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TV조선과 채널A의 현대자동차 노사 협상 타결 관련 보고서(2016.10.18)
등록 2016.10.18 21:16
조회 440

TV조선과 채널A의 노조파괴 은폐·왜곡 보도

- ‘고작 4,000원’ 때문에 3조 날렸다는 거짓 프레임 -


10월 17일, 현대자동차 노사의 협상이 타결되었다. 152일, 27회에 걸친 교섭 끝에 마무리된 이번 2차 임금협상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과반을 넘겨 최종 확정되었다. 그러자 언론들은 현대자동차 노조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방송사 중에서는 TV조선과 채널A가 ‘노조 때리기’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노조를 향해 “고작 4천원 더 받으려고 50일 넘게 파업했느냐”고 비난하면서 ‘민폐 귀족노조’ 프레임에 발동을 걸었다. 그러나 노사 협상 보도라면 응당 나와야 할 노조의 파업 이유에 대한 설명조차 없었다.

 

‘임금피크제 저지’ 위한 파업, TV조선‧채널A는 은폐
8월 18일 노사 측의 18차 교섭 이후로 현대차 노조와 사측의 쟁점은 ‘임금피크제’였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며 현대자동차에 임금피크제 확대를 압박해왔다. 임금피크제와 청년 일자리가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음에도 말이다. 사측은 18차 교섭에서 만 59세와 만 60세의 임금을 각각 10%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확대안을 제시했다. 이후 노사는 강경 대치해왔고, 협상은 번번이 파행됐다. 이는 노조가 부분 파업이 아닌 전면파업을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고 현대자동차 파업이 장기화된 결정적인 원인이다.
결국, 20차 교섭에서 사측은 임금피크제를 철회했지만 이번에는 임금인상 폭을 6만 8,000원으로 대폭 축소한다. 임금피크제 대신 월급을 삭감해버린 것이다. 이에 노조 측은 전면 파업을 선언하지만 결국 12일 기본급 7만2000원 인상, 성과급 350%+330만 원 등이 담긴 2차 잠정 합의안에 동의했다. 여기에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긴급조정권’ 시사 발언도 한몫했다. 즉 노조는 임금피크제 저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4,000원 인상에 합의한 셈이다. 노조에게는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이윤의 몫을 삭감하는 방안이자 성과연봉제 및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 박근혜 정부의 ‘쉬운 해고’ 노동정책과도 맞닿아 있는 임금피크제 저지가, 당장의 임금 인상보다 절실했던 것이다. 그러나 TV조선과 채널A는 이런 현대차 노조의 파업 이유와 타결의 의미를 완전히 은폐했다. 이들은 오로지 4,000원 임금 인상만을 부각했고, 사측이 주장하는 3조의 피해만을 강조함으로써 노조에게 여론의 뭇매를 맞도록 유도하는 왜곡보도를 만들어냈다.

 

노조 때문에 현대차 ‘추락’한다는 TV조선
TV조선 <파업 장기화 18년 만에 역성장>(10/14, 26번째, 강동원 기자, https://bit.ly/2eaayf0)은 현대차 노조에 대해 “평균임금 9천6백만 원, 귀족노조의 파업에 국민 시선이 싸늘”하다고 운을 뗀 뒤 “노사는 기본급 7만2천 원 인상에 합의했습니다. 지난 8월 1차 잠정합의안과 비교하면 불과 4천 원을 올렸습니다. 그사이 회사는 생산차질로 3조 천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봤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24차례 파업과 12차례 특근 거부로 생산이 줄면서 현대차는 1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졌”다고도 덧붙였다. 보도 내내 노조로 인해 현대차가 어려워졌다는 식의 묘사가 이어져, “이대로라면 세계 자동차 빅5에서 탈락” “연례행사가 돼버린 현대차 노조의 파업, 그 사이 현대차의 경쟁력은 갈수록 추락”이라는 설명과 함께 보도는 마무리됐다. 임금피크제 등 임금협상의 안건은 설명하지도 않은 채 무조건 노조가 기업에 피해를 입혔다는 선동만으로 가득 찬 보도이다.

 

△ 4,000원 때문에 파업해 현대차에 3조 피해를 입혔다고 보도한 TV조선과 채널A(10/14)


채널A도 근거 없이 노조 비방
채널A도 별반 다르지 않다. 채널A <4천원 쥐려 3조 날린 노조>(10/14, 14번째, 김성진 기자, https://bit.ly/2ewFrM7)는 제목과 똑같이 “노조가 고작 4천 원을 더 손에 쥐려고 24차례 파업으로 3조 원의 피해를 안겼다는 비난”을 전했다. 그나마 채널A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조합원 1인당 200~300만 원 정도 임금 손실을 봤”다며 이것을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채널A <타결 됐지만 ‘생산 엑소더스’>(10/15, 22번째, 김성진 기자, https://bit.ly/2efEk3B)에서는 “수치상으로 드러난 인상폭은 크지 않았지만 조합원들은 만 60세부터 연봉 10%를 삭감하는 사측의 연봉피크제 도입 논의 요구를 내년으로 미뤄 다행이라는 분위기”라며 협상의 주요 안건이었던 임금피크제도 언급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 논의를 미뤘을 뿐인 협상 결과를 마치 노조의 승리처럼 묘사한 것도 악의적일 뿐 아니라, “노조의 목적 달성을 위한 강성 투쟁으로 반복되는 고비용 저효율 국내 생산구조가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을 부추기고 있다”는 표현 역시 노조에 대한 겁박이나 마찬가지이다.

 

현대차가 입은 피해가 3.1조 원? 현대차 측 입장일 뿐!
두 방송사는 공통적으로 현대자동차가 입었다는 3.1조 원의 피해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햇지만 이는 집계한 손실액이다. 3.1조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생산중단 기간에 따른 생산 차질 대수를 추산한 것으로, 본래 이만큼의 자동차 생산해야 했지만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자동차 공장의 생산 차질 대수는 매출이 아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자동차가 100% 판매되기 전까지는 3.1조 원의 피해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손실일 뿐이다. 여기에는 수출과 내수의 동반부진과 태풍피해, 신차 마케팅 실패 등 현대자동차 자체의 부진과 외부적 요인 역시 전부 빠져 있다. 3조원의 피해가 노조로 인해 발생했다는 TV조선과 채널A의 주장은 이미 여기서 설득력을 잃게 된다. 


 또 현대자동차가 집계한 3.1조 원의 잠정 피해에는 현대차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동차 재고율은 포함되지 않았다. 5개월에 걸친 파업에도 현대차의 해외 재고율은 2013년 이후 지속해서 상승해왔다. 증권분석 업체인 대신증권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재고율은 약 4.3개월로, 최근 3년 중 가장 높았다. 통상 자동차 업계에서 적정 재고량을 국내 15일, 해외 3~3.5개월 정도로 잡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삼성증권 역시 “파업 장기화로 재고 감소 및 금융부문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평했다. 높은 재고량으로 인해 파업에 따른 손실보다는 오히려 재고 감소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 가운데 80%를 수출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노조 때문에 현대차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세계 자동차 빅5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TV조선의 주장은 오히려 현실과 정반대이다.

 

이처럼 ‘고작 4,000원 때문에 파업해 3조 피해를 입혔다’는 TV조선과 채널A의 비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기업의 입장만 대변하며 노조를 비난하는 의도적 왜곡보도이다. 특히 노조가 파업을 벌인 이유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TV조선과 임금피크제를 딱 한 마디 언급한 채널A의 행태는 현대차 노사가 협상에 난항을 겪게 된 본질적인 문제를 숨겼다는 점에서 명백한 은폐보도이다.

 

<끝>

문의 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