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인호 KBS 이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2014.9.25)
등록 2014.09.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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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망언꾼’ 이인호 KBS 이사장은 당장 사퇴하라

 

 

KBS 이인호 이사장이 23일 전경련 주최로 열린 <우리 역사 바로 보기-‘진짜 대한민국을 말하다’> 강연회에서 충격적 망언을 했다. 이 이사장은 “이승만 박사가 박헌영을 만나 ‘소련과 손을 끊고 나와 손을 잡고 하자’고 제의했으나 박헌영이 거절했다”, “그때 박헌영이 ‘친일파 청산부터 해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그건 결국 소련에서 내려온 지령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좌우 이념을 떠나 전 민족적인 과제였던 ‘친일파 청산’을 단순히 ‘공산주의자들의 분열책동’으로 깎아내리는 전무후무한 역사 왜곡이다. 

 

망언이 판치는 시대에 이 이사장은 스스로 최고의 ‘전문 망언꾼’으로 등극했다. 역사학자인 그가 이런 망언을 했다는 것은 학자로서의 전문성과 자질마저도 내팽개친 것이다. 이 이사장이 그동안 생산해 낸 망언들을 살펴보자. 이 이사장은 2008년 9월 8일자 동아일보 ‘이인호 칼럼’에서 KBS가 8월 방영한 다큐멘터리 <한국사傳> ‘이승만 2부작’에 대해 “(이승만의) 긍정적인 측면은 묵살하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개별적 사실에 충실한 척하면서 거대한 역사 왜곡을 감행하는 전형적 수법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이승만 2부작’은 이승만의 ‘독립투사’적 면모를 지나치게 부각하여 많은 국민들로부터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받은 작품이었다. 

2013년 9월 11일 보수 성향의 학자 23명으로 구성된 ‘역사 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기자회견에서 이 이사장은 역사왜곡 논란에 있던 교학사 역사교과서에 대해 “역사 교과서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믿는다”, “완벽한 것은 아니나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고 옹호했다. 심각한 역사 왜곡 서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교과서를 가장 먼저 비판해도 모자란 학자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다. 

2014년 3월 13일 청와대 오찬에서 이 이사장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들어 호평을 받은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일을 많이 왜곡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 이사장의 충정 어린 보고를 듣고 주의 깊게 메모까지 했다고 한다.

2014년 6월 19일 TV조선의 <뉴스쇼 판>에 출연한 이 이사장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영상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강연을 대하는 태도나 눈빛, 강연 준비 자세를 봤을 때 정말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낯 뜨거운 찬사를 늘어놓았다. 특히 그는 “(문 후보가) 낙마한다면 저는 솔직하게 이 나라를 떠날 때라고 강하게 느낄 것”이라고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KBS 이사장 취임과 맞물리며 조부의 친일 행적이 문제가 되자 이 이사장은 그마저 망언으로 돌파하려 했다. 지난 9월 9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 이사장은 “(조부는) 유학의 세를 늘려가기 위해 일제 통치 체제하에서 타협하면서 사신 것이다. (조선유도연합회에) 취직을 하셨고, (일을) 맡아서 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친일을 단죄하면 일제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파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망언을 늘어놓은 자가 KBS라는 ‘공영방송’, ‘국가기간방송’의 이사장이라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취임 후 주재한 첫 이사회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또 다른 망언을 이어갔다. 이 이사장은 자신이 공영방송 이사장 자리에 부적격이라는 주장에 대해 “일부 운동권 교육을 잘못 받았던 정치인이나 사학과 교수 및 언론인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 때문”이라고 일축했으며 “KBS 이사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논평이나 비판을 해선 안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어떠한 형태로든 방송 제작에 ‘개입’할 것임을 암시했다. 게다가 23일 전경련 주최 강연회에서 친일 청산이 소련의 지령 때문이었다는 발언까지 이어간 것이다.  

  

이 이사장은 당장 KBS 이사장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이사장이 정상적인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사장 취임 후에라도 자신의 망언에 대해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취임 이후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비뚤어진 역사관과 공영방송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다. 이대로라면 이 이사장은 자신의 비뚤어진 역사관과 언론관을 내세워 KBS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를 일이다. 그 과정에서 KBS 구성원과 갈등을 빚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무수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무엇보다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과 공영성이 또다시 훼손되는 것은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회적 피해이다. KBS는 국민의 것이다. 왜곡된 역사관과 공영방송의 역할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이사장에 앉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인호 이사장은 즉각 사임하라. 그리고 이미 문창극 씨가 낙마한 상황이므로, “낙마한다면 저는 이 나라를 떠날 때라고 느낄 것”이라는 자신의 석 달 전 공언을 책임 있게 실천하라.  <끝>

 
 

2014년 9월 25일

민주언론시민연합