 기분이었는데, 나중에는 보너스 받는 것 같아 기뻐했던 자신이 싫었다’고 말했다. 젊은이의 노동을 하찮게 생각하는 것도 슬프다.
조수영 인턴만 시켜주면 돈 주지 않아도 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취재 과정으로 들어가 보자. 주제를 정하고 인터뷰를 마친 다음에 기사 작성은 어떤 방식으로 했나?
이슬기 취재 내용을 정리해서 SNS에서 공유했다. 그러면 강사였던 김경락 한겨레21 기자가 취재 방향도 잡아주고, 보강해야 할 부분들을 꼼꼼하게 알려줬다.
조수영 기사는 리드를 쓰는 사람. 인터뷰를 정리하는 사람 등으로 나누어서 작업했다.
김경락 기자님이 고생을 많이 했다.
현직 기자와 함께 하는 작업은 어떤 느낌이었는가?
이슬기 취재를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배울 수 있었다.
학교에 돌아가서 신문을 만들 때 대학문제공동취재단 활동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되던가?
조수영 사실 대학문제공동취재단을 하기 전에는 기사 3쪽을 쓰면, 취재 내용도 3쪽에 그쳤다. 그런데 이만희 기자가 ‘만약에 기사 3쪽을 쓰려면 취재 내용은 30쪽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취재 내용이 확실히 늘었다. 취재하는 자세가 바뀌었다(웃음).
기사 <20대, 가난을 팝니다>가 학보에 실린 후 반응은 어땠는가?
이슬기 학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보냈다. 교수님들로부터도 이번에 너희 기획기사 좋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학생지원팀에서도 기자들을 불렀다.
학생지원팀에서는 무슨 일로 불렀나?
이슬기 사례 중에 장학금을 신청할 때 300자를 써야만 하는 내용이었는데, 그 사례가 우리 학교 사례였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서 이를 해명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조수영 우리도 그랬다. 복지처 교직원들로부터 그럴 수밖에 없다는 변명을 들었다.
반응이 컸다.
일동 네! 전에 취재할 때는 대답도 잘 안 하던 분들이었다. 그들이 먼저 해명을 하려고 했으니.
앞으로 민언련이 대학문제공동취재단과 같은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면 또 참여할 생각인가?
일동 그럼요.
후배 기자에게 권유한다면 어떻게 권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조수영 별것 있겠나. 기사 읽게 하고, 대학기자상 상장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강력한 동기부여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상투적인 질문, 그렇지만 꼭 해야만 하는 질문을 하려고 한다. 대학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조수영 대학생들이 살아가는 공간인 대학 안에서 문제의식을 던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으면 드러내고, 이를 해결하자고 요구하는 역할 말이다.
이슬기 비슷한 말인데, 내가 속한 사회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관심을 두게 돕는 일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경민 기성 언론이나 대학 외부에서는 잘 모르는 대학생들의 문제에 대해 꾸준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이슬기 나도 대학신문이 대학생 문제를 다루는 전문지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조수영 우리가 이번에 쓴 기사는 2016년의 대학생들이 장학금을 신청하려고 가난을 증명해야 했다는 사실을 기록했다고 생각한다. 기사처럼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기록하는 역할도 대학언론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10년 전 새해 아침에 아버지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너희 세대는 우리보다 어렵게 살 것 같다’고. 당신 세대는 가난했지만, 노력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단다. 그런데 당신 아들을 보니, 그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안쓰러움이었다. 2017년을 살아가는 20대들이 희망을 품고 살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그렇지만 대학문제공동취재단과 같이 자신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찾으려는 이들도 있다. 이들 청춘들은 학교에서, 그리고 신문 지면에서 그들의 희망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다. 민언련에 작은 도움을 받아 커다란 성과로 돌려준 대학문제공동취재단. 그들의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민언련이 작년에 참 좋은 일했다.
글과 사진 박제선 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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